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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장 아름다운 말은 감사입니다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노래는 부를 때까지 노래가 아니고 종은 울릴 때까지 종이 아니며 사랑은 표현할 때까지 사랑이 아니고 축복은 감사할 때까지 축복이 아니다. 나에게 축복이 되는 일이 많았지만 감사하지 못해 축복을 축복으로 받지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매사에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사는 사람이 행복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브라질 사람들은 ‘오브리가도’(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틈만 나면 ‘오브리가도’를 외친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오브리가도’라고 한다.미국 사람들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땡큐’(감사합니다)라고 한다.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생활 속에서 작은 일에도 ‘땡큐’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50개를 선별했는데 그중에서도 ‘땡큐’가 28퍼센트로 1위를 차지했다. 이것은 감사가 몸에 배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성인이 되면 평균 2만6천개의 단어를 알게 된다고 하는데 그중에 다른 사람을 가장 기쁘게 하는 최고의 언어가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물론 하나님을 가장 기쁘시게 하는 인간의 언어도 ‘감사합니다’이다. 그래서 유대인의 격언 중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혀에 길들기 전까지 아이에게 아무 말도 가르치지 말라”라는 말도 있다.세상에는 은혜와 긍휼을 구하는 이가 많으나 감사하고 그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은 적다. 우리 속담에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라는 말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말해 주는 말이다.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께서 두 천사에게 각각 바구니를 주고 한 천사에게는 기도를, 한 다른 천사의 바구니에는 감사를 담아오라고 세상으로 보냈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 두 천사가 바구니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기도를 담은 바구니는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가득 담겼고, 감사를 담은 바구니에는 겨우 세 개의 감사만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얼마나 감사하는 생활이 없는가를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감사는 절로 되지 않는다. 감사는 해야 한다.아침에 일어나 새날을 주신 것을 감사하고 저녁에는 하루를 지켜주신 것을 감사하며 주일에는 일주일 동안 험한 세상에서 지켜주시고 은혜 베푸심과 자녀들을 돌봐주시고 지켜주신 것을 감사해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바 은혜가 크고 놀라운데 조금 희생하고는 피해의식에 빠지고 원망을 잘한다. 우리가 감사하지 않고 원망과 불평을 할 때 입이 튀어나와 찐 조기가 된다.우리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크고 놀라운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하나님께 감사의 단을 쌓아야 하겠다.

2020-11-17

부동산 블루

우울증이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의 원인이 다양해 마음의 감기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의학적으로는 대개 70∼80%가 상담과 진료를 통해 2개월 이내 완치가 된다고 하나 경우에 따라 자살에 이르는 이도 있으니 가볍게 볼 병은 결코 아니다.보통의 성인도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도 우울증 원인이 된다. 학생들은 성적이 떨어져도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연초 시작한 코로나로 우리 사회가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두려워 집콕을 오래 하다보니 어느새 우울증이 생겼다는 사람이 많아졌다.스포츠 경기도 TV로 봐야 하고 즐겨 찾던 영화나 전시회 참석도 여의치 않아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적어진 것이 코로나 블루를 유발하고 있다. 우리 국민 다수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요즘이다.코로나 블루에 이어 ‘부동산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연일 폭등하는 집값으로 좌절감에 빠진 무주택 서민이 겪는 우울감을 일컫는 말이다.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한 주택 전세난이 지방도시로 확산되면서 전국 대도시 중심으로 집값이 미친듯 폭등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정부의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주택시장의 소비자 심리지수가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또다시 입증되는 모양새다.정부 정책이 수렁에 빠진 듯 오락가락하는 사이 무주택 서민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 블루’에 ‘부동산 블루’가 덮친 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7

가덕도 신공항 장난질, ‘천인공노할 일’ 맞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김해신공항 건설이 결국 4년 만에 무산 절차를 밞게 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기존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획책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로 해석된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의 말마따나 이 같은 천박한 장난질은 ‘천인공노할 일’이 맞다는 생각이다.권영진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입만 열면 아무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통탄했다. 권 시장은 이어서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 세금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변경하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은 이미 동남권 신공항 뒤집기 이슈를 우려먹은 지 오래됐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모여서 ‘가덕도 신공항’ 노래를 부르다시피 해 지역 싹쓸이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김해 신공항을 검증대에 올릴 것을 총리실에 지시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총리를 잇달아 움직여 국책사업을 백지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온갖 궤변과 편법적 발상을 동원해 물밑작업을 해왔다.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로 치러지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또 한 번의 반전 카드로 써먹은 다음 22년 대선에서 결정타로 쓸 심산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오거돈 성추행’이 죽은 가덕도 신공항을 살려내는 모양새다.그런데, 부울경과 정권은 도무지 동남권공항으로 인해 일어난 그간의 역사를 다 까먹은 듯 행동하면서 특히 대구·경북을 완전히 허수아비 취급을 하고 있다. 가덕도는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사업에 치명적인 암초로 떠오를 공산이 높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미 동남권 신공항 결정 당시 입지 타당성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번엔 또 무슨 궤변과 꼼수를 동원할 건가. 부울경 민심이반 두려움에 꽁꽁 묶인 야당의 처지가 애처롭다.

2020-11-17

코로나 확산 조짐.. 경각심 한층 높일 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9일부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1.5단계 격상은 사실상 지역적 유행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코로나19의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만약 보건 당국의 조치에도 신규 확진자 수가 지속 늘어난다면 올겨울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 사이 700명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0명을 넘는 수준으로 격상기준(100명)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전국적으로도 신규 확진자가 나흘째 하루 평균 200명선을 넘어섰다. 특히 직장이나 지인모임, 카페 등 일상 속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최근에는 백화점이나 음식점을 고리로 하는 지역단위의 산발적 발생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긴장의 끈을 잠시라도 놓으면 언제 어디서 감염세가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북은 16일 13명에 이어 17일에는 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대구도 2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오는 12월 3일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이다. 수험생의 안전 문제도 걱정이다. 강원도에서는 고3 담임교사와 교장, 교감 등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수능을 앞둔 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학교 당국의 철저한 방역과 학생들에 대한 일상 관리로 수험생의 그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사가 면역효과 94.5%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는 중간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 도입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소요돼야 한다.지금은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모임이나 행사 등은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연말연시를 앞두고 있어 각자가 방역의식을 가지고 행동수칙에 따라 행동해야 겨울철 코로나 대유행을 최소한 막을 수 있을 것이다.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개인의 일상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치열한 싸움을 경험한 곳이다. 또다시 우리 지역이 코로나로 멈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방역 경각심을 높여가야 한다.

2020-11-17

을사늑약과 한국

이재현동덕여대 교수“일본국 정부는 한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현존하는 조약의 실행을 완수할 임무가 있으며, 한국 정부는 오늘 이후 일본국 정부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는 국제적 성질을 가진 어떤 조약이나 약속도 하지 않기로 약속한다.”위 문장은 을사늑약 중 두 번째 조항을 현대식 표현으로 풀어 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인 1905년 11월 17일, 일제의 강압에 의해 대한제국의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 제국의 주한 공사 하야시 곤스케는 조약을 맺는다.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은 이 조약의 이름을 한일협상조약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을사년(乙巳年)에 체결됐다고 해서 을사조약 또는 을사협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조약이라고 하여 한때는 을사보호조약으로도 불렸다. 다섯 가지의 불평등한 조약임을 강조해 을사년의 굴레가 되는 약속이라는 뜻으로 을사늑약(乙巳勒約)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우리의 자주적인 외교권 박탈, 일본인 통감 정치 실시, 일본의 대한제국 보호국화가 조약의 주내용이다. 외국과의 모든 조약을 맺을 때에 일본 정부의 손을 거치라 하고 통감을 두어 외교사항을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주권을 가진 국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 조약은 강제로 체결됐다. 조약의 서명자인 우리 외부대신과 일본 공사의 전권 위임장도 없었고, 고종황제의 비준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불평등, 부당함을 떠나서 조약 자체가 불법한 것이었다고 한다. 형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불법적 조약의 체결에 찬성했던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부대신 권중현의 다섯 명을 우리는 을사오적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을 단죄하고 조약의 불법성을 쟁론할 시간도 없이 5년 뒤인 1910년에는 경술국치를 맞고 국권을 완전히 잃고 만다. 조선의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 연호를 광무(光武)로 정하고 첫 황제에 즉위한 것이 1897년 10월 12일이었다. 세워진 지 8년도 지나지 않아 외교권을 빼앗긴 나라가 대한제국이다. 애써 ‘황제의 나라’라고 이름 붙이고 황제의 자리를 만들어 앉는다고 나라가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칭제를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정도면 유명무실을 넘어서 허상의 제국이었던 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그런데 흥미로운 사실 하나. 을사늑약의 조문을 보면 대한제국이라는 공식 이름을 쓰지 않고 한국(韓國)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지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은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한국이라는 이름이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한자 ‘韓’으로 쓰였지만, ‘한글’의 ‘한’과 같이 ‘큰, 바른, 하나의’ 나라가 한국 아니런가.이제 다시 우리는 대한민국, 한국의 이름으로 서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방역 선진국으로 세계 속에 그 위상을 떨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오늘, 부끄러운 을사늑약 체결일에 허상의 제국 한국이 아닌,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갈 당당한 한국을 그려 본다.

