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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복수의 정치학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한국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는 여야간 정치보복이 반복되기 때문이란 주장이 있다. 정치보복이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대통령제를 선택한 이후 정권을 잡은 대통령들이 나름대로 정치적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권 후 자신의 업적을 쌓는 데 몰두했다.예를 들면 좌우 대립의 혼돈 속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한·미 동맹을 이끌어낸 이승만,‘한강의 기적’으로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 탈냉전의 북방정책으로 한국 외교의 르네상스와 남북 화해의 시대를 연 노태우, 독재정권과 목숨 걸고 싸워 민주화를 쟁취하고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을 단행한 김영삼,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살리고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이 있었다.물론 5·18 광주사태와 군부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정권을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물려줬다가 감옥살이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예외다. 이들은 각자의 시대가 던져준 어려운 숙제들을 피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된다. 정치보복 얘기가 나온 것은 바로 그 이후의 대통령부터다.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집권기간 동안 적폐청산으로 포장된 ‘분열의 정치’를 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보수·진보의 갈등도 모자라 친이·친박, 친노·반노, 친문·반문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인물 중심의 프레임이 난무했다. 결국 ‘국민통합’은 점점 더 이루기 힘든 과제가 됐다. 국가원수가 정치적 반대세력을 정죄하는 데 온힘을 쏟으며 포용의 자세를 버린 결과다.윤 대통령의 위기 요인은 분명하다.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과 장모의 비리 혐의 등에 대한 뭉개기다.‘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집권한 그가 자신 주변의 허물을 모른체 하다보니 집권 후 고정 지지층까지 흔들리며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끝내는 야당이 ‘김건희특검법’으로 공세에 나섰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정공법이 최선이다. 부인의 과실이 있다면 사과하면 그뿐이고, 장모의 비리가 있다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런 연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역시 똑같이 공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사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야당 측도 짐작하는 바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 국민적 의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자체를 ‘정치보복’프레임을 걸며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려한다.보수와 진보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며 권력의 부패를 견제하는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정치보복이란 독소로 부패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내면의 양심과 역사의 엄중한 요구에 귀를 열고, 응답해야 할 때다.

2022-09-15

노자의 법(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법원에서 기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국민의힘이 혼돈에 빠졌다.새 비대위 구성에 나섰지만 어떤 돌발변수가 작동할지 알 수 없다. 정당의 정치적 행위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겼으니 정치권의 예단도 의미가 없어졌다.이 대목에서 무위자연의 도를 주창한 ‘노자의 법’을 떠올리게 된다. 노자는 “가장 선한 사람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공을 다투지 않고 머무나니, 물은 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물은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지만 그것을 내세우거나 뽐내지 않으며, 낮은 곳을 향해 흘러 남들이 기피하고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을 찾아든다.노자는 이를 두고 “공을 다투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또, 물은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게 된다. 즉, 물은 결코 ‘나를 주장하지 않는다’. 물의 이런 모습에서 노자는 “물은 도에 가깝다”고 했다. 여기서 물 수(水)에 갈 거(去)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법(法)은 말 그대로 ‘물이 흐르듯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바로 ‘노자의 법’이다.하지만 요즘 ‘법대로’란 말은 순리대로 풀어나가려고 했던 일이 더 이상 해결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을 만드는 입법부 영역에서 활동하는 정당의 정치적 행위를 사법부의 판결대에 올린 것은 무모했다.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이나 이준석 전 대표 모두 순리를 거스른 대가를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인 8일까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기로 했다. 2일과 5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고, 8일 신임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전국위에서 의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상황’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새 비대위의 사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이번 사태로 윤핵관들도 된서리를 맞게됐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하고 2선으로 후퇴했고,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비대위 출범 이후 자신사퇴의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윤핵관 라인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솎아내는 인적쇄신도 한창이다.집권 1년차 민심을 가를 추석명절 밥상에 정부·여당이 ‘내홍 수습’과 ‘인적 쇄신’을 올리려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문제는 ‘돌발변수’다. 비대위가 추석 전에 닻을 올리려면 일주일 내에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각각 두 차례씩 치러야 하는데, 당내 반발 등 돌발 상황이 우려된다.새 비대위가 꾸려져도 걱정이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비대위 반대파’로 돌아섰고, 이준석 전 당대표도 ‘새 비대위 출범’을‘위장 거세쇼’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와 윤핵관들을 직설적으로 공격하면서 적지않은 반발을 샀던 이 전 대표다. 그는 과연 국민의힘을 어디로 몰고 가고 싶은 것일까. 그에게 공을 다투지않는 ‘노자의 법’이 아쉽다.

