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광고란을 보면 ‘상속한정승인’ 공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신문공고일로부터 일정기간 안에 공고인에게 채권을 신고하지 않으면 부채청산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부모의 빚을 상속한 자녀가 법원판결을 받아 부모 채권자들에게 빚잔치를 하겠다는 광고다. 부모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녀가 빚잔치를 하기 위해 송사를 벌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안타깝다. 자식에게 가장 해서는 안 될 일이 빚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부모의 상속을 포기하는 절차는 까다롭기 짝이 없다. 1순위 상속인(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이 상속포기를 하면 2순위(직계존속·조부모), 3순위(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4촌 이내 친족)에 차례대로 넘어간다. 사망한 부모의 빚 때문에 일가친척 모두가 원수처럼 지내는 집이 비일비재한 것은 이처럼 빚이 4촌 친척에게까지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국가 부채도 가계 빚과 마찬가지다. 국가가 빚을 갚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우리국민의 경우 IMF사태 때 너무나 혹독하게 겪었다. 대통령을 잘못 뽑아 감당하지 못할 빚을 차기 정부에 상속하면 그 국가는 빚잔치하는 자녀처럼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된다.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해외투자가 철회되거나 끊기면 전 국민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다.
지난주 국회 예산정책처가 우리나라 빚이 8년 뒤에는 2천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보다 8.4% 증액된 내년 예산안 수준의 재정 팽창 기조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결과다. 나랏빚 500조원(2014년 533조원)이 1천조원(2022년 1천73조원) 되는 데 8년 걸렸는데, 1천조원이 2천조원(2029년 2천30조원) 되는 데는 7년밖에 안 걸린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 채무가 408조원 늘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증가액 351조원을 훨씬 웃돈다.
현재 집권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국가 빚에 대한 경각심이 더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 후보는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재정여력이 없다”고 밝혔지만, 최하 30만~50만원의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위험수위에 도달한 국가부채는 뒷전이고, 포퓰리즘으로 내년대선에서 이기겠다는 생각만 머리에 꽉 차 있는 것 같다. 이러니 야당에서 ‘자유당시대 고무신선거와 다름없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주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 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국가부채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도 좀 인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우리나라 빚은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직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세계 최악이다. 2023년부터는 국가채무의 연간이자가 20조원을 넘어선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처럼 일시적으로 국민에게 돈을 푸는 것은 서민생계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청년과 퇴직자, 실직자들이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치권력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