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출판기념회 시즌이다. 요즘 출판기념회 주인공들은 대개 예외없이 정치인들이다.
서울에서는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선 1주년을 앞두고 오는 1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1219, 끝이 시작이다` 북콘서트를 가질 예정이어서 화제다. 이 책이 주로 작년 대선을 기점으로 한 과거와 현재의 정치상황, 야권의 미래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인 홍의락(비례대표)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신의 저서 `홍 의원, 니 와 그라노`출판기념회를 가진다.
이맘때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이처럼 봇물을 이루는 이유가 뭘까. 지난 시간의 공적인 의정활동을 회고·반성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하고, 미래 비전을 책을 통해 제시하겠다는 뜻일게다. 현역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예비정치인은 본격 정치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이나 국정감사가 있는 10월부터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불법정치자금을 모으는 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법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공짜로 책을 나눠주는 것을 금하고, `돈을 받고 팔도록`강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세 과시와 함께 정치자금 수수의 장이 된다. 출판기념회에서 책 파는 방법은 무척 독특하다. 금액이 얼마 들어있는지 서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돈 봉투`를 받고 책을 내주는 것이다. 봉투에는 적게는 5만원 내지 1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 이상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관위는 책값에 비해 많은 돈이 오가는 관행에 대해 `사적(私的) 축하금`이어서 규제할 방법이 없단다. 그래서 유력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고나면 적게는 1억이상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출판기념회로 돈을 모으는 것은 여야 구분도 없고,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없다. 이제라도 국회 스스로 법을 만들어 출판기념회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과는 달리 지역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모금보다는 지방선거 출정식 성격의 출판기념회가 많다. 포항에서도 지난 달 30일 오후 경북학생문화회관에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공원식 경북도관광공사 사장의 두번 째 자전 에세이 `줄기러기는 두 번 에베레스트를 넘는다`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의원, 박명재(포항 남·울릉)의원, 이칠구 포항시의회의장 등 내빈들이 대거 참석한 데다 3천여명의 인파가 몰려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지역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예상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날 많은 하객이 몰린 데 고무된 공원식 사장은 김관용 도지사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자신을 키운 것은 8할 이상이 추운날에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부족한 사람을 격려해주기 위해 찾아준 여러분 덕분”이라고 인사했다. 이미 지난 2004년 포항시의회 의장으로 재임중 첫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수익금 800여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탁했던 공 사장은 이번에도 수익이 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지만 책값과 광고비, 행사비를 빼면 수익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출직 출마를 꿈꾸는 이들의 책 출판은 기꺼운 일이다. 그 책에 실린 글을 통해 글쓴이의 정치적 소양과 경륜을 엿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출판기념회에 나온 그 책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하고도 꾸밈없는 글들로 빼곡이 메워져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