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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귀 기울여 들으라

▲ 김진호 논설위원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은데, 꿈을 성취하는 사람은 적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꿈을 위한 대가를 치루지 않았기 때문이다.어떤 사람이 10년동안 한번도 새벽기도회에 안빠지고, 새벽예배에 나와서 복권당첨을 위해 날마다 기도했다. 10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하느님이 기도중에 그분을 만나러 왔다. 하느님 왈, “참, 너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런데 내가 네게 부탁할 것이 있다. 복권 좀 사면서 기도할 수는 없냐?”공짜 좋아하는 형제 이야기도 있다. 어떤 아버지가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았는 데, 두 아들 모두 공짜만 바라고 일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였다. 아버지는 죽으면서 “황금을 주위 땅에 묻어 놓았으니 땅을 파서 캐내도록 해라.”고 유언했다. 아버지가 죽은 후 두 아들은 누가 황금을 파낼세라 미친듯이 열심히 아버지가 물려준 땅을 파고 또 팠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황금은 없었다. 두 아들은 넓게 파 놓은 땅이 아까워 거기에 곡식을 많이 심었다. 추수기가 됐을 때 곡식이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었다. 그제야 두 아들은 성실히 땀 흘려 가꾼 그 열매가 바로 아버지가 말한 `황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지그 지글러 박사의 `세계의 지혜`라는 책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루는 왕이 현인들을 불러서 “세계의 지혜를 정리해 오라”고 명했다. 현인들은 세계의 지혜를 다 모아 12권의 책으로 만들어 왔다. 왕은 “분량이 너무 많으니 한 두마디로 줄이라”고 했다. 그 말이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 무엇이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요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서는 생활속에서 사소한 것들을 바꾸는 데도 적지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깨달음을 이렇게 얘기한다. “생각은 크게 하고, 실천은 작은 것부터 하자. 왜냐하면 작은 생활의 변화에서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인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잘 하고 싶으면, 신문에 있는 오늘의 영어부터 외우자. 건강을 챙기고 싶으면, 잠을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자자. 살 빼고 싶으면 오늘부터 밤참금지다. 중요한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한다면 컴퓨터 방 청소부터 하라”세간에는 대통령이란 큰 꿈을 꾸는 세 후보들의 얘기로 왁자지껄하다. 언론에서도 연일 어느 당의 어느 후보가 대통령감으로 좋을 것이라든지, 어느 후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통령이 돼도 지지세력이 없어서 대통령직 유지가 어렵다느니 하며 떠들어대고 있다. 3명의 대통령 후보들은 후보들대로 전국 방방곡곡 국민들을 찾아다니며 연일 자신의 복지정책, 교육정책,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정책 등의 공약들을 쉬지않고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는 다소 현실성 없어 보이는 공약들도 있고, 어떤 공약들은 다른 후보가 내놓았던 공약을 재탕, 삼탕한 공약도 있다. 몇몇 공약 가운데는 최근 정부재정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포퓰리즘적 공약들도 있다.어쨌든 세 후보는 꼭 명심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대통령이 되고 난 뒤 고민하자`는 배짱으로 공약을 하다가는 결국 임기 말년에 지지율이 바닥에 추락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큰 꿈을 꾸는 세 후보들은 톨스토이가 말년에 명상을 통해 얻은 글 모음집 `살아가는 날들을 위한 공부`란 책에 나오는 글귀에 귀 기울여야 할 듯하다. “무언가 성취하려면 노력해야 한다./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노력은/ 떠들어대지 않는 것이다. /귀 기울여 들으라. /그리고 아주 조금만 말하라”

2012-10-16

`백척간두 진일보` 할 후보 없나?

▲ 김진호 논설위원#1.아시아지역 사람들은 집 뒷마당에 중국산 대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고, 물과 거름을 주지만 4년동안 대나무는 거의 혹은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5년째 되는 해에 놀랍게도 나무는 5주일 동안 90피트 높이로 자란다. 중국산 대나무는 5주일 동안 자란걸까? 아니면 5년 동안 자란걸까? 정답은 당연히 5년이다. #2.우리 단군신화 이야기다.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 안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일렀다. 곰은 21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됐으나, 범은 끝내 참지못하고 뛰쳐나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여기서 범이 100일을 참지 못한 이유는 뭘까? 조금씩 사람으로 변하지 않고, 긴 시간을 참고 견뎌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두 예화가 전하는 교훈은 우리가 꿈을 위해 노력할 때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 처럼 보이더라도 절대로 포기하거나 중단하면 안된다는 것이다.얼마전 박승호 포항시장을 만났다. 박 시장의 얼굴이 무척 핼쑥해 보여 “얼굴이 말랐는 데,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근에 한달 가까이 효소를 먹으며 단식하는 효소단식법으로 15kg 가까이 감량해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식으로 다이어트 한 과정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했다. “처음 일주일쯤 단식했는 데, 지방은 안빠지고 근육이 빠지는 바람에 그만둘까 생각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단식이니 어느 정도까지 해봐야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계속했더니 어느 순간 몸속의 나쁜 성분들과 체지방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면서 “지금은 약 4주간의 단식을 마쳐서 근력은 약해졌을 지 몰라도 체력은 크게 좋아졌다”고 했다. 즉, 서서히 체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어느 기간 이상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마침내 효과가 나타나더라는 설명이었다.사람이 자신이 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노력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 처럼 느낄 때 사람들은 그만 `안되는 가 보다` 하고 포기한다. 거기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별천지가 펼쳐질 텐데 말이다.소설가 최인호가 쓴 `상도`라는 소설에 나오는 일화다. 조선시대 임상옥이라는 상인을 경계한 중국의 상인들이 담합해 임상옥의 인삼을 불매하기로 동맹을 맺었다. 임상옥은 고민을 거듭하다 묘수가 떠오르지 않자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 물었다. “어르신, 어떤 사람이 지금 백척간두에 서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백척간두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까요?”그러자 추사는 지체없이 바로 대답했다. “백척간두에서 내려올 수 없습니다” “내려올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임상옥의 물음에 추사는 묵묵히 붓을 들어 종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백척간두 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 進一步十方世界現全身). 100척의 장대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라. 그리하면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뜻이었다.이 글에 깨달음을 얻은 임상옥은 조선에서 가져온 인삼을 모조리 꺼내놓고 불을 붙였다. 이 모습에 깜짝 놀란 중국상인들은 불을 꺼달라며 그들의 잘못을 빌었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임상옥은 인삼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었고, 그 후 조선을 대표하는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지금 우리나라 안팎을 둘러싼 상황이야말로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다. 그런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는 예쁘고 자상하고 멋진 이미지 연출에만 신경쓸 뿐 나라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 겉으로는 정책선거를 하자면서도 기껏 경제민주화니, 일자리 마련이니 하는 총론적 입장만 나열할 뿐이다. 경제난 극복 해법이나 국방과 안보 정책의 방향을, 치안과 안전 대책을 제대로 내놓는 후보가 없다.국민이 바라는 대통령감은 백척간두 진일보할 후보다. 누가 이런 일을 해낼 것인가. 이제 세 후보들이 이같은 질문에 대답할 시점이다.

