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고 땀방울을 흘리며 추수하는 농부의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는 언제부터 추수한 곡식을 저장하고 서로 가진 것을 사고팔기 시작했을까? 아마도 농경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농사기술이 발전하여 생산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수확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남는 곡식을 저장하고 다른 필요한 물건들을 서로 물물교환하면서 많은 저장과 이동이 동반되었고 유통(流通)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을 것이다.
유통은 생산과 소비 사이에 존재하며 양자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과 소비 사이에는 장소, 시간, 사람 간의 이격이 존재한다. 예컨대 식탁에 오르는 생선은 근해나 원양에서 오는 것으로 이렇게 생산과 소비 사이에는 장소적인 이격이 존재하며, 이를 연결하는 것이 ‘운송기능’이다. 또 쌀은 가을에만 수확하여 연중 소비가 발생하므로 생산과 소비 사이에 시간적 이격이 존재하며 이를 연결하는 것이 ‘보관기능’이다. 그리고 쌀을 생산한 사람은 본인이 필요한 양을 제외하고 쌀을 사려는 사람에게 팔아 현금화하여 다른 필요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므로 이를 연결하는 것이 ‘판매기능’인 것이다.
이처럼 장소, 시간의 이격을 매워주는 것을 우리는 물적유통(物的流通) 즉 ‘물류’라고 하며, 사람 간의 이격을 매워주는 것을 상적유통(商的流通) 즉 ‘상류’라고 한다. 그 중 제조현장은 물류의 개선이 중요하며 핵심은 장소와 시간적 이격을 줄여 생산하는 물건이 낭비 없이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생산현장을 보면 종종 물류의 핵심 개선 포인트를 잊어버리고 필요 이상으로 저장공간을 많이 두거나, 시간적 이격으로 인해 재공, 재고가 늘어 제품 회전이 늦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필자가 지도한 회사 중에 1천종류 이상의 내화물을 생산하는 공정이 있었는데, 가열로에서 나온 내화물을 종류와 사이즈 별로 팔레트에 적재 후 별도의 저장공간에 하나의 통로를 통해 저장 후 다시 꺼내어 포장공정에서 포장하여 최종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라인이 있었다.
내화물의 종류가 많다 보니 넓은 저장공간이 필요하였고 하나의 통로를 통해 입, 출고를 하고 있어 역물류 발생과 포장할 제품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를 제품 종류별 생산 로트(Lot) 크기를 줄여 재고량을 줄이고, 입고와 출고 통로를 별도로 구분하여 물건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개선하여 하루에도 수백번씩 발생하던 역물류와 시간을 줄인 예가 있다.
물류는 ‘사물(物)이 흐른다(流)’를 의미한다. 즉 생산하는 제품의 행선지와 두는 곳을 정하고 시간과 수량을 정해 최적으로 흐르도록 물품에 일종의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목적지와 시간이 없는 것은 죽은 물건이 되는 것이다. 제조현장의 모든 생산품에 대하여 생명을 불어넣고 장소, 시간의 이격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직원은 낭비를 발굴하는 역량이 향상되고 회사는 제품의 빠른 회전을 통해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