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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 감귤

아열대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한해 8개월 이상 지속하고 추운 달 평균 기온이 섭씨 18도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가장 추운 달 평균 기온이 18도를 넘으면 열대기후에 속한다.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해안은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원래 우리나라는 온대기후에 속하나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제주, 경남 통영, 전남 목표 등 일부 남부지방이 아열대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한반도의 기온 상승률은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조사에 의하면 1900년 이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0.74도 상승했으나 한반도는 1.5도나 상승했다고 한다.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3.2도가 상승해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화 할 것으로 예측했다.한국인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등을 즐겨 먹는 과일로 꼽는다. 그 중 가장 많이 먹는 사과는 지구온난화로 10년 뒤쯤에는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 같다고 한다. 지금도 대구에서 주로 생산되던 사과가 강원도 영월까지 북상을 했다.대구에서 처음으로 감귤이 생산됐다. 수성구 고모동 한 농가에서 재배된 감귤 2t이 수확을 마치고 로컬푸드점에 선을 보였다. 제주도의 특산물 한라봉이 전남 고흥과 나주 등지에 생산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젠 아열대 과일인 망고와 파인애플, 바나나 등을 구경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중국 고사인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사람도 환경 변화에 따라 기질이 달라진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대구에서 등장한 감귤의 생산을 보며 지구온난화를 실감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2

靑 울산시장선거 공작, ‘수사’도 ‘재판’도 실종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에 의해 해체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검찰 수사팀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선거개입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남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워낙 추 장관의 상상을 초월하는 횡포에 얼이 빠져 있는 사이에 이 사건은 ‘수사’도 ‘재판’도 안 하는지 못 하는지 도무지 종적이 없다. 도대체 이 나라 법치에 무슨 농단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8월 추미애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이동으로 사실상 해체됐다. 이후 새 수사팀이 사건을 이어받았지만, 수사 진척상황은 오리무중이다.검찰은 총체적 선거부정 의혹인 이 사건과 관련, 지난 1월 송철호 시장·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을 하명수사·후보매수·관권개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거듭된 심리에도 재판기일을 잡지 못하고 오는 또 12월 21일을 6차 준비기일로 잡았다. 법원 인사로 인해 재판은 내년 봄에도 시작하지 못하고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그 사이 피고인 신분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국회의원이 되어서 건듯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희한한 일까지 벌이고 있다. “피고인 측의 재판 지연 의도가 드러났는데도 재판부가 다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넘쳐나는 중이다. 지난달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진 김미리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재판부가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을 몰아서 배당받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혐의를 확인했다는 수사팀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새 수사팀이 꾸려진 지 3개월이 되도록 기소 여부를 보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마냥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법 집행은 공정성과 신속성이 생명이다. 한 가지라도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사법 정의는 무너진다. 불순한 의도로 지연되고 축소된 정의는 이미 정의가 아니다.

2020-11-12

포항지진 3년, 도약의 기회로 승화해야

오는 15일이면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3년 되는 날이다. 그러나 포항은 지진과 관련해 아직도 미완의 상태다.지진에 따른 보상과 피해복구는 3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갈 길이 까마득하다. 여전히 일부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은 대피소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피해보상 문제도 특별법이 마련되면서 총리실 산하 진상조사 및 피해보상위원회가 할동을 하고 있으나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임에도 책임질 사람도 기관도 없다. 풀어야 할 과제는 산처럼 쌓여있다.지진으로 포항시민이 받은 그간의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충격에 휩싸여 3년을 보낸 것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고 집값이 떨어지는 등 지진 초기의 쇼크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고는 하나 지진 후유증을 회복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포항지진의 아픔이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 당사자의 문제로 남으면서 차츰 잊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포항지진 발생 3주기를 맞아 포항에서 열리고 있는 ‘포항지진 국제포럼’은 이런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피해주민을 위로하는 계기도 되지만 포항이 지진이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또 다른 반성의 시간이 된다는 점에서다.포항지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포항이 지진으로 마냥 처져 있을 수는 없다. 포항지진이 남긴 교훈과 기회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포항경제 활성화나 공동체 회복을 위한 도시재건사업 등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민관이 힘을 모아가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은 당연하다.포항지진은 우리나라 지진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낸 지진이다. 1천명이 넘는 이주민이 발생했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이례적으로 대학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포항지진은 이제 특별법의 마련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보상의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갈 수 있게 됐다. 포항시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포항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지역사회 모두가 또한번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0-11-12

인동초 바이든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추운 겨울을 버티고 산과 들에서 피어나기 시작하면 이젠 봄이 막 끝나고 여름이 시작됨을 알리는 꽃이 있다.이름 그대로 인동초(忍冬草)! 인동초는 기나긴 겨울을 버티고 햇살 바른 양지의 돌담에 기대어 한 겨울에도 상록의 이파리를 간직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개나리 진달래에게 선두권을 양보하고 서서히 피어올라 진한 봄을 알린다고 한다. 끈질김과 양보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는 인동초는 폐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한방에서 약초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인동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적 별명이기도 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2021년 초 임기기 시작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지난주 끝났다. 아직 현직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불복을 선언하고 있지만 결과가 바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번 미국 대통령 당선자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미국판 ‘인동초’라는 별명이 붙고 있다. 1942년생 바이든은 변호사 출신으로 만 29세의 나이로 1972년 미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공화당 거물 케일럽 보그스 현직 의원을 상대로 1% 포인트 차, 극적인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단숨에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최연소 상원의원,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기쁨은 한 달도 채 가지 않았다. 큰 교통사로고 부인과 딸을 잃었고 두 아들도 중상을 입었다. 그는 병간호를 위해 상원의원 취임도 포기하려고 헀지만, 주변의 만류로 병실에서 상원의원 취임 선서를 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는 내리 6선에 성공한다. 그리고 바이든은 대통령에 도전한다.1988년 첫 대선 도전에 나섰다가 연설문 표절 의혹으로 중도 하차했고, 지난 2008년 대선 때는 오바마·힐러리 ‘2파전’ 속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바이든 후보에게 희망은 아들들이었다. 특히 큰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실제로 장남 보 바이든은 이라크 전쟁에 참가해 훈장을 받았고, 정치에 입문해 지난 2006년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그는 장남이 자신이 못이룬 대통령의 꿈을 대신 이뤄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장남은 2015년 뇌종양으로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부인, 딸, 아들을 계속 잃은 바이든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자식을 먼저 보냈던 필자 자신은 너무도 잘 이해한다. 그 힘든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거의 극한의 정신적 고통과 싸워 이겨 내야 한다. 그는 그러나 버텨냈다. 올해 경선에서도 초반에는 거듭된 참패로 조기 사퇴론에 시달렸지만, ‘슈퍼 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두는 역전 드라마로 결국 경선 승리를 굳혔다. 뉴욕타임스는 “첫 주요 공직을 맡은 후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후보는 없었다”면서 “정치적 인내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 그리고 바이든과 트럼프,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바이든이 보여준 인동초 같은 불굴의 정신은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정신 아닐까?

2020-11-12

단풍의 계절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크나큰 천혜를 누리고 산다. 봄의 꽃과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무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고 축복이다. 연중 얼음에 덮인 극지방이나 상하의 열대지방, 불모의 사막지방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되어있는 우리나라는 자연경관이 빼어나서 전국 어디나 말 그대로 산자수명한 금수강산이다. 그 중에서도 가을의 청명한 날씨와 단풍은 선계의 비경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가을볕이 심사를 맡고/ 나무들 단풍잎 품평회 열렸다/ 누가 더 이쁜가 다투지 않고서야/ 저토록 고울 까닭이 뭐겠는가//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열매를 위해서 잎은 있는 거라고/ 아는 체 하는 사람 있을까 몰라도/ 나무들 어디까지나 잎으로 산다// 또 한 해 무사히 잘 살았다고/ 한바탕 벌이는 잔치마당에/ 가을 하늘이 더 푸른 것은/ 울긋불긋 단풍잎 돋보이라고/ 그 배경이 되기 위해서다” - 졸시 ‘단풍잎 품평회’기온이 내려가서 나뭇잎이 광합성 활동을 멈추면 엽록소의 자가분해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안토시안이 생성되는 종은 붉은색 또는 갈색 계열의 단풍이 들고, 안토시안이 생성되지 않는 종은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잎 자체에 들어 있는 노란색 색소들이 나타나게 되어 노랑 단풍이 든다는 것이 과학적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단풍이 그토록 고와야 하는 이유는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가을마다 품평회를 열어 서로 미색을 다투고 자축하는 잔치를 벌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여름내 광합성으로 뭇 생명의 양식을 생산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으니 찬란한 풍악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거라고.“홍시가 있는가 쳐다보는데/ 감나무 이파리 하나 떨어진다/ 초록에서 빨강까지 곱게 채색된/ 윤기 자르르한 감잎 단풍// 감잎 단풍이 이렇게 고운 줄/ 오래 잊고 살았다/ 제각각 색이 다른 감잎이 고와/ 주워 모우기도 하던 시절로부터/ 나는 지금 어디만큼 와 있는가// 마당가에 늘 무심한 듯 서 있던 감나무/ 어디에 이토록 고운 마음이 깃들었을까/ 감나무가 건네주는 그림엽서 한 장/ 받아들고 내 마음이 온통 환하다“ - 졸시 ‘감잎 단풍’곱디고운 감잎 단풍은 이 가을이 나에게 건네는 그림엽서이고, 그것을 받아든 나는 무심한 척 서 있던 감나무에 그토록 고운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에 놀란다. 실로 살아있음을 감격스럽게 하는 단풍이고 가을이다.“이 가을 한바탕 풍악(風樂)입니다/ 산천초목 자진모리로 타오릅니다// 퍼담을 수 없도록 햇살 넘치고/ 단풍도 풀꽃도 독한 주정(酒精)입니다// 고통은 썩으면 독(毒)이 되지만/ 발효하고 숙성하면 술이 됩니다/ 슬픔이란 이름의 술이 됩니다” - 졸시 ‘한잔의 가을’잔치마당에 술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눈부신 가을볕에 풀꽃도 단풍도 어찌 잘 익은 술이 아니랴. 가뭄과 태풍 같은 역경과 고통도 잘 삭이고 숙성하면 깊고 향기로운 술이 된다는 것, 그 술이란 찬란한 슬픔이기도 하다는 것. 인생 또한 그렇다는 것.

