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어느 파독 간호사의 메시지

등록일 2021-10-27 18:39 게재일 2021-10-28 18면
스크랩버튼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극과 극인 계절을 경험하는 10월이다. 30℃를 훌쩍 넘는 가을 폭염(暴炎)에서 도로 결빙 주의를 알리는 가을 한파주의보까지! 폭염에서 한파까지는 단지 며칠에 불과했다. 2021년 10월을 경험한 사람에게 여름과 겨울 사이의 시간을 묻는다면, 그들은 며칠이라고 말할 것이다.

가을 장마, 가을 폭염, 가을 한파!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 사람 사는 사회가 혼돈의 극치일 때도 자연만큼은 철을 지켰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 않다. 분명 자연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의 핵심은 “지구, 자연, 생태, 환경, 사람, 공생, 나눔, 배려” 등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기만 할 뿐 실천은 늘 남의 일이다.

그래도 이 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는 자연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자연의 품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과 코로나로 흉흉한 학교와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주 ‘기계면 현내2리’에서 있었던 살아있는 교과서 밖 위인(偉人)의 선행 실천기를 전한다.

주인공은 마을 경로당이 낡은 것을 보고 기꺼이 큰 기부를 한 파독 간호사 1세대 ‘도자야’여사다. 다음은 1965년 2월에 독일로 건너간 도자야 여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독일에 간 이유?) 당시 한국 경제와 집안 사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파독 간호사 모집에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외화를 벌어오면 나라와 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독일 생활에서 힘들었던 점은?) 외국이다 보니 너무 생소했습니다. 일단 언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장 지독한 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먼저 생활이 맞지 않았고, 문화도 생소해서 적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외국인이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독일이 제2의 고향이지만, 그 당시는 몇 번이나 집에 오고 싶었고 울며불며 가족을 생각해서 버틴 게 벌써 56년입니다.”

“(기부를 결심한 이유는?) 항상 독일에서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2년 전 기계에 와서 경로당을 봤을 때 시설이 많이 노후가 된 것을 보았습니다. 기계는 부모님이 저에게 주신 고향입니다.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서 노후를 보내면 어떨지, 편하게 지내실 곳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기부금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부를 했습니다.”

“(일반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코로나 시대에 다들 힘들지만 조금만 더 힘내고 주변도 돌아보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아서 조급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취업난에 너무 고생이 심한 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희망을 항시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포기하지 않고 고생고생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노력과 희망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삶의 지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