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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크(VANK)와 반프 (VANP)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반크(VANK)라는 단체가 있다. 영어로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즉 한국을 홍보하기 위한 자원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라는 뜻이다.최근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로 전세계의 네티즌들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반크의 진가는 더욱 빛나고 있다. 반크는 한국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특정 계층이나 인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정해진 것을 그대로 수용하고 따르는 객체가 아닌 세계속에 한국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이다.1999년 창설된 반크의 꿈은 아시아의 중심, 동북아의 관문인 한국을 전세계 모든 이들과 꿈과 우정을 나누는 나라로 발전시키자는데 있다.반크는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중심, 동북아의 관문이 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돼 그 경제력을 기반으로 전세계 모든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런 나라가 되길 꿈꾸고 있는 것이다. 반크는 이런 비전들을 성취하기 위해 사명감과 헌신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와 같은 개념을 포항, 포스코, 포스텍에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이름해 반프는 어떨까?반프는 VANP(Voluntary Agency Network of Pohang·Posco·Postech)로서 세계적으로 포항, 포스코와 포스텍을 홍보하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민간차원에서 이러한 일을 해나간다는 것에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민관합동으로 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반프도 포항을 변화시키고 끌고가는 주체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세계속에 포항을 각인 시키는 일은 우리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반크의 미션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산재한 700만 한민족을 하나로 모으고 7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데 있다면 반프는 전세계인들에 대한 포항, 포스코, 포스텍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산재한 포항인들을 하나로 모으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있을 것이다.포항, 포스코, 포스텍 모두 위기의 순간에 와있다. 철강경기와 포항의 정치적인 입지가 모두 하락하면서 정치, 경제적인 어려움이 한꺼번에 다가오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후보들이 내세운 것도 이러한 것이었다. 철강경기의 극심한 침체로 포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고 명예회장의 서거, 정권의 변화 등으로 정치적인 입지의 약화로서 포항의 위기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출마의 변이었다. 또한 포항은 이제 철강중심의 산업체제에서 신소재, IT, 소프트웨어, 의생명, 해양 등 소위 창조산업을 유치발굴해 포항의 제2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중에 하나였다. 이는 모두 네트워크에 의해 실천하고 홍보될 수 있는 일이며 이는 반프의 역할이기도 하다.포스텍도 마찬가지의 우려를 안고 있다. 해외의 대학평가에서 최근에 하락하면서 내년에는 해외평가 및 인지도에서 더욱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동안 포스텍을 지켜온 `50년이하 대학 세계1위`라는 간판은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들수도 있으며 타임즈(THE), QS 랭킹기관들의 조사에서도 전반적인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텍에서는 교수, 졸업생 들이 중심이 돼 전세계 네트워크를 묶는 Greater Postech(세계적인 포스텍)`이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포스텍의 홍보와 인지도 향상, 그리고 네트워킹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반프가 시작된 것이다. 포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포항`이라는 구호가 시작된지 꽤 오래 됐고 열심히 추진중이지만 다양한 추진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민관 합동의 반프운동이 필요해 보인다. 전세계 포항출신 동향인들의 월드맵을 그려볼 필요도 있다. 그들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반프의 역할이 기대된다. 사이버 상의 포항, 포스코, 포스텍의 홍보 및 알리기도 역시 반프의 몫일 것이다.포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는 것도 필요하고 포항이 함유하고 있는 모든 유무형 자산들을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반크`와 `반프` 형제 같은 이름으로 함께 세계로 나아가자.

2013-12-24

망년회(忘年會) 풍속도

▲ 김진호 편집국장망년회(忘年會)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으로 나와 있다. 글자 그대로라면 한해 겪은 괴로움을 다 잊자며 갖는 모임이지만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안기곤 한 게 바로 망년회다. 망년회는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라 지금은 송년회, 송년모임으로 고쳐 쓰지만 70~80년대는 신문에도 망년회라고 썼다. 12월은 망년회로 시작해 망년회로 진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망년회 문화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며칠 겹치기 출연도 불사해야 하고, 2차, 3차 술을 마시며 끝없이 돌다보면 결국 인사불성으로 이어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숙취로 다음날 일을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주당들이 많은 신문사 망년회도 그리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 역시 망년회 음주로 고생한 일이 많았다.그러나 지난 주말 포항에서 잇따라 열린 신문사 망년회와 모기업 계열사 망년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열심히 일한 사원들을 격려하고, 덕담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를 다지는 진지한 분위기로 이어졌다.특히 망년회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건배사다. 어떤 모임에서든 누군가를 축하하고, 모임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속감을 높이는 건배사는 통과의례다. 백인백색의 기발하고 재밌는, 그리고 뜻깊은 건배사는 하나의 문화코드가 되고 있었다.그래선지 연말 몇몇 모임에서 들었던 건배사들이 마음에 가만히 와닿았다. 대표적인 건배사는 오바마(오래오래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대로), 변사또(변치말고 사랑하고 또 만나요),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등으로 알기쉽다. 좀 더 유식(?)한 건배사를 하고싶다면 외국어를 사용한다. 넌센스지만 영어로는 `원샷`이 대표적이고, 불어로는 `더불어`가 있다. 이밖에 외국어 건배사로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현재를 즐기자는 뜻의 라틴어), 코이~노니아(Koinonia; 가진 것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나누며 죽을때까지 함께 하는 관계를 뜻하는 그리스어), 메아 쿨파(Mea Culpa; `내탓이요`라는 뜻의 라틴어), 하쿠나 마타타(`괜찮아 걱정하지마`라는 뜻의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등이 뒤를 잇는다. 뜻깊고 멋있는 건배사도 있다.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아프고 삼일째 죽자는 `구구팔팔~이삼사`, 그리고 하루에 한가지 착한 일을 하고, 10번 이상은 웃고, 100자이상을 쓰고, 1천자 이상은 읽고, 1만보이상 걷자는 뜻으로 외치는 `일십백천만`, 당당하게 살고, 신나게 살고, 멋지게 살고, 져주며 살자는 뜻의 `당신멋져`등은 건배사의 백미라고 해야겠다.이런 건배사와 함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망년회가 끝나면 어느덧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마련이다.올해 망년회 풍속도는 흥청망청한 예전의 망년회와는 확연히 달라보인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발령되던 `망년회 주의보`가 무색할 지경이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단순한 망년회보다는 사회봉사활동으로 대체하거나 망년회 비용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는 기관 단체가 늘고 있다고 한다.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송년회 모임이 느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돌이켜보건대 망년회는 한해를 잊는 망년(忘年)이 되선 안된다. 오히려 한해를 곰곰 생각하는 `상년(想年)`, 지난 잘못을 회개하는 `회년(悔年)`, 한번 저지른 잘못은 다시 되풀이하지 말자고 명심하는 `명년(銘年)`, 묵은해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는 `해년(解年)`의 장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2013-12-17

절대진리는 없다(?)