2012-10-09

차별성 없는 후보들의 차별화전략

▲ 김진호 논설위원신발회사에서 두 사람의 세일즈맨을 아프리카로 출장을 보냈다. 신시장개척지로서 아프리카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아프리카에 도착하자 세일즈맨들은 기가 막히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아프리카인들 모두가 신발을 신지 않고 그냥 맨발로 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곳을 답사한 두 사람은 본사로 각각 텔렉스를 보냈다. 한 사람은 이렇게 보냈다. “신발 수출 불가능. 가능성 0%. 전원 맨발임”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이랬다. “황금시장, 가능성 100%. 전원 맨발임”위의 예화는 사물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백팔십도 다른 전망이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3파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에 대한 국민의 시각도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자신이 말했듯이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쿠데타를 통해 유신독재로 달려갔던 독재자의 딸이란 측면이 있는 반면 새누리당이 위기에 빠질 때 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당을 구한 중도보수성향의 여성 정치지도자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친인척비리로 몸을 던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공과를 함께 나누지 않을 수 없는 핸디캡이 있지만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중심 정치`를 표방하며, 낡은 정치세력 교체의 선봉에 선 야당지도자이기도 하다. 무소속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경우는 바야흐로 검증열풍에 휘말려 `헛부풀려진 도덕주의자`, `검증안된 아마추어 정치가`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낡은 체제를 부수고 미래 가치를 설정하기를 원하는 20-30대 유권자의 희망을 대변하는 젊은 기수로 부상하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차별화돼야 할 이들 세 명의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나 정책들이 거의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복지와 일자리창출을 내세운다. 어느 쪽에 좀더 힘을 싣느냐 하는 정도일 뿐 내놓는 정책들의 큰 그림은 모두 `단일화`된 모습이다.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이래서야 어느 후보를 뽑아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최근의 대선캠프 인력 스카우트 열풍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박근혜 후보는 이미 진보성향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한 데 이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유신시대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오적`을 썼던 시인 김지하씨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을 영입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인사가 캠프에 합류할 지 궁금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구성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말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의원을 영입해 정치권의 화제가 됐다. `보수의 책사`로 이름높은 그는 이회창 후보를 내세운 두 번의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기획을 총괄하고, 박근혜 대표의 `천막당사`를 기획했던 인물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 달 고려대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영입해 `경제민주화`란 대선 어젠다 쟁탈에 나섰다. 장 교수는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후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을 뿐 아니라 지난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13시간 동안 부당내부거래를 꼬치꼬치 따져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이래선 안된다. 이제 대선에 나선 세 후보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비전과 정책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후보들과 어떻게 다르다`고 하는 차별성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국의 비평가인 매튜 아널드는 “신념없이 다른 사람에게 신념을 줄 수 없고, 스스로 납득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수도 없다”고 했다. 세 후보는 이제 자신을 납득시킨 공약으로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시점이다. 그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2-10-02

박근혜 후보에게 필요한 대변인

▲ 김진호 논설위원갈수록 태산이다. 박근혜 후보 신임 대변인에 내정된 김재원 의원이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막말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선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게 아버지 명예회복 때문”이라면서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입장을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했던 것에 비유해 박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일을 사과하더라도 실제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 의원의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보도가 되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당 관계자가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한 게 맞느냐”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정보보고를 하냐”면서 기자들을 한 명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정보보고를 했느냐”고 추궁한 뒤 기자들을 향해 “병신 같은 XX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시 폭탄주를 마셔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때부터 대변인을 지낸 친박계 최측근”이라며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결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잠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새누리당은 고심에 빠졌다.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실언으로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데다 이런 부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병호 공보단장과 홍일표 대변인을 각각 이정현 최고위원과 김재원 의원으로 교체한 마당이다.더구나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ㆍ16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식 사과이며, 지난 10일 자신의 `인혁당 두 개 판결`발언 논란으로 과거사 논쟁이 전면에 부상한 지 2주일 만이다.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을 끝으로 과거사 인식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추석 민심을 다잡는 쪽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었지만 김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특히 김 의원은 대변인 자격으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말을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치부하며 기자들에게 도리어 폭언을 퍼부었다니 어이가 없다. 공당의 대변인이 당 출입기자를 만났다면 어떤 경우도 사적인 자리가 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검사출신 김 의원이 평소에 기자들을 `졸`(卒)로 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니 박 후보가 김 의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것은 철회해야 마땅하다.예로 부터 글이든 말이든 간절한 마음으로 진실을 얘기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고대의 한 왕국에 적이 쳐들어왔다. 왕이나 신하들은 절망에 빠졌다.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서 이웃나라에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왕은 명문장가로 소문난 재상에게 원군을 요청하는 외교문서를 작성하도록 명했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침략군이었다. 누가 이럴 때 원군을 보내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재상의 붓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재상은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위급한 처지였으므로 온 정성을 기울여 편지를 쓰려고 했다. 한 장을 쓰고는 구겨버리고, 또 한 장을 썼다가 찢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해가 저물었고, 시종이 불을 켜 재상이 글을 쓰는 곳을 밝혔다. 재상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주위는 한층 더 어두워졌다. 이윽고 재상의 손 주위에 그늘이 져 어둠침침했다. 재상은 자기도 모르게 시종에게 “빛을 들어라”하고 말하면서 그 말을 편지에 써넣고 있었다. “빛을 들어라!” 간절하고 진실한 이 한마디 말이 이웃나라 왕의 마음을 움직였다.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가슴을 울리는 이런 말과 글로 국민을 설득할 대변인이 아쉽기만 하다.

