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을 맞아 결혼과 부부생활에 대한 상념들이 어지럽다. 지난 50년 동안 결혼비율이 낮아지고, 결혼연령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 결혼은 가혹한 관습이고, 자유로운 삶을 구속하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서 비롯된 현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부 두쌍 중 한쌍이 이혼할 만큼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결혼전 계약동거를 하는 커플이 늘고, 미혼모 역시 늘고 있다. 결혼제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결혼은 가장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삶의 형태란 데 이설이 없다. 스테파니 쿤츠는 `결혼의 역사`에서 “오늘날 결혼한 부부는 동거하는 커플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경기후퇴나 심리적 우울증에도 더 잘 견딘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어떤 사람은 결혼이 파탄에 이르고, 어떤 사람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지 궁금해진다. 이 문제는 어떤 이를 배우자로 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결혼적령기의 딸을 둔 내게도 딸이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좋을까, 또 어떻게 결혼생활을 영위해나가야 할까` 하는 문제는 고민스런 화두였다. 그러던 중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인간생태학의 권위자인 코넬 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가 쓴 책 `내가 알고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에서 몇 가지 도움말을 찾았다. 칼 교수는 5년에 걸쳐 1천명이 넘는 70세 이상 `인생의 산증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육성인터뷰를 정리해 이 책을 엮었다.
먼저 핵심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문제든, 자녀교육에 대한 문제든 근본적인 생각에서 공감하는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복잡한 문제에 부딪힐 확률이 높아진다. 주의할 것은 변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 상대라면 결혼 전 숙고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둘째, 제일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는 권고다.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은 “우린 연인으로서는 좋았지만 친구가 되는 법은 알지 못했어요.”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부부는 결혼생활을 통해 처음 서로에게 끌리던 설렘과 온통 마음을 사로잡던 성적 욕망이 차츰 사그라지고, 더 중요한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로 변한다. 상대에게 친구가 되어주면 자연히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이 점점 커지게 마련이다.
셋째,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항상 100%를 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자유롭게 줄 수 있어야지 50퍼센트를 주었으니 50퍼센트를 받아야 한다고 계산하면 안된다고 했다. 내가 베풀어야 할 때도 있고, 상대가 베풀어야 할 때도 있다. 넷째, 결혼생활에서 싸움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싸우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또 싸웠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라서 다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만나 한집에 사는 게 결혼이다. 싸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한다. `뭐 어때, 고작 싸웠을 뿐인데.`하고 말이다.
다섯째, 결혼을 단순히 서로 사랑하는 두사람의 결합으로만 보지 않고,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 하기로 한 서약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끝으로 하나 더 보탠다면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부부생활에 중요하다며 내게 당부하신 교훈으로,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말라.”는 것이다. 하루종일 말다툼을 한 후라도 부부가 가장 친밀하게 지내는 공간에서까지 실망, 적개심, 분노를 경험하면 부부사이의 골은 깊어지고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되면 싸움을 멈춰야 한다.
이에 덧붙여 부부의 날을 맞은 모든 이들에게 서로를 위한 보석같은 팁을 소개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떻게 하면 아내 혹은 남편의 하루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부부관계는 물론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세상 부부들이여, 서로에게 선물같은 하루를 선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