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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답은 없다?

등록일 2013-08-13 00:08 게재일 2013-08-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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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얼마나 즐기는 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재즈 피아노를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하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집에 들어서면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나? 왜 공부를 열심히 안하냐? 는 등의 질책과 협박성(?) 훈계만 늘어놓곤 했다.

어느 부모든 아이들의 생각을 잘 아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잘 알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떤 말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촛점을 둔 것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들과 하루 일과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는 소통의 시간이다. 요즘 영화는 뭐가 재미있냐?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쳐주는 노력만 있으면 막힘없이 소통이 가능해진다.

밥상머리 교육에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일명 십계명이다. `일주일에 두번 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진다.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정리한다.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한다.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다.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눈다` 등은 하겠다는 결심이면 족하다. 이 다음부터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식의 열린 질문을 던진다. 부정적인 말은 피하고, 공감과 칭찬은 많이 한다.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다.`마지막 열번째는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식사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당연한 규칙이다.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지키려고 마음 먹기만 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다. 당장 시행해보기 바란다.

어쨌든 이런저런 생각을 돌이켜 보면 나는 아비로서 아이들을 잘못 가르쳐왔다는 자괴감이 적지 않다.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나무라는 일이 잦았고, 공감하거나 칭찬하는 말에 인색했기에 그랬다. 그래선지 대학입시를 앞둔 막내아들에게는 `책은 도끼다`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박웅현이 딸에게 알려줬다는 `인생의 세가지 팁`으로 조언을 대신하고 싶다. 첫째, 인생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언젠가 내 인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 나는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기회도 나를 비켜간다는 부정적인 생각 말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준비된 사람은 기회를 붙잡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지나치고 만다. 그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두번째, 인생은 마라톤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톤이다. 지금 내 성적이 하위권이라고 해도 좌절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그 사실을 굳게 믿어라. 인생은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마지막 세번째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도 인생은 전인미답이다. 아무도 미리 가보지 않았다. 그러니 누군들 어떻게 알 수 있나. 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할지 아닐지,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게 좋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낸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선택한 뒤에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 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가 아니라,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어린 아들이 인생이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설파한 이런 말을 굳게 믿고 하루하루를 살아주길 바라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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