2012-09-25

대선(大選)정국에 몰아치는 태풍

▲ 김진호 논설위원제16호 태풍 `산바`가 대구·경북지역을 강타한 17일 정치판에도 태풍이라 할 만한 큰 바람이 일었다. 민주통합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고, 대선출마를 가늠해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오는 19일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다. 야권의 두 후보가 대선 무대에 함께 오르면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인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태풍처럼 대선 정국을 강타할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방식으로는 후보간 담판에 의한 단일화방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나 경선을 택하려면 현행 당헌 당규를 고쳐야 가능한 데, 시간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양 진영 모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다만 담판을 한다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후보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제1야당 후보가 개인적 결단에 의해 후보직을 양보하면 당의 존재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안 원장은 현재 조직이나 챙겨야 할 사람이 없어 홀가분하기에 후보를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원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진보성향 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단일화 방식과 관련, “후보 간에 담판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양보했을 경우 과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확실히 꺾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단일화 시기는 11월25일 후보등록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월 한달은 각자 열심히 활동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대선후보 등록전에 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후보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이 곧바로 단일화를 할 경우 안 원장을 지지하는 2030세대나 중도성향의 지지자들이 문 후보를 지지해 줄지 미지수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어쨌든 야권은 지난 1997년 김대중-김종필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그리고 지난해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에 이어 또 다시 `야권 단일화`란 바람으로 대선정국을 휘감으려 하고 있다.이처럼 야권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6일 경제민주화 등 대선공약을 완성할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인선안을 발표했는 데, `국민통합형이거나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비판만 받았다. 또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유신 등 과거사 인식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보수성향의 지식인층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무척 위태로운 징조다. 박 후보가 벌써 `박근혜 대세론`에 매몰된 것은 아닌가.조선시대 청백리이자 명재상으로 이름난 맹사성의 일화가 생각난다. 열 아홉에 장원 급제해 스무 살에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 물었다. “스님! 군수인 제가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건 어렵지 않지요.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건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고작 그 말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스님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스님은 그의 찻잔에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차를 따른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난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워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다가 그만 문틀에 이마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그렇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힐 일이 없다. 태풍 `산바`가 휘몰아치는 날, 얼마나 많은 농민들과 어민들이 피해를 입을까 근심어린 얘기들이 오가는 회의장에서 떠나지 않는 상념이었다.

2012-09-18

누가 대통령 될까요?

▲ 김진호 논설위원“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나요?”“글쎄요. 모르겠네요”요즘 이런 저런 모임에 가면 꼭 한번쯤 하게 되는 문답이다. 12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명색이 신문사에서 정치관련 칼럼도 쓰는 처지에 이럴 때 속시원하게 “○○○(이)가 대통령 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라고 얘기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으로선 누가 대통령이 될 지 알수가 없다.하지만 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될 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 지는 알고 있다. 먼저 시대정신을 제대로 진단하고 국가 어젠다를 선점한 사람이 승리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사회 양극화, 청년실업, 하우스푸어로 인한 중산층 붕괴 등으로 복지확대, 경제민주화, 국민통합, 일자리창출 등이 핵심 어젠다가 되고있다. 이런 국민적 관심사를 가장 잘 추스리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다.정치공학적으로는 40대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4·11 총선 당시 40대 유권자는 882만3천301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2%에 달한다. 전체 유권자에서 20~30대(19세 포함)와 50대 이상 비율이 각각 38.8%, 39.2%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는 40대 투표에서 갈린다. 50대 이상은 보수가 많고, 30대는 진보성향이 짙어 비긴다고 볼때 40대는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으로 고정돼 있지 않다. 40대는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로서 보수적이지만 격동의 민주화 시대를 지내온 집단 경험이 있어 진보성도 적지않다. 그래서 40대가 어느 한쪽을 강하게 지지하면 그게 곧 승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40대는 안정적 직장생활문제, 자녀 교육 문제, 부모에 대한 부담, `하우스푸어`문제 등 각종 부담을 한몸에 짊어진 세대여서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잘 다듬어진 대선공약을 준비한 후보가 40대의 마음을 움직여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만고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다섯가지 조건`을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된다고 한다. 먼저 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자가 이긴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명제독인 이순신 장군은 23전23승의 신화를 갖고있다. 그 비결이 바로 이기는 싸움만 했기 때문이란다. 개전 초기의 옥포해전, 합포해전, 적진포해전 등 1차출동, 그리고 사천해전, 당포해전, 당항포해전, 율포해전이 있었던 2차 출동때 이순신은 함대를 바다에 띄워놓고, 뭍에 올라 노략질을 하던 왜군수군을 기습 공격해 완전히 궤멸시켰다. 왜군은 몰살됐지만 조선군은 배의 파손은 물론 사람의 사상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3차출동때는 왜군 수군이 각오하고 한산도에서 싸움을 걸어왔다. 이순신은 왜군 배들을 넓은 바다로 유인해 학익진을 펼쳐 적을 가둔 뒤 장기 포사격으로 적의 혼쭐을 빼놓고, 판옥선을 전속력으로 돌진시켜 적선을 부셔버렸다. 상대의 배에 올라 칼싸움을 벌이는 왜군의 전술은 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둘째로 군대의 많고 적음을 쓸 줄 아는 자가 이긴다. 아군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적의 항복을 유도해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국민통합행보를 통해 외연을 넓히고, 우호세력을 결집하려 하는 이유도 세싸움에서 압도하기 위함이다. 셋째, 상하가 일치단결해야 이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마음과 뜻을 모으면 안될 일이 없다. 넷째, 싸울 준비를 끝내고 적을 기다리는 자가 이긴다. 쫓기는 입장이었지만 자리를 잡고 적을 기다렸기에 대조영이 당나라를 물리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수는 유능하고, 임금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는 위원장 감투 내세워 목소리 내고, 누구는 장관이라고 고집 피우고, 누구는 박사 감투 내세워 잘난 척 하면 집안이 망하게 돼 있다. 상하가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조건의 연장선상이다.필자도 궁금하다. 누가 대통령이 될까요?