2020-11-17

트럼프 승복, 빠를수록 좋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바이든의 당선은 사실상 확실하다. 바이든은 비서실장을 임명하고, 당선 후 첫 과제로 코로나 태스크 포스까지 구성하였다. 300명의 정권 인수 위원회가 구성되고, 주요 외국 정상들로부터 축하 전화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선거 패배의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대선 결과는 사기라고 소송까지 제기하였다. 트럼프는 아직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엄지척을 하면서 편 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처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천박한 행보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는 트럼프의 자업자득이며 스스로 자초한 부메랑이다.트럼프는 대선 초반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누른 선거 슬로건이다. 강한 미국을 지향하는 그의 주장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백인 우월주의적 정책은 곳곳에서 부딪쳤다. 흑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과잉대응 등 차별적 조치는 선거의 결정적 감표요인이 되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정책 역시 트럼프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되었다. 국경을 통제하고 외국인 이주를 막은 반(反)이민정책은 라틴계 미국인의 감표요인이 되었다. 그의 정책은 백인 중산층의 지지로 이어졌지만 그것이 선거의 결정적 부메랑이 되었다.트럼프의 코로나 방역 대책은 너무 안이하고 문제의 본질도 파악치 못한 정책이다. 그는 코로나를 감기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마스크 착용까지 거부하였다. 그는 자신의 혈기를 앞세우고 고집을 부리다 미국이 코로나의 최대 피해국이 되어 버렸다. 결국 그 자신도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미국 대통령의 위신은 여지없이 추락되었다. 투표일 직전 긴박한 유세기간에 5일이나 입원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의 측근 말도 듣지도 않는 독선적인 팬덤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선언했지만 이미 때늦은 선택이다.트럼프는 해외 동맹 정책의 실패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이란과 맺은 국가간의 핵 협정도 트럼프는 기업 간의 계약처럼 파기하였다. 독일, 한국, 일본 등 미군 주둔 동맹국에도 전례없는 방위비 5배 인상을 압박하였다. 동맹국간의 신뢰를 무시하고 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면서 방위비 협상을 추진했던 것이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다운 후려치기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바이든이 협박과 회유의 그의 대외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이처럼 트럼프는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존경받는 미국 재건’은 트럼프가 자초한 바이든의 선거 슬로건이다.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독선적 행적이 이번 대선의 결과이다. 트럼프는 예상보다 오히려 많이 득표한 셈이다. 선거의 결과가 306대 232로 끝난 시점에서 트럼프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이든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야 한다. 정치인이 정치적 결단의 때를 놓치면 패가망신한다. 민주정치는 결코 그가 좋아하는 ‘화염과 분노’가 아니다. 전 대통령 오바마까지 트럼프의 불복을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평하지 않는가. 그는 미국 대통령의 실추된 명예를 되살려야 살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그는 하루 빨리 승복해야 할 것이다.

2020-11-17

자전거로 누비는 세상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자전거에 매료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거의 출퇴근으로만 이용하던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그 묘미에 빠져들어 장거리 주행이나 산악라이딩 등으로 즐기니 그 맛이 쏠쏠하기만 하다. 두 바퀴가 굴러갈수록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발길 닿고 눈길 가는 곳마다 감흥이 다르고 경이로움을 더해주고 있으니 어찌 즐겨 타지 않으랴?‘은륜(銀輪)에 몸을 싣고/떠나는 국토종주//바람과 악수하며 날아갈 듯 신나게/강줄기를 누비고 산자락을 돌다 보면/초목이 손짓하고 꽃과 새들이 반겨 맞아/달릴수록 설레고 누릴수록 정겨워/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자리마다/새로움이 피어나고 넉넉함이 펼쳐져/눈과 귀가 밝아지고 가슴마저 뿌듯하니//두 바퀴 굴러가는 곳/행복으로 가는 길’ -拙시조 ‘두 바퀴로 가는 행복’ 전문일상에서 자전거 타는 재미를 한껏 느끼다 보니 새로운 욕망과 도전이 생겨났다. 두 바퀴로 우리나라를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다. 이른바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다니며 우리의 산하와 들, 섬을 손수 누비며 국토의 아름다움과 자전거의 위력을 맘껏 누리고, 자신의 의지를 내보이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발동하여 2018년 6월말부터 떠난 국토종주 자전거길, 거기에 대학생 아들도 기꺼이 동행했으니 더욱 설레고 기대되는 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인천~부산까지의 4박5일을 시작으로 지난 10월말, 고성 통일전망대를 끝으로 28개월 동안 12박17일 일정으로 2천㎞에 이르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그램드슬램을 달성했다.국토종주 자전거길은 2009년 초 당시 정부의 녹색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인프라 조성, 자전거 이용문화 확산 등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1천853㎞가 개통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별로 호수나 내, 지형의 특성과 역사를 살린 총 10여 개에 이르는 명품 자전거길 등을 만들어 친환경적인 자전거 이용의 편리성과 자전거 문화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자전거길은 아름다운 우리 산과 강을 가까이서 만끽할 수 있고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희망과 소통의 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길과 길로 이어지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체험과 시련의 현장이다.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새소리와 파도소리에 젖어들고, 꽃향기와 거름냄새를 맡으며 수없이 다가오는 영화 같은 풍경을 접하게 된다. 거기에 그랜드슬램을 인증한다는 것은 험난한 여정을 밟아야 하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몸의 컨디션과 날씨 변화, 자전거 상태 등이 괜찮아야 하고 간혹 비포장 자갈길과 숨이 턱까지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을 묵묵히 인내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까칠한 아들과 함께 하기란 오죽할까?사람의 공과는 누구나 있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득과 실이 분명해지고 커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구속 수감되기는 했지만,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자전거길만은 다행스런 치적(?)이 아닐 수 없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면면이 이어지는 자전거길. 그러한 다양한 길을 오가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자연과 교감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역경을 딛고 무한한 희열과 추억을 쌓아나가리라.

2020-11-17

고양이와 함께 사는 세상

아침 최저기온이 어느 새 0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겨울이 온 것이다. 겨울은 누군가에게는 첫눈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신년의 설렘을 가득 담은 즐거운 계절일 수 있겠으나 우리 주변의 어떤 이웃들에게는 가혹한 계절일 수 있다. 전국적으로 100만 정도가 살고 있다는 이들은 우리와 같은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겨우내 기갈과 추위와 싸워야 할 이 이웃들의 이름은 바로 길고양이이다. 길고양이는 집고양이와 대비되는 말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길고양이가 애초에 집고양이였거나 그들의 번식을 통해 태어난 고양이들임을 감안한다면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단지 현재 그들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일 뿐이다.길고양이들을 일컫는 말로 ‘도둑고양이’가 있었으나 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 씌워진 말이므로 이제는 권장되지 않는다. 사실 도둑고양이라는 말도 도둑질이라는 범죄와 관련된 말이 아니라 조심조심 움직이며 사람들의 시야를 피해가는 모습에서 유래된 것일 텐데, 이는 다시 말해 인간의 영역을 거의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길고양이가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아주 자잘하다. 먹이를 찾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찢어놓고, 발정기에 다소 신경 쓰일만 한 울음소리를 내는 정도. 그마저도 적절한 먹이주기와 중성화수술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그들은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도 않고 보행로를 배설물로 더럽히지도 않는다. 도둑이라는 별명을 붙이기에는 그들은 너무 무고하다.얼마 전 방영된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 ‘길고양이K’는 이름 없이 살다 가는 길고양이들의 생태를 집중 조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양이들은 다른 나라의 고양이들에 비해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심하다고 한다. 인간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더 많다는 것이다.실제로 수많은 길고양이 학대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져왔다. 사제 총으로 쇠못을 발사해 고양이들을 사냥한 사건이나 쥐약이 든 먹이로 고양이를 학살한 사건은 실로 충격을 금할 수 없게 만들었다. 꼭 그 정도 수준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가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위협과, 부정적인 인식들은 그렇지 않아도 고달픈 길고양이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길고양이들은 수명이 15년에 이르는 집고양이와 달리 평균적으로 3∼4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가 성체까지 자랄 확률은 불과 30% 정도라고 한다.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스럽게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조정되도록 하는 방법이다.2008년부터 서울시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중이다. 길고양이들을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을 마친 뒤 다시 거리로 돌려보내는 사업이다. 2017년까지 약 6만5천여 마리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고, 그 결과 25만 마리였던 서울의 길고양이들은 13만 9천 마리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다. 굳이 나서서 고양이들을 내쫓으려 애쓰지 않아도 고양이의 개체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우리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양이를 사지 않는 일이다. 도시의 많은 길고양이들은 반려동물로서 키워지다가 주인의 책임감 부족으로 방사되어 야생화 된 경우들과 그들이 번식한 경우들이다. 섣부르게 고양이를 들일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여러 변수들을 고려한 다음 반려묘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유기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일 것이다.그리고 반려묘를 맞이하는 과정에서는 가급적 구매의 방법보다는 입양의 방법을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품종묘를 구매하는 일은 품종묘의 무분별한 생산을 부추기는 일이 된다. 반면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은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이는 일이니 길고양이로 인한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게도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입양되는 과정을 알리기 위해 나와 나의 고양이가 만나게 된 과정을 밝히고자 한다.내 반려묘의 이름은 ‘삼봉이’. 좋아하는 대하드라마 ‘정도전’에 나오는 삼봉 정도전 선생의 호에서 이름을 땄다. 재작년 이맘때쯤부터 나와 함께 살게 되었다. 사실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보다도 1년 전 정도였다. 꿈속에서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고 처음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날, 나는 그날부터 1년을 고민의 기간으로 정했다. 한 번 고양이를 들이면 적어도 10년은 함께 지낼 텐데, 10년간의 책임감을 위해서 그 정도의 고민 기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나서도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고양이를 들이기로 마음먹었다.고민의 기간 동안 나는 유튜브를 통해 ‘고양이를 기르면 안 좋은 점’, ‘당신이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되는 이유’와 같은 영상들을 찾아보며 반려묘와 함께 지내며 겪게 될 어려운 점들을 학습했다.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1년의 고민 기간을 채우고서야 나는 입양할 고양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기견 유기묘 입양 어플인 ‘포인핸드’를 통해서 수많은 고양이 사진을 찾아보다가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 보호 단체인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라는 단체에서 구조하여 한 회원이 임시 보호를 하고 있던 아이였다. 서울에 있는 폐장된 놀이공원인 ‘용마랜드’에서 구조되어 ‘용마’라 이름 붙여진 아이였다.내가 꿈에서 만난 녀석과 비슷하게 생긴 치즈 빛깔 녀석을 입양하기 위해 신청서를 적었다. 입양 신청서에는 입양 올 동물이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과 음식, 의료적 뒷받침을 제공할 수 있는지, 또는 동물을 악용하거나 유기할 사람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문항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마지막 절차로 보호 단체의 운영진이 우리 집에 방문해 고양이가 자랄 환경을 체크한 뒤, 고양이의 중성화를 위한 보증금을 납부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용마랜드에 살던 길고양이 한 마리는 우리 집 고양이 삼봉이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값비싼 돈을 주고 품종묘를 사는 대신, 품종묘 못지않게 예쁘고, 오히려 품종묘보다 건강한 유기묘를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길고양이 문제는 빠르게 해소될 것이다.유기묘의 구조와 입양에 힘쓰는 분들에게 경제적 후원을 하는 것도 길고양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를 위한 비영리 단체들이 아주 많이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조금 너그럽고 친절한 태도로 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길 가는 고양이를 위협한다거나 먹이를 얻어먹으러 오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추운 날 혹시 자동차 밑이나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고양이를 위해 보닛을 몇 번 두드려주는 친절, 허기지고 목마른 고양이에게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사용되는 노력을 아깝다고 여기지 않는 마음,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주인이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길고양이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 겨울은 그런 것들이 필요한 계절이다.

