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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눈으로 본 포항

등록일 2021-11-09 20:03 게재일 2021-1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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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포항예총 회장
류영재​​​​​​​포항예총 회장

포항시가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되어 국비지원의 문화도시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오랜 세월동안 철강생산 중심의 산업도시로 문화의 불모지라 인식되어 온 포항이 국가에서 법으로 인정하는 문화도시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시행 1기에, 더구나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됐으니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기 지정을 앞두고 있는 올해에 그 문턱을 넘기 위해 진력(盡力)하고 있는 도시들의 면면을 보면 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생태문화도시 순천과 도시 자체가 예술인 통영 등 16개 시군이 총력을 기울여 경합중이며 그 중에서 6개의 도시가 지정된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 가능한 일이다.

포항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중 예총이 주관하는 것으로 ‘포항에서 한 달 살기-받아쓰기? 바다쓰기!’라는 프로젝트가 지난 주말 마지막 평가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사업은 타 지역 예술가들이 한 달간 포항에 머물면서 지역문화를 체험하며 지역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본인들의 작품 제작을 위한 영감을 얻기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리지역과 타지역의 예술 활동이 연결되도록 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과연 타인의 눈으로 보는 포항의 느낌은 어떤지, 포항의 예술적 자산은 무엇이며 문화도시로 정착 발전 가능성은 어떠한지를 진단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예술가를 환대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고, 타 지역 예술가들의 눈과 입과 영감을 통하여 포항의 문화적 가치를 진단하고 예술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초대된 작가들은 구미에서 온 동화작가와 시각디자이너, 대구에서 온 패션그래픽 작가, 그리고 내년도 문화도시 예비지정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흥에서 영호남의 경계를 넘어 참가한 화가 등이다. 그들은 구룡포의 ‘아라예술촌’과 송라의 전원주택 작업실 등에 거주하면서 한 달 동안 오감을 활짝 열고 포항의 곳곳을 누볐다. 해양문화에 관한 워크숍을 열었고, 바다가 전해주는 말을 받아 적기도 하였고, 내연산 등 명소를 탐방하였고, 축제, 공연, 전시 등 문화행사를 체험하며 포항을 느끼고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초대 작가들의 공통적인 감동 포인트는 바다와 산, 그리고 도시가 잘 어우러져 예술적 아우라가 풍부한 고장이라는 것이었다. 다양한 포항의 색깔에 반했고 이를 본인들의 작품에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들은 완성작품을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하였다. 바다 테마의 동화를 쓸 것이라 했고, 바다 이미지를 패턴화한 굿즈 제작, 해양 일러스트, 포항 인상의 회화작품과 시화 등으로 전시회를 열자하였다.

고흥에서 초대된 화가는 필자의 대학동기생이다. 그는 포항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며 대학동기 4명을 구룡포 ‘아라예술촌’으로 불렀다. 40년 세월을 넘어 초로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만난 그들은 ‘포항으로의 일탈’이라며 유쾌하게 웃었고, 곳곳을 돌아보며 매력적인 도시 포항에 탄복하여 1970년대 윤정희 주연의 영화 ‘화려한 외출’을 소환하였다. 밖에서 본 포항은 불황의 도시도 삭막함도 아닌 문화가 넘치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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