▲ 김진호 편집국장서른여섯살 먹은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의원인 장하나 의원이 지난 8일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 파문이 일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를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면서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내년 6·4 지방선거 때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를 것을 주장했다. 장 의원은 이메일 형식의 개인 성명을 통해 부정선거의 근거로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2천270개 트위터 계정으로 2천200만건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점,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을 명분으로 한 불법선거개입 등을 꼽았다. 또 “박 대통령의 말대로 본인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을지 몰라도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의 도움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새누리당의 반응은 두말할 것 없이 비판일색이다. 9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와 함께 민주당에 출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역시 장하나 의원의 돌출적인 `대선불복`성명에는 곤혹스런 표정을 보였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대여공세의 주된 소재로 활용하면서도 여권의 대선불복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공을 들이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그리 쉽지않다. 어느 쪽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몇 해전 태국승려들이 연루된 성스캔들 사건이 터졌을 때의 일이다. 불교수행승들은 규율상 금욕생활을 엄격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때 수행으로 유명한 한 승려가 이렇게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에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이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해 전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다른 남자의 아내인 한 여인의 애정어린 두 팔에 안겨서…. 우리는 서로 껴안고,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떨군 승려의 고백에 사람들은 깊은 충격을 받았다. 청중들 상당수는 저마다 한숨을 내쉬었고, 일부는 손으로는 벌어진 입을 가리고 짧게 외마디 소리를 질러댔다. “오, 그럴 리가 없어요!”세속사람들조차도 다른 남자의 아내와 놀아나지 않는다. 그것은 간통이다. 그러자 그 승려는 고개를 들고 미소지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나의 어머니입니다. 내가 갓난아기일 때의 일입니다”청중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안도했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위로 그는 마이크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그건 진실입니다. 어머니는 다른 남자, 즉 나의 아버지의 아내입니다. 우리는 껴안고, 어루만지고, 키스를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청중들이 눈물을 훔치며 웃음을 멈추었을 때 그는 청중들에게 모두가 자신을 잘못 판단할 뻔 했음을 지적했다. 비록 그의 입에서 직접 들었고, 또 그 의미가 더없이 분명해보였을 지라도 그들은 금방 잘못된 결론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말했다. “얼마나 자주 우리는 증거가 너무도 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에 뛰어듭니까? 그리고 불행히도 그것이 잘못 내린 결론인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우리가 듣고, 보는 것만으로 어떤 사실을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이것이 진실이고, 나머지 것들은 진실이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것. 이런 것들은 결코 지혜가 아니다. 하물며 늘상 옳고 그름을 다투는 정치권의 논쟁에 대한 판단이 그리 쉬울 리 없다.

2013-12-10

봇물터진 출판기념회

▲ 김진호 편집국장바야흐로 출판기념회 시즌이다. 요즘 출판기념회 주인공들은 대개 예외없이 정치인들이다. 서울에서는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선 1주년을 앞두고 오는 1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1219, 끝이 시작이다` 북콘서트를 가질 예정이어서 화제다. 이 책이 주로 작년 대선을 기점으로 한 과거와 현재의 정치상황, 야권의 미래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앞서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인 홍의락(비례대표)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신의 저서 `홍 의원, 니 와 그라노`출판기념회를 가진다.이맘때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이처럼 봇물을 이루는 이유가 뭘까. 지난 시간의 공적인 의정활동을 회고·반성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하고, 미래 비전을 책을 통해 제시하겠다는 뜻일게다. 현역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예비정치인은 본격 정치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그러나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이나 국정감사가 있는 10월부터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불법정치자금을 모으는 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법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공짜로 책을 나눠주는 것을 금하고, `돈을 받고 팔도록`강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세 과시와 함께 정치자금 수수의 장이 된다. 출판기념회에서 책 파는 방법은 무척 독특하다. 금액이 얼마 들어있는지 서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돈 봉투`를 받고 책을 내주는 것이다. 봉투에는 적게는 5만원 내지 1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 이상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관위는 책값에 비해 많은 돈이 오가는 관행에 대해 `사적(私的) 축하금`이어서 규제할 방법이 없단다. 그래서 유력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고나면 적게는 1억이상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출판기념회로 돈을 모으는 것은 여야 구분도 없고,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없다. 이제라도 국회 스스로 법을 만들어 출판기념회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서울과는 달리 지역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모금보다는 지방선거 출정식 성격의 출판기념회가 많다. 포항에서도 지난 달 30일 오후 경북학생문화회관에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공원식 경북도관광공사 사장의 두번 째 자전 에세이 `줄기러기는 두 번 에베레스트를 넘는다`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의원, 박명재(포항 남·울릉)의원, 이칠구 포항시의회의장 등 내빈들이 대거 참석한 데다 3천여명의 인파가 몰려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지역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예상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날 많은 하객이 몰린 데 고무된 공원식 사장은 김관용 도지사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자신을 키운 것은 8할 이상이 추운날에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부족한 사람을 격려해주기 위해 찾아준 여러분 덕분”이라고 인사했다. 이미 지난 2004년 포항시의회 의장으로 재임중 첫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수익금 800여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탁했던 공 사장은 이번에도 수익이 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지만 책값과 광고비, 행사비를 빼면 수익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출직 출마를 꿈꾸는 이들의 책 출판은 기꺼운 일이다. 그 책에 실린 글을 통해 글쓴이의 정치적 소양과 경륜을 엿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출판기념회에 나온 그 책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하고도 꾸밈없는 글들로 빼곡이 메워져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13-12-03

사제단에는 문제가 없다(?)

▲ 김진호 편집국장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이 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 강론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또 “(부정선거를 한) 이명박 대통령은 책임져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로 대통령이 아닙니다”라며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난 23일이 연평도 포격 3주년임을 언급하면서 “지금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뉘우치기는 커녕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서 “박 신부의 발언은 사제(司祭)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을 망각한 언동”이라며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 역시 사제단의 행동을 “사회 불순세력이나 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반면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종교계의 움직임은 찬성하지만 이번 발언엔 거리를 두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는 자초한 일”이라면서도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서는 “신부들의 충정은 이해 가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논란의 장본인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반응은 차분하다. 오히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나`하는 반응이다.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 송년홍(46) 신부는 “우리는 대통령 사퇴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시대부터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해온 종교단체다. 지난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학순 원주교구 주교가 `반국가 사범`으로 구속돼 중형을 선고받자 그 해 9월 결성됐다. 사제단은 1970~80년대 군부 독재하에서 박정희 정권의 탄압과 폭압 정치를 고발하고, 유신헌법 반대운동과 긴급조치 무효화 운동,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독재에 저항하는 활동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19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을 폭로한 일이다. 사제단은 유신독재와 5공화국 시절 민주화운동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정치적 편향성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고있기도 하다.1967년 이스라엘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과 전쟁중이었을 때 일이다. 한 기자가 해롤드 맥밀란 영국수상에게 중동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중동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기자가 놀라서 물었다. “지금 그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하늘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고, 병사들이 총알세례를 받고 있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런데도 중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니 무슨 뜻입니까?”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것이 문제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동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늘 분쟁을 일으키는 중동이 문제없을 리 없다. 다만 우리가 삶에서 해결책이 없는, 따라서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일들을 걱정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가를 지적하는 것일게다.이제 사제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어보자. 그러면 누군가는 선문답처럼 “사제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2013-11-26