2022-09-01

지방시대위원회의 소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언론은 지역과 균형발전을 어떻게 다루는가’, ‘새 정부 균형발전정책의 비전과 지역발전 전략’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균형발전정책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균형발전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부터다. 수도 이전을 공약했던 노 대통령은 총리실과 중앙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들을 전국 각 지방으로 옮겼다. 이를 계기로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곳에 혁신도시가 만들어졌다. 그 당시 설치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몇 개의 정부를 거치면서도 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의외였던 것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이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초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개헌’을 약속했으나 끝내 실현하지 못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이루지 못했다. 균형발전정책은 포기하다시피 방치하다가 면피용으로 전국 각 지역에 23개의 예타면제 사업을 배정해주는 걸로 체면치레하고 말았다. 결국 수도권의 인구가 총 인구의 50%를 넘었고, 수도권 GRDP가 나라 전체의 GDP 50%를 돌파했다.이날 세미나에서는 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를 통합해 새로 출범할 지방시대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사실 수도권이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불균형이 이어지면, 지방만 소멸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빠르게 쇠퇴하고 만다. 그런데도 중앙언론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지역언론의 태도 역시 문제다. 지역현안이 화두가 될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는 게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때부터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지역이 갈등을 빚은 가덕도 공항 문제를 보라. 지역언론과 지방정부, 지방 정치권까지 합세해 패싸움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거점공항을 어디에 세워야 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형세다. 지역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어떻든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콘트롤 타워역할을 할 지방시대위원회가 필요하다. 즉,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선 대통령령 시행령으로 출범하더라도 빠른 시일내 야당을 설득해서 특별법을 제·개정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부총리급의 행정위원회로 출범시켜야 한다.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로는 예산 요구권이나 집행권한이 없어 성과를 내기 어렵다. 새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은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점을 밝혀 철회토록 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지방시대위원회의 소명이 무겁다.

2022-08-25

손자병법이 말하는 정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뉴스가 온통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그리고 국민의힘이 한편이 돼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이는 드잡이질로 도배가 되고 있다.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표를 비대위체제 출범으로 선출직 당 대표에서 내쫓았고, 이에 맞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법적 판단을 신청하면서 벌어지는 공방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0% 이하로 떨어져 국정운영동력이 위태로울 지경이다.지난 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면전환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민의 말씀을 세밀하게 챙기고 받들겠다는 다짐 이외에는 별다른 알맹이가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00일이 지났을 뿐인 데, 여당은 30대 젊은 당 대표와 싸우느라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정부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민심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의 정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정부여당에 병법에 밝은 전략가가 없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의외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즉,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것을 선호한다.전쟁 이전에 전쟁을 일으킬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전력과 나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직접 군사력을 전개하기 전에 계략을 동원해 내분에 빠뜨리는 등 상대방을 무력화시켜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게 손자병법의 핵심내용이다. 정치판에서의 정쟁에도 이같은 병법은 충분히 유용하다.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국민의힘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이 (그런 걸) 파악할 의중이 없다는 것은 정치 포기”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언급하면서는 “인용하자면 국민도 속은 것 같고 저도 속은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을 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윤핵관만을 거론하며 공격하던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이상 더 이상 싸우지않고 이기는 방안은 사라진 셈이다. 전쟁이 벌어진 이상 이제는 최대한 빠르고 피해없는 승리가 최선이다. 그게 윤석열 정부가 바닥까지 떨어진 국정지지율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2022-08-18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 출범과 이준석 대표 측의 반발로 혼란에 빠졌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책임당원들의 모임‘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에서 11일 책임당원 1천558명이 신청인으로 참여한 가처분 신청을, 12일에는 일반시민과 당원 2천50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연달아 법원에 제출한다니 파급효과가 적지않을 듯 싶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와의 물밑협상으로 극적 타결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TK출신 5선중진 주호영 의원이 이 대표에게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며 적극설득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정치적 문제를 사법 절차로 해결하는 것은 하지하의 방법”이라며 물밑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당 혼란 조기 수습을 위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수용하면서 이 대표에게 법적 대응 자제를 촉구했다. 이 대표와 별개로 비대위 전환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했던 김용태 최고위원은 전국위 당일“효력 정지 가처분은 신청하지 않겠다”고 선언, 사실상 비대위 체제를 수용했다. 비윤계 광역단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혼란 조기 수습 필요성을 이유로 이 대표에게 법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3선의 조해진 의원 역시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고, 정미경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법적 대응 자제를 주문했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정치 현안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는 비난을 감내해야 하고, 당의 혼란을 부추긴 책임을 져야한다. 최악의 경우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이 대표가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의 견제를 뚫고 당 지도부로 복귀해 당의 혼란을 수습할 지도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당내외 인사 모두 한목소리로 ‘법적대응 자제’를 주문하는 데도 이 대표 측이 법적대응을 결행한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의 말처럼 당이 비대위로 전환된 데는 내 잘못도 있다고 반성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도록 한 발 물러서면 본인이나 당에도 좋을텐데 말이다. 이 대표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는 선출직 당대표를 몇몇 정권 실세들이 윤리위를 통해 흠집을 만든 뒤 비대위 전환이란 편법으로 강제 퇴진시킨 것은 민주주의 정당정치에 있어선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그는 다음주 중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해도 끝까지 정치적으로 싸울 태세다. 사상최초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보수야당 대표가 됐던 이 대표가 정권탈환에 성공하고도 축출된 점을 국민들에게 읍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니 물밑협상은 이미 물건너간 듯 보인다. 그에게 남은 것은 정치적 투쟁뿐이다. 이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상당기간 내홍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됐다. 당을 주도하는 실세들이 당 대표를 내쳤으니 후유증도 그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2022-08-11