2020-11-12

염소새끼를 어미 젖에 삶지 말라

강영식 포항 하울교회 담임목사아프리카 원시족은 염소의 젖을 끓여먹지 않는다. 우유를 끓이는 행위를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모습을 어미염소가 목격하게 되면 더 이상 우유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지역 구분 없이 대부분의 원시족들이 가지는 공통된 생각이다. 이런 행위를 공감주술, 또는 감응주술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주술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프레이져를 비롯한 인류학자들의 주장이다.출애굽기 34장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십계명과 달리 “새끼염소를 어미젖에 삶지 말라”는 것을 마지막 계명에 포함하고 있다. “새끼염소를 어미젖에 삶지 말라”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생소한 계명이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어미의 젖은 새끼를 양육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만들어 내는 생명의 양식이다. 그 젖을 통해 어미와 새끼는 생명을 공유하여 이어간다. 그 젖에 새끼를 삶아 죽이는 것을 어미가 목격하게 되면 어미는 모든 생산 활동을 멈춘다고 믿었다. 결국 유목민들의 삶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게 된다. 이 계명은 생명의 생산자가 되는 어미의 마음을 헤아려 교감하고, 공감하고, 생명을 공유하여 사회를 유지하고 존속케하라는 뜻이 담겨있다.우리 사회가 편향적이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로를 적대시 하며, 공정성이 무너지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공감해 보려는 능력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있는 자가 없는 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니 분배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금수저가 기회를 반칙으로 독점하니 공정성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남이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남이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같은 감정을 가지는 ‘공감’은 ‘공유’를 불러오지만 남이 기뻐하는 일을 슬퍼하고 남이 슬퍼하는 일을 기뻐하는 반대 감정을 가지는 ‘반감’은 ‘공격’을 불러온다. 우리 사회가 ‘공유성’ 보다 ‘공격성’이 강한 것은 ‘공감능력’ 보다는 ‘반감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편향적이 되어 가며 사회는 분열되고 서로 공격하게 되고 급기야 사회는 무너지게 된다. 그런 연유로 “새끼 염소를 어미젖에 삶지 말라”고 한 계명은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명연대를 위한 공감능력향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예수님은 자신의 시대를 비유로 말하길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고 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생명연대의 공감능력을 향상 시켜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2020-11-11

손꽃

배문경수필가딸이 엄마에게 손가락으로 글자를 만들어 보인다. 오른쪽 검지가 똑바로 서면 1이 되고, 두 개를 세우면 2가 된다. 바닥을 향해 총을 쏘듯이 엄지를 수평으로 하고 검지를 수직으로 하면 ‘ㄱ’이 되고 반대로 하면 ‘ㄴ’이 된다. 수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낯선 수신호(手信號)에 불과하다.어느 날, 두 여성이 경찰서로 당황해하며 달려 들어왔다. 손짓 발짓을 하는데 경찰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자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고 그는 내게 전했다. 경찰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어쩌다 보니 그 해엔 농아와 관계된 사건, 사고로 경찰서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경찰인 그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했다.이후 수화를 배우기로 마음먹었고 실행에 옮겼다. 쉰을 넘긴 그가 젊은 사람들 틈에서 열심히 배운 수화로 이선희의 노래에 맞춘 동영상을 만들어 보냈다.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최고였고, 나또한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 후에도 동계 패럴림픽에 참석한 선수들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지면을 통해 보았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사람들은 생각을 입이란 기관을 통해 세상에 전한다. 하지만 새어 나오지 못하는 언어는 갈무리되지 않았고 농아는 숙명처럼 묵언의 세계 속에 산다. 어머니가 농아면 태어나는 자녀의 상당수가 그러했다. 아이를 안고 말로 교육할 수 없는 어미는 다시 자신과 닮은 자식으로 연결되는 질긴 끈을 만들어갔다. 다시 삶의 연결고리에서 좌절했을 여인들의 그림자가 길었다.그의 삶도 녹록치는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 때문에 스스로 대학을 포기하고 뱃일을 택했다. 어느 날, 잠결에 찾아든 고향 후배인 동료는 새벽일을 자신이 하겠다며 교대를 부탁했다. 잠시 후 선상에서 사고가 났다. 그물을 바다에 투척하는 시간에 그물을 묶어 둔 밧줄에 발이 걸린 동료는 바다로 던져진 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둠 속으로 달리던 배는 항로를 다시 돌려 그 자리에 갔지만 거친 파도가 배를 맞을 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암전이 되었다.그 날, 어쩌면 그는 신(神)을 만났는지도 모른다. 삶을 포기한 듯이 살던 그보다 더 가난했던 후배는 바다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귀에는 목선(木船)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파도 소리에서 환청을 듣곤 했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육지에 발을 디딘 후 그는 다시는 배를 타지 않았다. 죽은 동료의 몫까지 살기 위해 평범한 삶을 내려놓았다. 덤으로의 삶을 타인을 위해 살겠노라 마음먹었다.그는 농아교회에서 봉사했다. 어느 날 운전자의 빈자리로 인해 운전대를 잡았다. 교회에 오기위해 차를 기다리는 교인 네다섯 명을 먼 거리에서 가까운 거리까지 태웠다. 그들과 함께 할 소통에 대한 고민도 했지만 *비수지 신호를 익히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 신뢰가 생겼다. 나도 함께 탑승한 차에서 그들의 삶을 잠시 보았다.성가대에 두 여성이 나와 수화로 찬송가를 했다. 화면에 나오는 노래에 맞춰 손과 표정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손짓에 따라 피어나는 꽃이 공중에 피었다가 지곤 했다. 꽃은 장미였다가 수선화였다가 벚꽃처럼 번져나가자 사람들의 표정이 환했다. 그들이 걸친 보라색 성가복이 흔들리며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옆 사람을 걱정하는 눈빛과 함께 하는 공간에 대한 즐거움이 묻어났다. 나날이 조바심으로 살아가는 나와는 다른 느긋함을 그와 농인에게서 느꼈다.그들은 지상에 발을 내리며 다시 손 꽃을 내게 내밀었다. 마지막 한 사람을 내려주며 그와 농인이 함께 다시 무형의 꽃을 피웠다. 수화(手話)는 그들을 통해 수화(手花)로 피어났다.그러고 보니 오늘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나와 타인의 거리가 조금 좁혀지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비수지신호: nonmanual signals, 표정과 몸짓

2020-11-11

해바라기 스캔들

사람인 이상 시종일관 이성적일 수는 없습니다. 인간더러 흔히 이성적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늘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인간은 보기보다 허술하고 허당끼 많은 존재이지요. 이성이란 갑옷으로 아무리 무장을 해도 부지불식간에 감정이란 빨간 내복이 삐져나오기 마련입니다.짐승은 본능에 충실하고, 괴물은 본능을 관장합니다. 그러면 그 중간인 인간은? 본능을 억제하는 순간적 능력을 발휘하는 동물일 뿐이지요. 짐승은 번민의 정도가 인간만큼 드러나지 않고, 괴물은 타자로 하여금 번민을 유발하는 존재이지요. 그 도발된 번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지요. 성경에 묘사된 하느님조차도 온전한 이성으로 세상과 인간을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절대자답게 당신 기준으로 세상 피조물들의 생사를 관장했습니다. 그 기준이란 것은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 완벽히 이성적인 것은 아니었지요. 말하자면 당신 닮은 인간을 창조했다고 말한 당신의 말씀은 너무 인간적이고 온당한 것이지요.어떤 판단을 할 때 이성이 꼭 감정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말하기 위해 이렇게 빙빙 돌아왔네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흔히 ‘감정 섞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적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이성이 항상 실천적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이성적 판단은 결국 감정을 덜 섞는 타협으로 나타날 뿐, 이성 그 자체에 이르지는 못합니다.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착각합니다. 나는 감정적이지 않으며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는 결정적인 부분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뿐입니다. 행불행을 관장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단어, 감정!둘만 되어도 이성적 판단 앞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안전한 거리 확보 없는 관계는 파국에 이르기 쉽습니다. 평화를 가장한 전쟁, 미소로 위장한 침울, 침묵으로 포장한 폭발이 당신 곁에 맴돈다면 이는 틀림없이 적당한 거리의 법칙이 무시 된 채 감정에 휩싸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감정 동물인 인간관계의 법칙에 가장 적절한 예가 예술가들일 것입니다. 예민한 예술혼이라는 짐을 진 대신 ‘제멋대로’라는 면죄부를 얻은 그들의 관계는 더 쉽게 깨지고, 그 파국 또한 처절할 수밖에 없습니다.고흐는 해바라기를 그렸습니다. 고갱도 해바라기를 그렸지요. 고흐의 해바라기는 심연을 후벼 파는 듯 격정적이고, 고갱의 해바라기는 자유분방한 듯 자신만만합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고, 고갱의 해바라기는 맘먹고 검색이라도 해봐야 아는 이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고흐의 해바라기가 더 아름답고 예술적이고, 고갱의 해바라기는 덜 아름답고 덜 미학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해바라기로 대표되는 두 예술혼의 방식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지요.고흐는 자신의 예술욕을 채우기 위해 고갱을 아를르로 불러들였습니다. 도도하고 지적이고 권위적인 고갱에 비해 고흐는 격정적이고 소박하고 성실했습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의 매뉴얼을 담당하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둘 사이의 권좌 차지인 고갱은 소박한 의자에 앉아 집착하고 매달리는 고흐가 성가실 뿐이었습니다. 참을 수 없었던 고흐는 광기를 핑계로 자신의 귀를 세상을 향한 격정처럼 고수레하고 말았지요. 그렇게 해야만 상처받은 영혼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터였으니까요.김살로메소설가고흐의 해바라기는 예술혼의 결정체입니다. 고갱의 해바라기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너무 다른 자신만의 해바라기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 둘은 만나지 않은 게 더 나을 것이었어요. 하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요. 각각 신경강박증과 오만방자가 없었더라면 누가 그들이 남긴 해바라기 은유에 대해 이토록 오래도록 기억해줄까요.두 사람의 파국에 책임의 추를 견줘 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고결한 고흐의 신화도 고집불통이었던 고갱의 전설도 감정에 충실한 개성 덕분이었지요. 그 감정선 덕에 그들의 예술혼이 빛날 수 있었으니까요. 자기 연민으로 견뎌내는 고통도 자기 격정으로 발산하는 오만도 예술가에게는 모두 필요한 덕목일 테니까요. 그러하니 오늘밤도 몇 번씩 제 귀를 면도날로 오리는 악몽에 시달리는 당신, 당신이야말로 해바라기 품는 예술가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꿈의 원천은 용서할 만한 이성이 아니라 달떠도 좋을 감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까요. 격정의 드라마 없는 예술혼이 가당키나 할까요. 누군가의 예술혼, 그 출발점은 황금별 송이마다 촘촘 박힌 해바라기 씨앗 같은 감정 하나하나였음을 되새기는 밤.

