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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실격 당한 사람들의 존엄을 위한 변론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인간 실격’의 주인공은 자신을 인간으로서 자격을 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지만, 사회로부터 인간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기에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사람들을 위한 변론’에서 실격당한 사람은 장애인이다. 그 자신도 장애인이어서 그런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그의 변론은 폐부를 찌른다. 그의 사유의 깊이는 그의 고통에 비례했음이 분명하다.장애인은 살아가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이 있었다고 한다.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인의 삶이 손해라고 생각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삶은 아니라면서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장애인도 자기 삶의 저자이다. 상처받지 않은 척 노련하게 남에게 ‘보여지는 나’를 연기하지만, 내가 나를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를 일치시키고 싶은 기본적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혐오하지 않고 수용하기로 선택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사진 찍듯이 한순간에 포착되는 매력은 떨어지지만, 초상화를 그리듯이 천천히 바라보면 장애인도 아름답다. 장애인을 존중하기 위해 괴물 같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이런 변론을 읽다 보니, 어렸을 때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일이 생각난다. 장애인의 상황이 더 안 좋기는 하지만, 외모 차별, 능력 차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 현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상 체중인 적이 없는 나의 신체는 어린 시절에는 놀림거리였고, 커서는 매력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중증 장애인과 나의 신체를 비교하는 것이 미안한 일이기는 하지만, 신체 때문에 놀림 한 번 받지 않은 독자들보다는 조금 더 이 변론에 공감할 수 있다.그러나 저자의 변론은 어느 정도 성찰하는 힘을 가진 일부의 장애인에게만 해당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가 없는 장애인들도 많다. 어떤 상황에서도 수용하기로 선택하기에는 버거운 장애를 가진 사람, 아무리 천천히 초상화를 그리려고 해도 보기가 저자 자신도 부담스러웠던 남윤광 같은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그런 중증의 장애인들은 존엄하지 않은가? 이들을 위한 변론이 필요하다. 그 변론은 사진 찍듯이 한순간에 알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섬세한 손길로 초상화를 천천히 그려주기를 바라기 힘들기 때문이다.그들을 위해 장애인들도 행복과 고통을 느낄 줄 안다는 것으로 변론하고 싶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부여돼 있다. 어떤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가진 사람도 좋거나 싫은 감정은 느낀다. 행복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장애인은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 장애인이든 아니든 똑같이 울고 웃는 존재이다. 감정 앞에서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엄하다.

2020-11-09

동해안 횡단대교 건설, 정 총리가 희망을 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일 포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동해안 횡단대교 건설과 관련해 “국민들이 즐길 국내 관광명소 개발이 필요하다”며 “횡단대교는 그런 점에서 검토해 볼만 사업”이라 말했다. 또 “정부에 심도 있게 검토하도록 요청했다”며 적극 지원도 약속했다.포항지진 현장을 방문한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은 1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정부 지원을 요청했던 경북도와 포항시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오는 15일로 포항지진은 발생 3년을 맞는다. 그러나 아직도 지진의 상흔은 아물지 못하고 있다. 정 총리의 포항방문은 지진발생 3년을 맞는 포항시민을 위로하고 지역경제 회복을 돕기 위한 일종의 민생시찰이다.이런 점에서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을 지역에서는 횡단대교 건설의 청신호로 해석한다. 지진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경제 지원에 횡단대교 건설만 한 것이 없어 정 총리의 발언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영일만 횡단대교에서 동해안 횡단대교로 명칭이 바뀐 이 사업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흥해읍까지 연결하는 바다를 건너는 해상교량이다. 총길이 9km로 사업비가 1조6천억원 가량 소요된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10년 이상 미뤄왔다.경북은 국토의 5분의 1 면적으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하지만 면적당 도로연장은 전국 꼴찌다. 전국에 35개의 해상교가 있으나 바다를 낀 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북은 한 군데도 없다. 인천은 7개, 부산과 경남은 각 5개, 전남도 4군데가 있다.서해안은 벌써 끝난 고속도로가 동해안은 아직도 미완성 상태다. 동해안 횡단대교 건설은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다. 경북 동해안권 발전의 핵심 기반시설이자 동해안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필수 사업인 것이다. 또 남북통일시대에 대비하는 국가의 주요 간선망이란 관점에서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사업이다.정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동해안 횡단대교 건설 사업이 정부의 관심사업으로 떠오르길 바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뉴딜사업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사업 자체의 후방효과가 그만큼 크다. 지진으로 상처를 입은 포항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정부의 예타면제 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2020-11-09

햇빛 알레르기

햇빛 알레르기는 태양광선에 장시간 노출된 피부에 두드러기, 발진, 수포 등의 증상이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자외선에 의한 급성 피부변화를 일으킨다. 주원인이 태양 광선이지만, 유전적인 대사이상, 일부 항생제와 진통제 성분, 소독약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이 질환은 최근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앓았다고 해 새삼 주목을 받고있다. 문제는 이 질환에 치료법이 없다는 데 있다. 햇빛 같은 경우 가시광선과 같은 장파장이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로도 막을 수 없고, 햇빛에 노출되지 않게 몸을 완전히 가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서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매년 약 2만명이 이 질환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자외선에 의한 기타 급성 피부변화’를 앓는 환자는 1만7천28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2만1천83명에서 2017년 1만9천275명, 2018년 1만8천954명으로 줄어들어 3년째 감소하고 있지만, 꾸준히 환자가 발생 중이다. 성별로 보면 국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체 환자 1만7천820명 중 여성은 1만421명으로 58.48%를 차지했다. 2018년도 전체 1만8천954명 가운데 여성이 1만1천449명으로 60.40%였다.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거나, 여성의 피부가 더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뚜렷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1년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나로네 여사가 햇빛 알레르기의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이 극심한 질환이어서 환자에 대한 따뜻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09

더 추운 겨울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19에 태풍까지 겹쳐 제조업부터 음식점, 호텔, 마트, 학원, 전통시장에 이르기까지 업태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사업체가 여름인데도 추위를 느꼈다. 그러는 동안 절기도 겨울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어촌마을이 가장 활기를 띠는 계절은 겨울이다. 올여름 시내 상가들이 추위를 느꼈다면 어촌마을은 이번 겨울에 혹독한 추위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겨울철 대목을 누리겠다는 느슨한 마음보다는 일단 이번 겨울 가장 피해를 덜 보고 넘기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닷가 마을에서야 늘 수산물이 생산되나 유독 겨울철에 들어서면 활기가 넘치고 돈을 번다는 기대감도 부풀어 오른다. 겨울만 영업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대게와 과메기의 계절인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겨울맞이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비대면, 비접촉이 대세를 이루는 지금도 그동안 지역 어촌에서 해왔던 방식이 그대로 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점검해야만 한다. 특히 과메기와 같은 수산 가공식품이라면 제조공정과 유통과정을 거쳐 다른 지역 소비자에게 택배로 배달되는 모든 단계에서 의심의 눈빛으로 살피는 소비자가 어떠한 불만도 내세울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적어도 다음 몇 가지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하나라도 개선해 나갔으면 한다.첫째, 안전한 식품임을 고객의 눈으로 확신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몇 년 전 꽁치,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의 최고 어장이었던 동일본 앞바다에서 일어난 후쿠시마원전 방사능누출 사고 이후부터는 바다 생물을 먹었을 때 안전한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높아졌다. 포항 구룡포에서 꽁치와 청어로 만든 과메기의 식품안전도 평가를 의식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재료인 꽁치, 청어가 어디서 잡혔는지, 수입한 것이면 대만산, 중국산과 같은 고기잡이배의 국적은 물론 어느 해역에서 잡은 것인지도 명확하게 밝히는 원산지표시 방법도 스스로 고안해낼 필요가 있다. 아예 원재료상태나 과메기 포장 직전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여 아예 포장지에 표시하는 것도 ‘구룡포과메기’라는 지역 브랜드를 전국구 명품으로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역 특산물만이 가지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몇 년 내 일본이 방사능 오염물질을 바다로 버리고 나면 먹을거리로서의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시각은 크게 달라지기 쉬워 이에 대한 사전 대응을 위해서도 신중하게 추진하였으면 한다.둘째, 지역 호텔, 전통시장, 동네 가게 모두 추운 여름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자신의 집을 떠나 움직이는 유동인구가 준 탓이다. 당연히 이번 겨울도 예전처럼 관광방문객이 포항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구룡포는 더욱 특별한 지난해를 겪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특정 방송프로그램 덕분에 잠깐 생겼던 특수였음을 깨닫는다면 올해 구룡포 상권에 다가올 골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물량이라면 지난해가 아닌 지지난해 정도를 염두에 두면서 모든 일을 점검했으면 한다.셋째, 찾아오는 손님이 줄더라도 예년 수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전화로 주문하고, 카드결제나 계좌입금이 가능한 결제수단, 택배로 안전하게 과메기나 대게를 보낼 수 있는 배달 채널은 갖추어야만 한다. 문제는 전화로 주문할 정도로 충성도 높은 단골이 많으면 몰라도 지금까지 편안히 앉아서 어쩌다 찾는 손님들만 상대해온 음식점이나 판매점이라면 더욱 문제다. 자기 가게가 다루는 수산물이나 요리의 특징을 알리는 홈페이지, 블로그, 페이스북과 같은 많은 사이버 홍보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넷째, 지금 위기는 유독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만 겪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야만 한다. 더구나 포항 과메기와 구룡포, 영덕, 울진 등에서 잡히는 대게처럼 경북 동해안 지역은 다른 어촌 지역보다 겨울에 손님이 많았던 점을 생각하면 유독 이번 겨울이 더 추울 수도 있다는 각오를 다져야만 한다. 그러하기에 손님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시스템도 조금씩 갖출 필요가 있다. 당장이야 어렵겠지만 지금 일본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듯이 앞으로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2인석 좌석에는 옆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좌석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지자체가 나올지도 모른다. 포항 시내버스 가운데 구룡포행 버스만이라도 관광객을 위해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처럼 경북 동해안 시, 군마다 비대면, 비접촉 시대에 어울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자체만이 아니라 관련 업종 관계자들이 모두 협력하여 이 지역을 찾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대게, 과메기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도록 유혹하는 정책들을 고안해 낼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수산물은 업계 종사자조차 사진이나 영상만으로 품질과 상태를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만 한다. 손님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이상하다 여기더라도 대면, 접촉 상황에서는 간단한 설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이나 영상만 보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고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요즘은 온라인, 소셜미디어 시대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고객들은 참지 않고 이러한 사실을 마음껏 유포한다. 지역 특산물의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앞으로 대게, 과메기와 같이 지역 이름을 내세운 특산물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과정에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체계와 식품인증을 받아 둠으로써 무조건 믿고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이라는 평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적어도 개인이 힘들면 조합이라도 과메기의 원재료 입수부터 제조, 포장과정, 대게의 손질과 상태, 요리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여주고 이왕이면 해설까지 붙여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들을 계속 궁리해야만 한다. 이왕이면 택배 유통과정에서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급배송 채널을 만드는 한편 압축 비닐 진공포장과 같은 수산물의 위생과 안전, 오염 방지를 위한 수단도 갖추어 나가야만 한다.앞서 언급한 내용은 다른 지역이나 식품업계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들도 많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긴 어려워도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오히려 다가오는 이 겨울에 과메기의 고향, 대게의 산지라는 자부심으로 제조부터 유통,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전 과정에 걸쳐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최고의 안전한 수산 식품이라는 평판을 만드는 디딤돌로 삼았으면 한다. 언제나 믿고 전화로 주문만 하면 받을 수 있는 특산물.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느껴 전화하면 언제든지 반품을 받아주는 자신감 넘치는 지역 수산업체와 유통업계. 철저한 공정관리와 포장, 여러 인증마크와 수치가 포장지에 박힌 안전한 먹을거리로 증명된 식품.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아닌 소비자가 다른 이에게 말할 정도의 지역 특산물이 되었으면 한다. 분명 지금보다 더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소비자의 눈으로 점검하는 꼼꼼함이야말로 이번 겨울 추위를 견디는 최고의 난방책일 것이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11-08