2012-09-11

불통(不通)의 위기 부르는 `그룹싱크`

▲ 김진호 논설위원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통합행보가 연일 화제다. 그러나 필자는 박 후보의 통합행보의 뒤안길에 드리워진 `불통(不通)의 그림자`가 더욱 걱정스럽다. 먼저 5.16쿠데타에 대한 정의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게 얼마전인데, 이번에는 유신에 대한 역사인식 문제가 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있다. 홍사덕 전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이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라고 말해 당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영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난 2010년 대법관 재임 당시 `유신헌법에 따라 1974년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또 하나 불통의 증좌는 박 후보가 정몽준·이재오 등 비박계 인사나 유승민·김무성 등 탈박계 인사들을 포용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당내 비박계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대선승리를 위한 결의대회 성격으로 지난 달 31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에도 불참했다. 그러면서 정 전 대표는 전날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옹호 발언에 대해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고, 이 의원은 최근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해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을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지난 대선 경선때 박 후보를 도왔으나 박근혜 후보에게 쓴 소리를 하곤 했다는 이유로 멀어진 유승민 의원이나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다 내쳐진 김무성 의원이 대선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속좁은 불통정치의 소산으로 보인다. 누구에게나 잘못을 잘못했다고 말할 줄 아는 소신과 뚝심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승민 의원 같은 정치인을 옆에 둘 수 있어야 박 후보가 꼬리표 처럼 달고다니는 `불통`과 `고집`의 닉네임을 떼어낼 수 있다. 눈치나 보고 공천에 목매는 정치꾼들이 현안에 대해 입이나 벙긋할 수 있겠는가.이래저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분위기는 `잃어버린 10년`을 자초했던 1997년 대선을 연상케한다. 당시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은 측근 세력에 둘러싸여 눈가리고 귀막은 채 이미 대통령이 된 것 마냥 위세를 부리며 형세를 낙관하다 대권을 놓치고 말았다. 물론 디제이피(DJP) 연합, 이인제 출마, 외환위기의 변수도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는 이회창의 불통정치가 한몫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사회심리학자들은 이같은 `불통의 정치` 뒤편에는 `그룹싱크(Groupthink)`의 함정이 숨어있다고 진단한다.그룹싱크는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와이트가 만든 말로, 생각과 코드를 맞춰가는 집단적 사고(思考)의 동일화 과정을 가리킨다. 이게 작동하면 리더의 의견에 무조건 순응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게 되고, 반대의견을 검열하고, 리더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차단해야 하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쉽게 말해 패거리의 논리에 갇혀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게되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캠프의 속사정과 너무나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그룹싱크의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나. 간단하다. 리더가 자신의 관점을 비판하는 분위기를 장려하면 된다. `입맛에 안맞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내쳐선 안된다. 구성원들이 `찍히는`두려움 없이 직설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물어야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진짜 의견과 진실을 말한다.새누리당이 불통의 위기를 부르는 `그룹싱크의 함정`에 빠지지말고, 소통에 힘써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합의 정치`를 이루길 기대한다.