이준석 ‘명예퇴진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기상황에 빠졌다. 위기의 본질은 뭘까. 권성동 원내대표의 윤 대통령 문자메시지 유출사태에서 비롯됐다. 젊은 당 대표의 윤리위 징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으로 여겼던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이“내부총질이나 일삼던 당 대표….”란 표현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으니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질 만한 충격이었다.사실 민주주의 정치는 효율적이기보다는 매우 불편한 정치체제다. 정치철학이 다른 상대와도 웃으며 만나 협상하고, 서로의 견해차를 좁혀가며 타협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정치다. 하물며 같은 당의 대표가 다소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말을 한다고 해서 명백한 불법행위의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윤리위를 통해 당원권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게 하고, 또 다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 토사구팽하는 모양새는 국민들 보기에 모양 사납다.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젊은 보수지지층들은 “젊은 당 대표를 헌신짝처럼 내치는 국민의힘을 더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런 여론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흔들어놓았을 것이다.흔히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않을 경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나 친인이라도 거리낌없이 내친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보스를 배신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도운 부하를 작은 실수나 흠집을 이유로 내치는 행태 역시 혐오한다.예를 들어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세정책을 쓰면서 복지를 늘리겠다는 자신의 정책에 대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증세없는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정면비판하자 ‘배신의 정치’프레임을 씌워 축출해버렸다.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한 진보진영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찾아온 보수진영 윤 대통령은 유승민 전 의원실에 인턴으로 근무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박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으로 발탁했던 이준석 당 대표를 ‘배신의 아이콘’으로 덧씌워 내치려 한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젊은 정치인의 명줄을 영영 끊어놓겠다면 결코 좋은 꼴 보기 어렵다. 5선 중진의원이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이 대표의 명예퇴진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체제 전환을 위해 최고위에서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회의 소집을 의결하면서 법적 절차상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니 퇴로 없는 당 대표가 법정공방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정치가 법원의 판단으로 재단되면 삼권분립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정치적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준석 대표의 명예퇴진을 보장해주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겪고있는 위기의 상당 부분을 봉합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도 다시한번 조명될 수 있다.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정면대치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지고, 파국을 맞게 될 위험이 크다. 행인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풍으로 몰아치기보다 따뜻한 햇볕이 유용하다.

2022-08-04

‘윤석열표’ 캐치프레이즈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혹여 검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 또는 백현동·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구속해 처벌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으로 낙관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한참 잘못 짚었다. 이재명 의원이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고 후원금이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처벌은 당연하다. 당연한 일을 했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란 건‘근거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앞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근본이유는 취임 후 두달이 지나도록‘윤석열표 공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이 아니라 검사 출신이다. 검찰총장으로서 정치권력에 맞서싸우다 갑작스레 야당에 영입돼 대통령 후보가 됐고,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니 나라 경제에 대한 비전이나 성찰이 깊지 않다해도 탓할 일이 못된다. 그렇다 해도 이제는 뭔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바보야, 언제나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나돈지 오래다. 윤석열표 공약이나 캐치프레이즈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옛말에 ‘하늘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했다. 어설프고 빈약한 독창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을 원한다면 배우고 모방하라는 뜻이다. 역대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를 들춰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한국 창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2건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혁신 운동’,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 경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녹색성장’은 환경문제에 좀 더 접근한 캐치프레이즈로, 4대강 정비를 통해 대운하를 건설하려는 속셈이란 의심을 받는 바람에 야당의 협조를 얻지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창조 경제는 표현 자체가 애매해 자신도 창조 경제를 뚜렷하게 설명해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공공부분 일자리가 늘고, 최저임금이 1만원 가까이 올랐다. 기업들은 임기내내 힘겨웠다.지난 대선 당시 윤 캠프에서 “우리가 내세울만한 공약의 캐치프레이즈로 어떤게 좋겠느냐”는 질문에 한 참모가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 어때요?”라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 답변을 듣고 “좋은 생각”이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 이 문구를 캐치프레이즈로 채택하려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냥 묻혀 버리고 말았다는 것. 캠프 내부의 골뱅이 같은 속사정을 굳이 알고 싶지 않다.다만 그때 무릎을 쳤던 윤 대통령에게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를 ‘윤석열표 캐치프레이즈’로 추천하고 싶다. 중소기업이 99%인 이 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잘살면 온 나라가 잘살 수 있다. 이 나라에 꿈과 희망을 주는 캐치프레이즈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2022-07-28

