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습이 변하고 있다. 매년 경험하는 것이지만 이맘때 보는 자연의 변화는 경이로운 마법 그 자체다. 자연의 마법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겐 효과가 탁월한 처방전이다. 그 처방전을 받기 위해 전국 산하에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은 거대한 파도 같다.
11월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바람이다. 굳이 큰 바람까지 필요 없다. 작은 바람이면 된다. 나무에게 있어 작은 바람은 위로다. 작은 바람 한 번이면 나무는 지난 계절 동안 지켜온 시간을 흔쾌히 놓는다. 그 모습에 주저함이나 머뭇거림, 망설임 따위는 전혀 없다.
자유로운 것이 무엇인지, 또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우리 가까이에 그 방법이 있다. 무조건 부정부터 하는 억지 마음을 내려놓고 도로의 배경으로 묵묵히 서 있는 가로수를 보라. 그러면 나무가 내는 길과 저마다의 춤사위로 자유의 춤을 추며 기꺼이 길을 나서는 나뭇잎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마음의 눈을 크게 뜨면 신명에 겨운 나뭇잎의 표정과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겸허한 마음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나뭇잎의 표정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알지 못함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애써 찾자면 “초월(超越)”이 아닐까! 가지를 떠난 다음의 일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뭇잎이 나뭇가지와의 시간을 놓을 수 있는 것은 떠난다는 사실조차 넘어섰기 때문이 아닐까!
그 마음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안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학교에서 이런 것을 학생들에게 찾도록 하는 교육을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시험 문제로 낸다면 어떨까? 정말 이런 교육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교육일까?
자연이 한결같은 이유는 인정(認定)함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부정(否定)이 없다. 상황이 변하더라도 자연은 그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결과를 겸허히 기다린다. 결과를 바꾸기 위한 편법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자연에는 실패가 없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요, 자연의 섭리이다.
11월은 학교 교육에 있어 가장 큰 결실이 있는 달이다. 입시(入試)! 학생 수가 줄어 곧 문 닫을 학교(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들이 속출할 거라고 하지만 이 나라에는 지옥 같은 입시판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입시판에서 죽을 힘을 다하는 학생에게 나뭇잎 표정을 운운하는 것이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필자는 나무들이 나뭇잎을 다 털고 동안거에 들기 전에 꼭 학생과 선생님이 교실과 교과서의 사각 틀에서 벗어나 나이테를 키우는 나무 앞에 서기를 바란다. 그래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이야기를 듣고,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한 나뭇잎의 표정을 꼭 보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표정을 닮으려는 마음을 들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필자가 이토록 강하게 원하는 이유는 만약 코로나 이후에도 이 나라 교육이 지금과 같다면 이 나라 교육에는 희망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