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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선율에 젖어

등록일 2021-11-01 19:11 게재일 2021-11-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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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산과 들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 가고 있다. 산천의 초목이나 들판의 곡식들이 제 나름의 빛과 색으로 형형색색 물들어가며 가을날이 깊어 가고 있다.

청록의 잎새들이 누르스름하게 변조되거나 발그스레하게 물들어가는 풍엽(楓葉)은, 어쩌면 내면의 소리와 울림을 조곤조곤 색조와 빛깔로 풀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빨갛게 타는 듯 일어나는 가을산의 단풍물결은 그리움의 밀어가 꽃불처럼 온 산에 울부짖듯이 활활 번져가는 것이 아닐까?

정갈한 햇살이 부서지는 알록달록한 단풍숲에 들면 정말이지 어디선가 꼭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에 빠질 때가 있다. 노란 은행나무 숲길에서는 꾀꼬리의 고운 목청이 은행잎 마냥 나풀거리며 우짖는 듯하고, 굴참나무숲에서는 길쭉한 갈잎의 서걱거림이 중저음의 첼로소리로 내려앉는 듯하다. 또한 앙증맞은 단풍나무 숲을 거닐면 오색찬란한 재잘거림이 영롱한 별빛 속삭임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낙엽지는 모습은 비올롱의 긴 흐느낌 마냥 처연하기만 하니, 자연은 빛과 색의 조화를 때때로 율(律)과 현(絃)으로 탄주하며 오묘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코로나의 와중이지만 다채로운 가을에는 유난히 음악회가 많다. 정기연주회나 음악 발표회, 길거리 음악제, 산사음악회 등의 음악잔치가 지난 10월부터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저당 잡힌 갑갑한 일상의 환기구나 탈출구로 여겨 소리와 가락의 흥취에 빠지다 보면, 잠시나마 음악이 주는 선물 같은 평온과 위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름난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거나 길거리 버스킹 등에 눈과 귀를 열다 보면, 가볍고 편안하게 멜로디에 젖어 들어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음악에는 공감의 흥이 있고 치유의 힘이 있다.

지난 주말 교외의 한적한 카페 잔디마당에서 열린 작은음악회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웠다. 출연자 중심으로 초청, 진행된 소소한 음악회는, 관객이 출연자가 돼서 준비한 레퍼토리를 발표하고 서로 격려와 응원으로 흥을 돋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음악 나눔 마당이었다. 가요, 국악, 기타, 색소폰, 하모니카의 선율이 폭포수나 실여울처럼 흐르며 강렬하면서도 잔잔하게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또한 시월의 마지막 날에 열린 산사음악회는 ‘위드 코로나’를 맞이함(?)인지 지역과 중앙의 인기가수와 탤런트, 작곡가, 연주자 등이 출연해 관객들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의 낭만을 한껏 즐겼다. 특히 오프닝 공연으로 포항시낭송회 낭송가가 우정 출연해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지역의 오낙율 시인의 ‘포항 12경’을 차분하고 멋드러지게 낭송해 음악회의 품격을 더하기도 했다.

포항시는 철의 선율로 문화도시 기반 조성을 위한 순수예술 진흥 프로젝트(주제 ‘기억의 시작’)로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포항음악제를 개최한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향유권 조성과 고급화된 문화 수요에 부응하며 화려한 라인업으로 볼거리, 들을거리가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음악과 함께 코로나의 시름을 털어내며 즐겁고 행복한 가을의 선율에 흠뻑 젖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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