윤석열의 비책, ‘초심자의 행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자가 일반적인 확률 이상의 성공을 거두거나, 심지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상대로 승리하는 기묘한 행운을 일컫는다.심리학적으로는 일종의 확증편향에 의한 현상이란 해석이 있다. 즉, 초보자가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을 때는 크게 기억에 남는 반면, 초보자가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에는 금방 잊혀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와 실력으로 맞붙었을 때 초보자가 승리하는 경우에 대한 해석도 있다. 누구도 초보자가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도 별 기대가 없기에‘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고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정치초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대통령실 주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취임 두달 남짓한 새 정부가 잘한 것도 꽤 있었다. 청와대를 국민들한테 돌려준다든지, 국민통합을 위해서 광주 5.18기념식에 전부 다 내려가 참석한다든지, 또 대통령의 권위적인 문화를 상당히 벗어던지고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과 가까이 가려고 한 것… 등등이다.그러나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것은 달랐나보다. 문재인 정부와 뭔가 달리 국정을 운영할 거라고 생각하고 교체를 했는데, 지난 정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현재의 대통령실 구성에 문제가 많으니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인사는 검찰 출신의 내부자 집단이, 정책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나머지 자잘한 정무는 국민의힘 출신이 맡고있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주어진 일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는 있어도 창의적으로 전략을 짜고, 정부와 정치권을 아우르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없는 조직 구성이다.따라서 대통령실의 정무·홍보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편하거나 힘을 실어줘야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그때그때 잘못을 바로잡아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홍보라인도 정부나 대통령의 활동상황을 소상히 알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내각의 장관들은 현장을 뛰도록 해야 한다. 장관들이 책상머리 앉아서 보고서만 뒤적거려선 안된다. 배후지원을 해야 할 당 지도부도 정신차리도록 군기를 잡아야 한다.마지막으로 그런 노력들이 국민들 눈앞에 보이도록 연출해야 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했다.뭐든지간에 시작할 때는 초심자의 행운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 뒤에 가혹한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지지율 회복의 비책으로‘초심자의 행운’을 노려보면 어떨까. 획기적인 윤석열표 정책을 제시하고, 좌고우면않고 직진으로 윤석열다움을 보여주면 좋겠다.

2022-07-21

지구온난화와 빙하 블러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기후변화로 인한 이변이 지구 전역에 벌어지고 있다. 눈부시게 하얘야 할 알프스의 만년설이 마치 피를 흘린 것처럼 붉은색으로 변하는 ‘빙하블러드’ 현상이 대표적이다.최근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 최고봉에서 빙하가 무너져내려 등반객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일어난 것도 이 현상과 관련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새하얀 만년설이 1년 내내 쌓여있던 알프스 산꼭대기 눈밭 수 킬로미터가 붉게 변해 마치 피가 흩뿌려진 것 같다고 한다. 프랑스 연구진은 빙하 블러드 현상의 원인으로 미세조류의 증식을 꼽았다. 연구진은 알프스 지역에서 눈과 흙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다나 호수처럼 눈 속에서도 산구아나 등 특정 미세조류의 존재를 확인했다. 미세조류가 크게 번성한 이유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와 대기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분석됐다. 알프스에서 발견된 미세조류는 붉은색인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갖고 있는데, 강한 햇빛, 특히 자외선으로부터 미세조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즉, 빙하 블러드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미세조류의 생존 본능인 셈이다. 미세조류는 근본적으로 녹색이지만, 붉은 색소를 방패삼아 뒤에 숨어 있다. 문제는 빙하 블러드 현상이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하얀 눈밭은 햇빛을 많이 반사하는데, 붉어진 눈밭은 햇빛을 덜 반사하기에 빙하가 더 빨리 녹게 되기 때문이다. 빙하 블러드는 이산화탄소 증가라는 기후변화의 결과물인 동시에 기후변화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지구촌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11

허니문 없는 새 정부의 과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집권 2개월째가 맞나?” 윤석열 대통령을 뜨겁게 지지했던 인사들을 만나면 쉽게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벌써 1년은 지난 것 같다”는 총평에는 불안감이 어른거린다.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기를 기대했던 게 엊그제같다. 벌써 지지층의 마음이 실망감으로 돌아서고 있나. 2개월이면 허니문의 달콤함에 빠져있을 시점이다.그런데 긍정보다 부정여론이 높은 데드크로스라니….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종합해보면 서민물가 상승과 주식시장 침체 등 경제문제, 내각 인사실패, 그리고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 등의 문제가 주 요인이다.경제문제는 심각하다 못해 위기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고, 미국발 금리인상에 이어 경기가 침체되면서 서민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다행히 오르지 않고 있지만 대출규제속 전·월세 아파트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서민들에게는 괴롭다.새 정부의 장관인사 검증실패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도 적지않다. 야당이 새 정부의 부실인사 논란을 제기하자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장관 인사는 어땠나”며 역공하는 모양새도 나빴다. 새 정부가 전 정부탓을 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셈이다.민생과 경제를 챙겨야할 여당 지도부는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의혹을 둘러싸고 윤리위에서 징계를 내리느니 마느니 실랑이가 한창이다.대통령실은 나토정상회의 직후 야당으로부터 인사비서관 배우자 동행이 이해충돌에 해당된다느니 윤 대통령 친인척 최모씨가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제2부속실 역할을 하고 있다느니 하는 의혹 보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여당 전체가 분주함과 혼돈에 빠져있다.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낮은 지지율이나 국민적 관심을 일거에 돌려놓을 만한‘한 방’이 없다는 데 있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른바 ‘윤석열표’정책의 부재다.그렇다고 글로벌 경제 침체와 미일·중러 신냉전 시대 속에 나라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경제정책을 콕 집어 약속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국민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는 액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당장 해답을 찾지못해도 좋다.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집무실에 야전침대라도 갖다놓고 전심전력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서민경제가 무너지는 판에 경제부총리에게만 경제를 맡겨놓은 것도 한가해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관하겠다고 나서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서민 살림살이 형편을 살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국가지도자라면 국가 위기극복을 위해 국가적 자산과 능력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게 허니문 없는 새 정부, 새 대통령이 시급히 해야 할 과제다.