너는 특별하단다

김현욱 시인맥스 루케이도의 그림책 ‘너는 특별하단다’(고슴도치, 2002)를 딸에게 읽어주면서 신영복 선생의 ‘독버섯 이야기’가 떠올랐다.등산을 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산길을 오르던 아버지는 버섯을 발견하고는 아들에게 말했다. “잘 봐. 이게 독버섯이야. 먹으면 큰 일 난다.” 아들이 그 얘기를 듣고, “아, 이게 독버섯이구나!”하고 지나갔다. 그 말을 듣고 버섯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독버섯이구나. 누군가를 해치는 존재였구나!’ 버섯이 슬퍼할 때 옆에 있던 버섯이 친구를 다독이며 말했다. “아니야. 저건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거야. 넌 내게 좋은 친구야. 너는 사람들이 먹으라고 태어난 게 아니고 나와 친구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 슬퍼하던 버섯은 기운을 차렸다. ‘그래, 나는 독버섯이 아니야.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일뿐이야.’그림책 ‘너는 특별하단다’에는 엘리 아저씨(목수)가 만든 웸믹이라는 나무 인형들이 나온다. 웸믹들은 언제부턴가 황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를 들고 다니며 만나는 웸믹들에게 별표나 점표를 붙이기 시작한다. 별표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웸믹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점표를 받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주인공 펀치넬로는 잿빛 점표 투성이다. 점표는 점표를 부르고 별표는 별표를 부른다. 그런데, 루시는 별표에도 점표에도 관심이 없다. 누가 딱지를 붙여도 루시의 몸에서는 금방 떨어진다. 루시가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얻었을까? 루시는 펀치넬로에게 엘리 아저씨를 찾아가보라고 한다. 펀치넬로는 용기를 내어 엘리 아저씨를 만나고 별표와 점표의 비밀을 듣게 된다.동화 ‘못난이 옹기’에 나오는 꽃무늬 옹기는 통가마에서 불을 기다리며 특별한 옹기를 꿈꾼다. 하지만 꽃무늬 옹기는 그만 그릇벽이 무너지고 만다. 옹기장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꽃무늬 옹기는 쓸모 없는 못난이 옹기가 된 것이다. 못 쓰게 된 옹기는 가마터 뒤편 대숲에 버려진다. 사람의 입장에서 못 쓰게 된 옹기지만 수많은 작은 생명이 어울려 사는 대숲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못난이 옹기가 아니라 꼭 필요한 옹기가 될 수도 있다.주둥이가 떨어져버린 약탕관은 작은 제비꽃을 기르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행복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들이 붙이는 딱지를 붙어 있게 하는 건 사실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마음에 남아 있게 된다. 주류에 속하고 싶어 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고 싶은 충동을 ‘커버링’이라고 한다. 주류에 편입되기 위한 ‘커버링’은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그림책의 서문에 ‘너는 단지 너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단다’라는 글이 있다. 너는 너인 채로, 나는 나인 채로, 우리 모두는, 있는 그대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꾸미거나 바꾸거나 덧칠할 필요 없이, 본래, 우리는 충만하고 온전하다.

2020-11-08

원자력 발전의 두 얼굴

윤영대수필가요즘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을 두고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경제성 평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말에 아마 진실 공방을 하는 모양이다.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1955년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으면서 원전기술 연구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1978년 4월 고리원자력 1호기가 준공되어 원자력발전시대를 연 후, 부단한 연구와 노력 끝에 현재 총 24기 2천325만kW 설비용량을 갖추어 세계 6위 원자력 국가의 반열에 들었고 1993년 한국표준형 원전을 완성하여 기술 수준은 세계 3위에 올랐다.그동안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 미래의 에너지를 책임질 발전방식으로 확장되어왔으나, 고리1호기는 사용 연한 40년이 지나 영구정지되었고 월성1호기는 작년 12월 폐쇄조치되었다. 그 외 8개 정도의 발전소가 건설 중단 및 백지화 추진 중이고 4기만 건설 중이다. 이렇듯 탈원전 정책이 나오는 것은 아마 우리의 뇌리에 세계적인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악몽 몇 개가 맴도는 탓일까? 미국의 스리마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에 이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핵발전 사고’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공포감을 주고 있다.원자력발전량은 연간 약 15만GWh로 국내 발전량의 25%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kWh당 발전단가는 통계마다 다 다르지만 약 50원 미만이고 석탄 70원, 풍력 120원, 태양광 300원 선이라고 한다. 연료소비량을 비교해 보더라도 우라늄 1kg의 발전량은 석탄 3천톤에 해당하는 300만 배이고 석유는 200만 리터에 해당한다. 이렇듯 원자력 발전은 효율이 높다. 그러나 방사는 폐기물의 위험이 부각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각광을 받고있는 것이다.설비면적을 비교해 보면 태양광 발전은 원자력보다 73배, 풍력은 200배 정도의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고 한다. 보통 가정용 태양광 시설 3kW짜리가 20제곱미터로 쉽게 말해 6평 정도, 즉 부대설비까지 합하면 1kW당 평균 2.5평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1기당 140~150만kW이니 이 정도를 태양광 시설로 한다면 100만kW에 250만 평, 실제 원전 부지의 20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1일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5시간이다. 이렇듯 태양광은 저효율이고 넓은 면적을 사용해야 하니 산과 호수 등 자연을 훼손할 우려도 많다.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어렵고 사고가 났을 경우 그 피해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겠지만 현재와 같이 산업이 고도화되고 생활환경이 커지며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마당에 효율 좋은 원자력 발전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럴 때 원전 비리 사건 등 인재(人災)를 막고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과 끈질긴 연구력을 모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고에 대한 철저한 방비로 시설을 안정화시켜 나가며 연관된 산업을 발전시켜 세계의 선도력을 갖추면 좋을 것이다.원자력은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등에 대한 걱정도 줄일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로써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2020-11-08

미리 보는 ‘윤석열 축출’, 그 후

안재휘 논설위원우리에게 ‘판관 포청천(包淸天)’으로 잘 알려진 포증(包拯)은 중국 역사에서 청백리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는 북송 인종(仁宗) 천성 5년(1027) 진사 급제를 시작으로 1061년 추밀부사에 오른 인물이다. 포증은 송사를 처결할 때 명민하고 정직했다. 억울한 사람이 직접 찾아와 시비곡직을 따지도록 정문을 열어 놓아 간교한 아전들의 개입을 차단했다. 거무튀튀한 얼굴의 그가 “개작두를 대령하라!”고 호령하는 연속극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포증이 송나라 수도를 책임지는 개봉(開封) 부윤으로 임명돼 귀척(貴戚·임금의 인척)과 환관들마저 덜덜 떨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한 인종의 결단이 있었다. 그는 1062년 5월 24일에 개봉에서 향년 6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항간에는 그를 꺼려한 자들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 전선이 확대일로에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이어 정세균 총리까지 ‘윤석열 찍어내기’에 합세한 형국이다. 민주당과 추 장관은 드디어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를 시비하기 시작했다. 야사(野史)에나 등장하는, 정적 제거용 ‘호주머니 뒤지기’에 돌입한 꼴인데, 구경하기조차 불편하다.윤석열 검찰총장의 직위 고수가 참으로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만약 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자귀질이 성공할 경우 대한민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친정부 성향 정치검사가 검찰총장 자리를 꿰어 찰 공산이 크다. 한차례 거센 인사 광풍 이후 검찰은 온전히 여당 정치권 손아귀로 들어가게 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는’ 검찰상이란 형해(形骸)도 없이 소멸할 것이다.조국 재판, 김경수 선거여론 조작 의혹 사건 등의 ‘물타기’ 공작이 분주해지고, 청와대의 울산 선거개입, 여권 인사들의 라임·옵티머스 사기사건 연루 의혹 따위는 흐지부지 사라질 개연성이 높다.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마저 정부·여당의 의도대로 편파적으로 꾸려질 경우, 명실공히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폐허만 남게 된다.집권세력은 전매특허인 ‘사정(査正)’ 드라이브를 새로 걸고, 야당 정치인들과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더 참혹한 ‘적폐청산’의 공동묘지로 갈지도 모른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걸핏하면 내지르던 ‘20년 집권, 50년 집권’ 시나리오가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낼 수도 있다.그러나 정말 그렇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맥없이 무너지고 말 것인가.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어떤 사악한 바람에도 아주 쓰러지지 않고 끝내 일어서온 억센 민초(民草)의 정신이 있다. 광신적 확증편향주의 마약에 찌든, 오도된 악성 권력 바이러스를 일거에 제압할 계기가 어떻게든 만들어질 것이다. 나라를 좀먹는 거악(巨惡)들을 무릎 꿇리고 힘차게 “개작두를 대령하라!” 외치는 포청천은 살아 있어야 한다.

