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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도심공동화 대책없나

등록일 2013-04-16 00:05 게재일 2013-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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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일전에 이명박 정부에서 국토해양부 차관을 지낸 김희국 의원을 만났다가 세종시의 실상을 듣고 깜짝 놀랐다. 건국이래 최대 역사라 할만한 세종시 이전사업이 너무도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불편한 진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근 점심시간에 세종시에 들렀다가 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청사 구내식당앞에 장사진을 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청사설계 당시에 청사근무 공무원들이 점심을 3교대로 먹도록 설계하는 바람에 1시간 남짓한 점심 시간에 몰린 공무원들을 수용할 수 없어서 상당수 공무원들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인근 도시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그려야 할 정부 공무원이 해놓은 도시계획이란 게 너무 터무니없다는 탄식과 함께 공무원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김 의원의 자성론에 크게 공감했다.

세종시에 대한 또 다른 뉴스가 뒤를 이었다. 세종시 근무 공무원 가운데 57% 만이 세종권에 거주하고, 나머지 43%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퇴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국무총리실 자료에 따르면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지금까지 세종시로 이전한 6개 부처 공무원 4천973명 가운데 2천837명 만이 세종·대전·충남·충북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2천136명은 여전히 수도권에서 출퇴근 중이라는 얘기다. 세종권 거주 공무원들이 장거리에서 출퇴근하느라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성 의원은 또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국무조정실이 주거상황 등에 대해 실태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고, 앞으로 정부기관의 이주가 진행됨에 따라 추가로 6천명 이상의 공무원이 세종시로 이주해야 하는 만큼 이주 공무원에 대한 정주 여건 확보 방안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시 이전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놀랍고 걱정스러웠다.

포항지역은 어떤가. 포항시청이 북구에서 남구 대잠동으로 옮기고 난 뒤 도심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육거리 주변상가의 상당수가 비워지고, CGV영화관이 내부수리중이란 현수막만 내건채 수개월째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도심공동화로 인한 도심상권침체는 심각하다. 시청이전 지역이 기존 도심과 너무 멀어 도시활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청이전설이 나도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만 박승호 포항시장 공약사업으로 포항시가 총 사업비 1천600억원을 들여 인근의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 끊어진 물길을 다시 잇는 포항운하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도심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운하가 완공되면 형산강 물이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어 예전 모습을 되찻게 되고, 운하주변에는 도시형 친수공원 등이 들어서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고 보면 관광객이나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도시의 발전은 풍선효과가 있는 것이어서 한쪽으로 유동인구가 몰리면 다른 쪽에는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 결국 포항운하나 친수공간조성만으로 포항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포항시가 장기적인 발전을 꾀하려면 포항운하나 영일만대교 등과 같은 SOC건설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묘수는 무엇일까. 포항의 경제발전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우선 철강산업 위주로 편향적으로 발달된 산업구조를 로봇이나 신재생에너지산업, 선박·자동차부품 산업 같은 신성장동력으로 개선하는 노력과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도심공동화로 활력을 잃은 도심과 주변지역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도시활력을 불러올 수 있는 재개발 추진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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