2022-07-07

허니문 사라진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지지율이 70%이상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고, 높을 때는 90%대까지 오른다. 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나라를 부강시킬 방안을 찾고, 고심할 시간을 준다는 차원일게다. 이른바 ‘허니문’기간이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가 되는 이 기간에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2개월도 채 안됐는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현상이 덮쳤다. 허니문 기간이 사라졌다. 어렵게 집권한 보수 정부의 위기다.정치권에서는 허니문 기간이 사라진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경제위기 상황, 여야의 대치로 인한 국회 공전 상황, 여당 내 권력다툼 등의 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한 요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통해 당선된 점, 정통 보수층의 충성도 약화, 2030 세대의 정치 무관심 등이 허니문 증발과 함께 데드크로스를 불러왔다는 것이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출범한 지가 한 달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사태가 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친윤계의 민들레 모임 논란, 당 혁신위 인사 논란,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간의 공개적 갈등 외에 별달리 보여준 게 없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민생·안보 위기 국면이 닥쳐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보다는 내부 권력다툼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똘똘 뭉쳐 일해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에 한창이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 약자와의 동행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볼 때 사람들은 과거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을 연상하기 때문에 ‘기득권 정당, 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당’으로 여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많은 표를) 득표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제가 내세운 게 약자와의 동행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약자와의 동행이 사라져버렸다.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고 비판했다.한마디로 보수가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약자와 함께 한다는 혁신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대권을 창출해온 거물 정치인의 혜안이다. 윤석열 정부가‘약자와의 동행’이란 새 지평을 열고, 변화와 혁신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22-06-30

마침내 도마 오른 경찰권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부 여당과 야당이 경찰권력의 통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부처내에 경찰관련 조직을 신설,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두는 등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내용의‘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시행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야당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지난 역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목도해 왔다”고 경고했다.‘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까지 소환했다.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역사를 32년 전으로 되돌려‘치안본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려는 의도라고 외쳤다.이들은 경찰 통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권력자의 입김이나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인권위원회 등 시민의 통제를 확대·강화해서 실질화하는 것이 그 방책이라는 것이다.실제로 경찰은 일반적인 부처와는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풀뿌리 민생조직이자,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하는 수사조직으로 기능한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순간 경찰이 정권을 위한 경찰로 타락하게 된다. 야권의 우려도 일리 있다.그러나 정부 여당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경찰조직은 치안을 담당하는 내각의 행정안전부 직제하에 있으므로 행안부의 통제 아래 넣겠다는 뜻이다.윤석열 대통령 역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면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어 “과거 경찰은 굉장히 많은 인력의 경찰을 청와대가 들여다놓고 직접 통제를 했다”면서 “만약에 저처럼 그것을 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치안이나 경찰사무를 맡고 있는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에 대해서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무에 대해서는 당연히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예전 청와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 아래 치안비서관실에서 경찰조직을 통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이 폐지됐으니 행정안전부가 경찰조직을 통제하는 것이 맞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직을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대통령령 등을 통해 설치해 운용하겠다는 취지다.유사 이래 어느 정치권력이 검찰과 경찰의 권력을 자신의 통제 바깥에 놓아둔 채 방치한 적이 있었던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야당도 그런 속사정을 잘 알면서도 무차별 견제구를 날려댄다.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바란다면 문재인 정부 당시에 논의했던대로 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수사심의위원회, 경찰인권위원회 등 경찰의 독립성·중립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면 될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정치권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없다.