2012-09-04

감사하는 마음이 낳는 기적

▲ 김진호 논설위원지난 일주일여 사이에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온나라가 뒤숭숭하다. 묻지마 범죄는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개인의 정신적·성격적 결함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쟁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의 상실감과 좌절, 그리고 개인간 소통의 부재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쟁위주의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쌓인 낙오자들의 불만과 좌절감이 사소한 계기를 통해 극단적인 분노와 증오로 표출된 것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정비 등 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그러나 필자는 `묻지마 범죄`는 개인의 좌절과 절망에서 오는 만큼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항시가 펼치고 있는 `감사나눔 운동`은 병든 사회에 경고를 날리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치유할 수 있는 사회운동 방안이라고 믿는다. 포항시는 지난해부터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행정이 되고,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긍정과 소통, 감사와 선행을 나누며,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자는 새마음 운동으로 `사랑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다. 포항시를 감사나눔 도시로 선언, 감사의 불씨를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나가게 하는 한편 포항시 전 직원에게 매일 5가지 감사한 일을 쓰게하고, 이 운동에 지역 사회단체와 학생, 해병대, 검찰청, 종교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감사하는 마음`이 인간의 좌절과 절망을 치유할 뿐 아니라 함께 하는 물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는 기적같은 증거는 많다.소설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발을 주무르면서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아름답다`라고 주문을 왼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고, 몸이 움직이는 그것만으로도 축복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해야 한다. 자신에게 그런 기쁜 소식을 전하고 나면 매일 아침이 행복하다. 한없이 행복한 자기 자신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하자.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고, 전날 저녁 느꼈던 좌절이나 고독은 어느새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일본의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박사는 영하5도 상태의 물 결정체들에게 각국의 글을 보여주고, 말을 걸고, 음악을 들려주면서 물의 반응을 관찰했는 데, 그 결과 `사랑·감사`의 글을 보여줬을 때 물 결정체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한다. 반면에 `미워`라고 할 때는 그 말을 듣는 사람의 표정 이상으로 결정체가 온통 찌그러져서 마치 암세포 덩어리처럼 보였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일본제일의 투자가이자 `다마고 보로`과자로 유명한 다께다 제과의 경영자인 다께다씨는 최근 최고의 `다마고 보로`를 만들기 위해 공장에서 직원들로 하여금 과자를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한다. 사람들이 화를 낼때 내 뱉는 숨을 봉지에 담아서 그 안에 모기를 넣어두면, 모기는 몇 분안에 죽어버리고, 싱글벙글 웃을 때 나오는 숨에서는 훨씬 오래 산다는 데서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해 과자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요즘 다케다씨의 공장에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녹음한 테이프를 24시간 틀어놓는다.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인 이시형 박사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세로토닌 결핍증후군`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이른바 평안과 포용과 몰입력을 주는 뇌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모자라면 우울해하고, 다투며, 남을 해하게 된다고 한다. 이 박사가 권하는, 행복물질인 세로토닌 분비하는 법은 의외로 너무 간단하다. 명상하며 자기소리 듣기, 햇볕쬐기, 마시기보다는 많이 씹기, 지금보다 세배 걷기, 깊이 숨쉬기….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이런 일들이 평안과 몰입을 가져다주는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삶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시켜준다고 한다.

2012-08-28

박근혜, 손자병법에서 배워라

▲ 김진호 논설위원“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 마다 진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승리의 비결`을 담은 고대 중국의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꼽히는 말이다.손자는 나를 아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적을 아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을 안다는 게 상대를 아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남 눈에 티는 보면서 제 눈에 들보는 못 본다`는 말처럼 남의 작은 결점은 잘 찾아내면서 자기의 큰 결점은 알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일 지 모른다.새누리당이 20일 전당대회에서 예상했던 대로 박근혜 후보를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두 번째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2월 대선에서 `위태롭지 않을` 비결은 뭘까. 필자는 그 답이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라고 믿는다.박 후보는 여당 후보로 선출된 이 시점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돌아봐야 한다. 박 후보는 보수층, 특히 노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있으며, 원칙과 신뢰를 중시해온 행보로 국민들에게 비교적 안정감을 주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있다. 그래서 `박근혜 대세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높은 게 강점.그러나 박 후보에게도 약점은 있다. `불통(不通)`의 이미지가 치명적이다. 더 나쁜 것은 박 후보가 이런 평가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박 후보는 자신의 불통(不通) 이미지에 대해 질문을 받자 “(내가) 불통이란 말은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동료 의원과 대화도 많이 한다. 어떨 땐 전화하다가 팔이 아플 정도”라면서 “국민 여러분이 (저를) 불통이라고 생각했다면 지난 총선 때 (과반으로) 지지했겠느냐. 그것이 (불통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불통과 소신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안 됐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불통 이미지에 대한 박 후보의 해명이 `불통`임을 증명한 꼴이 됐다. 이래서야 수도권의 젊은층과 30-40대 진보적인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이래선 안된다. 박 후보는 자신에 대한 `불통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도전을 용납치 않는 자세가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최측근 의원들이 에워싸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고있다는 `인의 장벽`도 깨부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덧붙인다면 이 시점에서 국민이 박 후보에게 바라는 것은 포용의 정치, 화합의 정치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 꾸릴 박 후보의 대선캠프에는 비박(비박근혜)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는 물론 경선에 참여했던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까지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친박에서 멀어졌으나 4ㆍ11총선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김무성 전 의원이나 친박의 핵심 정책브레인으로 활약하다 박 후보에 비판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로 멀리한 유승민 의원 등에게도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적을 아는 것`은 그 이후다. 아직 맞상대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 `나부터 알고`추스린 후 상대를 기다려야 한다. 경선이 진행중인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문재인 고문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상 박 후보와 지지율이 경합양상을 보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도 조만간 대선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때 상대를 파악하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어떤 싸움에서든 자기자신을 알고, 이기는게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 말이다.

