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이자 1차 접종을 맞았다. 평소 피부알레르기를 심하게 앓고 있던 터라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었지만, 백신 미접종자로 회사 내 카페와 식당 출입이 제한되자 오랜 고민 끝에 접종을 결심하게 됐다.
그 전에 물론 피부과도 몇 차례 들러 여러 의사 소견을 들어봤지만 큰 위험은 없겠으나 부작용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고 했다.
나 또한 그 말에 동의해서 접종을 결심하게 되었고 실제로 백신 접종을 해주었던 의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호쾌하게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렇게 화이자 1차를 맞은 첫날과 이틀은 무리 없이 지나갔다. 괜히 겁먹은 건 아닐까 생각하던 와중 문제는 3일째부터 시작됐다.
심장 부분이 아프면서 저릿하더니 목에는 이물감이 걸린 듯 호흡이 불편해졌다. 먹는 즉시 게워냈고 두통과 울렁거림도 찾아왔다. 근처 약국에 들려 증상을 호소했더니 진통제를 추천해줬다.
다음날, 진통제를 먹고 나서도 전혀 나아지지 않자 결국 오전 업무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회사 근처 내과 2곳을 들렸으나 백신 이상증세 환자는 예약이 아니라면 당일 진료를 보지 않는단 황당한 말을 들었다. 듣자하니 이상증세 환자 예약은 2주나 밀려 있어서 오늘 신청하면 2주 뒤에나 진료 볼 수 있단 말을 했다. 그 말을 두 군데서 들으니 아찔해졌다.
그렇게 병원을 나와 다음 내과를 찾으러 지도를 켰으나 이미 회사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들 밖에 남지 않았다.
응급실 밖에 답은 없는 것인지, 그곳에선 기다림 없이 진료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곧 회사로 돌아가야 했고, 책상 위에는 맡은 업무가 한참이나 밀려있었다.
결국 급한 마음에 눈앞에 보이는 이비인후과에 들어갔고, 다행히 그곳에선 진료를 받아주었지만 대기시간이 무려 삼사십 분 즈음 걸렸다. 겨우 진료를 보았는데 의사와 간호사의 얼굴은 지칠대로 지쳐 보였다.
의사는 나 같은 환자가 하루에도 많이들 온다며, 이런 증세는 아주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앓고 있는 증세에 맞게 약 몇 가지를 처방해줬다. 별 수 없었다. 30분 간 수액을 맞고선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에선 맡은 업무를 하며 나와 같은 이상증세를 겪는 이들을 인터넷과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가슴 통증은 물론이고 겨드랑이 멍울, 두드러기, 미각 후각 상실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시각 상실, 심지어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겨드랑이 멍울은 많은 사람들이 흔히 앓고 있는데 이러한 부작용을 제대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또한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처도 피해 지원도 나서지 않고 있는 상태이니 난감했다. 이상증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 정보 또한 인터넷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급한대로 근처 응급실에 연락해보니 3시간 대기는 물론이고, 각종 검사 비용은 오롯이 내가 떠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 나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와중 10월 23일자로 전국민 70% 백신 접종 완료율을 도달했다. 방역당국이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기준을 내세운 퍼센트율을 넘어선 것이다. 단계절 일상회복은 곧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인데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19의 완벽한 종식을 막는다기 보단, 그간의 방역 체계를 바꾸어 코로나 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환 개념이다.
현재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직면하게 되면서 백신 패스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접종 완료자에 한해 공공시설 이용 제한을 완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신 접종을 마친 이에겐 백신 패스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는 QR정보로 접종 여부를 파악하여 경기장이나 다중이용 시설 출입 이용이 허용된다.
그러나 백신 패스가 강행되는 분위기가 되자 접종을 중단하려는 이들이나 미접종자들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백신 접종에 개인의 선택권이 전혀 존중받는단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저 질환 환자는 애초부터 선택권이 없을뿐더러, 나의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주변의 압박과 환경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이렇게 맞는다 하더라도 알 수 없는 부작용과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단 외면의 상황에 처하니 이젠 2차를 맞을 엄두가 안 난다.
더군다나 부스트샷 권장과 새로운 AY 4.2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라니. 미접종자들이 점점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은근한 압박과 함께 계속해서 소외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