2020-11-08

포항 수성리 사격장 폐쇄 이전 검토돼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사격장을 둘러싼 국방부와 주민간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격장 주변 주민의 반발이 단순히 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넘어 이제는 사격장 폐쇄에 이르고 있다. 문제 해결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 주민 반발의 빌미가 된 것은 지난 4월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에서 실시하던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이곳으로 옮기면서부터다. 영평사격장은 그동안 훈련 중이던 헬기에서 날아온 실탄이 인근 마을의 주택담장이나 지붕을 뚫기도 하고 심지어 주민이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대체 사격장으로 수성리를 지목하고 4월부터 이곳에서 훈련을 해왔다. 주민과의 갈등 폭이 커진 것은 이처럼 국방부가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수성 사격장으로부터 60년 가까이 정신적 혹은 물질적으로 시달려온 주민의 입장을 조금도 고려치 않은 군 당국의 결정에 주민 반발심이 더 커졌다. 게다가 헬기 사격훈련 사실조차도 알려주지 않아 불신의 벽까지 높아진 상태다.영평사격장은 주민 반발에 폐쇄하고 수성리 사격장은 더 확대한다는 형평성 잃은 군 당국의 조치도 불만이다. 주민을 논리적으로 이해시켜야 할 군 당국이 그동안 몇 차례 현지 주민 방문 기회를 가졌지만 일방적으로 불가피성만 늘어놓아 주민과의 이해 폭을 넓히지 못했다. 주민들은 60년 가까이 군의 각종 사격훈련에 시달려 왔으면서도 남북이 대치한 우리 현실에 인내로 견뎠다. 어떠한 보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왜 수성리 주민이 이런 부담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경북도의회 이칠구 도의원(포항시)은 지난 6일 열린 도의회에서 “수성리 사격장의 폐쇄”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불발탄과 유탄사고 등에 시달렸다. DMZ의 철조망 철거와 더불어 휴전선 일대 사격장은 폐쇄 수순에 들어가면서 수성리 주민의 고통을 더 할 이번 결정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수성리 사격장 갈등과 관련, 국방부는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수성리 주민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폐쇄 이전도 검토돼야 한다. 국방부가 안보를 명분으로 주민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안전과 재산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2020-11-08

신토불이

신토불이(身土不二)가 마치 한의학 문헌에 나오는 내용인양 알려졌으나 그 근원이 한의에 근거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외국산 농산물의 범람에 대응하는 국산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 제 체질에 맞다”는 신토불이는 과학적 근거를 떠나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근본 취지가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도 소비자에게 잘 통하는 슬로건이다. 신토불이라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1970년대 농가소득 사업으로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황소개구리가 농가 소득은 커녕 왕성한 번식력으로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는 일이 벌어졌다. 개구리 등이 멸종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당국이 황소개구리를 포획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늪너구리로 불리는 뉴트리아는 우리나라가 지정한 1종 생태계 교란종이다. 칠레 등 주로 남미에 서식하는 포유류인 뉴트리아는 잠시만 관리를 소홀하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1년에 최대 200마리까지 새끼를 번식할 수 있다. 뉴트리아 1마리가 하루 동안 먹는 양이 자신의 체중 4분1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뉴트리아가 돌아다닌 곳은 금방 쑥대밭이 된다. 우리나라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등 20여종을 생태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지역에 자생하는 ‘핑크뮬리’가 국립환경원에 의해 생태계 위해성 식물로 지정됐다. 토종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우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2013년 한국에 첫 선보인 핑크뮬리는 특이한 색깔과 모양으로 한국인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경북도는 식재 자제를 권고하고 제주도는 이미 식재된 핑크뮬리를 갈아엎는다고 한다. 신토불이가 영 헛말은 아닌 모양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08

與圈인사들 폭언시리즈 가관… 권력의 ‘방자’ 심각

여권(與圈) 고위 인사들의 사나운 막말·폭언·갑질 ‘퍼레이드’가 가관이다. 그 수준이 차마 귀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어서 도대체 왜 이렇게 험구를 남발해야 하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의 오만불손한 흥분 뒤편에 균형감각을 무너뜨리는 모종의 ‘불안’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짐작마저 든다. 정치 수준을 끌어내리는 위정자들의 방자한 행태는 조속히 청산돼야 한다.지난주 청와대·정부·민주당 고위 인사들의 막말이 잇달아 뉴스를 장식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 청와대 국감에서 국민을 향해 ‘살인자!’라고 두 차례나 고함쳤다.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8.15 광화문 집회 사진을 들고 “경찰이 버스로 국민을 코로나 소굴에 가뒀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을 치하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노 실장은 “광화문 집회에서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이 나왔다”면서 “살인자다, 살인자. 이 집회 주동자들은”이라고 고함쳤다. 논란이 일자 노 실장은 뒤늦게 집회 주동자들에 한정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집회 주동자들은 국민도 아니라는 말이냐는 또 다른 반발을 샀다. 그 이튿날인 지난 5일에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사고를 쳤다. 이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 참석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고 답변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피해자는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며 비판했다. 같은 날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의원님들, (예산을) 한번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라고 거듭 강권해 논란이 됐다. 6일에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직후 가덕도 신공항 예산과 관련해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하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됐다.어쩌다가 노출된 게 이 정도라면 여권 인사들의 권력에 만취한 내부 정서가 어떤 수준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말은 생각의 발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민을 하찮은 졸(卒)로 여기는 그 오만한 인식은 하루빨리 뿌리뽑혀야 할 것이다.

2020-11-08

김천상무 프로축구단과 스포노믹스

김충섭김천시장스포츠가 경제를 견인하는 스포노믹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스포노믹스(Sponomics)는 스포츠(Sports)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스포츠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뜻으로 최근 스포츠가 이벤트, 관광, 엔테테이먼트, 정보통신기술(ICT)등과 결합해 산업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생겨났다.영국의 대표적 철강도시 셰필드는 1990년대 초 철강산업의 급격한 하락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젊은 인재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비전을 찾지 못하던 애물단지 도시였다. 25여년 전 셰필드시는 유럽연합(EU)의 도시재생펀드를 유치해 각종 경기장과 생활체육단지 등을 건립했다. 그 결과 셰필드는 오늘날 관광과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시티’로 자리잡았다.프리미어리그 3부, 2부 리그에 머물다가 19-20 시즌에 프리미어리그(EPL)에 승격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성적은 하위지만 홈경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의 충성도가 높다. 지역 밀착 마케팅 덕분이다. 셰필드는 스포츠를 공연, 이벤트, 관광 등과 연계해 경기장 활용도를 크게 높였고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을 동반 성장하게 했다.김천시는 종합스포츠타운의 우수한 체육인프라와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매년 60여개 이상의 국제대회 및 전국단위대회를 개최하고 35만 여명의 스포츠 선수와 임원들이 찾는 스포츠 중심도시다.김천시가 이러한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스포츠를 매개로한 김천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무프로 축구단을 유치했다.김천시는 상무프로축구단 유치에 앞서 전문학술 용역기관에 유치 타당성 검토를 실시하고, 지난 6월 2일에는 시민공청회를 거쳐 다양한 의견도 수렴했다. 용역결과 상무프로축구단 유치로 842억원의 경제파급효과와 2,700여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시는 유치타당성 용역결과를 비롯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한편,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반영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환영을 받는 가운데 상무프로축구단이 출범하기를 바라고 있다.지난 7월 10일 김천시와 국군체육부대는 연고지 협약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 날 협약식은 “2021년부터 상무프로축구단이 김천을 연고지로 하여 김천시의 문화체육 발전과 체육진흥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서에 공동서명 했다.또한 상무프로축구단 사단법인 설립을 위한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가졌고, 향후 한국프로축구연맹 클럽 가입절차를 거쳐서 2021년 김천상무프로축구단을 정식 출범하게 된다.내년도 시즌이 시작되면 이에 따른 관중확보 및 스포터즈 운영, 효율적인 사무국 운영,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 등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상무축구단과 김천시와의 만남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상무프로축구단이 내년 시즌부터 홈 경기장으로 사용할 김천종합운동장 시설을 프로축구 시설 규정에 맞게 정비하여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경기장 내·외부 시설 개·보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프로축구단 산하 유소년팀(U-15, U-18)을 창단하여 지역 유소년 축구 인재육성을 위한 준비도 해 나가고 있다.김천시는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최초로 축구와 배구 2개의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이례적인 지방자치단체가 되는 만큼 스포츠 특화도시로서 김천 시민들이 가지는 자부심을 한층 더 높이고, 지역축구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11-08