국회 대정부질문에 부쳐

▲ 김진호 편집국장중세왕조시대에서 근대국가체제로 바뀌면서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은 민주국가의 표상이 됐다. 왕권시대와 달리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오는 민주국가의 상징이 바로 삼권분립인 것이다. 삼권분립의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즉, 국가를 떠받치는 세 권력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는 곳이 행정부이고, 그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책임과 의무는 국회에 주어져 있다. 특히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매년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그리고 예·결산심사를 통해 그 소임을 완수하게 된다. 올해도 지난 10월 한달동안 국회 국정감사가 실시됐고, 19일부터 닷새동안 대정부질문이 열린다.대정부질문은 국회가 국민의 입장에서, 국정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서 열리는 대정부질문은 여야가 각종 정국 현안을 둘러싸고 격렬한 정치공방만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올해 대정부질문 일정은 19일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20일 외교·통일·안보, 21일과 22일 경제, 25일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고 한다. 의제별로는 12명씩, 총 60명의 여야 의원이 나서며,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30명, 민주당 25명, 비교섭단체 5명으로 배정됐다.현재 여야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특검 도입,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수사결과 발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란, 감사원장 후보자 등의 국회 임명동의 문제 등으로 대치정국을 펼치고 있는 만큼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들 현안을 중심으로 공방이 펼쳐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쟁 이슈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중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역시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검찰의 `편파수사`를 도마 위에 올리는 한편 복지와 민생 분야의 대선공약 파기, 부자감세 철회, 경제민주화 등을 촉구하며 정부여당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대구·경북 지역의원들 가운데서는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을 맡고있는 이철우(김천) 의원이 19일 정치분야에, 이완영(고령·성주·칠곡) 의원이 20일 외교·통일·안보분야, 강석호(영양·영덕·울진·봉화) 의원이 21일 경제1분야 등에서 대정부질문을 할 예정이다.특히 이번 대정부질문에 나설 강석호 의원의 경우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와 주요 산하 기관들이 제출한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보고서`를 분석,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정감사에서 3회 이상 반복 지적된 사항이 총 47건이나 됐다는 사실을 밝히는 가 하면 공기업의 누적적자 해결대책과 최소운영보장 민자사업 운영권의 국가회수 통합방안,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자족기능 확보대책 등이 5년간 계속 지적됐음을 밝히는 등 맹활약을 보였다. 당시 강 의원은 “국정감사는 정쟁보다 정책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국회의 고질적인 행태에 일침을 가한 바 있어 대정부질문에서도 어떤 활약을 보일 지 기대된다.어쨌든 정쟁만 되풀이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국회가 더이상 정쟁만 일삼아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무조건적인 정부정책 흠집 내기` `반대를 위한 반대` `인신공격``일방적인 몰아세우기`로 국회 대정부질문을 소모할 것인가.여야간 정쟁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다. 여야는 더 이상 대치정국으로 힘을 빼선 안된다. 다함께 뜻과 지혜를 모아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건설적인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그때에야 비로소 국민들은 정치에서 감동과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3-11-19

싱아는 당신 곁에 있다

▲ 김진호 편집국장옳은 건 옳고, 그른 건 그르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정치판 얘기다. 최근 여야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국가기관이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을 서로 제기하면서 극한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 무조건 부인하고 본다. 야당은 야당대로 힘있는 여당이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규모의 음모를 꾸며 권력을 빼앗아갔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해서 펼친다. 국민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줄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민주당은 국회 의사일정을 한때 거부하고 장외집회를 여는 한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원샷 특검`을 주장하며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범야권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특별검사 도입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민주당이 실제 특검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한다면, 새 정부 첫 정기국회가 공전과 파행 속에 `불임 국회`로 전락, 새해 예산안도 해를 넘겨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현 상태로 가면 법정처리시한(12월2일)은 고사하고 연내에 새해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준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국 경색은 풀릴 기미가 별로 없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경찰 등 국가기관들이 지난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여론 개입과 조작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에 질세라 전국공무원노조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공무원 14만 명이 소속된 전공노가 SNS뿐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까지 이용하는 등 실제로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대선 개입 활동을 벌였다는 게 새누리당 주장이다.이번 주 검찰이 지난 대선 기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사전 입수 및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의원을 소환키로 한 것도 여야간 대선 개입 공방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여당과 야당 모두 배운 사람들이고, 말귀를 알아들을 만한 교육을 받았는 데도 서로 대화가 안된다. 이렇게 서로 말이 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박완서의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떠올리게 된다. 싱아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어린 잎과 줄기는 신맛이 있으며, 생으로 먹기도 한다. 소설에서 매일같이 인왕산을 통해 등교하던 작가는 고향 박적골에서 자주 먹었던 싱아가 생각나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바야흐로 싱아의 계절이었건만 눈씻고 찾아봐도 싱아를 발견하지 못한 그녀는 드디어 유명한 질문을 던진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인왕산에도 싱아가 있었을 것이지만 박적골에서 보던 싱아와는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즉, 싱아가 있었지만 어린 시절 자주 먹던 `바로 그 싱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어치웠을 것이라 생각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작가 역시 소설에서 `같이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은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적고 있다.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서로간에 얼마든지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주장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서로 같은 경험을 하고도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야 정치인들의 이해못할 대립정치에도 이유는 있는 셈이다.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하고 의심하지 말자. 싱아는 바로 당신곁에 있다.

2013-11-12

딸바보 아빠를 위한 변명

▲ 김진호 편집국장요즘 영화와 드라마에 유독 딸바보 아빠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소원`에는 성폭행을 당한 딸아이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아빠가 등장한다. 성폭행의 후유증으로 아빠마저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딸의 마음을 조금씩 여는 아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이 영화에서 아빠는 가족에게 무심하게 살아왔던 것을 참회하듯 딸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린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에서도 아빠 장태산(이준기)은 삶에 아무런 의미조차 갖지 못한 채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 딸 수진(이채미)이 백혈병을 앓고 있고, 그녀에게 골수를 기증할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는 삶에 대한 태도가 절실해진다.딸바보 아빠 얘기라면 올해 초 개봉해 1천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빠뜨릴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딸 예승(갈소원)이에 대한 무한사랑을 보여주는 딸바보 용구(류승룡)는 말만`바보`가 아닌 실제 정신지체를 갖고 있는 바보다. 대놓고 딸바보 이야기를 기획한 영화인 셈이다.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빠 어디가`의 송중국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은 서슴없이 자신들이 딸바보임을 인정하곤 한다. 마치 세상의 아빠치고 딸바보 아닌 이들이 없는 것처럼…. 이들은 왜 이렇게 스스로를 딸바보로 내세우는 것일까.남 얘기할 것도 없다. 사실 집에 가면 나 자신도 딸바보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대구MBC창사 50주년 기념 가을음악회에 큰 딸인 김봄소리가 대구MBC 교향악단과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했다. 만 5세의 어린 나이부터 바이올린을 공부한 큰 딸은 놀라운 음악적 재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연주자의 길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연주자로서는 엘리트 코스인 서울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데다 서울대 음대대학원을 다니면서 세계유수의 국제콩쿨을 차례로 석권하고 있으니 참으로 장한 딸이다. 차이나국제콩쿨과 60여년 역사를 가진 뮌헨ARD콩쿨, 일본센다이콩쿨, 시벨리우스콩쿨, 독일 하노버콩쿨 등 세계유수의 국제음악콩쿨에 출전하기만 하면 결선에서 우승하거나 입상하는 괴력을 보여 최근 `클래식계에서 가장 핫한 연주자`로 꼽히는 큰딸 얘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거품을 물다가 `딸바보`소리를 듣고 만다. 연주 당일 저녁에도 교향악단 지휘자를 비롯한 단원들과 함께 뒤풀이를 마친 딸이 전화한 시각이 자정이 넘었는 데도 불구하고 군소리 한마디 없이 딸을 태우러 나가는 내 모습에 아내는 내 머리 뒤꼭지로 `딸바보`소리를 날렸다.과거에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던 아빠들이 어느새 딸바보로 변신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딸바보 아빠들은 모두 딸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용서를 구하는 모습들이기에 가족에 대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IMF를 겪으며 직장이나 사업에서 타격을 입은 아빠들의 권위가 크게 꺾여 가족내 아빠가 차지하는 입지가 좁아지면서 아빠들 스스로 가족에 편입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고 있는 현상이 란 분석도 있다. 즉, 아내에 대해 지나치게 잘해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지만 딸이라면 바보처럼 살갑게 굴어도 그리 눈총받지 않고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집 밖에 딸을 내놓기 겁날 만큼 성폭행이나 납치사건이 빈발하는 사회분위기도 딸바보 아빠들을 자극한다. 어른들이 만든 불안한 사회는 아빠들에게 또 하나의 죄의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우리 사회 어디서건 쉽게 만날수 있게 된 딸바보 아빠들. 이들은 어떻게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머니머신`아빠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2013-11-05