2020-11-11

원안위 유치, 이번에도 한 발 늦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지방이전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원안위의 이전 문제는 해묵은 논쟁이다. 지난 2014년에도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이 유치 전에 나섰고, 2016년에도 이전 관련 법안 발의가 시도된 바 있다.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가 최근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따라 정부기관 이전을 검토하면서 또 다시 논란이다. 경북지역에서도‘원안위는 원전이 있는 곳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움직임은 더욱 발빠르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지난 2일 원안위 이전 장소를 원전에서 30㎞ 이내 지역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원안위 관련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법안발의에 김병욱(포항 남·울릉) 의원이 가세했지만 부·울·경 지역의원들의 가세가 압도적이다. 원전소재 지역인 부산 기장군수는 아예 부지무상제공 등을 약속하고 나섰다.이에 반해 경북도는 아직 원안위 유치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한발 늦을까 답답하다. 우선 경북도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로 7천87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고, 이에 상응하는 정부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란 점을 활용해야 한다. 원안위가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경북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명분에서 앞선다. 경북 도내에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24기 중 11기가 가동 중인 데다 울진에 있는 신한울 1~2호기가 준공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원전 30기의 43%인 13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경북이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중·저준위방폐물처분시설(방폐장),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증설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수용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지역민심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원전해체연구소 본사 유치에 나섰다가 부산·울산에 경수로 해체연구소를 뺐기고, 간신히 중수로해체연구소만 받아온 것이나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했던 전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쪼록 경북도가 발빠르게 지역 정치권, 지역언론과 함께 힘을 모아 원안위의 경북지역 유치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0-11-11

태평양 건너 어디선가 본 듯한

장규열 한동대 교수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선거로 참여하며 민주적 결정과정에 할 일을 다 하였다. 다만, 승자와 패자를 최종 가늠하기에 법적이며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할 모양이다. 마지막 진통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미 가라앉는 듯한 미국의 국격에 또 한 차례 흠집을 내는 결과를 빚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험한 대선의 길목에서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여성이자 흑인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혈통을 가지고 있어 바뀌어 가는 미국의 저변 시민 인구층에 넓은 지지세와 소구력을 확장하였다. 마흔다섯 대통령을 배출해온 미국에서 최초로 그런 배경을 가진 부통령이 될 모양이다.미국에서 모든 여성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 것은 놀랍게도 1965년이었다. 1920년에 여성참정권이 시행되었지만, 남부 흑인여성들에게는 거친 인종차별과 함께 참정권이 제한되었다. 해리스가 성적, 인종적, 문화적 차별의 벽을 딛고 오늘의 자리에 오른 일은 가히 역사적이다. 그가 ‘이것이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이 나아가는 길에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선거의 승리를 놓고 CNN 앵커 밴 존스(Van Jones)는 ‘이제야 아빠 노릇하는 게 쉬워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백인경찰이 흑인남성의 목을 눌러 숨지게 했던 조지플로이드(George Floyd)사건이 있었다. 공분을 자아냈던 한마디 절규 ‘숨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그 뿐 아니라 모든 흑인들이 날마다 겪는 차별과 혐오였다며 이제야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였다.미국에서 아시안은 누구인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둔 해리스 덕에 아시안아메리칸에 대한 관심도 높아갈 터이다. 아시안들은 상대적으로 명석하고 출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여겨진다. 미국 주류사회를 겨냥하며 살아가는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우리정부는 해외교포 정책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교민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유지하며 일등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해리스가 말하는 ‘다음 기회’에는 한국 출신 누군가가 반드시 성공의 닻을 올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미국이 바뀌어 간다. 밖에서 보아도 부끄러울 만큼 분열과 단절의 벽을 쌓아 올리던 미국이 조금씩 변할 모양이다. 실제로 바뀌려면 이긴 사람들이 잘 해야 한다. 졌다는 일로만도 상처가 깊을 ‘절반의 미국’에게 상생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가 선언했듯이 ‘우리가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지만 한 번도 적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살려내야 한다.우리는 어떤가. 나라 안에 보이는 분열과 차별, 단절과 균열을 어찌해야 하는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한들, 하나가 되지 못하는 국민은 좋은 나라를 만들 방법이 없다. 우리가 겪었던 유사한 경험을 태평양 건너에서 다시 목격하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다짐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2020-11-11

국민의힘 공수처 대응, ‘중구난방’ 양상 한심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처장 후보 결정 과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후보 추천위원들은 10여 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했다.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검찰 출신 4명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 중 손기호 변호사가 돌연 사의를 밝혔고, 석동현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기관”이라고 밝혔다. 이런 중구난방식 대응은 여권의 일당 독주 명분만 보탤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몫 추천위원 2명은 판사 출신인 권동주·전종민 변호사를 추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 한명관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추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현정 변호사,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최운식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두말할 필요도 없이 공수처장 추천 및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중립성(中立性)이다. 추천된 후보들을 놓고 추천위원회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이 철두철미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진작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의심을 덕지덕지 쌓아놓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해 시간만 끌다가 공수처법을 유야무야 무효화시키려는 저의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11월 중이라는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 전술을 휘두른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차하면 단독으로 공수처를 무소불위의 대통령과 여당 친위대로 꾸미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그런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언질은 수두룩하다.여당은 공수처를 윤석열의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문재인 정권의 안전핀으로 쓸 요량을 감추지 않는다. 어쨌든 국민의힘은 지난해 공수처법을 막지 못했다. 여당이 무리하게 법을 바꾸어서 야욕을 실현할 빌미를 국민의힘이 제공해서는 안 된다. 치밀한 전략과 합법적인 방법으로 흑심을 끝까지 저지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단독으로 몰고 갈 환경을 제공하는 일체의 언행은 치명적인 패착이 될 수 있다. 내용을 세세히 모르는 국민을 선동하는 일에 누가 더 능한가.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명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2020-11-11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최고경영자가 2013년 여름에 공개한 초고속 진공튜브 캡슐열차를 말한다.하이퍼루프는 공기 마찰이 없는 진공튜브와 시속 1천300km로 달리는 캡슐형 열차로 구성된다. 열차는 가압과 공기역학적 양력이 작용하는 공기쿠션으로 유지되며, 열차는 튜브 안쪽을 미끄러지듯 달린다.하이퍼루프는 1천500km 정도 거리의 교통량이 많은 도시에 적합하다. 당시 앨런 머스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며 초고속 진공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 구현 계획을 발표했다. 구상안에 따르면 이 초고속 열차는 일종의 ‘열차 총(Rail Gun)’ 개념으로 진공상태와 다를 바 없는 튜브 속에서 열차를 한 량씩 발사하는 형식으로 가동한다. 거의 진공상태로 저항을 최소화해 최고 시속 약 1천220km까지 속도를 높여 달린다는 논리다. 이 열차가 현실화한다면 차로 최소 5시간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 이동시간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불과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전국이 일일 통근권에 들게된다는 얘기다.꿈같은 최첨단 하이퍼루프 원천기술이 국내기술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어 화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11일 독자개발한 축소형 튜브 공력시험장치에서 하이퍼튜브 속도시험을 통해 진공상태에 가까운 0.001기압에서 시속 1천19km의 속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철도연은 지난 9월 아진공 상태에서 시속 714km의 속도를 기록한 바 있다. 거리제한으로 통근이나 통학할 수 없는 경계를 무너뜨릴 하이퍼루프 기술은 이 좁은 나라의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11

