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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등록일 2013-06-11 00:34 게재일 2013-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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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지난 6일, 갑작스런 북한의 남북당국간 회담 제의 뉴스를 보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다.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忠節)을 추모하는 현충일인지라 별다른 핫이슈가 없는 가운데 나온 충격적인 뉴스에 `갑자기 또 왜 저러나?`하는 의구심이 구름처럼 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닌 `원칙과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앞세운 대북 강경책이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었다.

어떻든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북측의 도발로 경색국면에 빠졌던 남북관계가 지난 2011년 2월 남북군사 실무회담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새 국면을 맞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남북한은 10일 새벽 판문점에서 끝난 실무접촉을 통해 12·13일 1박2일간 서울에서 `남북당국회담`을 열기로 함에 따라 급격한 해빙무드로 돌아섰다.

그렇다 해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게 된 이번 고위급 남북회담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한 남북간 현안 타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실제로 그동안 남북관계는 변화무쌍하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우리 국민에게 많은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이 그랬고, 최근에는 개성공단 문제가 그랬다. 발전적인 변화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꼬여온 남북문제를 시원하게 풀 수 있는 묘수는 없는 것일까.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을 이뤄 다함께 오손도손 살아갈 날은 없는걸까.

일제치하에서 독립한 후 남북으로 갈라선지 반세기 넘는 기간동안 서로 다른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변화를 겪으며 각각의 체제를 추스려 온 남북한이 이제와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기는 쉽지않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믿으며,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는 이 시점에서 남북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묘수를 찾아보자. 우리처럼 전쟁의 와중에 나라가 쪼개졌던, 독일의 베를린왕궁 복원운동에서의 얘기다. 베를린왕궁은 프로이센 제국시대를 대표하는 궁이었다. 2차대전때 연합군은 이 건물에 폭격을 퍼부어 처참한 폐허로 만들었고, 동독정부는 흔적마저 지워버렸다. 1976년에는 그 자리에 동독 정부청사를 지어 공화국궁전이라 이름붙였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베를린궁을 복원하자는 논쟁이 일어났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경복궁을 복원할 때의 논쟁같은 것이었다. 농기구회사를 운영하던 빌헬름 폰 보딘이란 한 독일인이 1991년 베를린왕궁복원협회를 결성했고, 점차 독일사회에 큰 이슈가 됐다.

2002년 독일의회는 마침내 베를린왕국 복원사업에 손을 들어주었다. 복원사업은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의 베를린왕국복원협회가 맡았다. 복원에는 8천만유로(한화 약 1천200억원)가 필요하고, 주로 민간인 기부로 이뤄진다고 했다. 한국을 찾은 협회 총괄이사 보딘은 그 많은 재원을 과연 기부금으로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베를린 왕국 복원 지지율이 20년전에는 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5%까지 올라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라면서 이렇게 답했다. “우리 협회의 모토는 생떽쥐뻬리의 다음과 같은 말 한 마디에 들어있습니다.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

그렇다. 왕조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에 왕궁은 그 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정통성에 대한 상징이기에 소중하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베를린왕궁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 민족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이 오래 고착된 남북분단을 해결하는 해법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통일의 염원을 더욱 키우는 것이다. 모든 해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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