2022-06-23

블랙리스트 논란 이제는 끝내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권교체기에는 전 정권의 국정철학에 적극 동조하며 협력했던 정무직 공무원들의 거취가 항상 문제가 된다.당사자들은 조금이라도 자리를 더 지키고 싶어하는 반면 새 정부에서는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우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반강제적이거나 우회적인 압박을 통해 사퇴를 강요한다.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것이 바로 블랙리스트 논란이다. 최근에 기소된 백운규 전 장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마찬가지다.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박 모 국장이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8개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진 사퇴를 종용힌 사건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3년만인 올해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다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우리 정치권에서 블랙리스트가 처음 거론된 것은 1980년대다. 1984년 ‘민주노동자 블랙리스트 철폐 대책위원회’구성 후 1970~80년대 노동탄압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이명박 정부때는 인권위 블랙리스트로 인권위 직원들을 솎아낸 후 정권의 입맛에 어울리는 인사들을 임명했으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한 단체와 인물을 탄압하기 위한‘4대강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문화예술계와 방송계 블랙리스트도 드러났다.박근혜 정부에서도 당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연구자를 탄압한 역사학계 블랙리스트, 국립대 총장 인사 개입에 영향을 준 교육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계와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가 말썽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반복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시끄럽다. 야당은 “정치보복 수사”라며 방어막을 펼쳤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수사하면 적폐청산이고, 윤석열 정부가 수사하면 정치보복이냐”라며 꼬집었다.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논란이나 블랙리스트 사건은 사라져야 한다. 해결방안은 명확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위원장의 말처럼 정권이 바뀌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 쪽에서 (공공기관장을) 추천하고 함께 일을 하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기관장 임기도 종료시키면 된다.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를 대통령과 맞추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정치권이 이제껏 해법을 알면서도 제도정비를 않은 것은 무책임한 태도로 지탄받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정무직 인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 때부터라도 알박기 인사로 새롭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생각해보라. 대통령제 정부에서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 자문위원회 수장과 위원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는 게 말이 될 법한 일인가.불합리한 인사제도를 진작 바꾸지 않은 채 ‘알박기 인사’니 ‘블랙리스트’니 공방만 일삼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2022-06-16

확증편향의 위험성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사권은 검찰공무원이, 정부 운영은 기재부 퇴직 공무원이, 자잘한 정무는 여의도 아웃사이더들이 맡는 방식으로 과연 향후 5년을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회자되는 한 줄 평가다. 시니컬하긴 하지만 현 정부 인사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대통령실이나 정부 라인업을 보면 정부 경제정책 등 운영은 기재부가, 인사통제권은 검찰이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경제수석에 모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됐다.특히 법무부 장·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이어 금융감독원장에 검찰출신이 임명됐다. 인사추천권을 가진 인사기획관 및 인사 비서관, 검증역할을 하는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무부 산하에 설치될 인사정보 관리부서까지 검찰출신이 떠안았다.이러니 야당이 검찰공화국 운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1999년 출범 이후‘금융계의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수장에 검찰 출신이 자리잡은 게 압권이다. 그만큼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한때 거론되다가 제외된 데는 이같은 세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윤 대통령이 새 정부에 대한 여론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다. 사법고시를 거친 검찰 출신 인사들의 능력과 추진력은 대체로 뛰어나다. 국가관이나 정의감 역시 투철하다는 평가를 부인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평생 검찰에 몸담았던 윤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인물을 데려와 자신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데 쓰겠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해도 윤 대통령이‘적재적소’인사원칙으로 마냥 밀어붙이는 건 재고해야 한다.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소위‘윤핵관’간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떻든 정권을 창출하는 데 공을 세운 이들의 충성심을 권력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래로부터의 통치술이다. 다만 최근의 ‘검찰 편중 인사’논란은 윤 대통령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사, 정보, 사정 등의 업무를 특정 분야 출신들이 맡을 경우 사고의 틀이 좁아져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커진다.이른바 ‘확증편향’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은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이유 역시 확증편향으로 인한 오판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피하려면 두 가지 방안이 유력하다.집단 내에서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도록 조직된 레드팀의 운용이 하나이고, 적절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특화된 언론출신들을 자문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정권의 성공과 실패는 인사(人事)에 달려있다.

2022-06-09

지방선거 이대로 안된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방선거, 이대로 둬선 안되겠습니다. 특히 나라의 백년대계라 할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 후보는 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조차 잘 알지 못한 채 찍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군·구의회 의원들 역시 이름 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6·1지방선거를 치른 1일, 주민들의 투표소감은 개탄일색이었다. 주민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시하는 지방선거가 오히려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을 특정 정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지지하게 되는 불합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은 시·군·구의회 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지 잘 모르고 투표해야 했다고 말한다.특히 교육감 후보의 경우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며 정당공천을 없애는 바람에 보수와 진보진영 후보가 난립, 주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정당지원 없이 개인 돈을 많이 쓰게 만든 것도 문제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비용제한액과 같다. 경북 교육감 선거의 경우 15억3천200만원, 대구 교육감선거는 11억7천300만원이 선거비용 한도액이다.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거비용을 전액보전받을 수 있다지만 보전받는 비용 외에 선거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지출까지 포함하면 실제 선거에 쓰이는 돈은 한도액을 훌쩍 넘긴다. 평생 교육행정에 몸담은 교육감 후보들에게 1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은 큰 부담이다. 그러니 교육감 후보들은 막대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활용한다. 책 정가는 1~2만원이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5만원권 여러 장을 봉투에 넣고 책을 받아간다.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직원들은 찾아가 눈도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선거에 쓴 개인 돈 수억원을 메꾸려고 당선 후 업자들에게 뒷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교육감만 11명에 이르는 게 그 방증이다.교육감 선거방식은 확 바꾸는 게 옳다. 껍데기만 정치중립인 선거를 치를 게 아니라 차라리 시도지사 임명제로 하거나 시도지사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러닝메이트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그래서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될 여지를 없애는 게 낫다. 개인후보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선거벽보·공보·현수막·TV토론 등 선거운동 일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담하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기초의원 선출도 문제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해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지역구에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시·군·구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선거 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기초의원과 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 정치권은 귀기울여야 한다.