2020-11-17

미술관 가는 길

좀 걷자고 했다. 혼자는 심심해서 중간고사 3일 앞둔 아들을 꼬셨다. 하루 종일 공부하면 머리 아파 공부가 더 안된다며 데리고 나섰다. 2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포항시립미술관에 가자고 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졸업 사진 찍을 때 갔었다며 산길로 가자 했다. 차가 지나다니는 보도블록보다 그쪽이 훨씬 좋을 것 같아서 앞장서라 했다.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나처럼 허약 체질에겐 딱 좋은 산책길이었다. 피곤할만 할 때쯤 미술관이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였다. 바람이 숲을 스치는 소리가 오후의 편두통을 사라지게 해줬다. 누군가 내가 산에 갈 때 복장을 보고 나무랐다.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 모자도 잘 안 쓰는 편이다. 맨다리가 긁힐 거라는 둥 땀이 많이 나면 면 티셔츠는 체온 유지가 안 되어 해롭다는 둥 유난스럽게 야단을 친다. 나는 에베레스트나 백두산을 오르는 게 아니다. 그저 기껏해야 한 시간 뒷산에 간다. 반바지에 티셔츠로도 충분하다며 손사래를 쳤다.오늘은 작은 배낭 하나에 물도 없이 휴대폰만 넣었다. 어젯밤 멜론에 가입해 이루마와 김광석의 모든 노래를 다운받아 놨기 때문이다. 가을에 딱 맞는 선곡 아닌가.지금 포항시립미술관에는 이종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보고도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자꾸 보다 보면 맘이 편해진다. 미술관 분위기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톤이라 나는 혼자서도 자주 간다. 도슨트가 설명을 해주는 것을 따라가며 듣기도 하고, 어느 땐 기분 나는 대로 어느 그림 앞에 앉아 멍을 때리기도 한다. 미술관 찻집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창으로 난 풍경을 그림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미술관이 내게 주는 것들을 그냥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게 공짜라는 건 안비밀!가는 길은 산으로 갔지만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다. 노곤하다. 집에 가서 낮잠 한숨 자야겠다. 일요일이니까. /이은규(포항시 남구 연일읍)

2020-11-16

신라를 찾아서

요즘 역사책에 푹 빠져있는 큰딸 시은이가 신라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재잘재잘 질문이 많아졌다. 그런 딸아이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나도 중학교 국사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입담 좋으신 국사 선생님의 역사 이야기가 할아버지께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아 수업시간이 늘 즐거웠다. 그런 성향을 큰애가 똑 닮았나 보다. 이참에 관심을 흥미로 바꿔주려고 주말에 경주 문무대왕릉을 보러 가자고 했다. 역사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지인 찬스를 쓰기로 했다. 들려주는 추천코스는 경주 읍천항(파도 소리길) - 경주 문무대왕릉 - 감은사지 2013 이견대였다. 늦잠을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고 간단하게 간식도 챙겨서 경주로 가족 나들이 떠났다.읍천항은 바다에서 솟은 주상절리가 길을 안내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피우고, 간간이 인증샷도 남겼다. 바닷길을 달리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문무대왕릉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훨훨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문무왕 곁을 지켜주고 있는듯했다.차로 5분 거리의 감은사지에 도착했다. 절은 사라지고 탑 두 기만 남아 언덕을 채우고 있었다. 문무왕이 짓기 시작해 아들인 신문왕이 완성하였다. 쌍둥이 석탑을 우러러보았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가장 큰 석탑으로 금당 아래 석축 사이 공간으로 동해의 물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문무왕이 용이 되어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옛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는 사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두 딸을 불러서, 만파식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지하게 들어주는 아이들이 그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마지막 코스인 이견대로 발길을 돌렸다. 탁 트인 이견대에서 문무왕릉을 바라보면서, 죽어서라도 용이 되어 왜구를 지키고자 했던 문무왕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려다 내가 더 감동을 얻어 온 하루였다. /엄민재(포항시 북구 삼호로)

2020-11-16

냉동고 타령

데레사가 소리를 지른다. “여보! 큰일 났어. 냉동실이 고장 났는지 다 녹아내리고 있어. 빨리 와봐.” 달려가 보니 냉동식품들이 해동 중이었다. 냉동실에는 얼어있는 물건들이 많고 단열이 잘 되어있어 문만 여닫지 않으면 하루 이틀은 버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데레사에게 냉장고 문을 절대 열지 말라고 이르곤 A/S 센터에 전화했다.담당자가 이것저것을 묻더니 냉동실 상부 두 군데에 찬바람이 나오는 구멍이 있는데 혹시 얼음으로 막히지 않았는지 살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종종 식품이 바람 통로를 막아 냉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냉동실 문을 여는 순간 반쯤 녹은 덩어리가 떨어지며 발 등을 때린다. 이것은 냉장고가 아니다. 무슨 창고나 식품상이다. 틈도 없이 꽉꽉이다. 얼음을 제거하고 공기 통로를 열어 놓은 뒤 이틀이 지나 확인해보니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냉동실에 무엇이 들었는지, 언제 넣은 것인 줄 아느냐니까 다 알고 있으니 걱정을 ‘하덜덜’ 말라고 한다. 우리 두 식구 사는 집에 684리터짜리 냉장고와 199리터 크기의 김치 냉장고가 있다. 그런데도 일이 생길 때마다 냉동고 타령을 하며 냉동고 없는 집은 우리 집뿐이라고 한다. 만약 내가 냉동고를 사 준다 해도 반년쯤 지나면 또 꽉 꽉 들어찰 것이고 그때는 업소용 냉동고로 바꾸어 달라고 할 것 같다. 사십오 년 전 결혼 다음 해 12월 보너스 타서 180리터짜리 냉장고를 샀다. 그날 밤 데레사는 얼마나 좋았던지 한밤중 자다 말고 일어나 냉장고를 닦았었다. 그때 그 사람이 맞는가 묻고 싶다.요즈음은 자동차공장에서도 부품창고가 없다고 했다.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공장에서 바로 조립장으로 들여오므로 창고며 부품을 관리하고 운반하는 비용을 없앴다고 한다.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식품들은 마트의 신선 코너에 보관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묻고 싶다./류대열(경주시 외동읍)

2020-11-16

꿩에서 얻는 교훈

강희룡 서예가부모자식 관계는 농부와 곡식으로 비유된다. 농부가 곡식을 잘못 가꾸면 결국 굶주림의 환난을 겪게 되고,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하면 필경에는 위험한 화란(禍亂)을 초래한다. 곡식을 잘 가꾸고 자식을 잘 가르치는 법을 어찌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초기 대학자였던 사숙재 강희맹은 아들의 교육을 위해 훈자오설(訓子五說)을 짓는다. 아비가 자식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에 사숙재가 지은 이 글은 오늘날 독자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교술 갈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훈자오설 중 성질이 음탕하고 싸우기를 좋아한다는 꿩에 비유한 ‘삼치설(三雉說)’의 내용이다. 수풀에 숨어서 피리로 암컷소리를 내며 미끼로 삼은 수컷을 움직이면 암컷과 함께 있는 것으로 착각한 욕심 많은 다른 수컷이 화를 못 참아 미혹에 빠지는 경우로 닥칠 재앙을 잊고 다가와 단번에 잡히는 경우이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내면이 이기심으로만 가득 차 있기에 방탕하며 부모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아, 엄히 가르치지 못하고 마땅히 꾸짖을 수 없으며, 부끄러움조차 없기에 죄의식 없이 잘못을 저질러 스스로 죄의 그물에 걸리는 경우로 평생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두 번째 경우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유혹하면 못 본 척 하다가 같은 행동의 반복에 결국 욕망을 못 참고 미혹되어 미끼 쪽으로 다가오나 미리 경계심으로 방비를 하기에 완벽하게 속여야 겨우 잡을 수 있는 경우이다. 꿩 중에서 조금 영리하여 자신에게 닥칠 재앙을 미리 짐작하고 있는 경우로, 이미 한두 번 미혹되어 고생하고 뉘우치면서도 오히려 그 감정에 빠져 다시 부끄러움을 잊고 전철을 밟아서 마침내 재앙의 그물에 걸리는 두 번 덮쳐서 잡는 부류이다.끝으로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하늘로 날아올라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경계심이 많은 꿩의 경우이다. 욕심이 적고 경계심은 앞서는 까닭에 사람을 꺼려해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온갖 술책을 다 써서 겨우 가까이 오게 했을지라도 그 민첩한 모양새가 마치 신과 같아 어떻게 기회를 잡아 술책을 펼 수도 없다. 꿩 중에서 가장 영특해 해로움을 멀리하는 종류이다. 이런 유형은 품성이 단정하고 굳건해 맑게 갈고 닦음을 좋아하고, 음탕하고 황당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 멀리한다.위에서 열거한 세 종류에서 첫 번째 인간형은 내면이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차서 결국 그로 인해 자신이 미혹에 빠졌다는 사실도 모르기에 부끄러움도 없다. 혹시 있다고 해도 고칠 생각이 없는 극우나 극좌의 진영론자, 죄의식 없는 강력범죄자, 직을 이용한 부패나 비리의 공직자나 위정자들,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스스로 정한 규정을 이익에 따라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부류들이다. 미혹에 빠져 후회하면서 또 다른 유혹에 넘어가는 부류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위정자나 관료로서의 자질이 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끝으로 뉘우쳐 후회할 줄 알기에 유흥을 단절하고 부정한 권력에 굴하지 않으며 올곧은 선비정신을 좇아 날로 새롭게 갈고 닦아 평생 재앙을 모면하는 이상적인 형이다. 이렇듯 15세기 꿩에 비유한 사숙재의 교훈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2020-11-16

