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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먼저 저버린 약속, 이제 우리가 묻는다

등록일 2025-06-24 18:58 게재일 2025-06-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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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국가가 스스로 수립한 계획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포항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인프라 사업이자, 동해안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결정적 축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 결정은 단순히 한 도시의 예산을 줄인 것이 아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포항 시민의 꿈을 짓밟은 것이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는 ‘불용 가능성’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명분은 현장의 현실과 시민의 바람, 정부 스스로 수립한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영일만대교’는 이미 지난 2019년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포함되었고, 이후 국가도로망 계획과 고속도로 건설계획에도 반영된 바 있는 명백한 국책사업이다. 현재 국토부 역시 노선 최적화를 위한 부처 간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연내 착공도 가능한 상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2025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영일만대교 구간 공사비 1821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계획을 스스로 뒤엎은 것이며,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린 결정이기도 하다.

포항은 오늘,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정부에 묻고자 한다. 왜 수도권과 특정 지역의 대형 국책사업들은 흔들림 없이 예산이 확보되는 반면, 영일만대교는 ‘불용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삭감됐는가?

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공언한 지역 공약은, 임기 초부터 무시되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의 표현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행정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정의롭게 작동하는지를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포항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포항은 더 이상 정부 정책의 후 순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은 구호가 아닌 국가의 책무이며,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영일만대교’는 단지 하나의 교량이 아니다. 그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대한민국 미래의 가교이며, 국가 인프라망의 핵심 고리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영일만 횡단 대교 적극 추진’이라는 공약은 아직도 시민들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대통령의 말은 국가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국민의 신뢰는 곧 정부의 자산이다. 그 약속을 저버린다면, 정부는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요구한다. 정권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약속이다. 계획보다 앞서야 할 것은 국민이다. 포항 시민들은 단지 지역의 이익을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민이 가진 신뢰를 지키고, 정부가 지켜야 할 책임과 공공성에 대한 요구이다.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절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정부의 긍정적인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이 바로 정부가 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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