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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새로운 씬

등록일 2021-11-09 18:20 게재일 2021-1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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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춤을 통해 자신만이 품고 있는 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표현했다. /언스플래쉬

지난 여름부터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푹 빠져있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는 국내를 대표하는 여자 댄서들이 참가하여 댄스 경연을 펼치는 배틀 프로그램이다.

첫 화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매 회가 거듭할수록 대단한 파급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예능 부분에서 4주 연속 콘텐츠 기능력 1위를 차지했으며 비드라마 화제성 부분에선 5위의 기록을 달성했다고 한다.

2021년 최고의 화제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와 걸맞게 SNS에만 접속해도 스우파의 인기를 쉽게 실감할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유행어가 밈이 되어 돌아다니고, 팀별로 펼치는 댄스 경연 장면은 하이라이트 편집본으로 제작되어 조회수 2억 회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라이브 무대로 열리는 콘서트 또한 1분도 안 되어 서울 포함 총 5곳 지역의 표가 전부 매진될 정도라니, 아이돌 못지않은 거대 팬덤을 지니게 된데다 화보촬영과 인기 예능 출연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그간 여러 댄스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대부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혹평을 받기 일쑤였다. 비슷한 플랫폼과 서사를 지녔음에도 이와 반대로 스우파가 뜨거운 화제성을 낳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의 경연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냈으며 단순 스토리와 악마의 편집으로 자극적인 흥미만을 이끌어내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폼에 질린 시청자들은 스우파에서도 어김없이 진행됐던 악마의 스토리에 속지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잘못된 편집점을 찾았을 정도였고 전 출연진이 여성인만큼 강렬하고도 능동적인 우먼 파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춤과 노래를 뽐냈던 아이돌 발굴 경연 프로그램과는 달리 정제되어 있지 않은 말투와 리액션을 보여주어 새로움을 가져다주었다는 호평이 크다.

그들은 춤을 통해 자신만이 품고 있는 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표현해내며 정형화되어 있던 여성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새롭고도 힘 있는 결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경연이기에 라이벌 구도가 선명히 드러나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 초반에는 있었지만 가질 수밖에 없던 오해를 풀면서 그들은 서로의 열정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 분출로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시선을 잡아끄는 퍼포먼스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머뭇거림보다는 직진에 가까운 열정과 충실함에는 숨을 멈추고 멍하니 장면을 보게 한다.

음악이 시작되면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신체의 일부분을 높게 들거나 뻗으며 상대를 제압하거나 표정으로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고 가벼운 손짓과 눈빛엔 정확한 감정과 의도를 담아 스테이지를 장악한다.

춤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댄서들은 인상 깊은 씬을 여럿 보여주었다.

파이널 무대로 선 ‘훅’팀은 ‘엄마가 아이에게’라는 곡으로 그간 보여주었던 파워풀하고 재기발랄한 춤에서 벗어나 수화를 통해 모성애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춤은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많은 언어를 전달하여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 사실을 알았다.

‘프라우드먼’팀에서 보여준 무대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보여준 무대에선 남성과 여성이라는 고착화된 관념에서 벗어나 ‘나’라는 개인은 의견과 리듬 그리고 가치관을 통해 이루어져 있으며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여성 또는 남성의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사실 경쟁 무대인만큼 가장 화려하고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주어야 눈에 잘 띄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이들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잘 만들어진 무대나 익숙함을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것을 무대 위로 이끌어 보여주었다는 것에 감명 깊었다.

댄서란 무대 위의 가수 뒤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 오는 걸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명의 가수와 무대를 빛내게 하는 것은 여러 댄서들의 퍼포먼스와 열정 덕분이라는 걸. 한 분야에 있어 진심을 다하는 이들의 행보는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달았던 가쁜 경험이었다.

비단 댄서만이 아닌 이 스트리트 위에 서 있는 모든 이에게도 해당 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눈에 띄지 않지만 묵묵히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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