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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다는 것

등록일 2021-11-08 19:43 게재일 2021-11-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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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모든 것들이 차츰 제자리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산자락 어딘가엔 열매가 익어 저절로 떨어지고 땀이 서린 들판엔 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풀잎이나 잎새는 마르거나 물들어가며 조락(凋落)을 기다리고, 벌레나 짐승들은 제 나름의 몸짓으로 먹이를 모으거나 땅을 파며 동장(冬藏)을 채비하고 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지나선지 쌀쌀해진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의 미틈달은 결실과 수확, 정리와 준비로 제자리를 채워가는 시간이다.

세상만물은 모두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구름이 흘러가다가 비를 내리듯이(雲行雨施), 자연은 만물이 두루 은택을 받아 잘 생장하고 완성된다. 천변만화하는 자연의 이치 속에 온갖 생명체는 생멸을 거듭하고 만남과 헤어짐은 다반사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정체되면 발전이 없듯이, 우리는 환경과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 버물리고 제자리를 찾아가며 저마다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작고 변변찮은 미물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교감과 상호작용으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미상의 바이러스도 공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여건이 세상을 움직여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라는 희대의 바이러스와 싸우며 버텨온지 꼬박 2년이 다돼 간다. 설마설마하던 바이러스가 공포와 불안의 회오리를 일으켜 지구촌은 신음과 침체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조마조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친 엄청난 충격과 파장은 수많은 이변과 변화, 생소함과 이질적인 양상으로 나타나 혼돈과 암울의 안개를 여전히 묶어 두고 있다.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모색과 낯선 듯 익숙한 적응으로 난국을 헤쳐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계적 일상회복’이 11월부터 전면적으로 이행되고 조금씩 삶의 제자리 찾기가 시작된 것 같다.

단절과 고립을 걷어내는 포용적 방역관리로 국민들의 피로감을 감소시키고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의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새로운 일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적절한 시기의 조치로 여겨진다. 다만, 시민의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을 통해 모두에게 소중한 일상으로의 회복을 추진하여 ‘더 나은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솔선수범과 배려와 존중, 신뢰와 공감으로 가정과 이웃을 함께 지켜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한다는 것은 보듬고 감싸며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다독이며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함께 한다는 것은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서로가 어울려 위로하고 격려하며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뜩이나 혼미하고 흉흉해진 세상일수록 우리는 자신과 서로를 챙기고 사랑하며 더불어 함께 지켜가는 아량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맞서서 받아들여야 한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자연과 인간은 공생해야 공존할 수 있다. 어차피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세상이라면, 희망과 행복의 바이러스를 불러들여 일상의 제자리를 되찾고 평온한 미래를 함께 열어 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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