이런 교사는 제발!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다른 학생에게 방해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잠이나 자!”어느 중학교 수업 시간에 교사가 학생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나오게 된 교실 상황이 어떨지는 어느 정도 그려진다. 그리고 오죽했으면 교사가 저런 말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너진 교권 속 교사 명퇴자 증가’라는 기사가 오버랩되어 지나간다.최근 교육계 관련 뉴스 중 많이 나오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교권(敎權) 이야기이다. 공통점은 교권 실추(붕괴, 추락)다. 안타깝게도 그 유형도 모욕, 명예훼손, 교육활동 부당 간섭, 상해, 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 사회에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이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상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작은 일에도 서로가 감사했으며, 그 감사함은 서로의 가슴에 더 큰 희망으로 자리했다. 희망은 불가능조차 가능으로 바꿔 놓았다. 신명 나는 세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임금 자리에는 권력형 대통령이, 스승 자리에는 생계형 교사가 자리했다. 그 결과 교육은 정치의 시녀가 되었으며,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사라졌다. 절망만 남은 교육은 출산 거부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희망이 꺼지는 것에 비례하여 폐교 수도 늘고 있다.나라가 사라질 판인데도 정치인들은 상대 탓만 하고 있다. 낙하산 정치 교육 수장들은 교육을 더욱 정치에 굴복시키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교육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 성과금과 교육 유공자 표창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 바쁘다.지금 우리나라 교사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분명 그들의 가슴에도 교사라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교사(敎師)! 비록 기간제 교사였지만, 필자는 필자의 이름에 처음으로 교사라는 호칭이 붙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의 기분은 법명이나 세례명을 받는 것보다 필자에겐 더 성스러웠다. 종교에서 새로운 이름을 받는 것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삶을 버리고 주어진 새 이름대로 새로운 삶을 살라는 뜻이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필자도 필자의 스승께서 보여주시고 열어주신 교사다운 교사의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노력 중이다. 한 나라의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교육이다. 그 교육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교사다. 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선다. 비록 암기 위주의 시험이지만, 교사라는 이름을 받을 사람을 뽑는 시험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시험부터라도 제발 교권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을 뽑기를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교권에 대한 의미를 인용한다.“넓은 의미의 교권은 (….) 교육권으로서의 교권에는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학교 설립자의 교육 관리권, 그리고 국가의 교육 감독권이 모두 포함된다.”그리고 “잠이나 자!”라고 말하는 이런 교사는 제발 뽑히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2020-11-11

전태일

김규종 경북대 교수“정말 하루하루가 못 견디게 괴로움의 연속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칼질과 다리미질을 하며 지내야 하는 괴로움, 허리가 결리고 손바닥이 부르터 피가 나고, 손목과 다리가 조금도 쉬지 않고 아프니 정말 죽고 싶다.”1967년 3월 17일 전태일이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함께 그를 옥죈 것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근로기준법과 업주들의 부당노동행위였다. 청계천에 있는 의류공장 보조 재단사와 재봉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동료 여공들의 가혹한 노동조건과 부당해고에 맞선다. 그는 1969년 6월 평화시장에 노동운동조직 ‘바보회’를 결성한다. ‘바보회’는 1970년 9월 ‘삼동회’로 거듭나면서 노동운동의 거점이 된다.1970년 11월 13일 전태일과 ‘삼동회’ 회원들은 ‘근로기준법화형식’을 결행하려 한다. 평화시장 의료공장 업주들과 경찰이 이들의 시위를 저지하자 전태일은 온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지른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하는 구호를 외친 전태일은 병원으로 이송되나 끝내 절명한다. 그의 나이 스물두 살 때 일이다.전태일의 분신은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일대 전환점이 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부당하고 불의한 세상에 죽음으로 항거한 그의 투쟁은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1984)을 잉태하는 밑거름이 된다.“긴 공장의 밤, 시린 어깨 위로 피로가 한파처럼 몰려온다/ 두 알의 타이밍으로 철야를 버티는/ 시다의 언 손으로 장밋빛 헛된 꿈을 싹둑 잘라/ 미싱대에 올린다 끝도 없이 올린다/ 미싱을 타고 장군같이 미싱을 타고/ 갈라진 세상 하나로 연결하고 싶은 시다의 꿈”- ‘시다의 꿈’ 부분전태일이 분신한 지 15년 세월이 흘렀으되, 변하지 않는 노동조건과 생활고. 박노해는 “파리한 이마 위로 새벽별 빛난다”로 시를 맺으며 다가올 날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전환하여, 오늘날 상당수 노동자가 외주기업 하청 노동자로 전락한다. 그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17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해마다 1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죽음의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 세상은 무너지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람이 사람값을 온전하게 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일회용품이 아니라, 세상을 구성하는 소중한 일원으로 수용될 때만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선진국 대열에 오를 것이다.전태일이 분신한 지 50년 세월이 흘렀다.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룩한 성취도 대단하지만, 그 뒤에서 소멸해간 숱한 생명과 인연과 관계를 생각할 때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그것을 어린것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인 과제가 아닌가 한다.

2020-11-11

필요한 건 당신 근처에

빈티지 물건을 좋아한다. 공장에서 생산된 각 잡힌 새 상품보다 사람의 손을 타고 구겨진 것들에 더 매력을 느낀다. 연식이 오래된 물건을 만나면 너는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니, 하고 질문하고 싶어진다.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이 시공간을 타고 이리저리 흘러 내 앞에 나타나는 일. 그건 일종의 운명적 만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스무 살 무렵에는 광장시장이며 동묘를 습관처럼 방문했고,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면 벼룩시장에 들르는 코스도 빼놓지 않았다. 그곳에는 별별 것들이 다 있었다. 다양한 물건들은 편안하고 익숙한 감각과 함께 자신을 알아봐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멀쩡한 것들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슬프기도 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이 태어나는 세계 속에서 오래된 물건만이 가지고 있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고. 어쩌면 나 역시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감상에 빠지면서.중고물품을 피하는 사람 중에서는 모르는 이가 썼던 물건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게 만약 평생을 불운하게 살았던 사람의 접시면? 죽기 전에 입었던 코트면? 하지만 그런 것쯤은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인생에는 행운보다 불운이 더 자주 찾아오고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니. 나는 중고서적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뻣뻣한 종이의 질감보다 누렇게 변색하여 버석버석한 느낌이 더 좋다. 떠오르는 생각을 적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새 책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읽다 문득 발견하게 되는 낙서도 어떤 설렘을 몰고 온다. 책장 귀퉁이의 고불고불한 글씨를 마주하며 손끝이 맞닿은 이의 막연한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그런 내게 ‘당근마켓’의 등장은 정말이지 반가운 소식이었다. 매일같이 온라인으로 열리는 동네 벼룩시장이라니! 그야말로 인터넷 공화국다운 면모가 아닌가.다양한 중고거래 앱이 있지만, 그중에도 당근마켓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월간 실 이용자 수 800만 명을 끌어모으며 현재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이유로는 단연 거래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들 수 있다.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을 줄인 말이다. 이용자가 사는 지역에서 앱을 접속해서 GPS 인증을 받으면 가까운 이웃과 소통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이들끼리 중고 물품을 사고팔 수 있으며 동네 생활에 대해 잡담을 나누고 숨은 맛집이나 편의시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도 있다. 특히 당근마켓의 주목할 점은 거래의 지역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존의 온라인 중고 장터와의 확실한 차별성이 보인다. 집 근처의 이웃을 직접 만나서 거래하기 때문에 물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직거래 시스템은 중고 거래의 고질적 문제였던 사기 피해의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 사용 방법도 간편하다. 가입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끝이다. 그렇기에 뭐든 부담 없이 매물로 올릴 수 있다. 정말 이런 걸 산단 말이야? 하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지만, 정말 사는 사람이 있다. 그건 내가 보장할 수 있다.내가 처음으로 당근마켓에 판 물건은 머리핀이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나니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물건이었다. 평소였다면 어느 구석에 처박아놓거나 쓰레기장에 버렸을 것이다.나는 머리핀을 깨끗하게 닦은 뒤 사진을 찍어서 당근마켓에 올렸고 몇 시간 만에 거래하자는 연락이 왔다. 근처 지하철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사이에서도 구매자의 모습은 한눈에 들어왔다.“저 혹시 당근…?” 쭈뼛쭈뼛 다가가니 “네. 당근….”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머리핀과 현금을 교환했다. 나는 그 돈으로 와인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머리핀을 와인과 바꾸다니.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교환의 경험이었다.과거의 나는 물건을 깨끗하게 쓰는 편이 아니었다. 어차피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 좋고 튼튼한 상품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절약이었다. 하지만 중고거래를 일상화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내가 구입한 물건을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가 다시 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내 습관에도 사소한 변화를 불러왔다. 내가 완전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다는 가치관이 정립되자 어떤 것이든 허투루 대하지 않게 되었다.누군가에겐 필요 없어진 것이 내겐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당근마켓은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에도 좋다. 중고 상품의 메리트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 새 상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거래를 하다 보면 이따금 사탕꾸러미나 ‘잘 사용하시길 바라요’ 하는 쪽지같이 달콤한 선물을 받기도 한다.그런 다정한 마음을 받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다. 맞아, 우리는 근처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지, 하는 당연한 사실이 떠오른다.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이 성큼 가깝게 다가오게 된다.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무엇보다 중고 거래는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소비다. 우리는 현재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환경문제는 실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창문을 열면 마주하는 미세먼지와 급격한 기후 변화는 인류가 지구에 발 디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문처럼 여겨진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점령하고 해양생물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슴 아파하는 와중에도 어디선가 쓰레기는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특히 SNS는 거대한 백화점이나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에 전시된 인플루언서의 삶의 방식이나 유명 유튜버의 ‘쇼핑하울’은 매일같이 새로운 소비를 부추긴다. ‘이 물건이 당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카피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는 소비 이후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나를 설레게 했던 상품이 하루아침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숨 쉬고 있다.실제로 당근마켓에서는 중고거래로 인해 누적 19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 감소 효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자원의 재순환으로 환경을 보호한 좋은 사례다. 서로가 서로의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물건을 공유하는 것. 이런 행동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타인이 사용했던 상품을 단순히 ‘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윤리적인 것’이라고 여기는 의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를 토대로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환경오염의 문제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 소비에 관하여 골몰해 보아야 한다. 갈수록 소비는 편리해져 간다. 손가락 하나로도 값비싼 제품을 뚝딱 결제할 수 있다. 찰나의 순간에 내 몫의 거대한 물건을 떠안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늘 의식적으로 경계하며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의 틈새를 걸어가야 한다. 내가 행하는 소비가 합당한가. 이 욕망이 정말 내 것이 맞나. 날카롭게 질문을 던져보자. 필요한 건 항상 우리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2020-11-10