한옥교회에 노닐다

어릴 적 예배당은 최고의 놀이터였다. 동네에서 가장 신식 건물이었고 피아노는 구경도 못 해본 우리에게 오르간을 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문이 항상 열려있어서 방과 후에 들러 언니들에게서 배운 젓가락 행진곡의 앞부분을 눌러보곤 했다. 심지어 교육관에 탁구대가 펼쳐져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도시에서 이사 오신 목사님은 내 또래의 딸이 있어서 뒤로 둘러맨 가방이나 정갈하게 깎은 연필이 가지런히 들어간 자석필통은 우리의 부러움을 샀다.밤하늘의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영천 보현산 천문대의 자락에는 그 시절 예배당보다 더 오래된 교회가 있다. 한옥으로 지은 자천교회이다. 내가 다닌 예배당은 오른쪽은 남자들이 왼쪽은 여자들이 앉았다. 어른들이 그렇게 나눠 앉았기에 이름표가 없어도 그렇게 앉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자천교회는 중간에 가림막이 있어서 서로 보이지 않는 상태로 예배를 드린다. 하지만 앞에 선 목사님 자리에서 보면 가림막이 느껴지지 않고 양쪽의 성도들이 다 보이니 건물을 지은 사람의 지혜가 돋보이는 설계이다. 뒤쪽에 온돌방이 있어서 아기와 함께 온 사람이나 의자가 불편하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을 따뜻하게 해 준다.암울한 시기였던 1904년, 영천에 희망을 만들어 낸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권헌중 훈장이다. 경북 경주에서 서당 훈장을 하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나자 일제의 만행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본에 항거하였으며, 이 일로 인하여 일경의 눈을 피해 경주를 벗어나 청송으로 피신하기에 이른다. 이후 1898년 대구로 내려가기 위해 노귀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외국인 선교사 제임스 아담스를 만난다.그는 대구로 내려가지 않고 이곳 영천에서 초가를 구매한 뒤 정착했다. 초가를 서당 겸 예배당으로 활용하며 지내던 중 교인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예배당을 신축하기로 계획한다. 그래서 건축된 것이 1904년에 지어진 16칸 한옥교회 자천교회이다. 그러나 예배당 건축이 쉬운 것만 아니었다. 유교 사회인 이곳에서 반대가 심하게 일어나 교회건축은 중단되었고 이에 권헌중은 주재소와 면사무소를 지어주기로 하고 예배당 건축에 대한 동의를 받아낸다.김순희수필가영천의 한옥 기술자는 아이디어를 내어 2면 8간의 한옥 2채를 붙이는 방식으로 예배당을 건축한다. 그래서 이 건물은 좌우가 서로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하게 됐다. 건물 4면 모두 지붕을 가지고 있으며 높아진 지붕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하여 실내에는 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쳐다보노라면 아늑함이 할머니네 아랫목과 같다. 1913년 권헌중 장로는 근대식 교육기관인 신성학원을 설립한다. 지금은 자천교회의 교육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한옥교회와 한옥 교육관이 있는 곳은 이곳 영천뿐이라고 한다. 신성 학교는 요즘 처치스테이(Church Stay)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잔디가 깔린 마당은 야외결혼식장으로도 활용할 것이라 한다.자천교회 예배당의 일화가 하나 있는데,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영천에 주둔한 북한군에게 폭격을 시도할 때 성도들이 지붕에 올라가 ‘CHURCH’ 라는 글을 새겨 예배당은 폭격을 피했다고 한다. 예배당 온돌방 옆에 있는 굴뚝이 나지막한 것은 굴뚝에서 나는 밥 짓는 연기에 마음 아파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학당 건물 벽에는 태극기가 걸렸는데 실제로 3·1 운동 때 사용한 것이라 한다. 그 옆에 교회 설립에 참여한 분들의 부조가 있는데 동산병원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만들어 기증했다고 한다. 태극기 옆에 십자가가 섰다. 휘어진 나무로 된 모습이 십자가에 예수님의 형상이 없는데도 그 모양 자체가 구부러진 게 예수님의 모습 같아 마음이 아릿하다. 한옥교회에서 풍기는 온화함과 참 잘 어울리는 십자가이다. 그 십자가 앞에서,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 두고 함께 들어가 남녀가 따로 앉아 드리는 예배. 100년을 간직한 전통을 1천년이 지나도록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2020-11-08

대도무문의 정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진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조고란 환관이 시황제가 죽자 유조를 위조해 태자 부소를 죽이고, 나이 어리고 어리석은 호해를 황제로 옹립했다. 조고는 호해를 온갖 환락 속에 빠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다음 교묘한 술책으로 승상 이사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처치하고 자기가 승상이 되어 조정을 한 손에 틀어쥐었다. 어느날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를 가리기 위해 술책을 썼다.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호해한테 말했다. “폐하, 저것은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해 구했습니다.” “승상은 농담도 심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니 무슨 소리요?” “아닙니다. 말이 틀림없습니다.” 조고가 짐짓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니, 여러분들 보기에는 저게 뭐 같소?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 그러자 대부분의 신하들은 조고가 두려워 “말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나마 바른 말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사슴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사람을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가 엉뚱한 죄를 뒤집어 씌워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니 그 이후에는 누구도 감히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없게 됐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해도 바른말을 못할 정도로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말한다.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 사건으로 유고가 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실시, 고작 26%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8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보였다는 이유로 당헌을 바꿨다. 심지어 ‘전체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 찬성’ 이라고 규정된 당규가 당헌 개정에 걸림돌이 되자 ‘전당원 투표’ 라기보다 ‘의견수렴절차’ 라고 얼버무린 채 당헌을 바꾸고 말았다. 현대판 ‘지록위마’다. 민주당 내 입바른 소리를 내던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한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2015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재보선에 귀책사유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자 ‘정의로운 결단’이라 열광했던 민주당원들이 5년 만에 이를 번복·폐기하는 투표에 압도적인 찬성을 했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 얘기다. 무엇보다 기존 민주당 대권주자들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정치 행보로 중도보수층의 지지도 적지않게 받아온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번 사태에 앞장서 총대를 멨다는 게 실망스럽다.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인사가 정략적인 결정을 위해 꼼수같은 전당원 투표로 당헌을 뜯어고쳐 귀책사유 있는 선거에 후보를 공천키로 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결정이다.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민주당의 꼼수 정치, 배반의 정치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고 비판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유인태 전 의원도 “지금의 정치 세태가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탐욕스러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정치는 ‘대도무문’ 이라 했다.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를 지키면 숨기거나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대도무문의 정치다.

2020-11-05

백의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은 영국의 간호사이자 사회 개혁가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의의 천사’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영국에서는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혁한 사회 개혁가로 유명하다.특히 크림전쟁 때는 38명의 성공회 수녀와 함께 이스탄불로 건너가 야전병원장이 되어 최악의 상황이던 의료체계를 대폭 바꾸어 환자들의 사망률을 42%에서 2%로 낮추는 큰 공로를 세웠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간호사를 천직으로 알았다. 전쟁 후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설립해 현대적 간호교육의 기틀도 마련했다.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 간호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원칙을 담은 선서다. 1893년 미국 디트로이트시 하퍼병원 간호학교 졸업식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간호사도 학교 졸업식 때 이를 선서용으로 사용한다.1920년 국제 적십자사는 나이팅게일상을 제정해 매년 각국의 우수한 간호사에게 표창을 전하고 있다. 그녀의 생일인 5월 12일은 세계 간호사의 날로 지정돼 있다.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도 그녀의 명성만큼이나 여러 모습으로 계승되고 있다.영남대병원 연구팀 조사에 의하면 의료계 종사자의 30% 정도가 우울·불안 증세를 느끼고 있으며 그 가운데 간호직 종사자의 우울·불안 지수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인보다 무려 3∼6배가 높은 수준이라 한다.창궐하던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던 우리 지역 의료인의 용기와 헌신 뒤에는 코로나 블루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뒤따라 왔음을 짐작게 하는 연구결과다. 코로나 환자의 치료를 위해 온몸을 던졌던 간호사 등 지역 의료인의 헌신적 모습이 바로 백의의 천사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05

이낙연, TK·PK 찾아 ‘선심’ 폭탄…믿을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당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선심 공약’ 꿀단지를 들고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차례로 방문했다. 대구를 방문한 이 대표는 달빛내륙철도 건설과 감염병 전문병원 추가 설치 등 공약을 펼쳤다. 부산을 방문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대국민 공약을 잘 지키지 않는 사례가 쌓이고 있는 민주당의 약속이 또 다시 공약(空約)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구 호텔인터불고엑스코에서 열린 지역상생을 위한 지역균형뉴딜 대구·경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달빛고속도로, KTX로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 대구 지상열차 구간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잘 나오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감염병 전문병원 대구·경북 추가 설치, 낙동강 수질 개선 문제 등을 언급하며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발언 중 “민주당 의원이 없거나 적은 지역의 지역위원회에 사업 예산 애로를 책임지고 협력할 의원을 할당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이 관심사다.이 대표는 이어 오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울·경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 “부산·울산·경남(PK)의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이 대표의 영남행과 장밋빛 약속 소나기는 우선 최근 당헌을 뒤집어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게 만든 일 때문일 것이다. TK 민심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상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주마가편(走馬加鞭) 행보로도 읽힌다. 한국갤럽의 지난 달 27~29일 조사에서 TK의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 30%보다 높게 나왔다.국민을 속이는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민심이 사납다. 아쉬울 적마다 공약 꿀단지를 들고 다니며 유권자를 현혹하고, 시간이 지나면 ‘상황변경 논리’의 궤변으로 뒤집는 정치에 번번이 미혹되는 유권자 수준으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이제 곧 선거국면이다.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바꾸는 정치에 이렇게 무력하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

2020-11-05

포항의 배터리산업 기업 유치로 이어져야

포항시가 배터리산업 선도도시 육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포항에는 세계적 배터리 양극제 생산기술을 보유한 에코프로가 이차전지 양극제 공장을 이달 중 착공하는 등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배터리 양극제 생산공장 건립이 추진될 예정에 있다.포스코 케미칼과 GS건설 등 배터리 분야 빅3사 등 대기업들의 포항공장 건립도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여 철강산업 중심의 포항 경제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포항시는 지난 7월 전국 처음으로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 국가산단 92만6천㎡ 면적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지역으로 지정해 대한민국 최고의 배터리산업 선도도시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배터리산업은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특히 친환경자동차 개발이 대세인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배터리산업이 차지할 산업적 입지는 막강하다 할 것이다. 전기자동차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핵심 부품이다.세계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얼마나 근접하느냐가 향후 자동차 메이커의 생존을 가늠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배터리산업의 성장성은 무한하다.철강산업 중심의 포항경제에 만약 배터리산업이 추가된다면 포항의 경제기반은 한층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배터리산업 선도도시로 달려가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지난 해 전세계 전기자동차 누적판매는 717만대로 전년보다 40%가 증가했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는 연평균 12.8%의 성장세를 보여 현재 세계시장 점유비가 34.5%에 달한다.배터리산업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개국이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향후 2∼3년간 기술력과 인프라 구축, 산업혁신 등을 통해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포항의 배터리산업은 자동차메이커의 친환경자동차 개발과 성장 속도를 같이 한다고 봐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발빠른 인프라를 구축한 포항에 더 많은 관련기업이 유치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자동차산업으로 울산시가 성장한 것과 같이 포항도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020-11-05