패배의 아픔으로 지은 불멸의 건축물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16세기 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두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있다.다빈치는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등 주로 그림을 그렸고, 미켈란젤로는 ‘피에타’와 ‘다비드’ 같은 조각을 남겼다. 20여 년의 터울을 두고 활동한 이들은 작품의 이름만 들어도 다 알 수 있는 수많은 걸작들을 역사에 남긴 상호 존중과 품격의 모드를 갖춘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배경이 조금 다른 라이벌이 있었으니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로 처음엔 둘 다 조각가였으며 명성은 다소 생소하지만 경쟁과정과 승패의 대립구도는 앞선 라이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했다.1401년 유럽인구 3분의 1을 집어삼킨 페스트의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을 때 예술의 도시 피렌체는 도시분위기 일신의 차원으로 조반니 세레 당을 치장하는 사업공모를 내걸었다.내로라하는 당대의 미술가들이 공모에 참여했고 결승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22살의 견습 화가 기베르티와 한 살 위인 금 세공사 브루넬레스키 두명 이었고 이들에겐 바로 34kg의 청동판 위에 일년 동안 4엽 장식으로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이삭의 희생’을 표현하라는 오더가 내려졌다.이 숙명적인 세기의 대결에서 유실 왁스기법의 작품을 제출한 기베르티가 최후의 승자로 낙점됐고 승자가 된 기베르티는 1403년 피렌체시와 동쪽 문에 28개의 부조를 만드는 계약을 체결하고 21년 후에 완성했다. 그렇다면 패자가 된 브루넬레스키의 행보는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세계의 저명한 건축가들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의 하나로 ‘피렌체 대성당’을 선택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5세기 초에 건립된 작은 교회를 대도시로 성장한 피렌체 시에 걸맞게 웅장한 규모로 개축하기 시작한 해는 1천296년이었고 1천436년에야 완공됐다.140년 동안 쟁쟁한 건축가들이 건설 현장을 수없이 다녀갔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건축가는 단 한 명 브루넬레스키 뿐이다.종전의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55m 높이의 팔각형 건물 위에 직경 45m가 넘는 거대한 돔 지붕을 얹는 대과업이 그의 집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혼자서 기중기를 개발하여 3만7천여 톤에 달하는 건축자재를 들어올리고 400만개의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려 스스로 지탱하는 기적과도 같은 돔을 완성했다.그는 죽은 뒤 성인이 아니면 허락하지 않았던 대성당의 지하납골당에 묻혔다. 거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길 때보다 질 때를 더 많이 경험한다. 그러나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다.기베르티에게 패한 다음 그대로 주저앉았다면 피렌체 대성당은 여전히 비가 들이치는 뻥 뚫린 구멍을 간직한 초라한 건축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라이벌 대결에서 패배하여 좌절한 마음을 달래며 로마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마침내 피렌체로 다시 돌아와 세계 건축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불멸의 명작을 남긴 한 인간의 열정과 가슴 뭉클한 인생역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음을 그 흔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2020-11-16

우리의 인연이 다하는 그날까지… 통영 도솔암(兜率庵)

가을날의 하루는 유난히 짧다. 용화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숲은 부산하게 하루를 접고 있었다. 용화사 오르는 반대편으로 넓은 시멘트 길이 시원하게 산으로 이어져 있지만 우리는 걸어서 도솔암을 오르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비탈길에서 뿜어내는 거친 숨소리가 고요한 숲을 깨운다.지척에 있을 거라 여겼던 도솔암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친구는 지친 기색도 없이 잘도 오른다. 관음암으로 향하는 자동차가 우리 곁을 가볍게 지나칠 때마다 그 편안함이 부럽지만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급한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뒤늦게 놓친 것들을 알고 얼마나 안타까웠던가. 사위어가는 가을 숲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즐거움도 크다.‘소치는 사람이 채찍으로 소를 목장으로 몰고 가듯 늙음과 죽음은 중생의 목숨을 몰고 간다.’중간중간 비석처럼 서 있는 글귀들이 피곤함을 잊게 한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여가 없이 세월에 쫓겨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만나는 글귀들을 주제로 삼아 소소한 마음밭을 일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이끌려 살아온 숱한 시간들을 이 곳에 내려놓고 갔을까. 가파른 길은 겸허해지고 아파오는 다리와 거친 숨소리가 뿌듯하다.관음암을 지나고 미륵산 정상으로 향하는 오솔길과 헤어진 후에야 도솔암이 보인다. 고려 태조 26년(943년) 도솔선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한때는 남방제일선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도솔암은 한국 불교 선종의 고승인 효봉스님이 6.25전쟁 직후 제자인 구산 스님과 함께 이곳에서 선종의 법맥을 계승하였다.도솔선사가 미륵산 암굴에서 수도할 때 호랑이와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어느 날 호랑이가 처녀를 업어와 바치자, 선사는 호랑이를 꾸짖고 처녀를 고향으로 데려간다. 처녀의 아버지가 은혜를 갚기 위해 300냥을 선사해 그 돈으로 도솔암이 지어졌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어느 절에나 있을 법한 설화는 신빙성이 없지만 도솔암 위쪽에는 여전히 바위굴이 남아 있다고 한다.절은 조용하다. ‘컹’하고 외마디로 짖던 누렁이의 눈빛도 이내 무심해진다. 가을 앓이를 하는지 조용한 산사를 찾아든 객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꼬리를 흔들며 반기거나 경계심으로 불안해 하지도 않는다. 온전히 자유롭다. 그의 이름은 보리이거나 반야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스님은 출타 중이신 듯하다. 하루치의 낙엽이 가만가만 뜰아래로 모여들고 있다.늦가을 늦은 오후의 정취로 마음이 심산해지는데 도솔암은 통영 앞 바다를 그윽하게 내려다 볼 뿐 흔들림이 없다. 선지식 효봉 스님을 생각하며 절을 둘러본다. 일제 강점기 와세다 대학 법대를 졸업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가 되었지만 조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후 양심의 가책을 받아 승려가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일화를 남긴 분이다. 전쟁이 나자 부산으로 피난 갔다가 여수로 가던 중 뱃멀미가 심해 잠시 통영과 인연을 맺게 된다.마침 용화산 도솔암이 비어 있어서 며칠 쉬었다 갈 요량으로 주저앉다 아주 눌러 살게 되었다고 한다. 효봉 스님은 수행을 시작하면 엉덩이가 짓물러 깔고 있던 방석이 엉덩이에 달라붙을 정도로 꼼짝하지 않아서 절구통 수좌라고 불렸다. 그리고 동료 스님을 고자질하던 제자에게 “너나 잘해라.”고 소리를 치셔서 ‘너나 잘해라’ 스님으로 불리기도 했다.조낭희 수필가편백나무가 울창한 미륵산 미래사에서 효봉 스님의 부도를 본 듯한데 이곳 도솔암에서는 효봉 스님에 대한 어떤 자취나 이야기도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대웅전이나 동국 선원보다 요사채의 쓸쓸함과 담장 밖에 선 오랜 느티나무가 떠난 스님이 남기고 간 법문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벽속에서 울어대는 겨울 귀뚜라미처럼 절 안에 갇혀 세상을 읽던 그 서슬 푸른 기운은 사라지고, 도솔암의 텅 빈 눈빛 속에는 그렁그렁 그리움이 잠겨 있다.대웅전 가는 길에 ‘말씀은 가만가만’ ‘걸음은 조용조용’ 이란 음각으로 새긴 글자가 맹숭맹숭하게 쳐다본다. 누구를 향한 글귀일까. 성성하게 푸른 기운이 살아 있을 경내, 발소리 낮춰가며 들어섰을 한 때의 도솔암을 그려본다. 수행하는 스님이 신경 쓰여 걸음을 눌러 밟고 숨죽이며 법당 문고리를 당겨 보고 싶다. 가는 절마다 번듯한 선원들이 비어 있듯 쓸쓸하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잠시 대웅전에 들러 기도한다. 남의 시선에 휘둘림 없이 마음의 주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친구는 언제나 내 삶의 질을 돌아보게 만든다. 인연이 다하는 그날까지 참 좋은 인연이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어떤 인과 관계에 얽혀 이곳까지 함께 떠나올 수 있었는지 그 오랜 인연에 대해서도 감사한다. 우리가 갖는 순간순간의 생각이나 염원은 우주에 남아 진동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연도 사랑의 파장으로 진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들꽃이 흔들리듯 향기롭고 잔잔했으면 좋겠다.짧은 기도를 끝내고 법당을 나설 때 고목의 느티나무는 여전히 맑은 기운 성성하고, 친구는 마당을 서성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륵산에 얼굴을 묻은 작은 바다 홀로 먼 데를 꿈꾸듯 항해 중이다.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의 도솔암은 하나의 큰 말씀으로 남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0-11-16