2022-06-02

빅브라더 논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의도 정치판에 빅브라더가 소환됐다. 빅브라더는 1949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감시자’를 지칭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말로, 일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사회를 감시·통제하는 관리권력 또는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이다.이 소설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 도청장치를 이용해 대중에게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소설은 빅브라더에 의해 자행되는 감시와 통제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잘 묘사했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빅브라더가 활개칠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우리 정치판에서 빅브라더 논란을 전격 소환한 주인공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다. 박 원내대표는 법무부가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겠다고 밝히자 “한동훈 법무부가 21세기 빅브라더가 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인사검증까지 하게 되면 정보가 법무부로 집중되고,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 인사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이 추천하고 한동훈 장관의 검증을 거쳐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검찰출신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즉, 검찰에서 손발이 닳도록 합을 맞춘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인재 추천→세평→검증’으로 이어지는 인사시스템에서 세평 수집과 검증의 상당 역할을 내각으로 이전해 다각도로 검증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검증 자료를 토대로 종합 자료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해 최종 낙점이 이뤄지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인사문제다. ‘인사가 만사’란 말처럼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담보하는 것도 어떤 인사를 등용하느냐에 달렸다.야당의 지적처럼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권과 정부 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을 모두 갖게 되면 사실상 민정수석 역할까지 맡게돼 ‘국가 사정 컨트롤타워’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하지만 이번 인사검증시스템이 미국의 선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을 따른 것이란 대통령실의 설명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법률고문실에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개시한 후 미 법무부 산하 FBI(연방수사국)에 1차 검증을 의뢰한다. 이후 FBI가 1차 검증 결과를 통보하면 이를 토대로 법률고문실이 다시 종합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이 설명대로라면 법무부에 신설될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과 독립된 위치에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1차 검증을 담당하는 FBI의 역할을 맡게 된다.더구나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의 객관적·중립적 업무 수행을 위해 장관은 검증 결과만을 보고받고, 인사정보관리단 사무실도 외부에 별도로 설치해 법무부내 타 부서와는 철저히 분리·운영할 계획이라니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야당이 무작정 ‘비판을 위한 비판’에만 매몰돼 있을 경우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2022-05-26

아! 임을 위한 행진곡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지난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보수와 진보세력은 물론이고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함께 목청높여 불렀기 때문이다. 기념식 말미에 의자에 앉아 있던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윤 대통령은 양옆 참석자들과 잡은 양손을 반주에 맞춰 힘차게 아래 위로 흔들며 노래했다.윤 대통령의 왼쪽엔 박병석 국회의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이 나란히 섰다.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윤호중 위원장, 여영국 대표는 정면을 응시한 채 주먹 쥔 오른손을 어깨높이로 들고 아래위로 흔들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도 양손을 잡고 함께 흔들며 제창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등도 행진곡을 입모아 불렀다.과거 보수 정부에서 이 노래를 식순에서 제외하거나 참석자가 다 함께 부르는 제창 대신 합창단 합창으로 대체하던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백기완 시인의 시 ‘묏비나리’를 소설가 황석영이 다듬어 가사로 만들었고,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전남대학생 김종률이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전남도청에서 숨진 윤상원과 1979년 겨울 노동 현장에서 들불야학의 선생으로 일하다 숨진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작곡한 민중가요다.80년대 대학을 다녔던 필자 역시 시위·집회때면 ‘애국가’인 것 마냥 목청높여 불렀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되는 가사는 당시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서 민주화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애국심을 한껏 고양시키곤 했다.그래서였을게다. 80년대 금지곡으로 지정됐던 이 노래는 ‘불법 테이프’를 통해 널리 퍼졌고, 2000년대 이후에는 촛불집회를 비롯한 대중 집회에서 널리 불렸다.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른 것은 5·18정신을 헌법가치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행보다.다만 일각에서는 5·18민주화 운동 당시 군부정권의 지시에 따라 진압에 나섰다가 숨진 군인과 경찰들이 학살자로 매도되선 안 되며, 이 문제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멀고 험한 통합의 길을 열고 있다.