예술문화의 새로운 모색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계절,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물들어 갈까? 사회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침체된 나날 속에 몸과 마음의 푸른 멍처럼 여전히 침울의 일상을 허우적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환경이나 여건변화에 따른 이른바 ‘뉴노멀 시대’를 맞아 적응과 자구책으로 새로운 삶의 방편을 찾고 있다고나 해야 할까? 언제 끝날지도 모를 희대의 감염병에 노이로제처럼 시달리면서도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과 처세의 슬기를 발휘하는 듯하다.그 중 필자는 문화와 예술에 주목한다. 몸이 힘들고 지쳐가도 마음이 안정되고 평온해지면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 불안과 조바심의 나날이지만, 정서적인 위안과 순화를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을 통해 사람들은 적으나마 치유와 위무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시로 미술관을 찾거나 온라인 전시장엘 접속해 작품 감상과 해설을 들으며 어수선한 현실을 극복하는지도 모른다. 집중과 몰입의 시간 속에서 나름 잊을 건 잊고 살릴 건 살리는 성찰과 정리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말에 열린 다섯번째 ‘2020 포항호텔 아트페어’는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치뤄지면서 미약하나마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보여진다. 포항작가 뿐 아니라 타 지역 유수의 작가들이 참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종전의 호텔 객실을 갤러리로 활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을 통해 작품과 시민들을 연결했다. 이러한 시도는 예기치 못한 난국을 마냥 피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현실적인 대안과 전환점으로 미술계를 지켜 나가려는 신선한 바람으로 여겨진다.정부의 방역 기준에 맞춰 작품들은 직접 보고 참여할 수 있어서 시민들의 전시, 문화향유 욕구에 숨통 같은 작용을 했다고나 할까? 겉모습만 보여주는 거울에 비해 속마음을 비춰주는 그림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미술을 가까이하고 문화예술을 누릴수록 여유로운 마음으로 윤택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예측불가한 미래와 비대면 시대에 직면해서 미술계도 새로운 변화와 지향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술작품도 IT기술을 접목해 아카이브적인 콘텐츠로 보급시켜 향수층을 늘리고 미술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시장이나 작업실에서 기다리는 작품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를 스스로 기획, 생산하여 유투브나 전자게시판, SNS 등으로 전파, 활용하는 생활미술 작품으로 다변화시켜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On Tact)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예술작품의 융·복합을 통한 표현양식의 확장, 공동작업의 방향성, 탈모더니즘에 대한 해석의 다양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함께 느끼며 즐길 때 예술문화가 한결 활성화될 것이다. 예술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보다 친근하고 향기로우며 따스한 사랑과 행복의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다.

2020-11-10

‘눈치’ 보는 세상

서수백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과새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내 키만한 녹보수 한 그루를 거실 한편에 들여 놓았다. 그간 여러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나에게 주었던 그 많은 화초들을 살피지 못하고 말려 죽이고 말았던 무책임하고 게으른 내가 아니었던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또 다시 잎이 무성한 식물을 집에 들여 놓은 것은 실내 공기 정화의 효과도 있다고 하고, 녹음을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녹색을 많이 보는 것이 와병(臥病)을 줄인다는 어느 의학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도 의식을 했던 듯싶다. 순전히 내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식물원 주인이 나에게 물은 자주 줄 필요는 없고 열흘에 한 번씩만 주면 된다고 했다. 수월하게 집안에서 녹음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층 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역시 나는 열흘에 한번 물 주기, 그 수월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멀지도 않은 곳에 있는 한 그루 나무인데도 말이다. 어느 날 녹보수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무성한 잎들이 지칠 대로 지쳐 축 쳐져 있었다. 그제야 나는 얼른 물 한 바가지를 떠와 나무에 주었다. 더 놀란 것은 물을 준 지 불과 몇 분이 지나서 지친 잎들이 모두 힘 있게 일어나 푸르른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왜 그토록 감정이입이 되던지…. 식물도 생명이 있으니 당연한 현상인데 내가 너무 감상에 취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내가 ‘눈치’가 없었다. 누군가는 날더러 ‘눈치가 백단’이라고 하는데 왜 지쳐가는 나무에 대해 나는 눈치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간의 내가 본 ‘눈치’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자존감을 불어 넣는 기분 좋은 격려다. 그런데 이 말이 문득 우리를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로 더욱 빠지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더욱 예민해지는 듯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욱 몰입되어서 심리적인 폐쇄성은 더욱 커져가는 듯하다. 모두가 눈치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치’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다. 나 자신의 안위와 편리를 위한 눈치보다 힘겨움과 곤란함을 외치고 있는 주변에 눈치를 발휘해야 한다. 나한테 무익한 일이라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내 자신 내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외면하는 습관적 가치관이 우리의 지혜로운 눈치를 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그 눈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가지는 노력을 하자. 정치인이, 공직자가, 교육자가, 부모가, 자식이, 청년이, 청소년이, 우리 각자가 이타적 눈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가치 있는 눈치를 많은 사람들이 가질 때 우리 사회에 녹음의 빛이 골고루 퍼지고 날로 건강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익과 성과의 중심을 ‘이타(利他)’에 두는 ‘눈치 있는 삶’, ‘눈치 보는 삶’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큰지 녹보수 한 그루에서 느꼈다.

2020-11-10

코로나發 기부한파… 온정의 손길에 동참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불경기까지 겹치자 기부와 봉사 활동이 크게 줄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곧 불어닥칠 겨울 한파를 생각하면 저소득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벌써부터 걱정이 아닐 수 없다.포항지역 연탄은행에 따르면 예년이면 벌써 시작돼야 할 연탄기부 행렬이 올해는 매우 저조하다. 포항지역 기업과 사회단체로부터 전달된 포항지역의 기부연탄은 현재 4천250장에 불과하다. 작년 겨울동안 기부받은 연탄 10만장을 생각하면 올 겨울나기 까마득해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연탄은행마다 비슷하다. 전국에 연탄을 땔감으로 쓰는 가구는 10만가구 정도이나 이 중 절반 정도가 해마다 자원봉사자에 의해 전달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실적이 저조해 연탄은행 관계자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포항의 경우 연탄사용 가구의 60∼70%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정 등 저소득 취약계층이다. 이 가운데서도 절반 정도는 도움의 손길이 절박한 가구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연탄 1장 값이 800원이고 배달료를 포함하면 1천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어 서민들의 겨울난방 비용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우려해 연탄배달에 직접 나서 봉사활동을 했던 자원자의 발길도 끊어진 상태라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민의 겨울나기가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게 된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이웃에 대한 온정의 손길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사랑의 온도탑 등 해마다 벌이는 이웃사랑 운동도 본격 전개될 예정이지만 코로나19가 몰고온 기부 한파 등으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기부문화는 사회 공동체 정신이다.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많은 사람이 돕는다면 작은 기부일지라도 어려운 우리의 이웃을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일수록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가져야 한다.연탄은행에 불어 닥친 코로나발 한파가 연탄은행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지역사회가 어려운 이웃돕기에 발벗고 나선다면 우리사회는 따뜻하고 온정이 넘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와 함께 불어닥친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20-11-10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정책 긴급 진단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미국의 대선은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박빙의 6개 경합지구 중 펜실베이니아와 네바다 선거인단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법적 소송으로 대응했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 6선의 상원 의원, 부통령 8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가정적으로는 심각한 불행을 겪은 정치인이다.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고, 아들마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번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하고 78세에 46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펼쳐질까. 그의 대북 정책을 미리 진단해 본다.민주당 바이든의 대북 정책의 기조는 트럼프와는 분명히 다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폈다.‘전략적 인내’라는 슬로건으로 북미 관계는 한 발짝도 진전될 수 없었고 남북관계마저 단절되었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 중 독재자 김정은에게 유화적인 트럼프의 대북 협상자세를 비난했다. 지난달 바이든 보좌관 출신 북한 전문가는 서울을 방문하여 당시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태도가 북한에 대한 불개입, 무시 정책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그의 대북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접근 방식은 트럼프와는 다르다. 트럼프가 정상 간의 탑다운 방식을 선호했다면 그는 바텀 업(bottom up)방식을 채택할 것이다. 트럼프가 외교적으로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했다면 그는 실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할 것이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 중 북한이 핵 역량을 감소한다면 북미 정삼회담도 할 수 있다는 발언도 하였다. 그러므로 바이든은 북미간의 위로부터 일괄 타결보다는 아래로부터 단계론적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역시 주고받기 식 단계론적 원칙을 선호하여 북미회담의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바이든의 대한 정책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는 그간 한국정부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여 우리를 압박하였다. 기업인 출신 트럼프 특유의 이익확보 협상 전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방위비 문제로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한미 간 현안인 주한 미군 문제, 전작권 회수, 한미 합동 군사훈련 문제 등을 한미 동맹의 결속차원에서 해결할 것이다. 상원 외교 위원장 출신인 그는 최소한 트럼프 식 동맹국에 대한 ‘후려치기 식’협상은 지양할 것이 분명하다.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정책은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과거처럼 이 기간을 참지 못하고 핵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다면 북미관계는 다시 경색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문제에 관해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자제한다면 북미간의 협상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실을 것이다.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의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다르지 않다. 문제는 임기 말의 문재인 정부는 시간이 부족하다. 46대 대통령 바이든의 대한반도 정책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2020-11-10

