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10·30 재·보선 및 국감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안 의원이 답했다. “`우생마사`(牛生馬死·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를 화두삼아 일희일비하지 않고 세력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우생마사`란 말은 홍수로 불어난 깊고 빠른 물에 소와 말이 빠지면 소는 사는데, 말은 죽는다는 의미다. 물에 빠진 동물의 생사를 가른 것은 두 동물이 가진 본성(本性) 으로 봐야 할 것이다. 먼저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넣으면 둘다 헤엄쳐서 뭍으로 나온다고 한다. 특히 말이 헤엄속도가 훨씬 빨라 소보다 두배정도 빠른 속도로 헤엄쳐 땅을 밟는다. 그런데 장마기에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살이 빠르고 깊은 물에 소와 말을 동시에 던져넣으면 소는 살아나오는 데, 말은 익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말은 자신이 헤엄을 잘치는데 강한 물살이 자신을 떠미니까 그 물살을 이기려고 악착같이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간다. 1미터 전진했다가 물살에 밀려 1미터 후퇴하는 것을 반복하며 약 20~30분 정도를 헤엄치다가 그만 지쳐서 물을 마시고 익사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같이 떠내려간다. `저러다 죽겠다`싶지만, 10미터 떠내려가는 와중에 1미터쯤 강가로. 또 10미터 떠내려 가다가 1미터쯤 강가로 나간다. 그렇게 한 2-3킬로미터 떠내려가노라면 어느새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아 엉금엉금 걸어나온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풀릴 때도 있지만, 또 어떨 때는 아무리 애써도 일이 꼬이기만 할 때도 있다. 그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소와 같은 지혜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때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좌절에 기대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처지도 큰 물에 떠내려가는 모양새가 됐나보다. 10·30 재·보선이 경기 화성갑, 경북 포항 남·울릉 등 전국 2곳에서 치르는 미니 재보선이 되는 바람에 후보조차 내지 못해 여야가 격돌하는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열외가 돼버리고 말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무소속이란 한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여야가 기초연금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때도 `정책 대안 제시`를 내세워 여야 공방과 거리를 두었고, 그러다보니 국감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 아래 사람들을 만나거나 지역 조직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했더니 대선 전에는 긍정적이었지만 현재는 부정적이란 의견이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관심을 끌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3.8%가 `대선 전에는 긍정적이었으나 현재는 부정적`, 28.6%가 `대선전과 현재 모두 긍정적`, 20.7%가 `대선 전과 현재 모두 부정적`의 순으로 응답했다니 안 의원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만도 하다.
이런 형편에 처한 안 의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화두가 우생마사다. 그는 “상황이나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려고 혼자 발버둥치면 빠져죽는 것이고, 민심의 강에 몸을 맡기고 뚜벅뚜벅 제 할일을 하면 언젠가는 저절로 (강물이) 저를 강변으로 데려다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안성맞춤인 고사성어 인용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풍(安風)`을 일으켰던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마만큼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지 또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