청계천을 걸으며

▲ 김진호 편집국장지난 주말 모처럼 찾은 청계천은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세운 행락객들과 산책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청계천 광장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의 먹거리와 악세사리를 파는 다문화장터가 열리고 있었고, 한켠에서는 잉카(16세기 초까지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방의 문명을 형성했던 인디오를 뜻함)음악이라고 불리는 안데스 전통음악인 폴크로레(Folkore)가 신비스럽고 구슬픈 분위기를 자아내며 연주되고 있었다. 께나(Quena)라고 불리는,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의 깊은 울림은 마음을 씻어주는 듯 했다. 인파가 넘치는 청계천 광장에서 50미터 가량 떨어진 천변에는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사업이 끝난 날 세운 기념비문이 붙어있었다. `청계천 새물맞이에 부쳐`란 제하의 비문은 청계천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오늘의 결실을 맺기까지 반세기의 기다림이 있었고, 4200여의 만남이 있었고, 끝없는 대화로 지새운 숱한 밤이 있었으니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면 어찌 소회가 없을까만 기쁨의 소식이 하늘에 닿고 땅에 미치는지라 우리 모두가 덩실덩실 춤출 수 있는 것은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22만 청계천 상인 때문이오, 희생을 감내했던 노점상 때문이오, 땀과 눈물로 보람을 일궈낸 기업과 근로자 때문이오, 헌신을 다해준 공직자 때문이오, 끝까지 공감하고 지지해준 시민단체 때문이오, …` 비문은 이어 `이제 청계천에는 맑은 물과 눈부신 햇살 시원한 바람, 갯버들과 창포가 되돌아 올것이며, 수변을 따라 전통놀이가 신명을 더하고, 아낙이 빨래하고, 아이가 연날리던 고전의 낭만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벅찬 기대를 적었다.비문의 기록을 보노라니 몇 해전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청계천 복원사업의 주역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청계천을 거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당시 중심가 복개도로를 뜯어 지금의 청계천으로 복원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상인들과 노점상, 시민단체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한 끝에 청계천 복원사업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감회어린 목소리로 회고했다. 탁월한 추진력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에 성공한 이 대통령은 이후 4대강 운하를 공약으로 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4대강 운하는 끝내 추진하지 못했다. 사업 추진 초기부터 전문가그룹 마저 편 나누듯 갈라져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란 측과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찬반이 엇갈렸던 4대강 운하는 야당과 국민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그 대신 우여곡절끝에 4대강 운하를 축소한 4대강 정비사업이 시행됐는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열린 첫 국감에서 4대강 정비사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여의도 860배에 달하는 753만평의 매장문화재 분포지가 영구훼손됐다거나 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용존산소가 부족, 금강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조류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낙동강에서는 노랑부리백로, 남생이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28종이 자취를 감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과 함께 일한 청와대 행정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4대강 사업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당당하게 대응하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도 비판이 있었다”고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한다.어떤 정책이나 사업의 공과를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대체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얻기까지 8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듯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 역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듯 하다. 다만 이전 정부가 국력을 기울여 시행한 4대강 사업이 과연 비판론자들의 말마따나 환경오염만 일으키는 잘못된 사업이기만 할까. 그렇게 믿고싶지 않은 게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무엇이든 흑백논리로 `희지 않으면 검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청계천을 걸으며 `적에게 가차없는` 정치판의 세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3-10-29

안철수의 우생마사(牛生馬死)

▲ 김진호 편집국장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10·30 재·보선 및 국감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안 의원이 답했다. “`우생마사`(牛生馬死·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를 화두삼아 일희일비하지 않고 세력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우생마사`란 말은 홍수로 불어난 깊고 빠른 물에 소와 말이 빠지면 소는 사는데, 말은 죽는다는 의미다. 물에 빠진 동물의 생사를 가른 것은 두 동물이 가진 본성(本性) 으로 봐야 할 것이다. 먼저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넣으면 둘다 헤엄쳐서 뭍으로 나온다고 한다. 특히 말이 헤엄속도가 훨씬 빨라 소보다 두배정도 빠른 속도로 헤엄쳐 땅을 밟는다. 그런데 장마기에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살이 빠르고 깊은 물에 소와 말을 동시에 던져넣으면 소는 살아나오는 데, 말은 익사한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말은 자신이 헤엄을 잘치는데 강한 물살이 자신을 떠미니까 그 물살을 이기려고 악착같이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간다. 1미터 전진했다가 물살에 밀려 1미터 후퇴하는 것을 반복하며 약 20~30분 정도를 헤엄치다가 그만 지쳐서 물을 마시고 익사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같이 떠내려간다. `저러다 죽겠다`싶지만, 10미터 떠내려가는 와중에 1미터쯤 강가로. 또 10미터 떠내려 가다가 1미터쯤 강가로 나간다. 그렇게 한 2-3킬로미터 떠내려가노라면 어느새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아 엉금엉금 걸어나온다는 것이다.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풀릴 때도 있지만, 또 어떨 때는 아무리 애써도 일이 꼬이기만 할 때도 있다. 그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소와 같은 지혜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지난 대선때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좌절에 기대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처지도 큰 물에 떠내려가는 모양새가 됐나보다. 10·30 재·보선이 경기 화성갑, 경북 포항 남·울릉 등 전국 2곳에서 치르는 미니 재보선이 되는 바람에 후보조차 내지 못해 여야가 격돌하는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열외가 돼버리고 말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무소속이란 한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여야가 기초연금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때도 `정책 대안 제시`를 내세워 여야 공방과 거리를 두었고, 그러다보니 국감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기회를 잡지 못했다.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 아래 사람들을 만나거나 지역 조직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했더니 대선 전에는 긍정적이었지만 현재는 부정적이란 의견이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관심을 끌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3.8%가 `대선 전에는 긍정적이었으나 현재는 부정적`, 28.6%가 `대선전과 현재 모두 긍정적`, 20.7%가 `대선 전과 현재 모두 부정적`의 순으로 응답했다니 안 의원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만도 하다.이런 형편에 처한 안 의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화두가 우생마사다. 그는 “상황이나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려고 혼자 발버둥치면 빠져죽는 것이고, 민심의 강에 몸을 맡기고 뚜벅뚜벅 제 할일을 하면 언젠가는 저절로 (강물이) 저를 강변으로 데려다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안성맞춤인 고사성어 인용이다.지난 대선에서 `안풍(安風)`을 일으켰던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마만큼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지 또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3-10-22