‘월성 원전’ 수사 방해… ‘무법천지’를 원하는가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수사에 대한 여권(與圈)의 막무가내식 중단압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정치 수사로, 검찰권 남용이다.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검찰의 국정 흔들기”라고 규정했다. 국가의 공평무사한 검찰권이 백척간두에 오른 느낌이다. 온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 요량이 아니라면 여권은 일체의 겁박을 당장 거두는 것이 옳다. 대전지검은 감사원 감사결과 이첩과 고발장 접수에 따라 지난 5일과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감사원이 보내온 조사 자료는 조직적 문서 파기 등 피의사실과 증거가 자세히 적시된 고발장 수준의 자료”라고 수사 착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감장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밝힌 공무원들에 의한 ‘수백 건의 자료 파기’ 진술 하나만으로도 발 빠른 검찰수사는 오히려 칭찬해주는 게 맞을 일이다.그러나 민주당은 “윤 총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본인과 조직이 아닌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야당의 고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각하감”이라고 해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탄식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감찰 카드에 더해 법무부가 총장의 특활비 배정권을 아예 빼앗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검찰의 압수 수색은 어디까지나 법원이 수사의 근거를 인정하고 영장을 발부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수사를 뭉갰다면 오히려 명백하게 검찰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검찰의 정치 행위’로 규정하고 난리를 치는 게 이제는 일상화된 느낌마저 든다.서울대·카이스트 등 18개 대학의 공학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대자보 ‘현 정부의 월성 원전 기획 살인 사건’을 전국 107개 대학에 붙인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섣부른 ‘탈원전’이 문제이지만, 무리한 정책을 위해 판단자료를 조작하고 파기한 공직자들의 범죄는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기강이 참으로 위태롭다.

2020-11-10

노익장 대통령

유엔이 전 세계 인류의 평균 수명을 측정해 새로운 연령 분류표를 만든 적이 있다. 18∼65세까지를 청년, 66∼79세까지는 중년이다. 노년은 80∼99세며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이라 했다. 사람의 평균 수명과 체질,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정립한 새로운 연령 기준표라 하겠다.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사람의 수명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익장이라 부를 만큼 노년층의 활약이 사회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의 노익장이 유난히 돋보이는 시대다.미국의 46대 대통령 당선인인 조 바이든의 나이는 78세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보다 8살이 더 많다. 43세로 최연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던 케네디보다는 무려 35살이나 많은 나이다.정치 지도자의 나이는 한 국가의 국정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다. 나이가 많으면 체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며 활동력도 감소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 지구상은 70대 지도자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72)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5),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1), 아웅산 수지여사(75) 등 많은 지도자가 고령에도 맹활약을 한다. 가까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나이도 80세다.건강만 하다면 지도자의 나이는 문제가 될 것이 별로 없다. 산전수전을 경험한 노련함과 다양한 경험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바이든은 고령에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대통령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좋아진다는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아주 적합해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0

원형(原型)의 울림

칼융의 심리학에 따르면, 무의식의 세계는 집단무의식, 즉 여러 원형(Archetype)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동 유형이며, 신화와 종교의 원천이기도 하다. 여러 원형들 중에는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가 있다.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이고,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적 요소이다.예를 들면, 남성의 마음에 ‘아니마’의 원형이 작용하는 경우, 그 남성은 꿈에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보거나 매혹되거나 한다. 혹은 여성의 사진이나 회화 또는 실재의 여성에게 갑자기 끌리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아니마’의 원형이 작용하면 여성의 상·이미지가 남성의 마음속에서 큰 의미를 가져 온다. 이러한 여성의 ‘이미지·상’을 ‘아니마의 상’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상·이미지를 ‘원형의 상’으로서 나타내 보인다. 물론 ‘원형의 상’은 인물의 상에 한정되지 않으며, 모든 사물에도 나타난다.이와 같이 원형이 마음에 작용하면 자주 패턴화 된 ‘이미지’ 또는 ‘상’이 인식되고, 마치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또한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사로잡혀 버린 것처럼 갑자기 특이한 해방감을 경험한다. 이런 순간, 개인이 아니라 대상에 종속이 되어 빠져들며, 모든 인간의 소리가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것이다.(‘The Collected Works of C. G. Jung’ 부분인용) /강순원(사진작가)

2020-11-09

모르는 게 약

최경하씨퇴근길이었다. 감포 고갯길을 막 들어서는데 늙수레한 산골 아저씨가 팔을 흔들며 차를 세웠다. 가까이서 보니 늦가을 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금방 날이 어두워지겠다 싶어 차 문을 열었다.그는 타자마자 무안할 정도로 굽실굽실 거리며 인사를 했다. 요 고갯길 너머 동네에 산다면서 들통 하나를 발 사이에 놓고 양발로 꽉 잡았다. 이곳에는 버스가 자주 없어서 가끔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신세를 진다고 했다. 만약에 타고 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절대로 책임을 안 지게 한다며 묻지도 않은 일에 손사래를 치면서까지 설명했다.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이제야 한숨을 돌렸는지 힐끔거리며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쳐다봤다. 차분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얼굴하고 꼭 닮았다며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인사를 또 시작했다.듣는 순간 속이 뜨끔했다. 과속하다가 접촉 사고를 낸지 불과 며칠 사이였다.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를 출퇴근 하다 보니 자질구레한 자동차 문제가 가끔 발생했다. 출근시간을 간당간당 맞추며 다니는 습관 때문에 운전을 급하게 했다. 늘 혼자만 타고 다녀서 옆자리에 배려할 일이 없으므로 운전을 거칠게 하는 버릇도 있다. 그런데도 멋모르고 하는 칭찬을 들으니 속으로 우습기도 하고 그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고개를 넘어서자, 그는 서서히 내릴 준비를 했다. 똑바로 보이는 저 언덕위에서 잘생긴 소나무 앞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들통 뚜껑을 툭 치면서 한번 들썩거려 보더니 얼른 다시 닫았다. “이놈들이 벌써 겨울잠 자러 들어갔는지 없어서 늦도록 잡았네.” 라며 밑도 끝도 없는 혼잣말을 했다. 억지로 한통 채운다고 저녁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둥, 뱀탕집에는 내일 아침에 넘겨야겠다는 둥, 중얼중얼 희귀한 말만 계속했다.그럼 저 들통 속에 뱀이 와글와글 하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하마터면 운전대를 놓칠 뻔했다. 말문은 이미 탁 막혔고, 불과 백 미터도 안 남은 거리를 두고 백리 길을 가는 듯 했다. 온몸이 오글거려서 도착하자마자 얼른 내리라며 다그쳤다. 그는 잘 타고 왔다는 인사말과 함께 혹시나 싶은지 내리던 발을 이쪽저쪽 들어보며 차 밑을 유심히 살폈다. 유유자적 걸어가는 뒷모습은 마치 뱀이나 산나물이나 똑같다고 여기는 사람 같았다.누군들 뱀을 좋아하랴. 산을 오르다 지나가는 뱀 꼬리만 봐도 간담이 서늘하거늘 한동안 기분이 언짢았다. 온갖 뱀이 생각났다. 어느 날 군견이 수색을 하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는 뉴스가 떠올라 다시 가슴이 내려앉았다. 뱀 그림이 있는 하얀색 셔츠를 입고 도마뱀에게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는 파충류 학자 얼굴도 생각나서 눈을 질끈 감았다. 좁은 차 안에서 바글거리는 뱀과 함께 드라이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는 게 병이 됐다.어느 군인의 입담이 떠올랐다. 동료 한 명과 야간 보초를 마치고 막사로 가는 길목에서 바닥에 떨어진 닭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달밤에 누가 볼세라 얼른 주워 막사 뒤로 가서 둘만의 비밀로 그것을 삶았다. 어찌나 구수하고 담백하던지 정신없이 뜯어 먹었다고 했다.다음 날 아침, 간밤에 먹었던 닭이 생각나서 뼈다귀라도 한 번 더 감상하려고 슬슬 가보았다. 그런데 뼈다귀 주변에 허연 밥풀이 눈송이처럼 흩어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불어터진 구더기였다. 닭 속에 가득 찬 구더기까지 뜯어먹으면서 툭툭 흘린 것이었다. 순간 군인은 심한 구토와 함께 그 후로는 닭고기를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모르는 게 약이었다.그나저나 고민이다. 앞으로 이 고갯길에서 사람을 태우나? 마나? / 최경하(경주시 현곡면)

2020-11-09

‘마음챙김의 시’

‘마음챙김의 시’표지.좋은 글이나 마음에 와 닿는 시를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마음 따뜻한 오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나는 류시화 작가가 최근 엮은 ‘마음챙김의 시’라는 책을 읽으며 어떤 시가 나에게 왜 와 닿는지를 이야기하였다. 친구는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도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선택해서 엄마에게 낭독을 해달라고 하였는데, 그 낭독한 음성파일을 내게 보내 왔다. 이제 막 변성기가 온 아이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시는 ‘눈풀꽃’이라는 시였다. 겨울이 채 끝나기 전 이른 봄에 피는 수선화같은 흰색꽃이다.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사춘기 아들과 친구의 지난 세월의 일상들이 한 순간에 눈앞에 떠올랐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눈풀꽃’이라는 시를 쓴 시인이 20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한 시집은 단 한 권도 없고, 류시화 작가의 책에서 소개한 게 전부인 ‘루이스 글릭’이라는 여성시인에 대해 검색을 하고 친구와 카톡으로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예측불가능한 대위기의 시기에 고립, 단절, 불안, 고독 속에서도 소생하려는 생명의 의지를 잘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삶의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고 시를 통해 이를 넘어서는 회복력으로 자연과 일상 속에서 녹아내는 글릭의 시가 나에게도 깨달음을 준다.류시화 작가의 글들을 너무 좋아하여 책이 닳도록 읽기를 반복했던 류시화 작가의 책이 마치 오래된 내 친구 같다. 마음 한 켠에 와 닿는 시 하나가 나에게 울림이 되고 위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류시화 시인은 “시를 읽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진실한 깨달음이 시의 문을 여는 순간이 있다!”라고 했다. 2005년도 출판된 류시화 작가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아직도 꺼내 읽기를 반복한다. 15년이 지나도 진실한 깨달음의 순간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이다. 책을 펼쳐 호시노 도미히로의 ‘일일초’를 읽었다.‘일일초’오늘도 한 가지슬픈 일이 있었다.오늘도 또 한 가지기쁜 일이 있었다.웃었다가 울었다가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부드럽게 감싸 주는헤아릴 수 없이 많은평범한 일들이 있었다.호시노 도미히로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체육 교사였던 그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기계체조를 가르치다 철봉에서 떨어져 전신마비로 장애라는 절망의 나락에서 평범함의 소중함을 깨닫고 ‘일일초’란 시를 썼다고 한다. 오늘도 나는 한 편의 시를 통해 오랜 친구와 진실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삶의 평범함이 이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를 보낸다. /김예원(경주시 양북면)

