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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여흥(sideshow)

등록일 2021-11-03 20:14 게재일 2021-11-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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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맥시코 체첸이사의 쿠쿨칸 신전근처에 후에고데펠로타(골반축구장)가 있다. 경기장 넓이는 오늘의 축구 경기장과 비슷하지만 한쪽에 10미터 높이의 벽면이 있고 그 벽면 꼭대기에 농구골대와 같은 것이 세로로 세워져 있다. 골반으로 공을 차서 그 골에 넣는 경기가 고대 마야의 골반축구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경기의 승자는 그 심장을 신전제단에 제물로 바쳤다고 했다. 결국 골반축구의 즐거움은 제물을 뽑는 ‘여흥’에 불과하다. 이 경기의 승자는 제물이 되어 신전의 제단에서 죽어야 하는데 과연 누가 골대에 볼을 넣으려 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당시 마야 사람들은 제물로 선택되는 것을 최고의 영광이라 생각했기에 최선을 다해 승자가 되려 했다고 한다.

여흥(餘興·sideshow)이란 서커스 등에서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광장이나 길거리를 돌면서 따로 보여주는 소규모의 공연이다. 그러므로 여흥은 본질로 이끌기 위하여 제공하는 약간의 즐거움으로 메타포이며 예수는 이를 표적(Sign)이라 했다. 골반축구의 즐거움은 제물을 뽑기 위한 여흥일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어떤 종교이든 그 본래의 목적은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구원을 받기 위함에 있다. 예수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병을 치료하고, 귀신을 내어 쫓고, 기적을 보여 준 것은 구원으로 이끌기 위한 여흥일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베드로는 만선의 기적을 체험한 후 즐거워하기 보다는 무서워하면서 무릎을 꿇고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입니다”고 말했다. 만선의 기적은 여흥이었고 여흥이 이끌고자 했던 본질은 고기잡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구원하는 어부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인 구원에는 관심이 없고 여흥만 즐기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예수는 이들을 가리켜 “너희가 나를 따른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라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라고 했다. 요한은 이를 표적신앙이라 했다. 표적이 가리키는 본래의 것을 봐야 하는데 표적만 보고 따른다는 질책이었다. 예수에게서 유대인은 표적만을 구하고 로마인은 고상한 지식만을 얻으려 하였는데 그것은 여흥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바울의 지적이었다.

스퐁 교수는 오늘의 기독교에는 ‘종교적 여흥’만 남아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영적인 생활까지도 변화산에서의 세 제자들처럼 여흥에 빠져 있다고 했다. 지금 내가 신앙행위를 통해서 얻는 즐거움과 기쁨과 만족이 종교적 여흥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종교까지도 여흥에 빠져 영적파산에 이르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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