2022-05-19

공동체의 위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도통 정권이 바뀌었다는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더불어민주당이 178석의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이고,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정부의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이러니 정국운영이나 지방정부 돌아가는 분위기가 윤석열 정부에 발맞춰 팽팽 돌아가는 분위기가 날 리 없다.더구나 MBC나 KBS 등 공중파 방송 역시 아직 세상 바뀐 걸(?) 모르는지 새 정부에 비우호적인 태도가 역력하다.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마저 진영논리에 매몰된 채 편가른 채 감정다툼에 나선다.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공동체의 위기와 원인을 짚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으나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반지성주의’였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했다.그런데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이같은 집단갈등을 초래하는 반지성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공감가는 해석이자 진단이다.공동체 위기를 실감하는 것은 보수진영만의 인식이 아니다. 대구·경북 출신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일 이임식 연설에서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탐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수도권만 잘 살고, 경쟁만이 공정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결코 행복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 공동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그 역시“나와 생각이, 성별이, 세대가, 출신 지역이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이런 공동체에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 더불어 살아가는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고 우려했다.그는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니 진보니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닥친 공동체 위기를 과연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까.새 정부를 연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공동체 위기를 초래한 반지성주의를 깨부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2022-05-12

검수완박을 보는 민심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여서인지 정치권의 반응은 더욱 예민하다.특히 검수완박 법안 추진 이후에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낙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우리 사회 일각에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 만큼 검찰의 위세가 드높아지면서 병폐가 적지않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전관예우’라는 전근대적인 비리도 그중 하나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대통령제하에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맞서 검찰이 맞서 싸울 정도면 검찰의 권력이 그만큼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보수나 진보 할 것 없이 검찰의 제왕적 권력에 견제를 가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그렇다해도 국회에서 과반을 넘는 다수의석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여야간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입법을 강행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당지지율을 일별로 분석한 자료를 되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여야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날인 4월 22일 민주당 지지율이 급등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중재안을 거부한 4월 26일에는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것.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파기란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알 수 있다.대다수의 보수층과 중도층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입법과정에서 중도층 여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입법 강행 과정에서 노출된 편법과 꼼수다.아무리 정당한 입법이라고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아닌가. 편법과 꼼수는 결코 정도가 아니다.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차가운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권 폐지가 포함된 입법은 아무리 봐도 방탄입법의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검수완박 이슈는 6·1 지방선거에 임하는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매우 곤혹스럽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 들고나왔던 민주당 심판론을 다시 꺼내들면서 검수완박 이슈를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갈 태세다.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핵심지지층이 많은 호남을 제외하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에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많고, 특히 수도권은 물론 캐스팅 보트라는 충청권에서도 10%p 넘게 차이를 보였다.민주당은 일단 인사청문회 정국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 검찰개혁이 꼭 필요했다면 물 흐르듯 했으면 어땠을까.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아 도에 가깝다. 시끄럽고 혼란스런 오늘의 정치가 물 흐르듯 이뤄지는 날은 언제일까.

2022-05-05

공천의 원칙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6·1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을 두고 대구·경북지역이 북새통이다. 이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자랑하는 국민의힘 공천은 파급효과가 크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공천은 주로 정치 계파를 중심으로 한 공천이 이뤄지며, 그 와중에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파벌갈등에다 이른바‘옥새들고 나르샤’공천파동이 벌어져 여소야대 형국이 되고 말았고,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친박, 비박 나눠 싸우느라 더불어민주당을 180석의 거대여당으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한 것은 모두 당 내부의 파벌갈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그러나 지방선거의 경우 양상이 자못 다르다. 당 내부의 파벌갈등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따라 공천하는 이른바 ‘사천’내지‘엿장수공천’이 문제다. 특히 6·1지방선거는 3·9대선을 치른 직후 곧바로 닥쳐온 선거라는 특수성이 있다.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대선 전에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지방선거 공천권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대선 때 중앙당에서 선거자금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만큼 지역에서 선거자금을 알아서 조달하고, 그 대신 신세진 사람들에게 기초단체장이나 기초·광역의원 공천을 줄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음모론에 가깝지만 무리한 공천으로 물의를 빚고있는 경산시 등 일부 지역에선 꽤 설득력있게 나도는 풍문이다. 경북도당 공관위가 3선에 도전하는 단체장 가운데 포항·영주·군위시장에 대해 컷오프 결정을 내렸다가 중앙당 공심위로부터 ‘교체지수 재조사’통보를 받은 데 이어 ‘단체장 포함 경선’이란 최종결정을 통보받는 혼선을 빚은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경북도당 위원장이자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김정재 의원이 자신과 사이가 나쁜 이강덕 현 포항시장을 컷오프시키려다 빚어진 일이란 설명 자체가 공당의 공천에 당협위원장의 사적 감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국민의힘 공천기준도 문제다. 중앙당 공관위가 경북도당 공관위 등에 하달한 기초단체장 교체지수 규정을 보면 ‘필요시 현역기초단체장 교체지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체지수는 개별평가방식(재지지율/당지지도)과 상대 평가 방식(현역 대상 교체 희망률 일괄 조사 후 비교) 두 가지로 제시됐고, 여기서 컷오프 적용 비율은 해당지역 공관위에 권한을 위임했다. 기초단체장의 생사여탈권을 지역 공관위에 위임한 듯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공관위가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의중을 최우선 고려하도록 돼있으니 결국 지역구 국회의원의 뜻에 따라 기초단체장 공천이 이뤄진다.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초단체장 공천이 당협위원장의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아래 공정과 상식, 바로 그게 공천의 원칙이 돼야 한다.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