보기에 좋았던 것들이 사라지는 시간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그 이유를 말씀하지 않았다. ‘흑암’의 깊음 위에서 처음 빛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궁창(하늘) 위와 아래를 물로 나뉘고 하늘을 창조한다. 다시 물을 가르고 땅과 바다를 만들고 이름을 붙인다. 이제 이곳에 생명의 기운들이 돋아난다. 하루에 하나씩 천지를 창조할 때마다 여호와 하나님은 스스로 ‘보기에 좋았더라’고 감탄을 이어간다.창세기 1장 1절 어느 곳에서도 창조의 당위성에 대한 어떠한 이유나 설명 없이 6일 동안 순차적으로 ‘천지와 만물을 다 이루어지’게 하시고 일곱째 날 안식을 취한다. 그 이유를 설명할 존재가 없었으며, 더욱이 안식일 이후에 창조된 인간들에게 그 이유를 알리지 않는다.여호와 하나님은 안식일 이후 천지 만물과 인간을 만들고 자연의 질서를 부여한다. 그리고 아담 이후에 창조된 생물들에게 태초의 인간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을 주게 된다. 물론 그 권한 뒤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금기의 항목이 뒤따른다. 그 금기로 인해 인간은 원죄를 갖게 되고 낙원에서 추방된다. 존재의 이유를 알기 이전에 선과 악의 구분에 눈을 뜨게 됐으니, 이후 인류는 선과 악의 선상에서 길흉화복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인류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제법 많은(?)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고, 체계화 한다. 그 와중에 인간과 만물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지금도 에덴의 동쪽에 머물고 있다. 만약 태초의 인간이 하나님의 금기를 어기지 않았다면 신의 뜻에 따라 창조된 모든 것들과 인간의 존재 이유를 들을 수 있었을까.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 ‘토리노의 말’은 천지창조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명하다. 그러나 그 줄거리가 일반적인 내러티브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내러티브 너머에 있는 근원적 질문에 접근한다. 천지창조의 시간을 거꾸로 돌릴 때, 신이 창조한 그 역순으로 피조물은 소멸돼 간다.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창조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듯이, 벨라 타르 감독 또한 천지창조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며 만물의 존재가 소멸돼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인류가 세상만물과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도 전에 순차적으로 사라져버리는 상황에 놓인다. 6일간 창조했던 ‘보기에 좋았’던 것들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에 안식일 이후에 창조된 인간이 마지막 빛이 사라지며 ‘흑암’으로 돌아가는 화면 속에 남는다.146분짜리 흑백영화는 내레이션을 빼면 창세기 1장 정도 분량의 대사만 있다. 세상만물이 특이점을 향해 소멸되어 갈 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이유를 따지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때, 절망과 허무는 가장 늦게 창조되어 가장 늦게까지 소멸되지 않는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여기에 벨라 타르 감독이 안식일 이후에 창조된 인간을 천지창조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6일간의 시간에 배치한 이유가 될 것이다. 원죄를 안고 태어나 에덴의 동쪽에 머물던 인류는 ‘구원’에 의해 언젠가는 낙원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의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그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천지창조의 이유를 알기도 전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흑암 속으로 잠겨 간다.‘소멸’이라고 했지만 ‘근원으로의 회귀’로 읽을 수도 있다. 예전에 ‘빛의 예술’이라는 사진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흔히 사진을 시간의 예술, 빛의 예술이라고 한다. 창세기에도 나와 있지만 빛은 어둠에서 나왔으니 그 근원은 어둠이 된다. 사진은 빛을 제어하는 예술이라기 보다는 어둠을 제어하는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에 동의한 적이 있다. 음악도 그렇다. 음악은 소리에서 나왔으며, 그 소리는 침묵에서 나왔다. 그래서 음악은 소리의 예술이 아니라 침묵을 제어하는 예술이라는 것으로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예술 세계를 이해했던 적도 있었다.5년여를 주기로 영화를 만들던 벨라 타르 감독은 ‘토리노의 말’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유려한 롱테이크와 물성 가득한 흑백영화를 남기고 그의 영화처럼 절망과 슬픔, 기괴하며 짙은 어둠을 던져주고 근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문화기획사 엔진42 대표 김규형

2020-11-16

분열된 나라의 대통령들: 미국과 한국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트럼프(D. Trump)의 ‘팬덤(fandom)’정치가 막을 내리고 있다. 분열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은 화해와 통합을 역설한 바이든(J. Biden)을 선택했다. 진영논리에 갇혀 갈라치기하고 ‘선택적 정의’를 추구함으로써 나라를 두 동강 내어 놓고도 잘못을 모르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이 판박이다.‘탈 진실(post­truth)’ 선동의 주역, 트럼프는 공공연히 거짓말을 하면서 백인과 유색인의 갈등,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그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서슴없이 공격했다. 트럼프의 4년 통치로 미국은 남북전쟁 이래 최악의 분열로 대립하고 있다.문 대통령 역시 ‘편 가르기 정치’로 일관해 왔다. 광화문과 서초동, 부자와 빈자, 친일과 반일, 의사와 간호사,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등 ‘여론 갈라치기’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했다. 지지자에게는 관대하고 비판자에게는 냉정한 ‘선택적 인식’을 하는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보스에 불과했다. 그 결과 ‘두 외눈박이 대통령들’의 공통적인 최대 업적(?)은 ‘증오와 배제의 분열정치’를 통하여 ‘한 나라에 두 국민을 만들어놓았다’는 놀라운 사실이다.바이든은 선거운동 중에 남북전쟁의 최대 격전지, 게티스버그(Gettysburg)를 찾았다. 링컨(A. Lincoln)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는 통합정신을 다시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링컨이 말한 국민이란 내편 네편 구별하지 않은 모든 국민임은 물론이다. 링컨은 연방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전쟁까지 불사한 통합주의자였다. 바이든은 지난 3일 선거승리 연설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리당략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저서 ‘지켜야 할 약속’에서 “약속은 지켜야만 하며, 정치에 참여하려면 통합이라는 최소비용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신념을 밝힌 바 있다.트럼프의 분열정치와 바이든의 통합정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의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식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대통령은 분열과 대립의 중심에 서 있다. 민주정치의 핵심인 삼권분립이 무너졌으니 모두가 ‘왕(王)이 된 대통령’의 입만 쳐다 보고 있다. 이게 대통령이 말한 나라다운 나라인가?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심리적 내전상태’에 있는 분열된 나라의 치유에 나서기 바란다.바이든의 승리는 ‘위대한 시민정신의 승리’다. 미국인들은 ‘분열의 리더십’을 거부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우리도 대통령의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 꼼수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국민은 ‘배의 균형을 유지하는 평형수’와 같은 존재이다. 균형을 잃은 외눈박이 대통령의 분열정치를 거부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지지·육성하는 것은 국민의 책임이다.

2020-11-16

번아웃증후군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은 번아웃증후군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갑자기 불이 꺼지는 것처럼 체내 에너지가 방전되는 모습을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병명은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그가 처음‘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번아웃 경고 증상은 여러가지다.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들고,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이다가도 오히려 열성적으로 업무에 충실한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만성적으로 감기, 요통, 두통과 같은 질환에 시달리고,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직장인들이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이유는 뭘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주는 대상은 역시 상사다. 직장인 2명 중 1명이 “상사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 팀원과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사와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상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상사유형으로 꼽혔다. 젊은 직장인들은 야근을 강요하거나 주말에 일 처리를 명령하는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번아웃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직원 상호간 서로 노력을 인정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직장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퇴근 후에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고, 운동, 취미 생활 등 능동적인 휴식 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16

울릉공항 첫 삽, 섬 관광 새 지평 열기를

울릉군민의 오랜 숙원이던 울릉공항이 26일 드디어 착공식을 가진다. 2015년 국토부가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5년만이다. 총사업비 6천633억원이 투입되며, 50인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1천200m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이 건설된다.2025년 완공되면 서울 등 전국 어디서나 1시간이면 섬에 도착할 수 있어 울릉도 관광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울릉도는 제주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섬이다. 그러나 교통편익 시설면에서 큰 격차가 있다. 이로 인한 주민생활 불편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큰 장애가 됐다. 제주도가 연간 1천500만명이 다녀가는데 반해 지난해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37만명 정도다.물론 섬의 규모나 볼거리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울릉 섬에 대한 취약한 접근성과 편익성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들지 못했다. 울릉도를 가려면 육지교통부터 먼저 이용해야 하고 또다시 뱃길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나마 기상이 나쁜 날이면 허탕을 치기가 일쑤다.울릉공항의 건설은 섬주민의 생활권을 확대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관광 산업 활성화란 측면에서 울릉 섬 관광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다 해도 틀리지 않다. 비록 50인승이지만 해상을 통한 불편함으로 섬 구경을 미처 못했던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지난해 울릉도 섬 일주도로 개통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던 것을 상기하면 관광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울릉도는 지난 1989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헬기노선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취항 3일 만에 기관고장을 일으켜 사업이 중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관광산업 활성화에 따른 안전문제도 신경을 써야 할 분야다. 소형공항으로서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피고 개선책을 꾸준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또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관광 인프라 확대도 미리 준비할 과제다. 공항건설에 걸맞는 관광지의 이미지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최고 관광지로 발돋움해야 한다.울릉도는 인근에 독도를 두고 있는 천혜의 자연을 품은 신비의 섬이다. 천연기념물 등 육지에서 볼 수 없는 풍부한 관광자원이 간직된 곳이다. 공항건설이 울릉섬 관광의 새 지평을 여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0-11-16