2012-08-21

홍명보 리더십과 피그말리온 효과

▲ 김진호 논설위원올림픽 축구사상 9번의 도전, 64년만에 첫 동메달을 따낸 주역인 홍명보 감독의 `형님 리더십``신뢰 리더십`이 화제다. 일본과의 열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한국시간), 한국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갑자기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홍 감독은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얘기로 말을 꺼냈다. “재범이 이야기 알죠? `죽기 살기`로 했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은메달을 땄고, 이번엔 `죽기로`해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죽기로 뜁시다.” 홍 감독이 형님같은 따스함을 앞세워 “죽기로 하자”고 하자 마음이 뭉클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날 죽기로 하자는 홍 감독의 진심이 가슴을 울렸다는 골키퍼 정성룡은 “아직 다친 어깨가 성치 않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필드에 나섰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죽기로 뛰었다”고 했다.영국과의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공격수 지동원(선덜랜드)은 8강전 기용을 두고두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지동원은 “홍 감독이 영국에서 1년 동안 마음의 상처가 컸을 터이니 나가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로 내 마음대로 했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의 가슴을 울리는 신뢰 리더십이 그대로 먹혀든 것이다.홍 감독의 리더십이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바로 박주영에 대한 배려에서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박주영(아스널)은 대회전만 하더라도 골칫거리였다. 병역 회피 논란에 한 달간 잠적하며 속을 썩였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홍 감독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 동석해 “박주영이 군대를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발탁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동생들의 정신적 지주로 팀을 보듬었던 박주영을 끝까지 믿고 발탁한 것이다. 또 박주영이 예선전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로 의기소침해 있자 홍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박주영을 믿는다”는 말로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박주영은 조별리그 스위스전 선제골과 동메달을 결정 짓는 환상적인 골로 믿음에 보답했다.믿었던 박주영이 한일전에서 첫 골을 뽑아내자 홍 감독은 벤치에서 뛰어나와 자신이 골을 넣은 듯 기뻐하며 점프 세리머니를 해댔다. 박주영 역시 후반 41분 김현성과 교체된 후 그라운드 가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 감독의 품에 안겼다.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이름을 따서 `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1968년 하버드대 심리학교수인 로버트 로젠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아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IQ가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했다. 8개월 후 학생들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교사들에게 IQ점수가 높다고 알려준 학생들이 큰 점수의 향상을 보였다. 교사들은 IQ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더 자주 미소짓고, 더 많은 시선을 주었으며, 이 학생들의 응답에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기대를 받는 학생들도 성적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사의 기대가 학생의 IQ점수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음이 드러났다.이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갖는 생각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놀라우리만큼 큰 영향력이 있다는 게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다.런던올림픽 열전 17일 가운데 한국민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경기는 바로 한·일 축구전이었다. 그 역사적인 경기에서 독도영유권 분쟁으로 불편한 이웃인 일본을 완파해 우리 국민들의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식혀준 주역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그는 `신뢰리더십`을 통해 최상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끌어 낸 훌륭한 지도자다.

2012-08-14

사지(四知)의 교훈

▲ 김진호 논설위원공천헌금이 또 말썽이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19대 총선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었던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현 전 의원과 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일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으로 수차례 곤욕을 치러 당명까지 바꾸면서 정치쇄신을 다짐했던 새누리당은 패닉에 빠졌다.현재 검찰에 고발된 당사자들은 “결백하다”“사실무근”이라면서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제보자인 현영희 의원 전 수행비서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여 주고받은 돈의 액수 및 전달 경로까지 특정한 것을 보면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정치권에서 총선 공천헌금과 관련한 추문은 고질적인 단골메뉴다.민주통합당 한명숙 전 대표의 측근인 심상대 전 사무부총장도 지난달 16일 이번 총선의 지역구 후보공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5년 전 18대 총선도 갖가지 공천헌금 사건으로 얼룩졌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인 김옥희씨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에서는 비례대표인 양정례·김노식 의원이`특별당비`명목으로 각각 10억원이 넘는 돈을 낸 사실이 밝혀져 당선이 취소됐고, 서청원 대표는 결국 구속됐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이한정 비례대표 후보에게 6억원의 당채(黨債·당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를 사게 해 의원직을 잃었다. 이 의원의 당선도 무효가 됐다.논어에서는`사견위치명(士見危致命), 견득사의(見得思義)`라고 했다. 선비는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얻을 일이 생기면 옳은 지 어떤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누구라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래서 누군가 돈을 건넬 때 옳고 그름을 따져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받아도 되는 돈이 있고, 받아선 안되는 돈이 있다. 옳고 그름을 넘어서 갖고 싶은 욕망이 불타 오를 때 어떻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후한시대 양진이 태수로 부임하기 위해 임지로 가는 도중 날이 저물어 객사에 머무르게 됐다. 그곳의 현령 왕밀이 양진을 찾아와 황금을 내놓으며 지난 날 신세를 진 것에 대해 사의를 표시했다. 양진은 깜짝 놀라며 받지 않으려고 하자 왕밀이 “아무도 모르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子知), 내가 안다(我知)”며 황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바로 사지(四知)의 교훈이다.조선시대 실학자이자 정치가인 정약용도`목민심서`에서 뇌물은 아무리 비밀리에 주고 받더라도 들통이 난다며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상대가 안다는 사지(四知)를 주장했다.12월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통해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새누리당과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받을 정치적 타격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그처럼 `쇄신·개혁공천`을 역설했는데도 뒤로는 `돈 공천`이 이뤄졌다면 박 전 위원장의 `신뢰의 정치`도 빛이 바래고 말 것이다. 더구나 박 비대위원장은 “공천이야말로 정치쇄신의 첫 단추” “쇄신작업이 용이라면 공천작업은 마지막 눈동자를 그려넣는 화룡점정(畵龍点睛)”이라는 말로 투명한 공천, 개혁 공천을 부르짖었기에 더욱 그렇다. 정치판에서 고질병에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뇌물관행이 사라질 날은 언제일까. 사지(四知)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2012-08-07

