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코앞이다. 명절이면 몸과 마음이 모두 바빠지는 여인네들과는 달리 마냥 한가한 남정네들은 친지들과 밥상머리에 앉아 얘기꽃을 피운다. 언론도 매년 명절 밥상머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왔는 지에 대해 애써 취재해 보도할 만큼 관심을 보인다. 밥상머리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바로 추석민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밥상머리를 주름잡을 소재는 무엇일까.
명절날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모이는 밥상머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소재는 바로 정치다. 이런저런 얘기 할 것 없이 목격담을 소개한다. 16일 오전 아침식사를 위해 들른 포항시내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상복과 등산복차림이 뒤섞인 중년 사내들 10여명이 아침 해장국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붉은 색의 등산자켓을 걸친 50대 중반의 사내가 말문을 열었다. “요즘 이석기같은 ×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많다니 정말 놀랄 일이야.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잉. 옛날 같으면 안기부(현재의 국정원)에서 바로 잡아갔을텐디…. 요즘은 국정원이 좌파들에게 공격받는 처지니 세상이 우찌 될려는 지 모르겠네”하고 혀를 찼다. 맞은편에 앉았던 체크무늬 남방의 사내가 말을 받았다. “그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여. 이석기 같은 ×들은 북한을 추종하는 이들인 데, 그런 ×들이 국민세금을 축내고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야.” 옆에 있던 운동복차림의 사내가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들이 국가의 중추부에 들어가 총이 얼마며, 대포가 얼마인지 낱낱이 알 수 있게 된거야. 북한이 남한의 장점은 물론 약점이나 치부까지 쉽게 알게된거지. 이런 ×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지금처럼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때 시작됐다고 봐야 돼. 그때 그런 친구(좌파)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퍼져서 우리 사회 중추에 뿌리내린거지. 그런 좌파들이 국회뿐 아니라 법원, 검찰, 언론계에 많이 퍼져있다니 그게 더 큰일이야.…” 그러자 처음 말을 꺼냈던 사내가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통합진보당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흡사하다는 걸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통합진보당기는 북한의 인공기가 펄럭이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란 걸 알겠지? 이것만 봐도 통합진보당은 빨갱이 당이 아닌가 싶어…”시국을 걱정하는 이들의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포항 남·울릉지역 밥상머리 민심은 타 지역과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나라의 좌경화(?)를 걱정하는 시국담보다 어느 후보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어느 후보가 여당후보로 공천되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등을 점치는 얘기들로 뜨겁다. 실제로 포항 남구지역에 위치한 직장인들은 퇴근 길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가 도마에 오른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 전역이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만큼 새누리당 공천에 후보들이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권자들도 새누리당 공천경쟁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있다.
공천신청이 마감된 16일 현재 포항 남·울릉 선거구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후보는 김순견 포항 남울릉당협위원장을 비롯해 김정재 서울시의원, 박명재 전 행자부장관,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 서장은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이용운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이춘식 전국회의원, 이휴원 전 신한투자금융 사장, 조재정 새누리당 환경노동위 수석전문위원 등 10여명이다. 후보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지역일꾼으로서 차고 넘칠만큼 충분한 경력을 갖췄지만 지역을 지키고 가꿔온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되면 좋겠다.
자린고비는 굴비를 천장에 달아 눈요기로 반찬을 대신했다는 데, 선거열기로 달아오른 포항의 추석 밥상머리에서는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에 대한 화제가 안주거리로 요긴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