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월드 시리즈에서 유래된 ‘염소의 저주’는 미국 시카고 컵스팀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45년 시카고 컵스가 자신의 홈구장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를 구경하려고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는 팬을 저지하고 되돌려 보낸 이후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데서 붙여진 일종의 징크스를 이르는 표현이다.
삼성라이온즈 팬들은 2016년 삼성이 홈구장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대구라이온즈파크로 옮겨온 이후 우승은 커녕 내리 연속 하위권에 머물자 ‘라팍의 저주’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초가집서 기와집으로 옮겨놓고 가세가 기울었다는 말도 떠돌았다. 1천6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현대식 구장을 지어놓고는 정작 가을야구를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섭섭함을 담은 표현이다.
5년 연속 추락하던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올랐다. 삼성라이온즈는 KT위즈에게 아쉬운 패배를 해 우승은 놓쳤지만 한편으로는 라이온즈파크에서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볼 수 있는 설레임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내친김에 한국시리즈 우승도 바라보자는 기대감도 나돌아 이래저래 가을 야구가 대구에서는 화제다.
삼성은 2010년부터 5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4번의 통합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8번을 우승한 연부역강한 팀이다. 6년만에 찾아온 가을 경기를 통해 과연 막강 삼성이 야도(野都) 대구의 자존심을 살릴지, 또 라팍의 저주를 풀고 새로운 왕조시대를 열 것인지 대구시민의 관심이 벌써 9일 열릴 라팍 경기에 쏠려있다.
참고로 시카코 컵스팀은 1908년 월드시리즈 이후 우승을 한번도 하지 못하다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08년만에 염소의 저주를 깬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