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5일 오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권교체론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통 정권교체론은 집권여당이 아닌 야당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체론이 높으면 당연히 야당이 대선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이런 평면적인 분석은 착시를 일으키곤 한다. 올해 들어 여야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뤄진 수많은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대략 10%p 이상 정권교체 지수가 정권유지 지수보다 높았다. 국민의힘은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승부가 여야 진영대결로 번져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확연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야당 후보들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거나 근소한 차이로 경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모두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특히 정권교체를 원하면서도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층이나 진보층의 약 10~20%가 정권교체를 희망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권교체론이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다. 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을 하는 건 어떤 경우일까. 이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엔 반대하지만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는 심리가 조사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지수가 줄곧 10% 이상 높은데도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근소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치른 대선에서도 정권교체론에 대한 착시현상이 심했다.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11월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20%p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문재인을 앞섰다. 집권층을 지지하는 보수층 응답자의 20% 가량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는 정권교체 지수가 높다는 데 근거해 야당이 승리할 것이란 낙관 속에 선거전략을 짰다. ‘이명박근혜’프레임으로 ‘박근혜 집권은 이명박 정권 시즌2’가 된다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여당 내 야당’으로 차별화했다. 대선에 앞선 총선에서 친이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벌였다. “박근혜 당선이 곧 정권교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박근혜가 승리하면서 ‘여당 내 정권교체’가 실현됐다. 세월이 흘러 상전벽해가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비주류·비문의 정치 역정으로 벌써부터 ‘이재명 정부 창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권교체론이 높다며 방심했다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선은 말 그대로 건곤일척 승부다. 하늘과 땅을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의 결말이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