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생태 통로와 교육 통로

등록일 2021-11-03 18:54 게재일 2021-11-04 18면
스크랩버튼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쉿, 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

체험학습 사전 답사를 위해 고속도로를 가다가 본 문장이다. 출퇴근 길에도 자주 본 글이지만, 이 문장이 그날따라 유독 더 선명하고 크게 마음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화창한 가을 날씨, 형형색색의 단풍 등 많은 것을 떠올려 보았지만, 모두 아니었다.

그러다 산 전체가 없어지는 공사 현장을 지나면서 필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았다. 어떤 공사인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분명 큰 산 하나가 없어지고 있었다. 이미 벌목 작업은 끝났고, 산을 해체하면서 나오는 흙을 운반하기 위해 늘어선 차량의 길이는 끝을 알 수 없었다.

환경과 우리 삶은 한 몸이다. 굳이 우위를 가리자면 이제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환경이 좋지 않으면 우리도 좋지 않다. 반대로 우리가 좋지 않으면 우리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난다. 그래서 세계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아직 무분별한 개발은 진행 중이다. 그 결과 환경은 복원이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었다. 환경 파괴는 곧 우리 삶의 파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지만, 사람들은 개발주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그래도 환경에 대한 양심은 있어 만든 것이 생태 통로이다.

생태 통로를 보면서 필자는 교육 통로가 떠올랐다. 환경 파괴와 교육 파괴가 다른 것은 환경 파괴 현장에는 생태 통로라도 있지만, 파괴된 교육 현장에는 교육 통로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평생을 제자 교육을 위해 헌신한 김만수 시인은 시 ‘목련꽃 목댕기’에서 말한다.

“(….) 정직과 용기를 가르치며/서른여덟 해를 바다 언덕길 걸어왔습니다 // 그러나 아버지/교실은 비고 아이들은 아스라이 멀어지며 선생님들이 뺨을 맞는/스승의 자존이 무너지고 숭고한 정신이 훼절되어/깊은 상처가 번지는 날들이 늘어갔습니다 (….)”

이 시는 교육 파괴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중 스승이라는 말이 너무 아프다. 스승이라는 말은 이제 학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어(死語)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필자는 “그래도”라는 말을 여기서 꼭 쓰고 싶다. 비록 학교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학교는 희망 제작소다. 그 희망을 만드는 이가 교사요, 그들이 곧 스승이다. 김만수 시인은 이 나라 교사들이 스승인 이유를 같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그러나 아버지/이 땅의 스승들은 (….) 불의에 맞서는 정신과/정직과 용기의 가치를/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새로움을 열어가는 길을 가르치며/새벽을 열어갔습니다 (….)”

비상구조차 보이지 않은 교육 현장에서 필자는 대선배 교사의 시에서 교육 통로를 찾았다.

“(….) 너무도 그리운 아버지/설머리 붉은 해는 떠오르고/오직 한마음 곧은 정성으로/팍팍한 언덕길 다시 오르는/이 땅의 스승들 있어 희망이 있습니다 (….)”

교육 대로(大路)를 재건할 사람은 교사다. 교사가 살아야 교육도 산다. 교사를 살리는 11월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