이명박 씨?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 TV 언론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칭을 “이명박 씨”로 부르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 17년형 확정 판결을 계기로 ‘이명박 씨’라고 호칭하겠다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정권이 바뀐 뒤에 전직 대통령이 과거의 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씨’라고 부르는게 맞는 것일까?야당 정치인들은 “해당 언론사는 앞으로 범죄혐의가 유죄확정된 수많은 분들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사유로 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은 분들도 호칭의 일관성을 유지하시길 기대한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왜 ‘~씨’라고 부르지 않았느냐는 반박이다. 여권인사 안희정, 한명숙 이런 분들도 씨를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칭을 ‘박근혜 씨’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탄핵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상실한 만큼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 지원 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어떠한 예우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호칭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호칭에 예우를 담아서 쓰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 때 대통령으로 재직한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 불러 주는 것은 좋은 관습이다. 대학총장이나 장관은 퇴임 후에도 아무개 총장, 아무개 장관으로 부르는 관습이 있다. 학교교장, 교수나 의사들도 퇴임 이후에도 교장, 교수, 닥터로 불러주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시장, 군수들도 퇴임 후도 그렇게 불러준다. 이는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고 봉사한 분들에 대한 예의 차원의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직에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경우는 특히 예우차원에서 아무개 대통령이라 부르는 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보편화 되어 있다.심지어 미국은 전임 대통령에 대하여 한국처럼 전 대통령(former president)이라고 하지 않고 전임 대통령도 프레지던트 카터(President Carter), 프레지던트 레이건(President Reagan) 이런 식으로 “전임”자를 제외하고 바로 “대통령”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도 프레지던트 닉슨(President Nixon)으로 불러준다.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대통령이 통치행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하여 사법적 판단은 정치적 판단일 수도 있기에 여전히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호칭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 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 정치적이라고 본다. 좀더 우리는 아량을 갖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적인 판단보다 사회적인 관습이 더 앞서야 하지 않을까?

2020-11-05

자유에 대하여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추수가 끝난 들판은 한가롭다. 사람들의 용도를 벗어나 차분한 휴식에 들어간 모습이다. 빈 들길을 걷는 발걸음은 자유롭다. 마주치는 사람도 없고 피하거나 둘러가야 할 방해물도 없는 들길의 자유가 참 정갈하고 소중하다. 사람에게 의식주(衣食住) 다음으로 중요한 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부와 권세와 명예 같은 세속적인 명리를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신앙이나 사랑, 예술 같은 본질적이고 심미적인 것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든 자유가 없고서야 어찌 제 구실을 하겠는가.‘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함’이 자유에 대한 사전적 풀이다. 말은 쉽지만 그런 자유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자연환경이나 사회적 조건 등 외적인 제약이 많은 데다 남의 자유와 상충이 되기 일쑤 때문이다. 자유란 말에는 피가 묻어 있다거나, 인류의 역사란 자유의 신장(伸張)을 위한 투쟁의 역사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저 주어지지는 않는 것이 자유다. 자유에는 법률로 규정한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재산 처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지선택의 자유 같은 개인의 사회적 권리로서의 자유도 있지만 영혼의 구원이나 해탈과 같은 궁극적인 자유도 있다.고대로부터 자유의 개념이 없었던 건 아니나 개인의 당연한 권리로 실현된 것은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이 성공한 다음부터였다. 오랜 세월 서양의 종교를 독점해온 가톨릭 교단에 반대하여 일어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백년이 넘은 종교전쟁 끝에야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종교개혁으로 가톨릭의 종교독재를 무너뜨리고 신앙의 자유를 획득한 부르주아들은 네덜란드와 영국에 이어 미국과 프랑스가 시민혁명에 성공하여 전제군주제와 신분차별제도의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의회민주주의를 이룩하였다.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국민 각자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국가성립의 바탕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분단된 반쪽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이다. 일제의 지배를 벗어나서 대한민국을 수립하면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전혀 경험이 없고 준비가 안 된 상태인데다 워낙에 열악하고 피폐한 경제사정으로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런데도 불과 70여 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여 오늘에 이른 것은 실로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였다.경제적 기반이 없는 자유와 민주는 허상이다. 인권의 최우선 과제는 굶지 않는 것이다. 아프리카 빈국들을 보라. 기아로 죽어 가는데 민주가 어디 있고 인권이 다 뭔가. 대한민국은 지금 소위 민주화세력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 민주주의가 이만큼 신장하기까지 그들의 공로가 적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야겠지만, 산업화를 이룩한 공로는 그 이상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든 산업화든 그 과정에는 다 공과가 있을진대, 저들의 공만 내세우고 반대편은 모조리 적폐로 모는 정권에 나라를 맡겨서는 장래가 없다.

2020-11-05

매흙질

정미영수필가지난 주말, 고향집을 찾아갔다. 바람벽을 보니 마른 논바닥처럼 여기저기 갈라져 틈이 많았다. 고르지 못한 벽을 손으로 훑으며, 찬바람이 불기 전에 매흙질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매흙질은 벽이나 부뚜막, 안마당에 매흙을 바르는 일을 말한다. 산비탈에서 퍼온 백토를 커다란 대야에 담고 물을 부어 흙탕물을 만든다. 그 물을 다른 그릇에 담고 하루를 재우면 앙금이 되어 가라앉는데, 마치 흐트러진 상념이 가슴 밑바닥에 침잠하듯이 내려앉는다.오늘은 매흙을 미리 만들어 놓았기에, 귀얄로 바르면 된다. 일을 하는 틈틈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다른 집에 비해 자주 매흙질을 했다. 매흙질을 거치고 나면 흙벽은 매끄러웠다. 시커멓게 그을음 묻은 부뚜막도 화장을 한 새색시처럼 새 단장을 했다.아버지는 내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맥질하는 법을 배웠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뒤였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아버지였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었지만, 친구들에게 크든 작든 보증서는 일을 도맡아 했다. 그로 인해 몇 번의 경제적 손실을 겪었지만, 누군가 부탁을 하면 쉽게 거절을 못했다.어느 해 칠월이었다. 아버지는 어릴 적 친구를 위해 또 보증을 섰다. 신발 가게를 몇 군데나 크게 하던 소꿉친구였지만, 그는 끝내 부도를 내고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해 옷에 소금꽃이 필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아버지였다.믿었던 사람으로부터 생긴 속상함이 아버지를 병들게 했다. 가장의 책임감으로 참아오고 지탱했던 삶의 무게가 한순간 무너졌던 것이리라. 아버지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자책하며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슬픔의 무게가 묵중할수록 하루하루가 고단했기에 몸이 견디지 못했다.한참을 앓고 난 그 해 가을,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아버지를 할아버지가 시골집으로 부르셨다. 아버지는 명절을 앞두고 매흙질하는 법을 익혔다. 처음에는 귀얄을 잡은 손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차츰 손에 익었다.매흙질은 아버지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이었다. 일에 집중하는 동안 상념을 잊었다고 했다. 시커먼 부뚜막이 마치 아버지의 상처 난 마음인 듯 여러 겹 두껍게 덮었다. 허물어진 벽이 마치 아버지의 어지러운 생활을 닮은 듯 거침없이 덧칠했다. 어쩌면 가족의 건강과 새로운 삶의 희망을 덧입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우리네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성싶다. 빛바래고 한 쪽 귀퉁이 떨어진 삶이라도 매흙질하듯 정성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매끄러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겠지. 예전에 아버지의 손길이 지나다녔던 자리를 더듬어 찾듯 찬찬히 맥질한다. 갈라진 틈을 메우면서 나도 아버지처럼 내 생활의 고단함을 꼼꼼히 부려놓는다. 직장일과 집안일, 어린 삼 남매 키우는 것이 힘에 부칠 때가 많았다. 여러 해 동안 몸과 마음이 시달린 연유로 내 마음 벽에는 끊임없이 거칠고 뾰족한 선들이 돋아났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자를 대고 줄을 그어 매끄러운 선을 만들어 놓아도 수시로 삐뚤어지고 굽었다.고향집 구석구석을 매흙질한다. 튀어나온 직선과 끊어진 사선 같은 내 마음을 달래고 보듬으니 축 처져 있던 어깨가 곧게 펴진다. 기진맥진한 내 생활의 흔적에도 그늘이 걷히고 햇살이 드리워지는 것 같아 귀얄 잡은 손놀림이 가볍다. 덧칠을 반복하는 동안, 앞으로 펼쳐질 내 삶도 단장한 바람벽처럼 모난 데 없기를 기원한다.매흙질한 집은 아버지에게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처소였으리라. 흙마당 귀퉁이 장독대에 어깨를 겯고 있는 옹기들이 늘어서 있고, 처마 끝에 곶감을 만들기 위해 대글대글한 감을 꼬챙이에 꿰어 늘어뜨린 풍경이 있어 더욱 정겨운 곳이었을 것이다.바람이 불어온다. 매흙질한 자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려주겠지. 아버지가 매흙질을 마친 뒤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운 추억들이 고향집 언저리를 맴돌다가, 서서히 내 마음자락을 물들인다.

