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대진표 확정이 임박했지만, 당선 후 5년간의 국가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책·공약은 실종됐고, 즉흥적인 ‘아무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정권교체에 집중해야 할 야당은 후보간 상호비방으로 날 새우고 있다. ‘이사람이 대통령감이다’고 할 만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사회·외교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난제가 쌓인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내일(2일) 당 선대위를 가동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후보는 대장동의혹 반박에 집중하며 아직 1호공약조차 내지 못했다. 첫 민생행보에서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라는 급진적인 의제를 내놓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 언급에 대해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불량식품을 먹는 것이 자유가 아니고, 굶어 죽을 자유도 (자유가) 아니듯, 마구 식당을 열어 망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다”라는 안타까움에서 표현한 발언이라고 했지만, 관련기사엔 ‘사회주의적 사고가 머리에 가득차 있다’는 댓글이 넘치고 있다.
오늘부터 당원투표가 진행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파리떼’ ‘야비하다’와 같은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나올 정도로 상호비방전이 과열되고 있다. 경선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일관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느낀 당 초선의원 35명이 지난주 대선주자들에게 ‘통합의 리더십’, ‘원팀경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초선의원들은 “도가 지나친 공격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께 실망과 우려를 드리고 있다”며 후보들의 자중을 당부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와 캠프인사들간의 상호 인신공격은 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대를 향한 손가락질과 조롱, 비아냥이 계속되면 정권교체는 물건너 간다. 각 후보와 캠프는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과열된 경선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
국민의힘은 조직과 자금, 여론전 등 모든 면에서 집권당인 민주당과 비교해 보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외부 환경도 좋지 않다.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이재명 후보와 만나 정권재창출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원팀으로 뛰고 있다. 그동안 제3지대에서 조직과 정책을 다져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오늘 대선링에 오른다. 야권통합을 위해 협력해야 할 안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벌써부터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 가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내 지도자의 리더십이 취약한 국민의힘으로선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놓여있다.
국민의힘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정책·공약제시다. 지금까지 야당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은 대선후보 공약집에 넣기엔 구체성이 많이 부족하다. 경선 토론회에서 후보들끼리도 서로 지적했지만, 치밀한 준비없이 설익은 정책을 마구 내놓은 경향이 없지 않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금부터 국정운영을 책임질만한 청사진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선에서 집권여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