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5년 오르간 연주자이자 베네수엘라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창시한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몇년 전 영화화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는 어린 학생들이 현실의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공부해나가도록 돕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돼 이제는 전 세계적인 사회개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마법같은 프로젝트다.
캐나다에서 가난한 이민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엘 시스테마`와 같은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포 음악인들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김애령(48·여) 씨를 비롯한 몇몇 한인들이 치안불안 지역으로 꼽히는 인근 제인 & 핀치 지역에서 지난 2009년부터 지역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음악교육프로그램인 `리칭업`(Reaching u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2년 이민한 후 소수민족과 만나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인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제인 & 핀치 지역의 교회를 다니던 김 씨가 주도했다. 주민의 90% 이상이 흑인이고 교육수준이나 교육열이 높지 않은데다 학교 안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 우범지역이었던 이 곳에서 김 씨는 먼저 방과 후 공부방 형식의 `홈워크 스쿨`을 시작했고, 음악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뮤직스쿨을 열었다고 한다. 대부분이 한인인 13명의 자원봉사 교사가 일주일에 다섯번씩 41명의 학생에게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트럼펫, 기타,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가르쳐 주고 있다. 아이들은 배우는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다들 정말 즐겁게 수업에 나오고, 지역 사회의 반응도 뜨겁다는 게 김 씨의 얘기다.
이처럼 음악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빛과 희망을 던져주는 것은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어디서나 유효한 교육수단임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합주하는 동안 홀로 하되 함께 하는 세상을 경험하며, 함께 하되 홀로 하는 연주를 통해 이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듯 하다.
음악교육을 통해 일어나는 기적같은 효과를 보며 나는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은 온 우주 전체가 아니라 오직 우리 마음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한정된 세상이라는 걸 발견한다. 사람이 살면서 온 세상을 의식하며 살지 않는다. 온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일일이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우리 마음에 비치는 세상을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의 눈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느냐가 중요하다. 또 마음의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기쁘면 세상은 기쁨으로 가득하고, 마음이 외로우면 세상 역시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엘 시스테마는 우리 마음의 눈을 기쁨, 축복, 아름다움으로 채우도록 만드는 프리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한국판 `엘 시스테마`프로젝트인 `꿈의 오케스트라`사업이 시작됐다. 2012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의 시몬 블리바르 음악재단(엘 시스테마)과의 업무협약을 맺어 국내 유일한 공식파트너로서 엘시스테마의 정신과 가치, 비전을 공유하고, 강사 연수, 합동 연주 등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해답없는 학원폭력으로 고심하는 우리 교육당국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전세계적인 사회개혁프로그램인 `엘시스테마`를 우리 교육현장에 전면도입, 학원폭력 문제해결에 적극 활용하는 건 어떤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