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논설위원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복이 있다해서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에 처하게 된다. 권세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다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를 만나게 된다.`복이 있을 때 복을 아끼고, 권세가 있을 때 더 공손하고 겸손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말이 필요없는 이들은 이 말을 이미 잘 알고있고, 정작 필요한 이들은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권세가 있다고 그것을 있는대로 부리다 패가 망신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최근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바로 실제 사례다.한 건설업자가 우리 사회의 고위층 인사들에게 골프회동에 이어 성접대를 하고, 동영상을 찍어 청탁에 이용하려 한 것이 성접대 의혹사건의 골자다. 한 마디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만한 스캔들이다. 이들은 성접대가 이뤄진 별장에서 수천만~수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였다는 의혹과 함께 마약성 약물을 복용한 채 환각파티를 벌였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한다. 비리와 타락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특히 퇴폐적인 향응접대를 받은 이들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정기관과 검찰, 경찰 고위간부였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나라의 기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터진 이 희대의 스캔들은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한편 일반 국민에게는 공직자 윤리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뇌물비리 스캔들에 우리 사회의 고위공직자가 빠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문제가 된 고위공직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앞에 고개숙인 업자들의 아부성 발언에 현혹되거나 자신이 거머쥔 권력의 향기에 취해 헤어나올 수 없는 비리의 사슬에 얽매이고 말았다. 그 결과 평생 쌓아올린 명예와 권세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달이 차면 기울듯, 보름달도 하루만 지나면 기울기 시작하고, 저 아름다운 꽃도 열흘이 가기전에 질 것이란 사실을 잊고 살았기 때문일게다.다윗왕이 세공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주 교만할 때도 지혜가 되고, 아주 절망할 때도 힘이 되는 말을 반지에 새기도록 하라.” 큰 고민에 빠진 세공사는 솔로몬 왕자에게 지혜를 구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그렇다. 세상 사는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그 사실을 알면 우리는 교만하지도, 실의에 빠져 우울해 하지도 않으면서 더욱 늠름하게 담담하게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 또한 지나갈텐데 무엇에 연연해하고, 무엇에 더 욕심을 낼까.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그것에 감사하며, 내 주어진 본분에 성실할 수 있다면 무엇이 두렵거나 망설여질까.새 정부들어 장·차관을 꿈꾸는 이들에게나, 지금 잘나간다고 어깨를 들썩이며 우쭐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다. 좋은 시절이 지나도 민망하지 않게 지금이라도 걸음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고개를 숙여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이다. 내 잘 났다 떠드는 일은 그만두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가까운 산과 숲을 찾아보길 권한다. 길가에 핀 꽃,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소리, 새소리, 숲 속의 신령스런 기운까지도 오감으로 받아들여보자. 산과 바람과 이야기 하고, 눈을 감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나무를 껴안고 나무의 숨쉬는 소리를 들어보자. 자연과 산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보자. 그러면서 자신이 뭘하고 있는 지, 이대로 가면 되는지, 진정 바라는 인생에 이르렀는지 생각해보자.그래도 뭔가 모자란 게 있다 여겨진다면 이렇게 되뇌어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201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