2020-11-09

시절인연(時節因緣)

떨켜를 준비하는 나무에 가을바람이 분다. 어쩔 수 없이 남은 잎을 떨구고 새잎을 준비하는 자연의 섭리란 우리의 인연들과도 닮아있는 것 같다. 지난 여름은 소란과 정적 속에서 한 시절이 갔다. 어찌 됐건 만인이 그리워하는 가을의 초입에서부터 나는 지금 추녀가 되고 싶어 설레고 있다. 어느 해 보다 길고도 지루한 여름날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던 지난 계절의 꽃들과 사람들. 어쩌면 시절인연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존재를 기다리며 벌써부터 기쁨에 젖는다. 그들과의 해후는 설레면서도 얼마나 소망하고 갈망한 시간들이었나 생각해 본다. 평소에 너무 가까이 있어 느끼지 못했던 아쉬운 정도 그러하겠지만 아무튼 보고 싶은 마음이 호수만 한 것은 틀림이 없다.가만히 그동안 만나왔던 여러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만난 사람들, 또는 남편 회사와 관계된 만남도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니 어느 순간 떠나간 사람도 있고 까마득히 잊은 사람도 있고 그대로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떠나갔지만 고마웠고 좋아서 생각나는 사람도 있다. 여러 동아리에서도 어쩌면 필요에 의해 만나고 스치고 지나간 인연도 많다. 그러나 필요에 의하지 않았어도 오래 함께한 사람도 있고, 어떤 이유에서건 떠났다가 다시 만난 사람도 있다. ‘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를 말고’라는 시절인연 노랫말이 생각난다.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돼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킨다. 즉 때가 되어야 인연이 합한다는 불교 용어로서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는 그것을 시절인연이라고 한다.이번에 만날 사람들은 가을에 잎을 떨굴, 봄여름 수고한 나무들과 가을에 피어날 꽃들을 함께 기다리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다. 단풍과 무채색과 가을 하늘을 빛낼 하얀 억새까지. 그것은 멀리에 있어도 오래 소통하지 않았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우정과도 같은 것. 시절의 인연들은 나뭇잎 하나라도 다 쓸모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요즘을 버티고 살아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또는 내가 응원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첫사랑이 떠나가는 것도, 좋은 관계였던 사람들이 떠나간 것도 슬퍼하거나 서운해하지 말일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야 할 인연들은 만날 것이고 굳이 붙잡지 않아도 떠나갈 인연은 떠나는 것이니 섭섭함에 울지도 말아야할 것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다정한 시절인연이 다가 올테니…. /김은희(포항시 남구 대이로100)

2020-11-09

아주 작은 인연에도 부처님이… 보은 법주사 복천암(福泉庵)

속리산의 주말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법주사 선원에서 동안거에 들어가셨던 스님의 부름이 없었다면 감히 차로 들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할 곳이다.차로 옮길 짐이 있어 인파를 헤치며 들어서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번이나 검문 받듯 상황을 설명한 후에야 비상등을 켜고 나아갈 수 있었다. 법주사에 대한 기대감보다 특혜를 누리는 듯한 불편함이 무겁게 가슴을 누른다.법주사 뒤편에 자리한 선원에는 인적조차 없어 몸과 마음이 조심스럽다. 동안거가 끝났지만 여전히 선원을 지키며 수행하는 스님들이 계셔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먼 길 온 내게 법주사 공양을 대접하겠다는 스님의 말씀에서 가을 향기가 난다. 스님은 법주사에 처음 온 나를 배려해 지름길을 두고 천왕문 쪽으로 이끄신다.샛노랗게 물이 든 은행잎들의 황홀한 잔치판에 시린 눈을 뜰 수가 없는데 스님의 걸음은 무심하게도 빠르다. 카메라에 법주사의 가을을 마음껏 담고 싶다. 모처럼 서 보는 거대한 사천왕상 앞에서 잠시 세속의 때를 씻어내고 싶다. 국보급 문화재들도 둘러보고 싶은데 스님의 걸음은 흐트러짐이 없다.사진으로만 보던 팔상전을 몇 번이나 힐끔거리며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는 스님을 놓칠 세라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공양간에는 사찰 일을 돕거나 스님을 친견하러 온 방문객들이 공양 중이다. 푸짐하고 정성들인 공양 앞에서 잊고 지내던 공양의 기도가 나를 위로 한다.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지키는 대웅보전의 고색창연한 위엄 앞에서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찾는다. 중층으로 이루어진 법당 안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로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이 봉안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삼존좌불, 그 인자하고 근엄한 눈빛이 나를 내려다보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스님의 부름을 받고 이곳까지 한걸음에 달려 왔는가. 화두처럼 와서 박힌다.인파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암자를 보고 싶다고 하자 스님이 산내 암자 중 가장 깊은 역사를 지닌 복천암을 소개해 주신다. 단풍과 등산객들로 활기가 넘치는 잘 닦여진 시멘트길이 우리를 안내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출렁거림을 따라 사람들은 걷고 있다. 인적 없는 시간 이 길을 오르면 내가 가야할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이 붐비는 세심정을 지나고 이 뭣고 다리 건너편 산비탈에 복천암이 보인다. 문장대로 향하는 거친 숨소리는 멀어져 가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느티나무 서너 그루가 처연한 자태로 복천암의 깊은 역사를 말해 준다. 이곳은 법주사의 암자로 신라 선덕여왕 때인 720년에 창건된 사찰이다.고려 공민왕이 극락보전에 무량수라는 편액을 친필로 썼으며, 세조는 이곳에서 신미 대사와 함께 3일 동안 기도드리고 목욕소에서 목욕을 하여 피부병이 낫자 절을 중수하도록 이르고 ‘만년보력(萬年寶曆)’이라 쓴 사각옥판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신미대사에게 왕사이자 혜각존자라는 호를 내리고 존경심을 표한 세조,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유되었을 세조의 아름다운 인연을 복천암은 간직하고 있다.이곳은 속리산의 배꼽에 해당하는 명당자리다. ‘나랏말싸미’ 영화를 접한 적이 없는 내게 산중에 계시는 스님이 영화에 비친 신미대사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수행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정세까지 두루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스님은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선방에서 수행만 하셨지만 어느 부분도 막힘이 없다.복천암은 여느 암자와는 달리 선원 뒤로 극락보전과 산신각이 숨어 있듯 앉아 있다. 절 이름과 관련 있는 복천수가 흐르는 바위 옆에 극락보전이 있다. 궁궐의 많은 어의들이 고치지 못한 세조의 병을 고친 복천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가을경치에 밀려 아미타삼존불이 쓸쓸히 법당을 지키고 있다.일반인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나한전 쪽을 스님이 안내해 주신다. 산신각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 조실 스님이 머무는 요사채와 나한전이 후원처럼 아늑하다. 기와를 얹은 작은 문 안으로 숨이 멎을 것 같은 오랜 기다림 하나, 남들이 드나들지 않는 문을 통해 나를 기다리는 부처님이 보인다.조낭희 수필가조용히 합장한 채 문턱을 넘지 못하는 나와 달리 스님은 벌써 긴 계단을 올라 나한전 문 앞에서 예를 갖추신다. 홀로 돌아앉은 이 쓸쓸한 고립의 풍경이 주는 울림은 크다. 가슴이 먹먹하다. 나한전 뜰 앞에 앉아 하나의 계절로 나투시는 부처님을 오래도록 뵙고 싶은데 스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사라지셨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경이로운 만남, 그 여운은 길 것이다.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후원을 빠져 나오는데 뜰 위에 놓인 조실 스님의 털신 한 켤레가 마음을 붙든다. 외롭고 고독한 수행, 거기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 하나 머문다. 화두가 풀린다. 하마터면 드러나는 현상에 취해서 이 가을을 송두리째 놓칠 뻔했다. 올 가을은 유난히 갈증이 심했다.나태해지거나 흔들릴 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지켜 주시는 부처님, 비로소 스님의 부름 속에 깃든 참뜻을 알아차린다. 무시로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인연들, 무심히 걸어가는 스님의 뒷모습이 가을보다 아름답다.