반헌법적 ‘한동훈 금지법’ 즉각 중단돼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법안인 일명 ‘한동훈 금지법’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친여 성향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일제히 위헌 우려를 제기하며 추 장관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헌법상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헌법적 동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추 장관의 입법 검토지시가 나온 이후 표적으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의 반발부터 살펴보자.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을 향해 “수백 년 투쟁의 결과물인 헌법을 ‘헌신짝’처럼 던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현 정권의) 검찰개혁에도 역행한다”고 성토했다.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비판 일색이다. 참여연대는 13일 ‘한동훈 금지법’에 대해 공식 논평을 통해 “해당 법안을 검토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무소불위 검찰권한의 분산과 축소’라는 검찰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 도중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기된 ‘사법방해죄’ 사례를 비교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한동훈 금지법’에 대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 장관에 대해 자기 성찰과 국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진보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는 성명을 통해 “헌법 제12조 제2항을 부정하는 위헌적 법률 제정 지시”라고 성토하면서 “추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수사 편의를 위한 강제수사의 범위 확대는 곧바로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특히 지금처럼 반대편 공격에 쓰려는 목적으로 자기부죄금지 같은 기본 원칙에 예외를 만드는 일은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은 패착이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이 합법을 가장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했던 아픈 경험들을 품고 있다. 아집에 빠져서 반헌법적 발상까지 서슴지 않는 추 장관의 언행은 ‘민주화’를 외쳐온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망동이다.

2020-11-16

최면과 강아지풀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최면을 경험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최면과 최면치료만큼 항간의 오해를 받는 심리치료기법도 드물 것이다.그렇지만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은 강아지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개를 부르듯이 불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풀은 열매의 표면에 작은 털이 많은 식물로 미세한 움직임에도 흔들리게 되어있다. 그 강아지풀을 쳐다보고 집중하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여”라고 말했을 때 실제로 그 강아지풀은 움직인다. 내가 마음속으로 집중하고 움직이라는 언어적 암시를 했으므로 움직이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것이 최면에서 중요시하는 관념운동 반응(ideomotor response)으로 마음의 존재를 알려주는 반응이다.이 강아지풀 놀이와 유사한 것으로 펜듈럼 기법이란 최면기법이 있다. 이것은 종이 위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실 끝에 추를 달아놓고 집중하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여”, “돌아라” 하면 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마음 중에서도 잠재의식이며, 이 잠재의식의 힘을 활용한 것이 최면이다.천재적인 최면가인 밀턴 에릭슨은 “환자는 자신의 잠재의식과 라포가 단절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최면, 즉 깊은 이완 상태에서 잠재의식의 메시지를 듣는 것이 최면치료의 궁극적 목적이다.이러한 잠재의식의 힘을 알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가 아팠을 때 어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이야. 엄마 손은 약손이야” 하면서 배를 문질렀을 때 실제로 배가 덜 아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최면의 아버지인 안톤 메즈머가 환자들을 최면 치료할 때 쓰던 방법과 유사한 최면기법이다. 실제로 프랑스 등에서는 현재에도 메즈머의 최면전통을 이어받아서 메즈머리즘이란 기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워크숍이 존재하고 있다.합리적 정서치료(REBT)의 창시자인 앨버트 엘리스와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도 최면가였다. 그런데도 심리학과 의학은 옳고 최면은 사이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아주 어리석은 사람이다. 해의 혜택을 누리면서 해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매일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게 말로써 긍정적인 최면이나 부정적인 최면을 유도하고 있다. 이왕이면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인 최면을 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지혜로운 방법이다. 즉, 최면은 신비스럽거나 무서운 것이 아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나누는 대화, 그것이 일종의 최면이다. 즉, 당신의 말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몸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며 건강하게도 혹은 병들게도 한다는 것이다.강아지풀을 가지고 놀았던 그대, 어머니의 약손을 기억하는 그대, 그대는 이미 최면가이다.

2020-11-15

무착륙 관광비행

윤영대수필가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곳이 여행사와 항공사인 듯하다. 그래서 새로운 여행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무착륙 관광비행’이라는 것이다. 항공법상 한 지점을 이륙하여 정해진 노선을 돌고 착륙 없이 다시 이륙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비행을 말한다. 세계항공업계도 ‘목적지 없는 비행’이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이에 국토교통부는 해외에 착륙하지 않고 상공만 비행하고 오는 노선도 국제선으로 분류하고 면세품 쇼핑도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니 코로나에 찌든 여행업계도 반색이다.10월 초, 에어부산은 항공 관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승무원 체험학습 비행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행하였고, 월말에는 일반 승객을 태우고 두 차례의 무착륙 비행을 선보였다. 대한항공과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이를 추진 중이며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여 강릉-포항-김해-제주 상공을 돌아오는 ‘한반도 일주 비행’상품을 내놓았다. 초대형 항공기 A380 기종으로 비즈니스석을 비롯하여 20~30만 원 선이었지만 완판되었고 지금까지 4회 운항하여 여행객들의 반응도 좋다.이에 앞서 제주항공이 국내 최초로 ‘비행기 속 하늘여행’으로 1시간 반 정도 우리 땅 위를 반시계방향으로 날며 관광비행을 했고, 진에어도 ‘홍콩여행’ 테마로 인천에서 이륙하여 광주-제주-부산 상공을 돌아오며 탑승객에게 기내식과 홍콩여행 기념품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모두 평균 85% 탑승률을 기록했다.이뿐만 아니다. 국내 경비행기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4인 이하의 경비행기는 고도 500피트까지 하강할 수 있어 저공비행으로 관광명소를 관망할 수 있으니 한번 타보고 싶다. 오래전 헬기로 미국 그랜드캐년 협곡을 돌아보았고 열기구를 타고 터키 카파도키아 계곡 위를 떠다녔던 기억을 되살려 보니, 우리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제주 한라산 백록담, 더 나아가 대마도까지 한눈에 담고 오는 관광비행도 좋으리라.더 나아가 해외 무착륙 관광여행을 하려면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 면세품 취급에 대해서는 관세청이 그 범위를 정해야 하고 여행객들을 출국자로 할 것인지의 여부는 법무부가, 또 노선 신설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해야 한다. 이미 세계 항공사 중에 40여 개가 파산 및 운영중단을 했다고 하니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하여 항공사와 여행사 그리고 면세품업계에 숨통을 틔워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행 루트도 개발하고 기내 이벤트와 서비스의 새로운 방향 모색도 필요하다.그냥 비행장에서 앉아 있는 비행기를 띄워서 코로나에 발 묶여 있는 해외여행 희망자들의 마음을 반이라도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 중 지상의 풍경이나 유적지를 가상현실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행지에 내려 관광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도 좋겠다. 일부 항공사는 기내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한때 기내식 먹는 것이 취미라고 허풍을 떨기도 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높은 아파트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한번 먹어보고 싶다.

2020-11-15

미국 신정권 출범이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상원과 하원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외 접전으로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은 확실한 듯 보이나, 민주당이 아직 상원까지 확실하게 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하였다.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 선거에서 민주당이 2석을 확보하면 연방 상원에서 50대 50의 동석을 이룰 수 있으므로 기회는 남아 있다. 그리되면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맡아 결정권을 가지게 되니까 사실상 민주당이 과반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지난 11일 부정선거가 횡행한다며 미시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선거결과를 둘러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조지아주 주무장관은 모든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재집계할 것을 결정하고 11월 20일 기한 내에 마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든지 패배를 인정해야만 결과가 확정된다. 그러는 동안 미국 정치의 공백기가 길어지고 사회불안이 높아지면 잠깐이나마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마저 있다. 게다가 신정권이 추가 경제대책을 내더라도 사실상 내년 취임식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31.4%의 역성장률을 기록하였다가 3분기에는 73년 만의 최고치인 33.1%라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이는 2분기의 골이 깊었던 기저효과에다 약 3조 달러 규모의 경기 자극 효과가 더해진 결과여서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다시 낮은 성장률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미국에서 신정권 출범 이후 주요 정책 방향에 따라 크든 작든 포항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다고 가정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정책과 조금이라도 바뀔 여지가 있는 사안을 미리 짚어 봄으로써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먼저, 미국의 재정 금융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 바이든 씨는 ‘블루 웨이브’를 이룬다는 전제하에 법인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와 함께 인프라 투자, 육아와 교육, 건강관리, 사회보장 급부에 이르는 막대한 세출 집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의 정책이 집행된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증세액은 4.3조 달러, 세출 확대는 9.9조 달러에 이른다. 차액 5.6조 달러 만큼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고 금융완화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바이 아메리칸’,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주장했었기에 인프라 투자확대가 포항경제에 미칠 효과를 다소 제약되더라도 일단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두 번째, 중국과 서로 관세 제재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의 범위와 정도는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즉각 휴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씨가 비록 중국에 대한 제재 관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민주당 내에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책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쉽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내세운 세계 각국과 무역 관세나 무역정책 자체를 인질로 삼는 일종의 경제 내셔널리즘, 탈글로벌화 정책은 조금씩 완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관세정책을 대신할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정책전환에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미국과 중국의 현재 상황은 당분간 현상 유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철강 쿼터 제한과 같은 유탄을 맞은 포항경제에는 다소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즉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영향은 중립적이라 생각한다.세 번째, 신정권 출범에 따라 종전과 분위기가 바뀔 분야는 북한에 대한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친근관계까지 이야기되던 훈풍은 아마도 사라질 것이다. 오히려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인 압박카드를 다시 꺼낼 확률이 높아졌다. 다만 미국이 강경노선을 채택하여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근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미국 신정권 출범으로 한국의 일본에 대한 강경 자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다. 한술 더 떠 그렇게 되면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관광산업에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먼저 풀면서 대화를 요청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미국의 압력을 받아 손을 내미는 것은 ‘노 저팬’을 부르짖고 있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은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던 산업, 기업체는 물론 일본과의 관계개선까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당장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신정권 출범 이후 북한과 경제협력을 위한 철도현대화와 같은 주요 인프라 투자사업에 개입할 틈이 지금까지 보다는 훨씬 좁혀지기 쉽다는 점에서 포항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 방향으로 전환될 분야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정책대응일 것이다. 민주당이 지구온난화대책을 강력하게 미는 데는 이 정책이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최근 원자력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 이산화탄소(CO2)배출량이 많다. 중국경제가 성장할수록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니 삭감목표 부과가 중국 성장을 억제하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이산화탄소 배출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구온난화정책이 미치는 효과는 결국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또 다른 유탄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세력이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9월 23일 2035년부터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신차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15년. 사실 그리 시간이 많지도 않다. 미국 정책에 따라 전기차로 이행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국내 완성차업계는 물론 경주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와 소재를 제공하는 포항의 철강업체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전기차로 이행되는 속도가 빨라지면 포항이 추진하는 배터리산업은 반대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면 중립적인 영향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결론적으로 미국의 신정권 출범 이후에도 경제 내셔널리즘과 같은 정책성향은 계속되기 쉽다. 앞서 짚어 본 4개 사안 가운데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이 중립적인 것이 둘, 긍정과 부정이 각 하나씩이긴 하나 길게 보면 저울은 부정적 영향으로 기울어질 우려가 크다. 포항은 지금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육성에 힘쓰면서 이와 동시에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연구개발에 더욱 노력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응책이란 있을 수 없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11-15