계륵이 된 박지원 체포동의안

▲ 김진호 논설위원삼국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인 후한 헌제 23년, 세력 확장에 급급하던 유비는 위왕(魏王) 조조(曹操)가 아끼는 장수 하후연(夏侯淵)이 지키는 한중(漢中)을 공략하여 하후연을 죽이고 성을 빼앗은 다음, 스스로 한중왕(漢中王)이 되었다.조조는 “귀 큰 애송이놈이 무엄하구나!”라고 노발대발하며 즉시 대군을 이끌고 유비 토벌에 나섰다. 그러나, 유비의 촉군은 험악한 지형을 십분 이용하여 위군의 진격을 틀어막는 한편, 날쌘 유격군을 보내어 적의 보급을 차단해버렸다. 이렇게 되자 위군은 배를 곯아야 했고, 배를 곯고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이것 참 진퇴양난의 낭패로다!`조조는 골치가 아팠다. 한중성 하나쯤 잃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섣불리 달려 나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조조 앞에 닭갈비 국이 나왔다. 속은 출출한데 저녁 음식이라고 나온 것이 뜯을 것도 없는 닭갈비였으므로, 조조는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 있었다. 이때, 죽은 하후연의 형인 하후돈이 들어와서 그 날 밤 암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계륵`으로 하게.”조조는 무심결에 그렇게 말했는데, 이것이 엉뚱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행군주부 벼슬에 있던 양수(楊修)는 암호를 전달받자마자 직속 부하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했다. 이상하게 여긴 주위의 장수들이 까닭을 묻자, 양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닭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주군께서 암호로 계륵을 말씀하신 것은 한중에 대한 그런 심중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니, 곧 회군 명령을 내리실 게 아니겠소? 그래서 미리 짐을 꾸려 두려는 것이오.”장수들은 양수의 판단력에 감탄하며, 저마다 자기 부대에 돌아가 철수에 대비한 짐을 꾸리도록 부하들에게 명했다. 평소 양수의 명석한 두뇌와 재치를 사랑하면서도 한편 시샘을 느끼던 조조는 양수가 자기 심중을 귀신처럼 꿰뚫자, 불같이 노했다. “이놈이 군심을 어지럽혀도 분수가 있지!”라고, 버럭 소리친 후 좌우에 명하여 양수를 끌어다 단칼에 목을 치게 했다. 그런 다음날 아침, 조조는 태연히 철군 명령을 내렸다.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에게 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문제가 바로 `계륵`이 됐다.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새누리당이 다음달 3일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표적수사, 야당탄압이라며 체포동의안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경우 가결이 됐든, 부결이 됐든 당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대선을 5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해야 할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공석이 되는 상황이 벌어져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검찰조사에서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야당 대선후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부결이 된다해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례에서 보듯 민심의 거센 역풍에 휘말려 대선가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적지않다.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입장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박지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여당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박 전 위원장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해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가결도, 부결도 마뜩치 않다.민주통합당내 최대 저격수이자 당내 핵심실세로서 위세당당했던 박지원 원내대표는 왜 저러고 있을까. `도둑이 제발 저린`상황이어서인가. 박 원내대표 자신이 결백하다면 당당히 검찰에 나아가 무죄를 밝히면 될 일이다. 야당의 불체포특권의 방패 뒤에 숨도록 묵과하기에는 박 원내대표의 태도가 너무도 석연치 않다.

2012-07-31

이대도강(李代桃僵)의 계

▲ 김진호 논설위원만약 조선 전기 중흥의 정점을 찍었던 성종에게 할아버지 세조가 일으킨 계유정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성종은 뭐라고 답할까? 세조를 어린 조카로부터 왕위를 찬탈한 날강도 같은 놈이라고 하진 않을게다. 아마 중신들의 전횡으로부터 왕권을 지키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답할지 모른다. 물론 역사는 조선초기 왕권강화에 힘썼던 세조의 업적을 평가하는 동시에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왕이라는 비판까지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뜬금없이 역사얘기를 꺼낸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의 5·16과 유신에 대한 역사인식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박근혜 후보는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 협회 초청토론에서 5·16군사쿠데타에 대한 질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또 5·16과 유신시대에 대해서는 “찬반논란이 있기 때문에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야당은 곧바로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문제삼고 나섰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식의 이야기는 일본의 식민 통치가 한국 근대화를 만들어냈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했고,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고위원은 “5.16 쿠데타가 정치군인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힘없고 선량한 국민들에게는 최악의 비극이었다”고 했다.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들도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말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훌륭한 리더지만, 5.16을 쿠데타라고 하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태호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후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역사에서 왕위찬탈인 것처럼 “쿠데타는 쿠데타”라고 잘라 말했다.정치권의 비판처럼 5·16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10년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후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켰다는 점에서 `반(反)민주 군사쿠데타`란 평가를 면할 수 없다. 더구나 유신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질식상태로 몰고가 부마(釜馬)민주항쟁을 불러왔을 뿐 아니라 10·26사태와 또 다른 군부독재정권을 잉태한 5·17쿠데타를 초래했다. 새삼스럽게 국민과 역사에 평가를 맡겨야 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박근혜 후보가 5.16과 유신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딸로서 아버지를 욕하는 결과가 되기에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인이 쿠데타요, 독재라 비판하는 사안에 대해 `역사에 평가를 맡기자`며 비켜가려 해봤자 날선 비판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제부터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인(私人)인 딸로서가 아니라 공인(公人)인 대통령 후보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중국의 고대 병법인 36계 가운데 11번째 계책으로, `이대도강(李代桃僵)`이란 말이 있다.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라는 뜻으로,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이른바 나의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하는 전략이다.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라는 부정적 유산과 함께 새마을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기반을 다진 대통령이란 긍정적 유산도 함께 박 후보에게 물려줬다. 따라서 박 후보는 이대도강의 계책을 취해 공인인 대통령 후보로서 5·16과 유신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게 옳았다. 그런 연후 딸 박근혜로서 볼 때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면 긍정적 유산을 자연스레 물려받지 않았을까.만약 친일파의 후손이 선출직에 나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선대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나의 몸과 재산을 바쳐 국가사회에 봉사하겠다”고 선언해야 하지 않겠는가. 데일 카네기는 “사람을 움직이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박근혜 후보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2012-07-24

정치지도자의 식언(食言)