2020-11-04

청관스러움에 대하여

냉정하면 거리감이 생기고 오지랖이 너무 넓으면 성가십니다. 인간사 적당한 게 좋습니다. 하지만 적당하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넘치는 상황끼리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패키지여행 팀에 지인 없이 합류했습니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 어떤 것의 영향도 받지 않고 될 수 있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팀원 중 선희 씨도 혼자였습니다. 수수한 차림만큼이나 털털해 보이는 그녀와 자연스레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고향도 같고 나이도 같았습니다. 통성명이 끝나자마자 선희 씨가 제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말 놓고 편하게 지내자. 우린 친구니까! 움찔 놀란 저는 슬며시 손을 뺐습니다. 만난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았는데 동향에 동년배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될 이유는 없었습니다. 여행 콘셉트인 무심함의 미덕이 방해 받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습니다.다정다감한 선희 씨는 가는 곳마다 제 손을 잡았습니다. 뭉툭하고 못 생긴 손을 누군가에게 내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핑계였을 거예요. 혼자가 편했던 저는 에돌려 선희 씨에게 말했습니다. 손잡는 것 대신 팔짱 끼면 안 될까요? 선희 씨는 친구끼리 땀 좀 섞이면 어떻노? 하면서 손 깎지를 풀어 순순히 제 팔짱을 꼈습니다.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인과의 이상적인 거리는 육십 센티라는 말을 믿고 싶을 정도로, 대책 없이 밀착해오는 그녀가 불편했습니다.선희 씨는 배려와 관심이 넘쳤습니다. 사진 같이 찍자, 저건 저렇고 이건 이렇지, 화장실 가지 않을래, 등등의 말로 친화력을 자랑했습니다. 악의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받아들이는 제가 불편하다는 게 문제였지요. 언덕마다 오밀조밀하게 내려앉은 집, 이국의 골목에서 풍겨 나오는 야릇한 냄새와 좁은 베란다 밖으로 너울거리는 빨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애련한 가락들, 이런 호사의 순간을 선희 씨가 방해하는 것만 같았습니다.참을만한 친절함이었지만 저는 어느 순간부터 차단막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나 홀로 힐링’을 구하려는 자와 ‘더불어 힐링’을 외치는 자 사이에 작은 균열이 일었습니다. 물론 그런 예민한 저항감은 저만의 것이었습니다. 사람 좋은 선희 씨는 그럴 기미조차 없어보였습니다. 선희 씨 입장에서 보면 운이 없는 거였지요.여행 막바지쯤 선희 씨가 말했습니다. “자기는 너무 청관스러운 것 같아. 같은 고향이니 청관스럽다는 말은 들어봤겠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그 말뜻을 유추하느라 남은 일정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 선희 씨를 거부한 짓이 있으니, 제 풀에 ‘까다롭다’는 의미로 쓰였을 거라 짐작만 했습니다. 인정머리 없는 속내가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습니다.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언니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저보다는 고향에 오래 살았기에 언니는 ‘청관스럽다’는 말을 알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언니는 옛날을 더듬어 그 말의 쓰임새까지 친절하게 예로 들어줬습니다. 어릴 때, 밥술을 겨우 뜨는 형편의 서촌댁이 마실을 나오고, 밥 같이 먹자고 엄마가 숟가락을 건네면 방금 먹고 와서 배부르다며 도리질을 한 채 배를 쓰다듬곤 했습니다. 그럴 때 엄마는 “에구, 청관스럽기는!”하고 말했답니다. 또한 오일장 나들이에 나선 방산 할배가 빳빳하게 풀 먹인 모시적삼 차림으로 미루나무 신작로를 꼿꼿이 지나갈 때 “그 어른, 참 청관스럽다.”라고 했다나요.짐작하건대 청관스럽다는 말은 타인이 주는 물질적·정신적 호의를 사양하거나, 정갈한 품새로 흐트러짐이 없을 때를 표현하는 말 같았습니다. 경북 북부지방에 널리 퍼진 행동 양식인 ‘염치’ 개념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습니다.김살로메소설가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염치인데, 그곳 사람들에게 염치는 곧 자존감을 의미했습니다. 선희 씨의 오지랖이 넓을수록 저는 그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다지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피해를 주지 않겠으니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일종의 개인주의적 자기방어였지요.남에게 구하려 하지 않는 자는 남을 들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염치와 분수를 차린다는 명분 뒤에 숨은 제 거북한 마음을 그녀는 읽었던 것이지요. 그걸 청관스럽다는 말로 좋게 포장해준 것 같았습니다.청관스러움도 지나치면 청맹과니가 됩니다. 털털하고 담백할 때 세상도 그렇게 보입니다. 마음이란 건 덥석 주고받아도 오줄없지만 넌지시 거절하는 건 더 상그럽습니다. 남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 편하자고 남의 호의를 들이지 않는 건 소견이 좁은 짓이지요. 움찔 밀어내고 슬쩍 털어내는 건 청관스러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훼방꾼은 타인이 아니라 언제나 제 안에 있습니다. 인정에 호소하지 않는 염치가 무슨 소용이며,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청관스러움이 어디에 쓰일 것인지요.

2020-11-04

고단한 삶은 축제를 꿈꾼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세상이 힘들다. 삶이 버겁다. 어렵고 고단한 날들이 이어지면, 나만 생각하게 된다. 난관과 질곡에서 탈출할 생각에 붙들리면, 함께 사는 이웃을 잊어버린다. 친구와 가족마저 서서히 남이 되고만다. 급기야 나만의 감옥에 갇히게 되면 살아 버티는 일조차 고난이 된다. 인류가 살아온 자취가 길고 다양하지만, 개인의 삶이 언젠들 즐겁기만 하였을까. 사람 인(人)에 보이듯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아야 한다. 내가 오늘 지나며 누리는 일상의 자락들 가운데 나 혼자 만든 일은 하나도 없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를 확인해야 한다. 똑똑한 인류는 묘수를 발견하였다. 공동체를 다시 확인하고 즐거움을 함께 경험할 기회를 찾아내었다. 축제.축제는 혹 낭비가 아닐까. 이렇게 어려운데 막대한 예산까지 사용하는 축제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헛되이 쓰는 게 아닐까. 축제의 의미를 오해하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뜻을 잘못 세우고 운영에 미숙하여 실수가 있을 수는 있어도, 우리네 삶에 축제는 필요하다. 누구든 살아가는 가운데 축제의 순간을 맛보아야 한다. 개인의 삶에도 늘 힘들기만 하면 어찌할 것인가. 이따금씩 숨구멍이 생기고 먹구름이 걷혀야 살아갈 힘과 용기를 경험하는 게 아닌가. 잿빛 하늘이 파란 창공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 탓하며 늪처럼 가라앉던 나날에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었음이 보일 때면 공감과 배려가 피어오른다. 공동체는 부활하고 개인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추스른다.지역 축제는 소중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과 미래사회를 내다보며 축제의 접근방식과 운영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비대면을 강조하면서도 시민의 참여를 유지하는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 최근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서 ‘스틸아트투어앱’을 적용하여 흥미를 가진 개인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축제로 만든 일은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뉴미디어 환경에서 온라인과 비대면이 일상의 요소가 된 이상, 축제도 예외일 수 없다. 포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단계적으로 시도하여 하이브리드 축제를 실현한 일도 앞서가는 시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문화민주주의에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들이는 노력과 수고가 보다 강화된 홍보와 마케팅으로 더욱 발전해 가기를 기대한다.축제도 변해야 한다. 관객관람형에서 시민참여형으로 진화해야 하며 아날로그 일변도에서 디지털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축제의 결실은 모두 참여하는 시민이 누려야 한다. 고단한 일상에 숨통을 틔우는 정점이 되어야 하고 도시가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예전처럼 축제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축제기획팀장의 고백은 시민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무료하고 힘들던 일상이 축제 덕에 확 바뀌었으면 한다. 힘든 세상에 다리가 되는 축제를 만나고 싶다. 축제가 살아나면 지역이 솟아오른다.

2020-11-04

‘검찰 개혁’, 윤석열 총장 말에 더 공감하는 이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협화음이 갈수록 태산이다. 윤 총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펼친 이후 ‘마이웨이’를 시작한 모습이고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콕 집어 저격했다. 양보 없는 한판 정면승부가 시작된 가운데 두 사람 다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추 장관의 남용에 가까운 권력 행태에 맞서는 윤 총장의 ‘검찰독립’ 소신에 공감이 더 간다. 추 장관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태의 불공정 사례는 차고 넘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전고검·지검을 방문한 데 이어 3일에도 지방 나들이를 했다. 이날 윤 총장은 신임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기 위해 충북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을 찾았다.공교롭게도 같은 날 추 장관은 법무부 공식 알림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대놓고 비난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반응은 차갑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이 왜 계속 남 탓만 하며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법무부라는 공적 자원을 왜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윤 총장은 이날 강의에서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어디로 보아도 그른 말이 아니다.정치적 음모의 소산이 분명한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빌미로 한동훈 검사장을 즉각 업무에서 배제한 추 장관이 독직 폭행으로 소란을 일으킨 정진웅 부장검사를 차장으로 승진시켰다. 나아가 정식 기소가 됐는데도 업무배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언행을 지속하는 진혜원 검사는 서울로 발령내주고, 계속되는 하극상 소란에도 그렇게 좋아하는 감찰 지시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검찰을 망치고 있는 건 원칙론으로 검찰독립을 천명하는 윤 총장보다 정치 권력을 휘둘러 ‘선택적 정의’를 무기로 분열 책동에 혈안이 된 추 장관이다. 우리는 지금 ‘적반하장’의 극치를 목도하고 있다.

