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공식 결정한 날이다. 그해 12월 3일 우리나라는 IMF와 공식협약을 맺었다. 20여 년 전 있었던 외환위기는 기업의 줄 도산과 실업자 양산 등 서민들의 삶에 큰 생채기를 남기고 우리나라 역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IMF를 이유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고, 정년이 보장되는 고용시장은 살얼음판 걷듯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희망퇴직은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직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 의사를 사전에 묻는 절차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일반 퇴직과는 성격이 다르다. 희망퇴직은 퇴직을 하고 싶지 않은데도 사퇴하는 경우도 포함되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경영난 극복을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직원은 일생일대 중대 고비점이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계와 유통계 등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계서만 40∼50대 직장인 4천여 명이 연말까지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떠난다는 소식이다. 일부에서는 IMF 초기의 분위기를 느낀다는 말도 나온다. 직종에 따라 희망퇴직금의 차이는 있으나 희망퇴직을 하는 사람들은 수억원의 퇴직금을 들고 또다시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서야 한다.
가족의 생계를 거머진 가장으로서는 출발 자체가 두렵고 걱정도 앞선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오래가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희망퇴직 역시 비대면 문화 확산 등 코로나 영향이 적지 않다. 희망퇴직에 나선 이들이 과연 말 그대로 희망의 길을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