국정감사에 거는 기대

▲ 김진호 편집국장해마다 10월이면 국정감사가 열린다. 올해 국정감사는 14일부터 시작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일간 진행된다. 지난 1988년 여소야대 국회 속에서 부활돼 올해로 25년째를 맞은 국정감사는 지난해보다 73곳 늘어난 630개 기관을 감사하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국정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는 폭넓은 감사가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함께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피감기관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려워 부실이 우려된다는 부정적 전망이 교차한다.특히 올해 국감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8개월동안 드러난 새 정부 정책의 공과를 처음으로 따지는 무대라는 점에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언제나처럼 여야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13일 일제히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국감·민생국감`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말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이번 국감에서는 국가정보원 개혁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 역사 교과서 개정 방향,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를 비롯한 인사파동, 동양그룹 부실사태, 세제개편안, 4대강 사업 평가 등이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새누리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경제·일자리`라는 3대 이슈를 다룰 계획이다. 여당이지만 정부를 일방적으로 감싸기보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이끄는 방향으로 국감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민주당도 무차별적인 대여 공세보다는 민생·복지 문제에서 정권의 실정을 드러냄으로써 `대화록 정국`의 틀을 깨고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한 손에는 민주주의, 한 손에는 민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두 달 넘게 국민을 상대로 장외 전선을 지켜왔지만 별무성과 였기에 대여(對與) 투쟁의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수호`를 목표로 국정감사를 하겠다는 얘기다.이에 따라 △검찰·국가정보원·감사원·국세청 등 권력기관 개혁 △4대강·원전·자원외교 비리 등 권력형 부패 규명 △복지공약 후퇴와 부자 감세 철회 △ 경제민주화와 `을(乙)지키기` △언론자유와 공정성 확립의 5대 이슈에 집중하고, 편향 교과서 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그래서 그런지 국정감사를 주도하는 여야 원내대표의 각오는 한결같이 교과서 정답(?)수준이다.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정쟁보다는 민생 국감이 되도록 여당이 솔선수범하겠다”면서 “박근혜정부의 첫 국정감사인 만큼 정부가 잘못한 게 있으면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은 우리가 민주주의 살리기, 약속 살리기, 민생 살리기를 통해 국민의 움츠러든 가슴을 펴게 하고 기를 살리는 국감이 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문제는 정치권 스스로가 그 말을 진심으로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만일 태양과 달이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한다면 곧 사라져버릴 것이다`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은 모든 신념의 중심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으면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어떤 일을 눈앞에 두고 자신감을 잃는 것은 왕왕 겪는 일이다. 작전 실시, 시인의 글쓰기, 세일즈맨의 첫날, 새색시의 첫 요리 등을 생각해보라.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 해서 행동을 꺼린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최상의 방법은 망설이지 않고 눈앞의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실패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이번 한번만이라도 `멱살잡는`투쟁의 국회가 아니라 의젓한 토론문화와 정책공방이 펼쳐지는 성숙한 국회, 생산적인 국정감사가 되길 빌어마지 않는다.

2013-10-15

무산된 삼고초려

▲ 김진호 편집국장한나라 말기 혼란스러운 시대, 유비는 백성을 구제할 큰 뜻을 품고 뛰어난 인재를 구하려 했다. 이때 어렵게 만난 재사인 서서는 어머니의 거짓서신을 받고 조조에게 가면서, 유비에게 제갈공명을 `주왕조 8백년 유업을 이뤄낸 강태공과 한나라 4백년을 이뤄낸 장량같은 인물`이라고 추천했다. 유비는 서서가 떠나면서 추천한 제갈공명을 만나기 위해 초가집을 세 번이나 찾는다. 유비는 서서를 통해 수경선생이 일찍이 추천했던 천하의 기재 `와룡과 봉추`중에 제갈공명이 와룡임을 알고 몹시 기뻐하며, 제갈공명을 무려 세 번이나 찾아간 다음 간신히 만났고, 끝내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유표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자신은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는 입장이었기에 당시 유비는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었다. 이후 제갈량은 한나라가 망하자 유비를 한나라를 이은 촉한의 황제로 세웠다. 제갈량은 유비가 죽은 후 유비의 뜻을 이어 나라를 튼튼하게 기반을 다지고 한나라를 망하게 한 위(魏)나라를 정벌하러 가면서 2대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렸다. 여기에서 전대 유비가 자신을 찾아왔던 일을 회상하며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을 썼다. 이후 영웅이 인재를 간곡하게 찾아다닌 경우에 유비와 제갈량의 일화로서 삼고초려라는 말이 대표적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삼고초려는 단순히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인재를 구하러 몸소 누추한 곳까지 찾아다니는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주인공인 제갈공명이 비록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저 한미한 선비에 불과했다. 비록 가진 땅과 재산 등은 없으나, 당시 명성을 드높이던 유황숙이 그런 사람을 세 번이나 찾아가 수 십번 절을 하며 간청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 바로 뜻있는 선비나 무명씨에 대해 극진히 대접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 인재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천리마를 구하기 위해 천리마의 뼈를 큰 돈을 주고 사들인 어느 왕의 고사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당시는 위-오-촉이 천하를 놓고 다투는 시절이었다. 조조의 위나라는 이미 가장 크고 노른자위 땅을 점령해서 인재도 넘치는 상황. 따라서 이런 퍼포먼스는 아직 왕조의 기초조차 닦지 못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전략적인 포석이었을 것이다.오늘의 정치에서 삼고초려는 어떤 의미일까.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10·30 경기 화성갑 보궐 선거에 대한 당의 출마 요청을 고사하자 김한길 대표가 손 고문을 출마토록 하기 위해 `삼고초려`에 들어갔다. 당초 손학규 상임고문은 “대선에 패배,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답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에서 아무리 희생과 헌신을 한다고 생각해도 국민 눈에는 욕심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불출마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새누리당 후보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와의 `빅매치`를 성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정국에 따른 수세국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손 고문의 출마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불출마 입장 피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출마 압박이 거세지자 손 고문 역시 한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7일 오전 결국 “대선 패배로 정권을 내준 죄인으로서 지금 나설 계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출마를 고사했다. 손 고문으로서는 선거패배시 떠안아야 할 위험부담도 있지만, 지역위원장인 오일용 예비후보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손 고문에게 있어 갑작스런 보궐선거 출마요청에 이은 당 지도부의 삼고초려는 부담스런 일이기도 했겠지만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에서 두번이나 대선후보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그의 입장에서 당 대표선수로 뛰어달라는 취지의 `삼고초려`는 또 하나의 훈장일 수 있으리라.