2020-11-04

‘행정통합’ 넓은 공감대 확보가 성공 지름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지난 3일 한 지역중견 언론인 모임에 참석한 두 사람은 대구경북 통합에 대해 일부의 반대 여론은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통합의 길로 갈 것을 천명했다.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은 지금보다 더 나은 시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지역산업 동향 추세라면 대구와 경북은 낙후도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대구경북 행정통합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지금은 부산, 울산, 경남이 메가시티를 구상하고, 전남과 광주가 통합에 매진키로 합의했다. 도시 통합을 통한 메가시티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자 세계적 추세다.포럼에 참석한 권 시장은 “내년이면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지 40년 되는 해지만 두 지역이 대구직할시 승격 이전보다 위상이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인구면에서 당시 전국 점유비가 13.1%이던 것이 지금은 9.8%로 떨어졌다. 전국 3대 도시 위상이 지금은 인천에 자리를 내주고 대전·충청권에 밀리고 있다. 총생산도 전국이 평균 20배 늘었으나 대구는 15배에 그쳤다.이 지사는 “곧 우리가 맞이할 AI시대 환경에서 우리가 대응할 방법은 도시 통합을 통한 시너지를 키우는 것”이라 했다. 지금 상태라면 성장은 느리고 추락은 빨라지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며 통합을 통한 도시경쟁력 확보에 선도적으로 나아가자고 했다.그러나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권 시장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 △지역적 이해관계 △재정·인사·조직 변화에 대한 불안감 등을 3대 장벽이라 했다. 장벽이라고 하지만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드러나면 장벽은 더 커지고 더 격렬해질 수 있다. 비록 통합의 길이 가시밭길이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면 반드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도민의 일치된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통합공항 문제를 풀듯 지역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행정통합 시도민 추진위와 공론화위도 이젠 출범했다. 통합의 절박성을 알리고 지역민의 폭넓은 이해를 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중앙의 지원과 절차적 정당성도 잘 확보해야 한다. 쉽지가 않다. 절체절명의 각오가 필요하다.

2020-11-04

달아오르는 간편결제시장

네이버가 삼성페이·카카오페이가 주도하고 있는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있다.네이버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비씨카드와 제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이로써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은 지에스25·씨유를 포함한 5대 편의점과 대형마트(롯데마트·하나로마트·지에스슈퍼), 커피전문점(이디야·탐앤탐스·카페베네), 주유소(지에스칼텍스) 등 전국 7만여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를 할 수 있게된다.포인트는 그동안 네이버페이를 쓰면서 적립한 것이나 네이버페이와 연동해놓은 계좌에서 충전한 것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삼성·카카오·네이버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간편결제서비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를 이용해 결제하는 금융서비스다.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을 통해 쇼핑하고 결제하면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아울러 기존 확보한 고객들은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락인(잠금)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올해 4분기 오프라인에서 이용가능한 포인트 QR결제 서비스를 동시에 선보인다. 네어버나 네이버 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2차원 형태의 바코드인 QR코드를 생성해 영업점 포스기에 인식하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올해까지 금융계좌를 연결한 선불충전 방식의 오프라인 QR결제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다음 카드 연동결제방식은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핀테크의 발달이 생활속 소비자들의 생활방식마저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04

중국 유학생을 만나다

요즘 학생들을 대면으로 만나지 못하다 보니 선생 역할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이 부쩍 강해졌다. 지난 번에는 학년별 학생들도 만나고 동아리 관계 있는 학생들도 만났는데, 다행스럽다, 아직 학생들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좋았다.내친 김에 오랫동안 방치해 두다시피 한 유학생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먼저 중국에서 온 대학원생들 만나고 다음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도 만날 계획이다.코로나19 때문에 방학 중 건너갔다 돌아오는데 어려움 겪은 학생들이 많았고, 어떤 학생들은 고향에 돌아가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사한 게 다행스럽다. 한국이 낯설지만 견딜만 하기 바라고, BTS 같은 일들로 마음에 부담을 짊어지지 않기 바란다. 어디들 공부는 어떻게들 하시나? 하면 일제시대 여성 작가 이선희를 어렵게 쓰는 학생도 있고, ‘겨울여자’, ‘아메리카’의 작가 조해일을 읽은 학생도 있다. 강석경을 죄다 읽고 분석한 논문을 쓴 후 박사과정에서 이번에는 박경리에 도전장을 내민 학생, 아직 공부 주제를 잡기에는 학기가 안 찬 학생, 중국의 지도교수가 내 학생이었기도 한, 2대째 내게 지도를 받는 학생도 있다.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나의 얘기는 어느새 1996년 가을 혼자 인천에서 배를 타고 엔진으로 건너가던 과거의 일로 들어간다. 그때 나는 인생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낄 만큼 괴로웠고 어떻게든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미리 비자를 받아두지 않고도 당장 외국으로 떠날 수 있는 방법은 그때 서울 신사동에 있던 진천 페리호 사무실에서 배의 티켓을 사는 길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중국은 나의 첫 외국여행지였다. 엔진에서 베이징으로 들어간 다음다음날 천안문 앞 맥도날드 체인점에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외국인들에 둘러싸인, 한국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자유를 맛보았다.맥도날드에서 나오니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그냥 하릴없이 거리를 걷는데 바로 라오사 차점이라는 상호가 보였다. 중국 작가 ‘노사’를 기념하는 찻집, 차만 팔지는 않고 다른 음식도 팔고 전통 민속 공연 프로그램도 펼치는 곳. 당시 돈 50위안을 내고 홀 맨 뒷자리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 머리 사이로 중국 노래와 연기와 묘기를 보는데, 낯선 타향에서 홀로 만끽하는 외로움은 그후에 어디에서도 비할 바가 없었다. 우리 중국 유학생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외롭고 어렵지 않은 학생들이 없으리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조그만 공부거리라도 가지고 얼굴 한 번 더 보는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래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11-04

고독사

김규종경북대 교수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고독사(孤獨死)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는 전갈이 들린다. 고독사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자택에서 사망한 사람이 상당한 시일이 지나서 발견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 이웃과도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홀로 임종을 맞이하고, 그 시신마저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해마다 약 3만 명이 고독사한다고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부 차원에서 고독사 숫자를 집계하지 않는다.고독사 통계 대신 무연고(無緣故) 사망자 집계를 내고 있으며, 지자체가 지역의 고독사를 관리하는 형편이다. 2012년 749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2018년에는 2천549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19로 나빠진 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증가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일본에서도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이후에 가족해체와 무연고자, 비혼자와 독신자가 급증하면서 고독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비혼자와 미혼자,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가족해체 등이 급속하게 진행됨으로써 고독사 숫자의 증가는 불가피한 사회현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일본의 20대 여성 고지마 미유가 펴낸 서책 ‘시간이 멈춘 방’을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만22세에 유품정리와 특수청소 업무를 시작한 작가는 고독사한 사람들이 남긴 물건을 본떠 미니어처를 제작하여 고독사의 실체를 알리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고독사 가능성은 열려 있고, 죽음은 불가항력의 자연현상임에 주목한 것이다.젊은 나이에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에 감동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미니어처 제작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하는 질문에 대한 지은이의 답변이 인상적이다. “모든 이가 고독사와 자기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면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 고독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현실임을 모두가 인식하게 될 때까지 고독사 관련 미니어처 제작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지난 10월에 문재인 대통령은 “기초 생활 수급자가 고독사의 절반을 넘고 있으며, 실태를 더 면밀하게 살피고 필요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고독사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최하위계층 사람들을 따사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제도개선을 통한 원조방책을 세우는 일은 위정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본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2020년 3월 국회는 ‘고독사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이 법률은 사회문제로 대두된 고독사의 개념 정리와 실태 조사, 그리고 고독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위한 제도 기반을 준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독사가 바다 건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우리 앞에 제기된 시급한 사회문제라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공유함으로써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고독한 죽음이 하루빨리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0-11-04

교사 취업 시험과 어느 교사의 기도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교사 임용 시즌이다. 이미 공사립 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접수가 마감됐다. 과목별 편차가 있지만, 경북 공립의 경우 역사 과목이 16.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걸 보면 교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사람들은 왜 교사를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정말 왜 교사를 하고 싶은 것일까?필자도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 외운 내용 중에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성직, 전문직, 노동직’이라는 교직관이다. 특히 ‘성직관’을 공부하면서 가슴에 피가 끓던 때가 기억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교직관이 있기나 할까?시대가 변했으니 교직관도 변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지금은 교직관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대신 오로지 직업관만 있을 뿐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사도 이젠 생계형 근로자다. 교사 임용 시험도 여타 취업 시험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는 시험 명칭도 “교사 취업 시험”이라고 바꾸어야 할 것이다. 취업자의 첫 번째 목적은 임금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노동을 했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 대가가 때론 사람을 춤추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한때 교사에게는 임금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다.‘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는 그 가치를 입증하는 절대 논거였다. 교육은 곧 그 나라의 미래였다. 그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이었고, 교사는 교육의 중심에 있었다. 필자의 은사님이 그러했듯이 그때 교사에게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 사명감 안에는 제자를 위한 무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헌신이 있었다. 그 헌신에 사회는 존경으로 답하였다.교사의 헌신은 교육 기적을 낳았다. 그 기적으로 지금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산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은 어느 젊은 교사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교사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다가는 아마 신고당할 겁니다.” 교육 현장에서 사명감이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말을 잘 알 것이다. 여기서 교사의 수준이란 교사 중심 주입식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인성을 포함 교사의 자질 등을 말한다. 교사에 맞는 자질이 결코 따라 있을 수는 없다. 그래도 최소한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필자는 언행불일치의 파렴치범이 되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필자에게 약속하였다.“저의 얇은 과거 안에/학생들의 원대한 미래를/가두지 않게 하소서….(중략) 제가 하는 말이/절대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에/사로잡히지 않게 하소서…. 제가 앞장서서 할 수 없는 일을/학생들에게 강요하는/뻔뻔함의 죄를 짓지 않게 하소서(….)” (졸시 ‘교사의 기도 1’)교사 취업 시험 응시생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그리고 어떤 교사가 되고자 하는가!