▲ 김진호 논설위원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신이 한 말을 밥먹듯이 바꾼다는 것을 가리켜 식언(食言)이라고 한다. 식언은 서경(書經)의 탕서(湯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은나라 탕왕이 하나라 걸왕의 폭정을 보다 못해 군사를 일으켜 정벌하기로 했다. 그는 영지인 박 땅에서 백성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그대들은 나 한 사람을 도와 하늘의 벌을 이루도록 하라. 공을 세운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니라.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朕不食言)”식언은 말(言)을 먹어버리는(食) 것이니, 말만 해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또 `춘추좌씨전`에는 `식언이비(食言而肥)`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노나라 애공(哀公)은 맹무백이란 대신이 거짓말을 밥먹는 듯 하는 것을 알고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맹무백이 축하연을 베푼 자리에서 몸이 비대한 곽중을 보고 모욕할 생각으로 묻는다. “곽중,뭘 먹고 그리 살이 쪘소?” 옆에서 듣고 있던 애공이 맹무백에게 창피를 주려고 이렇게 쏘아붙였다. “맹무백, 당신의 (거짓)말을 하도 자주 먹으니, 곽중이 어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겠소.”살다 보면 식언을 피할 수 없지만 가장 자주 하는 건 정치인들일게다. 실제로 거짓말 잘하는 직업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76%가 정치인을 꼽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정치 풍자 유머 가운데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는 통렬하다. 정치인들을 태운 버스가 밭으로 굴러 떨어졌다. 밭을 갈던 농부는 부상당한 정치인까지 모두 땅에 묻었다. 경찰이 “생존자는 없었느냐”고 묻자 농부는 “몇몇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냥 묻어버렸다”고 했다. “왜 그랬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농부의 대답은 이랬다. “정치인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 아닌가요?”비박(非朴)3인방으로 불리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2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경선에 뛰어들었다. 완전국민경선제 요구가 좌절됨에 따라 경선불참을 선언한 정몽준ㆍ이재오 의원과 달리 김 지사는 “새누리당의 재집권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많은 분들의 염원을 뿌리칠 수 없었다”며 경선 불출마 입장을 번복했다. 김 지사는 국민들앞에서 한 약속을 식언한 셈이다.김 지사가 경선참여로 입장을 바꾼 데는 나름의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지지도를 볼 때 이번 경선에서는 박 전 위원장과의 대결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정도지만 정면돌파를 택해야 2017년 차차기 대권후보로서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셈법도 작용했을 것이다. 경선 흥행부진을 염려한 박근혜 후보캠프측의 설득도 주효했던 것으로 짐작된다.그러나 김 지사는 경선 참여를 선언한 직후부터 곧바로 자신의 식언(食言)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곤경에 빠졌다. 그는 그동안 “대선승리를 위해 완전국민경선제가 필요하며 경선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다. 한마디로 상황은 전혀 바뀐 것이 없는데 `새누리당의 재집권과 많은 분들의 염원`을 이유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설득력도, 명분도 없는 이유로 식언한 김 지사가 여권내 별다른 세력도 없이 뛰어든 경선판에서 박 전 위원장을 상대로 무슨 활약을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경선에서 김태호 의원이나 임 전 대통령실장 등과 빠듯한 2위 싸움을 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비록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한번 내뱉은 말을 지킬 줄 아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실제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후보가운데 4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박 전 위원장이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며 지켜온 덕분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지는, 식언치 않는 태도가 한 몫 했을 것이다. 툭하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게 식언의 정치판이다. 다소 마른 편인 김 지사가 `식언의 정치`를 시작한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2012-07-13

권불오년(權不五年)의 교훈

▲ 김진호 논설위원권력무상(權力無常)이다. 아니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 해야하나.현직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수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번 주중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정치권에선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다.이렇듯 이 전 의원의 사법처리가 확실해지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일이 불현듯 떠올랐다.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후보에게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고 난 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자 당시 5선 중진의원이었던 이 전 의원의 총선 출마여부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서울은 물론 지역정가에서는 이상득 의원의 18대 총선출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그러던 어느날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모 호텔로 지역기자들을 초대했다. 그 당시만 해도 경북 구룡포 출신이자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은 대구·경북기자들에게 `선배` 예우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의원의 총선 출마에 대한 지역 여론동향을 물어보면서 이 전 의원의 총선 출마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대통령의 친형이라고 해서 총선에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맞지않다. 야인으로 있어도 현직 대통령의 친형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부인 국회에 진출해서 양지에서 대통령을 지원하는 게 세간에서 걱정하는 친인척 비리방지 차원에서도 더욱 낫다”이같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몇몇 기자들은 이 전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권실세로 떠오른 최 전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상당수 기자들은 마지못해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최 전 위원장이 분위기를 잡은 뒤에야 이 전 의원도 자신의 총선 출마에 대해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다” “지역구 주민이 나를 원한다”며 자신의 출마를 공언하고 다녔고 결국 6선 의원에 당선됐다.이 대목에서 필자는 2008년 18대 총선 때 세간의 반대여론에 따라 이 전 의원이 총선에 불출마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역사에 이프(If)는 없다` 지만 `영일대군`, `상왕(上王)`등으로 불리던 이 전 의원의 `날개없는 추락`이 그만큼 안타깝고 아쉽기에 하는 말이다.그는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늦어도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기 전에 정계에서 은퇴하고 현실정치에서 손을 뗐어야 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기자들을 만나면 “내가 무슨 정치에 관여하나. 왜 나를 음해하나”라고 억울한 듯이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가 알게 모르게 고위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었다.이처럼 역대 정권마다 친인척·측근 비리가 척결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이유는 뭘까.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란 지적도 있지만 그 보다는 대통령 자신이 확고한 결의로 친인척·측근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결심을 다지지 못했기 때문일게다.특히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별한 형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등을 통해 어릴 적부터 형을 어려워했고, 심지어 존경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대통령후보 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되고서도 `정치적 멘토`로서 형의 말을 경청했다. 지난 2008년 6월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이 대통령 주변 측근들의 권력 독점을 비난하고 나섰을 때 이른 새벽 청와대로 찾아가 권력의 핵심이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의 경질을 제안한 사람도 이 전 의원이었다. 한 마디로 이 전 의원은 `대통령도 어려워 한 형`이었고, 그 때문에 `권불오년`이란 역사의 교훈이 되고야 말았다.

201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