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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잘린 한반도의 비애

등록일 2013-08-20 00:47 게재일 2013-08-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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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애창곡 가운데 강산에가 부른 `라구요`란 노래가 있다. 북한이 고향인 부모님의 애환을 절절히 표현한 노래인데, 그 가사가 자못 애끓는 구절로 가득하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실향민이란 데 있다. 평안북도 정주군이 고향인 아버지는 6.25전쟁때 18세의 젊은 나이에 인민군으로 남한에 내려왔다가 전쟁포로가 됐고, 거제도에서 포로로 수용돼 있던 중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조치에 따라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눌러앉았다. 아버지는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은 큰 형님 집에서 지내며 배를 곯는 경우가 많았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못하게 되자 인민군대를 지원했다고 했다. 그랬으니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남한과 공산당이 판치는 북한 둘중에 선택하라고 했으니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 해도 떠난 지 어언 60여년이 넘도록 찾아보지 못한,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지 않을 리 없다.

매년 정초가 되면 아버지는 철마가 멈춘 임진각 망배단을 찾아 가깝고도 먼 북녘의 고향마을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만큼 강산에가 부른 그 노래는 내 심금을 울렸고, 당연히 애창곡 리스트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선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늘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가족들을 찾지는 못했고, 세월이 많이 흐른 이젠 가족들을 찾는다 해도 알아보기 힘든 조카들 밖에 없으리란 낙담으로 아예 포기하고 만 아버지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은 약 7백67만명으로 추정되고, 분단을 직접 경험한 이산 1세대는 1백23만여명이란다. 더구나 아버지처럼 60대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은 69만명으로 파악된다니 한반도의 슬픈 역사는 너무도 많은 이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고 있다.

북한이 18일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제안을 이틀 만에 수용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제안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개성공단 조업은 물론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 상봉도 다시 재개되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북한은 최근 수년동안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천안호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사건 등과 함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동아시아에 있어 전쟁도발 위협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사회와 유리한 협상을 벌이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카드로 박근혜 정부를 더욱 압박하려 했다가 흔들리지 않는 원칙론에 밀려 유화제스처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협상전략 수립에 유용한 게임이론 측면에서 봐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조치에도 원칙론을 고수한 것은 잘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물이나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특수하게 하는 투자를 `특정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하는 데, 이런 투자를 한 쪽이 둘의 관계에서 입지가 불리해 진다고 한다. 즉, 한번 양보하면 계속해서 더 많은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곤경을 피할 묘책은 두 기업이 결합하거나 한쪽만 특정관계를 위한 투자를 하지 말고 양쪽이 같은 정도의 투자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게 된 남북한이다. 정부는 수많은 이산가족에게 반가운 소식을 들려줄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 게임이론에 비추어 말해두거니와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한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저 허리잘린 한반도가 `통일로 완성되는 진정한 광복의 그날`을 하루빨리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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