신한울 3·4호 재개로 탈원전 무리수 없어야

최근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조작된 의혹이 있다”고 결론낸 데 이어 검찰수사까지 진행되자 울진소재 신한울 원전의 재개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정부가 월성 1호기 폐쇄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결론난다면 울진 신한울 3·4호기 등의 공사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울진소재 신한울 원전 1·2호기는 이미 98.84%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주·포항의 지진을 이유로 운영허가를 미루고 있지만 허가만 난다면 곧바로 운영에 들어갈 태세다.또 공사가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는 내년 2월 26일까지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짓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된다. 이미 7천900억원이 투입되고 부지까지 확보된 사업이라 뒷수습이 만만찮다.원전의 허가권을 쥐고 있는 산자부는 최근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신한울 3·4호기도 똑같은 전례를 밟을까 난감해한다는 소식이다. 신한울 3·4호기를 폐쇄한다면 소송 등 후폭풍이 두렵고 재개한다면 탈원전 정책이 후퇴할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현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후 학계, 산업계 등 광범위한 분야의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정부는 강공책으로 일관, 아직 우리지역에 소재한 신한울 원전에 대해서는 재개 여부가 결론나지 않은 상태다.최근 경북도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기한 연장과 1·2호기 허가 승인을 정부측에 건의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집중된 울진군의 경제 사정이 극도로 나빠지고 인구까지 빠져나가는 등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신한울 공사의 재개로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덜어 달라는 뜻이다.정부의 탈원전은 전력 공급 차질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위축, 수출 타격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인 우리 원자력 생태계 붕괴 우려를 자아냈다. 신한울 3·4호기의 폐쇄는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이젠 회복 불능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 정부의 엄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탈원전 정책의 무리수로 나라 경제를 망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0-11-15

‘윤석열’이 온다

안재휘 논설위원중국 전국시대 말엽, 진나라가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포위·공격하자 혜문왕(惠文王)은 동생이자 재상인 평원군(平原君)을 초나라에 보내 원군을 청하기로 한다. 평원군이 수행원 스무 명을 뽑을 때 마지막에 나타나 스스로를 추천한 인물이 모수(毛遂)다. 평원군은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로 거절한다.낭중지추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말로 인물이라면 주머니를 뚫듯 저절로 나타나는데 모수는 3년을 평원군 집에 식객으로 있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모수는 “한 번도 저를 주머니에 넣어 주시지 않았지 않았느냐”는 절묘한 답변으로 수행원에 포함되고 이후에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나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이 24.7%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낙연 대표는 22.2%로 2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18.4%로 3위를 차지했다.이어진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정례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주목거리다. 이 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각각 19%에 이어 3위였다. 윤석열의 지지도는 11%로 한 달 만에 무려 8%나 수직상승했다.‘윤석열 현상’으로까지 회자되는 이 흐름을 놓고 정치권은 엇갈린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은 대체로 떨떠름한 표정이고, 야당 또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야릇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윤석열의 대권후보 지지율 선두권 부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윤석열 부각의 일등공신은 모두가 알듯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추 장관은 윤석열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지휘권·감찰권·가족 수사·공개 저격 등 오만 핍박을 다 펼치고 있다.‘김대중을 만든 건 박정희’라는 말이 떠오른다. 박정희의 가혹한 탄압이 오히려 담금질이 되어 연철에 불과하던 김대중을 강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추미애의 말도 안 되는 채찍질·발길질 횡포가 윤석열을 날로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현 단계에서 윤석열의 부각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 쪽은 국민의힘이다. 가뜩이나 마땅히 떠오르는 주자가 없는 마당에 윤석열이 야당의 잠재영역을 다 차지해 여지를 말살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여야를 불문하고, 날로 까발려지는 정치권의 온갖 추잡한 이면들을 바라보면서 ‘법치의 위기’를 절감하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입법부를 행정부에 종속시키는 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라는 20세기 최고의 진보지성 버트런드 러셀의 파시즘 정의가 아니더라도, 3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는 이 나라는 진실로 위험하다. 아직은 그를 담아낼 마땅한 그릇조차 없는데, 어쨌든 ‘윤석열’은 온다. 검찰청 앞 화환에 붙은 ‘낭중지추’ 응원 문구가 새뜻하다.

2020-11-15

덜식의 날

11월 11일은 똑같은 숫자가 네 개가 들어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는 날이다. 실제로 이날은 보행자의 날, 농업인의 날로 지정돼 있고,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등 민간차원의 각종 행사도 많이 벌어지는 날이다.중국은 1자가 홀로 서 있는 것이 사람처럼 생겼다 하여 독신자의 날로 정했다. 또 11월 11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 탓인지 세계 각국의 유통업체들이 이날을 시작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자주 벌여 이제는 유통업계의 세일 날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보행자의 날은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를 줄이고 국민건강 증진과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날로 기울어 가는 농촌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농업인의 의욕 고취를 위해 국가가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다.또 빼빼로데이는 민간차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이벤트 날이다. 부산의 어느 여고에서 여학생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빼빼하게 되라”고 놀리며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한 것이 유래라 한다. 이것이 제과업체의 마케팅으로 이어져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생긴 날이다. 빼빼로데이의 반작용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취지의 가래떡데이가 생겼다.경북도가 11월 11일을 ‘덜식의 날’로 정했다. 덜어먹는 식문화의 날이란 뜻이다. 코로나 감염증을 예방하고 위생적이며 올바른 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경북도의 식생활 개선 캠페인이다. 노란색 디자인의 덜젓가락도 제작, 모범업소에 전달했다.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공통반찬의 우리 식문화 이젠 바꿀 때가 됐다. 기왕이면 전국적 캠페인으로 확산되면 더 좋겠다. 11월 11일 기념일에 덜식의 날이 추가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5

‘재인 산성’이 사라졌다…뻔뻔한 ‘이중잣대’

점차 거세어지는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난 주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이날 서울 도심 등 61곳, 지역 12곳에서 약 1만5천 명 규모의 99명 쪼개기 편법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 광복절과 개천절에 광화문에 등장했던 이른바 ‘재인 산성’으로 불리는 대규모 차벽은 없었다. 정부 당국의 ‘선택적 정의’ 또는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14일 민중대회를 비롯해 민주노총 주도의 전국적 집회와 관련해 “방역수칙을 어기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되면 엄정히 법을 집행하고 책임을 분명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8·15집회 때 밝혔던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는 표현과는 현격하게 온도차가 났다.13일 코로나 확진자는 191명, 14일에는 205명에 이르면서 최근 일주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개천절 직전인 10월 1일과 2일의 77명, 63명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확진자가 몇 곱절 늘어나고 감염 확산 위험이 증가했는데도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코로나 확산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호도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국민의힘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정부는 민노총의 민중대회를 앞선 광복절 집회 등과 다른 잣대로 수수방관한다. 개천절 당시에는 ‘재인 산성’까지 쌓더니 네 편 내 편 가르는 선택적 방역을 한다”고 비판했다. 똑같이 사람이 모이는 집회인데 어떻게 민노총이 하면 감염 위험이 낮고, 정부 비판 단체가 하면 ‘살인 위협’이 되나. 국민건강을 지키는 방역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최소한 유보하는 결단에 이의를 걸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조치도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차별적으로 사용되는 공권력의 오용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악성 바이러스다. 권력기관이 남용하는 ‘선택적 정의’는 어떤 경우에도 ‘정의’가 아니다.