2020-11-04

아이린, 이미지의 왕국에서 추방되다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멤버인 아이린(배주현)이 한 잡지사 에디터에게 폭언과 삿대질 등 ‘갑질’을 해 화제가 됐다. 갑질을 폭로한 에디터의 SNS 글이 삽시간에 퍼지며 파장을 일으켰는데, 그 글에 다른 에디터들과 스타일리스트, 백댄서 등 업계 종사자들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다. “나도 당했다”는 댓글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동안 업계에서 쉬쉬해온 게 이번에 제대로 터진 모양이다. 아이린은 사실을 인정하고 “어리석은 태도와 경솔한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갑질 피해자인 에디터를 찾아가 직접 사과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린을 향한 대중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티브이 화면에서는 청순하고 선한 이미지였는데 실제로는 인성이 나쁘다는 이유다.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는 실재 사물의 세계가 아니라 자본주의 상품과 욕망이 만들어낸 가상성, 즉 시뮬라시옹의 세계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현대인들은 이미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벤츠를 타고 싶어 하는 것은 주행 성능과 승차감 때문이 아니라 ‘벤츠’라는 이미지를 갖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경기도 안양의 호화 아파트보다 서울 강남의 낡은 아파트에 살고자 한다. 집의 주거환경이라는 실체를 떠나 ‘강남’이라는 이미지가 ‘안양’을 압도하는 까닭이다. 이 가상성의 세계에서 대중들은 그동안 ‘아이돌 걸그룹계의 얼굴천재 여신 아이린’이라는 이미지만을 볼 수 있었는데, 어쩌다 이미지 뒤편에 가려진 실체를 확인하게 되면서 실망하고 분노했다. 반성하고 또 자숙하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면서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난다 하더라도 한 번 깨진 환상은 복원되기 힘들다.연예인은 사진 속 인물이다. 사진이 구겨지면 아무리 펴도 자국이 남기 마련이다. 이미지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이린이 다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가상성, 아니 환상성의 세계로 복귀할 수 있을까?아이린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미성숙한 인격 문제가 오직 그녀 개인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마음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아이돌 업계라는 쇼윈도의 왕국에서 ‘걸그룹계 여신’이라는 이미지를 아이린에게 입히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해 온 연예기획사와 방송제작자들에게 따져 묻고 싶다. 아이돌 가수들에게 춤과 노래와 외국어와 예능감을 열심히 가르치면서 이미지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그것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왜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스캔들에 의한 상품성 파손 주의’는 강조하면서 왜 ‘미성숙한 인격이 초래할 인생 파손 주의’는 경고하지 않았느냐고. 화면에 비치는 ‘아이린’의 매력 발산보다 화면 뒤의 인간 ‘배주현’의 내적 성숙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왜 일러주지 않았느냐고.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은 10대 때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회사 내 숙소에서 엄격한 감시와 통제 아래 마치 군인처럼, 운동부 선수들처럼 합숙 훈련을 받는다. 그때부터 철저히 ‘상품’으로 준비된다. 춤, 노래, 랩, 화술, 패션, 외국어를 배우고, 인터뷰 요령과 스캔들 대처법, 팬서비스 등도 연습한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기획사 안에서 보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나 사회보다 연습실이 더 익숙하고, 평범한 또래집단 친구들보다 ‘업계’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훨씬 잦다. 자아를 탐색하며 사회화 과정으로 나아가야할 청소년기에 아이돌 연습생들은 진짜 자기 대신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나’, 이미지에 불과한 시뮬라크르 복제품을 자기존재로 받아들인다.아이린도 그랬을 것이다. 무수한 유리들이 빛을 난반사하는 이미지의 궁전 속에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진짜 자신인 줄 알았을 것이다. 기획사도, 방송국도 최고의 상품인 ‘걸그룹계 여신’을 계속 판매하기 위해 금지옥엽 다루듯 했을 게 뻔하다. 행여나 깨질까봐 조심조심, 방송을 앞두고 혹시라도 심기가 불편해보이면 이리저리 어르고 달래면서. 그러니 매니저도, 코디네이터도, 백댄서도, 스타일리스트도, 에디터도 다 알아서 기었을 테고, 아이린은 그들의 굴종이 자신이 마땅히 누릴 권리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 ‘인간’ 배주현이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모르는 채, 화면에 비친 ‘여신’ 아이린에 열광하는 팬들의 사랑이 자신을 대하는 타인들의 공통된 태도라고 오해했을 것이다.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가상 상황이라도 깊이 몰입하면 그것이 실제 상황인 줄 혼동한다.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나 스탠퍼드대학교 감옥 실험 등이 이를 증명한다. 역할극에 집중하다가 극 속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어린아이처럼, 어떤 아이돌 가수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채 ‘진짜 세상’으로 나오는 법을 잊어버린다. 도박, 탈세, 원정 성매매 의혹 등으로 얼룩진 빅뱅의 승리가 그렇다. 마약 투여 혐의를 받은 탑, 지드래곤, 비아이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처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도 있지만, 언론의 자극적 보도와 네티즌들의 악플로 인해 생을 저버린 설리, 구하라 같이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유리로 지은 궁전이 깨졌을 때, 날카로운 조각들이 마음을 찔러 얼마나 아팠을까. 부서진 유리의 성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방법을 정녕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그들을 키워낸 기획사와 방송국의 어른들은 ‘양육’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채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대중을 매혹시킬 이미지를 입히는 데만 몰두했을 것이다.하긴 누가 누구를 훈육하겠는가. 지금 기획사 대표와 임원들 중에는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2000년대 2세대 아이돌 출신들이 많은데, 그들 중 상당수가 과거 부끄러운 사건 및 사고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자들이다. 과거를 청산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나면 좋으련만 여전히 범죄에 연루되거나 소속 가수와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등 그들만의 작은 왕국에 갇혀 철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쪽 업계에는 어째선지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방송제작자들도 마찬가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를 조작해 연습생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다. ‘악마의 편집’으로 자극적인 영상만 송출해 시청률을 올리고 어린 가수들이 받을 상처는 나 몰라라 한다. 오직 잘 팔리는 이미지만을 만들어내는 데 여념 없다.이병철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아이돌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자기 소속사 대표 성대모사 하는 것 좀 그만 보고 싶다. 그게 자기들한테나 재밌지, 도무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그들이 모사할 만한 모델이라고 해봤자 기껏 소속사 대표인 것이다. 하나도 재미없는데 방송 진행자, 패널들이 웃어주니까 그 웃음이 정말 자신을 향해 지어주는 천사의 미소인 줄 안다. 그토록 순진하다. 하루가 영원인 줄 알고는 부지런히 날갯짓하다 가는 하루살이처럼, 그렇게 한철 춤추다 이미지가 다 소비되면 진짜 세상으로도, ‘이미지의 왕국’으로도 가지 못한 채 허깨비처럼 과거의 환상 언저리만을 배회한다.공정함과 평등, 정치적 올바름, 공인의 성숙한 사회인식에 대한 기준이 높은 요즘 젊은 세대가 아이돌 가수의 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음악만 잘한다고, 연기만 잘한다고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팬들이 아이돌의 이미지를 소비하며 내는 비용 안에는 그들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리라는 기댓값도 포함되어 있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여신’ 아이린이 ‘조현아’와 연관 검색어로 묶일 줄이야. 한 번 망가진 이미지는 회복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녀가 진정성 있는 반성을 거쳐 다시 복귀를 희망할 때, 팬들이 너그러이 받아주는 것 역시 아이돌 음악 산업이라는 고립된 왕국이 현실 세계에서 괴리되지 않게 하는 소중한 노력이 될 것이다.

2020-11-03

中 어선 불법조업, 당국의 실효적 제재 있어야

매년 되풀이되는 중국어선의 북한 수역 내 어업 행위가 근절은커녕 우리 어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이 어업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 2001년 한중어업협정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양국 간에는 어업 분쟁이 지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물론 어업수역의 구분과 허용어선 수의 제한 및 어획량 설정, 어업자원 보호 등 협정 체결로 인한 긍정적 효과도 상당하다.그러나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 문제는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이젠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문제에 관한 정부 대응이 연례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어민들의 우려를 키우는 모양이다.알다시피 국내의 어업 환경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지금 상태로 간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수입 수산물을 먹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한일어업협정은 양국간 불편해진 관계로 4년째 미타결 상태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한일어업협정의 미타결로 우리 어민이 받는 어업피해 규모가 연간 7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게다가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어업으로 동해안 지역의 회유성 어종은 씨가 마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16만t에 달했으나 2018년에 와서는 5만t으로 급감했다. 반면에 중국 어선의 북한수역 입어 척수는 2014년 144척에서 2018년에는 2천161척으로 급증했다. 동해안 지역의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든 것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이런 사정으로 국내 어선들이 러시아 수역까지 진출하고 있지만 입어 허가를 받은 근해 채낚기 어선의 어획량은 쿼터의 10%를 겨우 채울 정도라 한다.전국 21개 수협과 6개 어업인 단체가 설립한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위원회가 또다시 중국어선 북한수역 입어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포항에서 가졌다. 이미 수차례 대책을 촉구한 문제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 정부 당국의 각성을 재차 촉구한 것이다. 마침 한중어업공동위원회가 2일부터 열려 이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있었으면 한다.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배한 사안이다. 정부의 역할에 따라 실효적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국의 의지가 굳건해야 한다.

2020-11-03

덕장(德將)

손자병법에 장수는 세가지 부류로 나눈다. 맹장(猛將)과 지장(智將) 덕장(德將) 등이 그것이다.맹장은 전투에서 군사를 진두지휘하는 용맹함과 뛰어난 전투력을 갖춘 인물을 일컫는다. 대표적 인물로 삼국지의 장비를 들 수 있다.지장은 뛰어난 지략과 견문을 갖춘 전략가형 장수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날카로운 예지력과 통찰력으로 부하를 지휘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삼국지 등장인물 가운데는 조조나 제갈량 등이 이에 해당한다.덕장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부하를 통솔하는 솔선수범형 장수다. 제갈량을 찾아가 삼고초려 했던 유비와 같은 인물을 덕장이라 부른다.장수 간의 우월을 가려본 사례는 없지만 보통 “맹장은 지장을 이기지 못하고 지장은 덕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잘 쓴다. 부하를 통솔하는 데는 뛰어난 지략과 용감한 전투력도 필수지만 부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인간적인 면모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덕장의 덕(德)은 동양사상에서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인격적 능력을 말한다. 덕이란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인데 전장에 나선 장수도 힘과 기술보다는 덕성을 중시하라는 뜻이다.흔히 듣는 ‘부덕의 소치’말은 본인이 덕이 없어 생겼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나라에 큰 재해가 덮치면 임금이 나서서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이 말을 썼다고 한다. 자산과 상관이 없는 일인데도 스스로 덕이 없다고 함으로써 윗사람의 넓은 아량을 보여준 것이다.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독주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추 장관의 이후 대응이 주목된다. 추 장관이 지장이 될지 맹장 혹은 덕장이 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