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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과 예수

등록일 2022-03-02 20:32 게재일 2022-03-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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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한 시대가 공유하는 정신과 문화양식, 이념과 신앙은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이 되는 보편적 정신으로 이를 시대정신이라 한다. 역사를 평가할 때에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평가하는 내재적 접근방법과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는 외부적 접근방법이 있다. 과거 역사의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내재적 접근법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이승만은 외부적 접근법으로는 백 년을 내다봤다는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백 년 앞을 내다보며 산 사람을 내재적 접근법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백 년이 지난 다음 외부적 접근법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역사적 인물 중에 내가 본 최고의 선구자는 예수이다. 성경은 선구자를 선지자로 표현한다. 선지자는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산 사람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시대정신을 열어가는 자를 의미한다. 예수는 당시 시대정신과는 전혀 다른 앞서가는 정신을 가지고 살았다. 당시의 시대정신은 유대의 전통인 율법주의로 대변된다. 그 당시의 보편적 시대정신은 남자와 여자, 내부인과 외부인, 주인과 종, 성인과 어린이를 차별하였으며 약자에게 불공정한 성전 제사제도와 안식일 법,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구분하는 정결제도와 음식을 차별하는 음식규정, 죄인, 세리, 이방인, 병자, 장애인 등과 접촉을 금하는 차별적 율법 규정들로 대표된다. 예수는 이런 시대정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법을 제시하면서 성전을 허물라 하고 제물을 파는 자들의 상을 엎어 버린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고 음식을 먹는 것을 허락하여 약한 자들을 억압하는 안식일 법을 깨뜨린다.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정결규정도 깨어 버린다. 여성과 어린이, 남자와 여자, 내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을 차별하는 규정도 깨어 버린다. 접촉이 금지되어 있는 죄인과 세리와 이방인과도 접촉을 하고 교류를 한다.

예수는 이런 차별과 불공정으로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사회적 죄로 보고 이 억압구조를 깨뜨려 해방시키고자 했다. 당시의 시대정신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종교적으로는 이단이요 정치적으로는 지배체제에 대한 반역이다. 그러기에 당시 시대정신은 당연히 예수를 제거하려고 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한 것은 예수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는 수없이 “내가 가는 길을 너희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슬러(Eisler)는 예수가 살던 그 시대에 예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은 소크라테스나 피타고라스 정도라야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예수는 영원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의 소유자였고 선지자요 구원자였다. 그 시대에는 예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예수의 말대로 그는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되는 시대정신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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