2013-10-08

원칙과 신뢰를 뛰어넘자

김진호 편집국장원칙과 신뢰를 지켜온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후퇴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대선공약이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기준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에게 매달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선공약에 비해 대상과 지급액이 축소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야권은 `공약 파기`라며 집권당과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쨌든 대선공약이 원안대로 지켜지지 못한 마당이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우회적인 해명보다 직접적인 사과의 뜻을 표명, 국민의 이해를 구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여권은 이번 조치가 공약 포기가 아닌 재정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수정`임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섰다. 박 대통령도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며 국민과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없다”고 강조했지만 기약없는 약속일 수 밖에 없다.야당은 모처럼 기가 살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만 철회해도 충분히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복지공약을 축소하고 지방에 재정부담을 떠넘겨 민생을 파탄내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를 공격하고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현 정부를 `불효정권`이라고 명명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는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 반복하라. 그럼 대중은 믿는다`던 히틀러의 말이 생각날 지경”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원칙과 신뢰는 선거용 내부 캠페인에 불과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그대로 옮겨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역시 “박 대통령이 밝힌 기초연금 수정안은 명백한 공약 사기”라고 공격했다.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증세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던 박 대통령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약을 수정한 배경이다. 박 대통령이 밝힌 기초연금 공약 수정 배경에 따르면 현재 재정여건도 좋지 않지만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 157조원의 재정소요가 발생,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넘기는 문제가 지적됐다는 것이다.그동안 새 정부의 복지공약이 재정 여건상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증세없는 복지`의지와 충돌이 잦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 정부는 재정여건상 무리가 있는 공약들을 새롭게 전면 수정ㆍ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정책을 공약했다는 이유 하나로 무리하게 실행해서도, 할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또 하나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골간을 짠 주역으로 꼽히는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번 사태로 사표를 내고, 청와대의 업무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는 `항명파동`을 일으켜 대통령의 인사리더쉽에 상처를 낸 것은 심각한 문제다. 새 정부 들어 양건 감사원장(8월23일),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9월13) 파문에 이어 불과 40일 사이에 3명의 고위공직자가 청와대와 충돌, 잡음을 일으키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새 정부 출범초기 인사파문이 인사 선정과정의 `나홀로 검증`이 문제가 된 반면 지금은 박 대통령과 장·차관, 청와대 수석 등 권력 핵심인사들과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인복지 공약을 둘러싼 혼선이 박근혜 대통령이 고수해온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데일 카네기는 “친구를 얻고 내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상대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상대의 자존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에 더해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답은 멀리 있지않다.

2013-10-01

안타까운 이산가족

▲ 김진호 편집국장이산가족 상봉이 자꾸만 늦춰지고 연기돼 애간장을 녹인다. 남북은 당초 금강산에서 오는 25~3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한 뒤 11월 중에 추가 상봉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다. 또 이와 별도로 내달 22~23일 `화상 상봉`도 갖기로 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상봉 행사를 돌연 연기한다고 통보함에 따라 11월 행사와 화상 상봉 행사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게 돼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산가족은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비롯된다.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와 고아들, 생이별한 가족들을 낳았다.최초의 이산가족 상봉은 1971년 8월 12일 대한적십자사가 KBS 방송을 통해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남북한 이산가족 찾기를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 개최를 전격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1985년 광복 40주년을 맞이한 그 해 9월 예술공연단과 역사적인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의 교차 방문이 진행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운영, 면회의 정례화, 한국전쟁 행방불명자의 생사 확인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특히 60%라는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한 KBS 생방송 프로그램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어떤 감동적인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많은 눈물을 자아냈다. 1983년 6월 30일 처음 전파를 타기 시작해 장장 138일간 진행된 방송을 통해 10만 952건의 이산가족 찾기 신청이 들어왔다. 출연자만 해도 5만명이 넘었고, 방송기간 동안 총 1만 189명의 이산가족이 핏줄과 재회했다. 2000년 6월 15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직접 방문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을 협의했고, 2010년까지 총 18차례의 이산가족 대면상봉과 7차례의 화상상봉이 진행됐다.1천만 이산가족 가운데 이산가족정보 통합시스템에 이산가족으로 등록하고 상봉을 기다리는 신청자는 7월말 현재 총 12만9천35명. 이 가운데 80세~89세까지 사망자는 2만3천89명(40.8%)이고, 90세 이상은 2만6천588명(47.0%)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산가족 교류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현재 당국차원에서 방남·방북상봉을 한 가족은 각각 2천700명과 1만5천443명, 화상상봉 3천748명을 포함해도 2만1천891명에 불과하다. 민간차원에서 상봉한 3천387명을 합쳐도 2만5천여명에 불과하다.이미 언급했듯이 필자의 아버지는 평안북도 정주군 대전면 하일리 41번지가 고향으로, 이산가족에 해당한다. 6.25전쟁때 낙동강 전투에서 포탄 파편에 부상을 입어 국군에 포로가 됐던 아버지는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방침에 따라 석방된 뒤 국군에 입대해 3년여를 복무한 후 남한에 정착했다. 아버지는 2남3녀 가운데 막내였으며, 20살 위였던 둘째 형님의 경우 이미 돌아가셨을 것으로 추측돼 친하게 지내던 동년배의 조카들을 만나려고 이미 수년전 상봉신청을 해놓았단다. 그러나 아직 감감무소식이란다. 아버지는 “90세가 넘은 고향 분이 최근에서야 아들과 만나게 될 만큼 이산가족 상봉은 지지부진하다”면서 “살아 생전 상봉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이산가족 1세대는 모두 스러지고 말텐데…”라며 갑작스런 상봉연기 소식에 안타까워했다.상봉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 소식이 세인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꿈에 그리던 북녘 딸 상봉을 엿새 앞두고 90대 할아버지가 숨졌다는 언론보도가 그것이다. 갈수록 빠르게 스러지는 이산가족 1세대를 생각하면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최우선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는 결코 정치적인 협상대상이 돼선 안된다. 정부도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든 양보하겠다는 대승적인 마음으로 접근해주길 기대한다.

2013-09-24

밥상머리 안주

▲ 김진호 편집국장추석명절이 코앞이다. 명절이면 몸과 마음이 모두 바빠지는 여인네들과는 달리 마냥 한가한 남정네들은 친지들과 밥상머리에 앉아 얘기꽃을 피운다. 언론도 매년 명절 밥상머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왔는 지에 대해 애써 취재해 보도할 만큼 관심을 보인다. 밥상머리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바로 추석민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밥상머리를 주름잡을 소재는 무엇일까. 명절날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모이는 밥상머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소재는 바로 정치다. 이런저런 얘기 할 것 없이 목격담을 소개한다. 16일 오전 아침식사를 위해 들른 포항시내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상복과 등산복차림이 뒤섞인 중년 사내들 10여명이 아침 해장국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붉은 색의 등산자켓을 걸친 50대 중반의 사내가 말문을 열었다. “요즘 이석기같은 ×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많다니 정말 놀랄 일이야.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잉. 옛날 같으면 안기부(현재의 국정원)에서 바로 잡아갔을텐디…. 요즘은 국정원이 좌파들에게 공격받는 처지니 세상이 우찌 될려는 지 모르겠네”하고 혀를 찼다. 맞은편에 앉았던 체크무늬 남방의 사내가 말을 받았다. “그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여. 이석기 같은 ×들은 북한을 추종하는 이들인 데, 그런 ×들이 국민세금을 축내고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야.” 옆에 있던 운동복차림의 사내가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들이 국가의 중추부에 들어가 총이 얼마며, 대포가 얼마인지 낱낱이 알 수 있게 된거야. 북한이 남한의 장점은 물론 약점이나 치부까지 쉽게 알게된거지. 이런 ×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지금처럼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때 시작됐다고 봐야 돼. 그때 그런 친구(좌파)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퍼져서 우리 사회 중추에 뿌리내린거지. 그런 좌파들이 국회뿐 아니라 법원, 검찰, 언론계에 많이 퍼져있다니 그게 더 큰일이야.…” 그러자 처음 말을 꺼냈던 사내가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통합진보당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흡사하다는 걸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통합진보당기는 북한의 인공기가 펄럭이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란 걸 알겠지? 이것만 봐도 통합진보당은 빨갱이 당이 아닌가 싶어…”시국을 걱정하는 이들의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이에 비해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포항 남·울릉지역 밥상머리 민심은 타 지역과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나라의 좌경화(?)를 걱정하는 시국담보다 어느 후보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어느 후보가 여당후보로 공천되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등을 점치는 얘기들로 뜨겁다. 실제로 포항 남구지역에 위치한 직장인들은 퇴근 길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가 도마에 오른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 전역이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만큼 새누리당 공천에 후보들이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권자들도 새누리당 공천경쟁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있다.공천신청이 마감된 16일 현재 포항 남·울릉 선거구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후보는 김순견 포항 남울릉당협위원장을 비롯해 김정재 서울시의원, 박명재 전 행자부장관,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 서장은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이용운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이춘식 전국회의원, 이휴원 전 신한투자금융 사장, 조재정 새누리당 환경노동위 수석전문위원 등 10여명이다. 후보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지역일꾼으로서 차고 넘칠만큼 충분한 경력을 갖췄지만 지역을 지키고 가꿔온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되면 좋겠다.자린고비는 굴비를 천장에 달아 눈요기로 반찬을 대신했다는 데, 선거열기로 달아오른 포항의 추석 밥상머리에서는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에 대한 화제가 안주거리로 요긴할 터이다.