2020-11-09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서명한 불공정 계약서

다방면에 탁월한 학식을 겸비한 인물을 ‘만능인’이라 일컫는다.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에 편중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한 지성인, 요즘 말로 ‘통섭형 인간’을 가리킨다. 문화사적으로 볼 때 특히 15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 때 이런 유형의 천재들이 대거 출현했기 때문에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많은 천재들이 피렌체에서 출몰했지만 르네상스의 만능인하면 곧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가 대표적이다.레오나르도는 1452년 공증인 세르 피에로의 사생아로 태어나 열 네 살 되던 해 피렌체에서 명망 높던 미술가 베로키오의 공방으로 보내져 십년 동안 도제생활을 했다. 레오나르도는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보티첼리, 훗날 미켈란젤로의 스승이 된 기를란다이요 그리고 라파엘로에게 그림을 가르친 페루지노 등 르네상스를 이끌어갈 가장 재능 있는 미술가 후보생들과 함께 도제 생활을 했다.스무 살 되던 1472년 레오나르도는 피렌체 미술가 조합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출중한 그림 실력뿐만 아니라 명민함으로 인간과 자연을 통찰한 레오나르도였지만 직업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화가로서의 명성을 만방에 알릴 걸작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한 궁핍함에 쪼들린 나날을 보냈다.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1481년 산 도나토 수도원에서 제단화 한 점을 의뢰해 왔다. 그런데 작품 제작을 위해 수도원과 레오나르도가 맺은 계약 내용이 결코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에는 미술가와 의뢰자의 책임과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예컨대 작품 제작비용과 지불 방법 그리고 기한, 계약 파기 시 책임소재 등과 같은 내용이 계약서에 언급이 된다. 더불어 작품의 품질 보증에 대한 언급도 중요한 부분인데, 제작 공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물론, 단가 절감을 위한 속임수를 막기 위해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도 빠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나토 수도원과 레오나르도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에는 이 같은 일반적인 사항들이 언급되는 대신 미술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들만 나열돼 있다.작품 대금을 현찰로 지급하는 대신 수도원이 소유한 땅의 일부분을 주겠다는 내용이나 30개월 내에 작품을 완성해야하며 이를 어길 경우 작품을 몰수하겠다는 등 화가의 책임과 의무만 기록돼 있다. 불공정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는 것은 레오나르도의 형편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것과 제대로 된 작품을 그려보겠다는 의지가 절실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수도원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계약 내용과는 별개로 나뭇단과 큰 장작 한 짐 그리고 밀가루 13ℓ와 적포도주 한 통이 화가에게 지급됐다. 레오나르도의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는 이미 정평이 나 있던 터라, 또한 변덕스러운 성격 때문에 제단화 완성에 차질이 있을까 염려가 되었던지 수도원은 독려 차원에서 특별히 28피오리노를 입금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오나르도의 제단화는 미완으로 남겨졌다. 이 작품이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한 미완의 걸작 ‘동방박사의 경배’이다.비록 미완으로 남긴 채 화가는 붓을 놓았지만 화가의 어느 작품 못지않은 탁월한 걸작 중에 걸작이다. 미술에 과학적 탐구 정신을 불어 넣은 레오나르도의 위대한 예술 정신이 전혀 부족함 없이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완성작 보다 미완의 작업에 다른 다원의 고양된 예술 혼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완벽한 상(像)은 관념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완성된 어떤 작품도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품에 남겨진 미완의 흔적들은 감상자의 인식작용을 통해 보다 완벽에 가깝게 그려질 수 있다. 의도되었건 그렇지 않건 미술의 본질이 물질적 완성이 아니라, 완전한 아름다움에 다다르려는 예술정신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0-11-09

성선설(性善說)과 백당기(白堂記)

강희룡 서예가노자는 백색의 맑음을 알아야 흙색의 혼탁함을 지키며, 맑음을 지키면서 혼탁함을 조화시키는 것이 온전한 도리라고 했다. 이 흰색의 앎이 귀한 이유는 장차 그 앎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백색은 채색의 바탕이기에 백색이 아니면 채색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백색은 채색을 수용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채색이 끝난 다음에도 백색이 아니면 다시 담박하고 꾸밈이 없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문장이나 일을 꾸밀 때 ‘희게 하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색깔로 보면 채색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으나 채색은 반드시 흰색을 바탕으로 시작하고 또한 마무리해야한다.구한말 독립운동가 수당 이남규 선생의 저서 수당집에 ‘백당기(白堂記)’가 수록돼 있다. 이 글은 윤장이 남산 밑에 집을 지어 서재로 삼고 그 처마에 ‘백당’이라는 편액을 달아 내걸면서 수당에게 백당에 대한 기(記)를 써달라고 부탁해 지은 글이다.“일반 사람들은 오로지 채색을 취하지 백색을 선택하지 않는데 그대는 오히려 채색을 버리고 백색을 취했다. 이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고상한 자질을 알고 숭상해 그 취할 것을 아는 군자라고 할 수 있다. 바라건대, 그 고상한 자질을 온전히 지켜서 백색을 취한 뜻을 잃지 말라. …. 이미 마음이 맑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나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남들의 시기가 모여들 수 있다. 남들의 시기란 세상 바깥의 일이기에 실제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여 어찌 이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방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고도 온전히 천성을 지킨다는 것은 성인의 지혜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형산의 옥에 비유하면 바탕이 맑고 찬란해 진실로 천하의 백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박석(璞石·옥돌)에 싸여 땅속에 묻힌 채 세상에 나와도 한 번도 스스로를 드러내 뽐낸 적이 없기에 백색의 맑음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을 드러내고 형체를 노출시켜 스스로 백색의 맑음을 발했다면 거친 자갈과 돌들이 흠을 낼 텐데 어떻게 온전한 모습을 지킬 수 있겠는가. 흰색의 맑음을 지키면서 검정의 혼탁함을 조화시킨다면 그 모습을 온전히 지키는 도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한 것’이라고 기록된 맹자 등문공상(6ED5文公上)의 성선설을 근거로 볼 때, 천성(天性)의 맑고 깨끗함을 멀리하고 오욕의 혼탁함과 뒤섞여 살고자 한다면 스스로의 삶을 더럽혀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들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위정자를 비롯한 공직자들은 그 속마음을 국민들에게 숨기지 말고 드러내야 하며, 자신의 뛰어난 재지(才智)와 공(功)은 박석같이 바위 속에 숨겨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없게 해야 한다.비리를 감추려는 어설픈 임기응변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위정자가 남은 올바른 삶의 시간을 고민한다면 흰색의 맑음의 유지는 반드시 새겨야 할 좌우명이다.

2020-11-09

체벌과 아동학대

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최근 부모의 체벌로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의하면, 2019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건 수는 3만45건이다. 학대행위자로는 부모가 2만2천700건(75.6%)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친부가 1만2천371건(41.2%), 친모가 9천342건(31.1%), 계부가 557건(1.9%), 계모가 336건(1.1%)으로 나타났다.학대행위자의 연령은 40대가 1만3천186건(43.9%), 30대가 8천88건(26.9%), 50대가 4천630건(15.4%), 20대가 2천505건(8.3%) 순으로 많았다. 통계로 미루어 보건대, 영아기부터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에 의한 학대가 아동학대 대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2019년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에 이른 사례는 총 43건이며 이 중 영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동이 35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갖고 있으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출생 직후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양육자의 보살핌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성장기 동안 양육자로부터 분리된 자아의식이 생기고 독립에 대한 요구가 있더라도 여전히 양육자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데,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할 때 학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인권 의식의 부재, 훈육 방법에 대한 지식과 기술의 부재, 아동학대의 세대 간 되물림 등 아동학대의 원인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의식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민법 915조에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있고 지금까지 대법원에서도 친권자의 징계권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훈육을 이유로 아동학대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친권자의 징계권을 민법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이 지난달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다.경북도는 올해 포항과 경주, 구미 등 7개 시군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8명을 우선 배치하고 내년에는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경험하며 성장한 세대는 체벌 없이도 자녀훈육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의구심에 답하자면, “가능하다”이다(필자의 이전 칼럼 참조).힘에 대한 복종을 가르치는 체벌은 자녀가 책임감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 되지 않는다. 학대의 범위는 시대나 문화마다 다양할 수 있지만 아동은 성인의 보살핌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약자라는 관점에서 학대의 범위를 보다 넓게 바라보고 이 문제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성인이 아동에게 하는 언행이 적절한가는 역지사지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2020-11-09

바이든 당선이 우리 정치에 던지는 교훈

우여곡절 끝에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Joe Biden)이 당선됐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으로 지구촌 최강국 미국의 정치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바이든의 승리는 우리 정치에도 많은 교훈을 던진다. 트럼프의 ‘분열정치’를 심판하고 바이든의 ‘통합의 정치’를 선호한 미국 국민의 선택은 우리 정치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목이 적지 않다. 제대로 보고 올바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를 미국과 비(非)미국으로 나누고 국민을 흑-백, 빈-부로 갈라치는 방식으로 지지자들을 규합해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방식의 트럼프식 장사꾼 정치로 인한 폐해는 심대하다.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철저한 톱다운(Top-down)방식의 의사결정이 남긴 부작용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세계와의 동맹과 조약 관계도 장사꾼의 셈법으로 해석하고 접근해 갑질을 서슴지 않은 트럼프의 외교정책도 지구촌의 두통거리였던 게 사실이다.바이든 대통령 시대의 개막은 한마디로 ‘미국정치의 정상궤도 회복’을 기대하게 한다.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 선언 연설의 핵심 메시지도 이 같은 목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바이든은 연설 앞부분에서 “우리가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국가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확약해 트럼프의 가차 없는 ‘미국 우선주의’에 시달려온 세계에 청신호를 보냈다. 특히 “미국은 단순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한 부분은 감동적이다.바이든이 연설에서 “나라를 분열이 아닌 단합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대목은 우리의 특별한 기억을 소환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언행은 물론 국가정책까지도 ‘국민 모두’가 아닌 ‘지지층’에 초점이 맞춰졌다. 온 나라가 이념과 세대, 빈부로 갈려 서로 대립하는 나라가 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화합’ 메시지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 우리도 극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정치’로 국민의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는 선진정치로 가야 한다.

202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