2020-11-15

코로나와 영덕대게축제

이희진 영덕군수많은 사람들이 영덕이란 지역을 듣고 연상하는 이미지는 대부분 바다와 대게일 것이다. 고래불 해수욕장을 비롯한 맑고 푸른 동해를 품은 영덕의 청정 해안 절경과 맛과 품질 모두 전국 으뜸인 대게는 1천 만명의 관광객을 영덕으로 오게 한 일등공신이다.2019년 영덕군 사회조사 결과 영덕군민들은 가장 선호하는 축제로 ‘영덕대게축제’를 꼽았다. 영덕대게축제는 군민 44.9%의 선택을 받았고, 이어 해맞이축제(33.9%)와 영덕황금은어축제(6.4%)가 뒤를 이었다.영덕군 대표 축제인 영덕대게축제는 대게가 제철인 매년 2월 강구항 해파랑 공원에서 개최된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지정예비축제로 지정됐으며 경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11월 1일부터 대게 금어기가 해제돼 본격적인 영덕 대게 철이 시작됐다. 더불어 대한민국 대게 최대 집산지이자 소비지인 영덕 강구항이 겨울철 최고 별미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대게는 발이 붙어나간 모양이 대나무의 마디와 같이 이어져 있다고 해서 이름지어졌으녀 한자로 죽해(竹蟹)라고도 한다. 주요 서식처는 영덕군 영해면 대진리 앞바다에서 감포앞바다에 걸쳐 형성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영덕군 일원의 앞바다가 주산지이다.대게 자원보호를 위해 산란기인 매월 6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금어기로 정해져 있고 영덕군은 금어기와 별도로 어민들이 자체 금어기를 정해 자원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대게는 금어기 포획과 함께 체장 9㎝(몸너비) 이하의 어린대게와 암컷대게는 연중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대게의 고장 영덕군은 매년 4월 초에 영덕대게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참여해 영덕대게의 맛을 체험하고 있다.영덕군과 영덕대게축제추진위원회 주최로 매년 개최되는 영덕대게 축제는 어민소득 증대 및 지역 경제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지난해 3월 21일부터 24일까 나흘간 열렸던 제22회 영덕대게축제 평가보고회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은 전년(9만5천458명)보다 17% 감소한 7만8천876명으로 집계됐으나, 수도권 방문객과 대전, 충청, 세종 지역 거주자의 방문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문객 1인당 소비지출이 전년(7만 7천38원)보다 45% 늘어난 11만1천636원으로 집계돼 경제적 파급효과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직접경제효과는 86억 원이었고, 이는 전년의 55억 원 대비 57% 증가했다. 간접경제효과도 276억 원이나 됐고 이는 전년의 174억 원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4월 축제를 열지 못하고 오는 12월 비대면 행사로 개최할 예정이다. 영덕군 지난 2월 코로나로 개최가 불투명할 때 영덕군의 대표축제인 영덕대게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무기한 연기하면서 축제 개최의 여지를 남겼고, 마침내 축제 개최로 이어졌다. 군은 대게축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재미와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하고자 공직자와 군민들이 한마음으로 노력중이다.올해 축제는 홍보와 판매를 연계해 진행할 방침이다. 전 세계가 볼 수 있는 온라인의 특성을 활용해 영덕대게를 전 세계에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코로나가 남긴 비대면 시대, 어쩌면 군민들을 비롯해 많은 공직자들이 어색하고, 낯설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코로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대면 방식으로 행사와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내년에는 더 양질의 축제와 행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해 판매와 연계함은 물론, 비대면 방식 축제의 흥행 성과도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고자 한다.콘텐츠의 차별화 그리고 많은 군민들의 참여가 비대면 방식의 성공을 가를 열쇠로 보인다. 여기에 영덕군의 맑은 자연 환경을 비대면 방식으로 어떻게 전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포스토코로나 시대, 영덕군의 비상을 지켜봐 달라.

2020-11-15

꽃지 순례

노란 꽃비가 내린다. 바람이 쓰윽 지날 때마다 화라락 은행잎의 비행이 시작된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들의 비행하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쏴아, 바람이 또 분다. 겨울을 준비하려고 옷을 벗는 은행나무의 바스락거림 연주가 울려 퍼진다. 오늘 또 길을 나서야겠다.몇 해를 벼르고 별러 영양군 입압면의 서석지를 찾아갔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반은 나무에 머물고, 반은 떨어져 발밑을 덮고 있을 때가 장관이라 지난해, 지지난해까지 사진을 찾아보며 가장 절정인 때를 골랐다. 하지만 서석지 주차장에 들어서며 알았다. 일주일 전에 왔어야 했다는 걸. 400번의 가을을 그 자리에서 맞았을 텐데 올해는 더 일찍 옷을 벗었다. 하늘 향해 높게 뻗은 가지에는 한 잎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청마루에 올라 그 풍성한 노란빛의 수런거림을 오후 내내 듣다 오려고 했던 계획은 날아가 버렸다. 서석지 못 안에 이미 연주를 끝낸 노란빛이 가득했다.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그다음 찾아간 곳은 경주 통일전 가로수길이다. 7번 국도를 달리다 통일전 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지 2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지난 주말이 절정이었다. 쭉 뻗은 가로수가 가슴을 트이게 하고 넓게 펼쳐진 통일전 마당이 또 한 번 눈을 시원하게 한다. 잔디도 노랗게 단풍 색으로 변했고 정자 위에서 내려다보는 들 또한 갈색이라 풍경이 그저 그만이다. 은행나무 가로수와 들판의 이중주가 아름다운 곳이다. 가장 늦게 물드는 곳이 경주 운곡서원이다. 햇살의 양이 적어서 서석지와 통일전 은행잎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조금씩 노란색을 띠기 시작한다. 같은 길에 선 나무 중에도 하루 종일 해를 보는 나무는 노래져도 건너편 건물 그늘에 가려진 나무는 열흘 이상 늦게 물든다. 하지만 조금 늦다뿐이지 은행나무의 그 노란빛은 같다. 한껏 노란 물이 올랐을 무렵에는 서원을 오르는 계단부터 은행잎으로 덮인다. 해질 무렵이면 찍사들의 삼각대가 쭈욱 둘러서 한복을 입은 모델까지 세워놓고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해질녁 서원의 공기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햇살이 큰 나무 사이로 조금 남은 빛을 흘려보내서 실크 커튼을 드리운 듯하다. 바람이 살짝 불기라도 하면 보는 이들의 탄성에 셔터 소리가 묻히기도 한다. 오래된 기와에 떨어지는 노란 잎, 대나무 담장을 뚫고 들려오는 냇물 소리, 운곡산방의 차 따르는 소리까지 어울려 웅장한 협주곡이 완성된다. 가을 끝자락이 들려주는 음악에 취해 어둑해질 때까지 나무 밑을 서성인다.이곳 말고도 은행이 찬란한 곳으로 가까이는 오어사, 조금 멀리 대구의 도동서원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영천 임고서원에 들러 금관처럼 생긴 은행나무에 취해봐도 좋다. 경주 도리마을은 은행잎이 다 진 다음에 가도 좋은 곳이라 볼 수 있는 기간이 길다.김순희 수필가누가 나무를 제일 사랑하지? 라는 질문에 시인은 봄은 나무에 예쁜 나뭇잎 옷을 입혀 주고, 여름은 나무에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을 피워 주며, 가을은 맛있는 과일을 주고 화려한 단풍을 입혀 준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진 겨울이 나무를 제일 사랑한다고 하며 말을 끝맺는다. 나무들에게 휴식을 주니까. 은행나무가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시인은 겨울이 나무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거라고 일러준다.은행나무는 오래 한자리를 지킨다. 수백 년은 그 자리에서 오가는 이들을 보았을 것이다. 함부로 대할 게 아니라 나무님이라고 치켜세워 주어야겠다. 오랜 연륜 탓인가 버려야 할 시기를 알고 어김없이 늦가을이면 잎을 내려놓는다. 오래 멀리 가는 방법을 터득한 은행나무들의 루틴이다.종교인들은 종교활동의 하나로 발생지나 순교지를 따라 성지순례를 한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다는 빵집을 찾아가 맛보는 빵지순례를 한다. 나는 계절 따라 피는 꽃이나 숲을 찾아다닌다. 꽃지순례이다. 11월에는 은행나무의 비행을 보러 다녔다. 그런 내게 은행나무가 말한다. 바람이 분다, 떨어져야겠다고.

2020-11-15

윤석열 대망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윤석열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은 윤 총장의 차기 지지율이 24.7%를 기록,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2%)와 이재명 경기지사(18.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지율이 급등했다.여야 정치권은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져들었다. 우선 여권은 윤석열 지지율 1위를 애써 폄하하면서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초래하면서 윤 총장의 몸값만 올려준 결과가 됐다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감찰 지시 등에 잇따라 나서면서 불필요하게 전선을 확대한 것이 실책이란 지적들이 많다. 정세균 총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에 대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제1야당인 국민의힘 분위기는 여권보다 좀더 복잡미묘하다. 민심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선 모양새란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국민의힘 내부 주자가 아니라는 점이 딜레마다. 윤석열 대망론은 새 인물과 정권 탈환을 고대하는 보수층의 갈증에 당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대망론은 저조한 지지율 아래 관망세를 유지해온 당내 대권잠룡들의 행보를 재촉하는 효과는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현직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틈날 때마다 중앙 정치 무대를 향해 경제 교육 정책 관련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도심재개발을 통한 서울 집값 안정정책, 대학생 지하철교통비 반값정책 등을 내세우며 대권도전을 선언한 데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1일 킹메이커 역할을 자치하고 있는 야권 최대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야권연대 플랫폼’ 을 구성하자며 대통합주장을 펼쳤다. 또 야권 잠룡중 TK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는 16일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자신의 강점인 ‘경제 전문성’ 부각에 나서는 한편 오는 26일 마포포럼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 닿아있다.대선이 1년여 넘게 남은 시점에서 급부상한 윤석열 대망론이 어떻게 결말지어질까.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말한 것처럼 2017년 대선 1년 전쯤인 2016년 5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뒤 사라졌던 ‘제2의 반기문 효과’로 귀결될 지, 윤 총장이 특정 시점에 전격적으로 대선 경선에 뛰어들어 새 국면을 이끌어 나가게 될 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윤석열 대망론은 보수층이 새 인물과 정권탈환을 바라고 원한다는 점을 웅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