2013-09-17

악어의 눈물

▲ 김진호 편집국장최근 내란음모혐의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검찰에 구속된 이석기가 카메라앞에서 히죽히죽 웃어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질렀다. 국정원앞 데모현장에서는 마치 영웅이나 된듯이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의 뻔뻔한 웃음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이석기 의원은 자신이 정치권력의 탈헌법적 행태를 비판하고 저항한 민주투사가 된 양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이 나라는 그리 멀지않은 과거에 군부가 정권을 차지해 독재권력을 휘두르면서 인권을 유린하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아픈 역사를 갖고있다. 특히 독재 정치권력의 유지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나 세력, 또는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처단한 사례들도 적지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력에 실망하거나 자주 비판하다보니 반정부에 관대해지고, 때로 반정부가 반국가로 변질돼도 익숙해져 `반정부`쯤으로 여기게 됐는지도 모른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이석기 의원 같은 종북주의자가 승자처럼 웃고 떠들고 다닐수 있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석기 의원은 지난 5일 국회본회의장에 들어가고,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후 나오는 장면에서도 환하게 웃고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힘차게 이야기 했다. 마치 이 장면만을 본 사람이라면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승리한 건가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석기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는 국회에 가기 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거짓이 엄청난 물리적 힘을 갖고 있어서 세보이지만 전 별거 아니라고 봅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마치 민주투사가 독재권력에 핍박받고 있는 와중에 한 마디하는 모양새다.국정원과 검찰은 구속된 이석기 의원에 대해 법정형이 사형인 `여적음모죄`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적음모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행위를 모의`할 때 적용되며, 내란죄와 같이 `여적죄`는 범행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예비·음모·선전·선동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 국정원은 지난 5월12일 서울 합정동 회의에서 이 의원 등이 전쟁이 발생하면 북한을 도와 한국 내 국가기간시설 등을 파괴하려고 모의한 부분을 `여적음모`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여적죄`가 성립하려면 `적국`이 존재해야 하지만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있다고 한다. 다만 1983년 대법원은 “북한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 국가로 볼 수는 없지만, 간첩죄의 적용에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어 법원의 판단에 맡겨둘 일이다.온 국민의 공분을 산 이석기 의원의 뻔뻔스런 웃음은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을 떠올리게 한다. 악어의 눈물이란 말은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으로,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악어가 큰 고깃덩이를 삼킬 때는 꼭 우는 것처럼 보이는 데, 이는 악어가 슬퍼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입보다 훨씬 큰 덩이를 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악어는 먹이를 삼키고 나서 숨을 급하게 들이쉬는데, 이때 눈물샘이 눌리면서 눈물을 흘리게 돼 먹이를 먹을 때 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온갖 부정을 저지른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면 거짓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여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곤 한다.반국가적인 행위가 조목조목 적발돼 검찰에 의해 구속된 이석기 의원이 자신을 민주투사인 양 포장하기 위해 웃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바로 그 `악어의 눈물`처럼 거짓눈물이요, 거짓행위였다. 국민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는 이석기 의원의 웃음은 악어의 눈물과 함께 우리 정치권에서 다시 보고싶지 않은 추태다.

2013-09-10

현역의원의 내란음모죄

▲ 김진호 편집국장국회가 또 다시 시끄럽다. 당선초부터 종북좌파로 지목돼 제명압박을 받아왔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번에는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내란음모사건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 해 부정경선 파문의 주역으로 일약 유명해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어떤 인물일까. 이 의원은 공식 프로필에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를 졸업했고, 전 사회동향연구소 대표를 지냈다는 사실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전남 목포출신의 이 의원은 1980년 성남 성일고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 진학한 뒤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수배 생활을 한 후 실형을 살았다. 수배와 투옥 과정에서 군무원이던 누나는 이 의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정직된 뒤 병에 걸려 2005년 사망했고, 어머니 역시 암투병을 하다가 2008년 숨졌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이혼했으며, 자녀는 1남1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장남은 24세 이전에 출국한 것으로 병무청에 신고돼 있는 점으로 미뤄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석기 의원이 통합진보당 대표로서 금배지를 달게 된 배경 역시 자세히 알려져 있지않다. 그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이 시작되기 이전만 해도 당내 유명인사가 아니었다. 입당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서 비례대표 후보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개한 프로필 역시 민중의 소리 이사, CNP전략그룹 대표, 사회동향연구소 대표로 일반인에게 생소하며, 당과도 직접 연관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비례대표 경선에서 1위를 하고 난뒤 비로소 `경기동부연합(또는 당권파)의 숨은 실세`로 정치권의 조명을 받았다. 야당사에서는 당내 핵심 브레인으로서 오랜 기간 헌신한 전략통이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민혁당 잔존세력들이 경기동부연합을 장악했고, 경기동부연합은 이 의원이 졸업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즉 민혁당 사건으로 복역한 이 의원이 경기동부연합의 지지를 업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것이란 설명이다.이 당선자의 정치성향은 모호하다. 종북주의자였는지,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했는지도 분간이 어렵다. 그는 이런 질문에 대해 “생각과 사상이라는 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자”, “국민을 위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제 사상의 본질”이라는 선문답식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그는 자신이 2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에 대해서 조차도 그는 “당시 수배 중이라 민혁당에 가담해 활동한 적이 없다”고 연루사실을 전면 부정했다. 자신은 사법피해자란 것이다.좌파로서의 정체성이 불분명하지만 우여곡절끝에 국회에 진출한, 종북주의 성향을 가진 운동권 출신인사가 민의의 상징인 국회에 진출해 온갖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정치권 분위기로 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역의원이 내란음모혐의로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판이다.이같은 일이 빚어진 이유는 뭘까. 지금은 대부분 40대 후반~50대 중반이 된, 이른바 386세대(1990년대에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가리키는 말)들은 군부독재를 경험한 세대여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을 했다고 해서 꼭 좌파나 종북세력으로 비하하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사회주역으로 부상한 386세대들은 좌파활동으로 인한 전과에 대해서도 온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고, 이런 분위기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친북세력이 국회에까지 뿌리내리게 된 단초가 된 것은 아닐까.이제라도 정치권은 종북세력에 관한 한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사상적 자유가 아무리 소중하다해도 우리 민족이 피흘려 지켜온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세력에는 가차없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기 때문이다.

2013-09-03

파행국회 푸는 열쇠

▲ 김진호 편집국장연말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또 다시 파행국회를 연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했지만,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 법제사법위, 농림수산식품해양위, 여성가족위는 사회권이 여당 간사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새누리당의 단독소집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한 뒤 곧 바로 산회하고 말았다.이렇게 되자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가 끝났는데도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장외투쟁의 철회를 촉구했다.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지지 여부는 8월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를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지금은 무엇보다 국회에서 민생에 충실하는 게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국회법이 정한 결산 완료 시기와 산적한 민생현안 때문에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불가피하게 단독으로 결산 심의를 요청했다”면서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결산 심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결산국회 소집을 `국정원 정국`에서 탈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규정하면서 단독국회 철회를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소집은 여론 호도용으로 꺼내든 궁여지책”이라며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파행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국회에 안 들어온다고 하는데, 지난달 본회의장 공사 핑계로 민생국회를 거부하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방해하며 진실을 은폐한 당사자가 누군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단독 상임위를 철회하고 민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여야의 대치국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야 모두 상대의 말을 믿지 않으니 대화나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믿어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는 항상 한 수앞을 내다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이솝우화 중에 재미있는 사자와 농부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이상한 수사자가 살고있었다. 이 수사자는 암사자가 아니라 길을 지나던 인간의 아가씨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진 사자는 아가씨를 따라가서 근처 마을에 사는 농부의 딸인 걸 알고 농부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사자를 보고 깜짝 놀라는 농부에게 사자는 “댁의 따님과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겁에 질린 농부는 딸과 잠시 상의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우리 딸도 사자님의 늠름한 모습에 은근히 마음이 끌리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사자님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 돼 선뜻 결정을 못하겠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자는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자신의 이빨과 발톱을 뽑았다. 그러자 농부는 발톱과 이빨이 빠진 사자를 몽둥이로 패서 쫓아버렸다.우화가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농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농부는 사자에게 이빨을 뽑으면 결혼을 허락하고, 이빨을 뽑지 않으면 결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농부는 “이빨을 뽑으면 사정없이 때려서 내쫓아야지, 하지만 이빨 뽑기를 거부하고 계속 청혼하면 딸에게 미안하지만 결혼을 시킬 수 밖에는 없을 것 같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게임이론에서 전략적인 선택방법은 미래의 상대방 행동을 예측한 후 현재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시간역순의 사고방법이다.날만 새면 대립과 반목으로 파행을 일삼는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국회로 탈바꿈시킬 묘책은 없나. 상대입장에서 생각하는 게임이론이 하나의 방책이 되면 좋겠다. 누가 사자이고, 농부입장인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2013-08-27

허리잘린 한반도의 비애

▲ 김진호 편집국장애창곡 가운데 강산에가 부른 `라구요`란 노래가 있다. 북한이 고향인 부모님의 애환을 절절히 표현한 노래인데, 그 가사가 자못 애끓는 구절로 가득하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실향민이란 데 있다. 평안북도 정주군이 고향인 아버지는 6.25전쟁때 18세의 젊은 나이에 인민군으로 남한에 내려왔다가 전쟁포로가 됐고, 거제도에서 포로로 수용돼 있던 중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조치에 따라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눌러앉았다. 아버지는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은 큰 형님 집에서 지내며 배를 곯는 경우가 많았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못하게 되자 인민군대를 지원했다고 했다. 그랬으니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남한과 공산당이 판치는 북한 둘중에 선택하라고 했으니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 해도 떠난 지 어언 60여년이 넘도록 찾아보지 못한,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지 않을 리 없다. 매년 정초가 되면 아버지는 철마가 멈춘 임진각 망배단을 찾아 가깝고도 먼 북녘의 고향마을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만큼 강산에가 부른 그 노래는 내 심금을 울렸고, 당연히 애창곡 리스트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선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늘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가족들을 찾지는 못했고, 세월이 많이 흐른 이젠 가족들을 찾는다 해도 알아보기 힘든 조카들 밖에 없으리란 낙담으로 아예 포기하고 만 아버지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은 약 7백67만명으로 추정되고, 분단을 직접 경험한 이산 1세대는 1백23만여명이란다. 더구나 아버지처럼 60대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은 69만명으로 파악된다니 한반도의 슬픈 역사는 너무도 많은 이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고 있다.북한이 18일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제안을 이틀 만에 수용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제안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개성공단 조업은 물론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 상봉도 다시 재개되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북한은 최근 수년동안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천안호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사건 등과 함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동아시아에 있어 전쟁도발 위협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사회와 유리한 협상을 벌이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카드로 박근혜 정부를 더욱 압박하려 했다가 흔들리지 않는 원칙론에 밀려 유화제스처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협상전략 수립에 유용한 게임이론 측면에서 봐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조치에도 원칙론을 고수한 것은 잘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물이나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특수하게 하는 투자를 `특정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하는 데, 이런 투자를 한 쪽이 둘의 관계에서 입지가 불리해 진다고 한다. 즉, 한번 양보하면 계속해서 더 많은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곤경을 피할 묘책은 두 기업이 결합하거나 한쪽만 특정관계를 위한 투자를 하지 말고 양쪽이 같은 정도의 투자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우여곡절끝에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게 된 남북한이다. 정부는 수많은 이산가족에게 반가운 소식을 들려줄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 게임이론에 비추어 말해두거니와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한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저 허리잘린 한반도가 `통일로 완성되는 진정한 광복의 그날`을 하루빨리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13-08-20

인생에 정답은 없다?

▲ 김진호 편집국장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얼마나 즐기는 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재즈 피아노를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하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집에 들어서면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나? 왜 공부를 열심히 안하냐? 는 등의 질책과 협박성(?) 훈계만 늘어놓곤 했다. 어느 부모든 아이들의 생각을 잘 아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잘 알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떤 말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촛점을 둔 것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들과 하루 일과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는 소통의 시간이다. 요즘 영화는 뭐가 재미있냐?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쳐주는 노력만 있으면 막힘없이 소통이 가능해진다.밥상머리 교육에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일명 십계명이다. `일주일에 두번 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진다.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정리한다.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한다.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다.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눈다` 등은 하겠다는 결심이면 족하다. 이 다음부터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식의 열린 질문을 던진다. 부정적인 말은 피하고, 공감과 칭찬은 많이 한다.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다.`마지막 열번째는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식사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당연한 규칙이다.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지키려고 마음 먹기만 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다. 당장 시행해보기 바란다.어쨌든 이런저런 생각을 돌이켜 보면 나는 아비로서 아이들을 잘못 가르쳐왔다는 자괴감이 적지 않다.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나무라는 일이 잦았고, 공감하거나 칭찬하는 말에 인색했기에 그랬다. 그래선지 대학입시를 앞둔 막내아들에게는 `책은 도끼다`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박웅현이 딸에게 알려줬다는 `인생의 세가지 팁`으로 조언을 대신하고 싶다. 첫째, 인생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언젠가 내 인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 나는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기회도 나를 비켜간다는 부정적인 생각 말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준비된 사람은 기회를 붙잡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지나치고 만다. 그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두번째, 인생은 마라톤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톤이다. 지금 내 성적이 하위권이라고 해도 좌절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그 사실을 굳게 믿어라. 인생은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마지막 세번째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도 인생은 전인미답이다. 아무도 미리 가보지 않았다. 그러니 누군들 어떻게 알 수 있나. 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할지 아닐지,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게 좋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낸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선택한 뒤에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 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가 아니라,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어린 아들이 인생이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설파한 이런 말을 굳게 믿고 하루하루를 살아주길 바라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

201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