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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감사운동과 자살의 심리학

▲ 김진호 논설위원안타까운 소식이다. 경산의 한 고교생이 학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지난 11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최모(15)군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갈취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학원폭력이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병리현상으로 뿌리박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2010년 인구 10만명당 3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CECD회원국 평균자살률 12.8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자살의 원인은 계층별로 다양하지만, 청소년은 주로 학교폭력과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2012년 청소년통계조사에서 청소년의 8.8%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니 말이다.특히 청소년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청소년 시절부터 자신과 남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하도록 요구받고, 강요당하는 사회의 분위기때문에 비롯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지나치게 관계지향적인 사회네트워크나 참혹할 정도로 과열된 경쟁 시스템이 이유라는 얘기다.이처럼 불명예스런 자살률 1위국가란 멍에를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사회나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은 적지않다. 정부 차원에서 자살 시도자와 고위험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자살징후 발견 시 전문가에게 인계해 주는 전문상담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장애 가정이나 노인의 부양 부담이 큰 가정에 대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사회 안전망 확충도 긴요하다. 모방 자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스미디어의 자살 보도에 대한 자율 규제도 강화해야한다.그러나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자존심`이 아닌`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존심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데서 생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존심이다.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에서 나온다. 자신의 가치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평가한다. 자존심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자존감을 갖고 있는 가에 따라 삶을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하늘과 땅처럼 달라진다.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남들이 눈치챌까봐 늘 긴장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느라 항상 피곤하다. 그러나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늘 평안하다. 여유롭고 관대하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한다. 긍정적 사고는 이처럼 자기자신을 존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에서 출발한다. 물잔에 물이 반쯤 담겨있다고 하자. 이를 보고 한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다”며 아쉬워할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물이 반이나 있다”며 만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으며, 그 상황을 좋은 것으로, 혹은 나쁜 것으로 보는 우리의 관점이 있을 뿐이다.또 하나 덧붙인다면 최근 포항시가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감사운동도 자살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감사는 긍정적 사고에서 출발하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일을 긍정하는 데서 감사운동은 시작된다. 그럴 때 나오는 감사기도문은 자못 감동적이다.“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하시기 때문입니다./일이 계획대로 안되게 틀어주심도 감사합니다. /저의 교만을 반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딸이 걱정거리가 되게 하시고, 배우자가 미워질 때가 있게 하시고, 부모와 동기가 짐으로 느껴지게 하심을 감사합니다./인간된 보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데 힘겹게 하심을 감사합니다./눈물젖은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13-03-19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

▲ 김진호 논설위원“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안과 국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주일만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호소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매우 비장한 표정과 말투로 이어진 이날의 대국민담화를 본 국민들은 두 갈래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쪽은 야당을 강하게 질타하며 소신있게 밀어붙인 데 대해 “속 시원하다. 잘한다.”고 했고, 또 다른 쪽은 “불통의 정치, 밀어붙이기 정치가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다시 1주일이 지났다. 국회는 정당ㆍ정파 간 공방만 요란한 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아직도 여야간 감정싸움으로 번져 머리채를 휘어잡고 뒤흔드는 모습이다.국회가 처리해야 할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를 두고 대통령이 나서서 진심을 몰라준다며 야당에 면박을 줬으니 여야 협상이 원활히 진행될리가 없다. 야당도 지켜야 할 체면과 명분이 있는 데, 대통령은 “모든 것이 야당의 책임”이라고 국민앞에 선언하고 항복하라고 종용하는 양상이 됐으니 말이다. 결국 정부조직법 개편안 늑장처리는 대통령의 밀어붙이기 대국민담화에 이은 여당의 대통령 눈치보기, 거기에 편승한 야당의 명분싸움이 어우러져 빚어낸 3자 합작품이 됐다.야당이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 앞서 대선에서 진 민주통합당의 형편과 전당대회에서 정식 선출되지 않은 임시 지도부의 입장을 배려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자신 역시 과거 10년 동안 야당 지도자로 여당의 핍박을 받았지 않았던가.정부조직법 개편안 늑장처리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정마비 상태에 빠졌다. 매주 화요일 개최해온 국무회의 조차 대통령과 총리외에 15명 이상의 국무위원이 참석해야 하는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해 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각료들과 국무회의를 함께 열지 않겠다는 고집도 화근이었다. 결국 11일에야 당초 방침을 꺾고, 이명박 정부 각료 2명과 함께 새로 임명된 13명의 장관을 참석시켜 첫 국무회의를 연다니 민망하다. 뒤늦게나마 첫 국무회의를 서두른 것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 고조 등 안보위기 속에 정부 출범 보름이 되도록 국정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어쨌든 현재 박근혜 정부의 위기는 독선과 일방통행의 불통정치에 기인한다. 이래서는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기는 커녕 싹도 틔우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화와 타협, 국민대통합정신은 어디다 내던지고 5년의 긴 항해를 떠난 것일까.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술과 제왕적 대통령의 카리스마를 벗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해나가야 한다.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통치`가 아닌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관에 부닥친 것도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수평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소신`과 `국정철학`이란 이유로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기 때문이 아닌가.이쯤에서 혜민스님이 쓴 `멈추면 바라보이는 것들`이란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다. “지금 처한 상황을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가 없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라. 원래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없다. 내 마음의 상(相)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좋은 것, 나쁜 것이 생기는 것뿐이다.”

2013-03-12

위기의 박근혜 정부

▲ 김진호 논설위원안타깝지만 예견된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둘러싼 여야대립으로 새 정부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여야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규정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돌연 사퇴하는가 하면 부활되는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이 지난 1월30일이니 벌써 한달이 넘었지만 여야는 아직도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모두 12차례의 공식회담이 열렸고, 세 차례 시한을 정했으나 타결에 실패해 청와대와 여야 모두 정치력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한 부분은 종합유선방송(SO) 등에 대한 관할권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길 지에 대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원안 고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민주통합당도 `방송장악 우려`를 주장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어쨌든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3월까지 처리되지 못한 것은 역대 정부의 사례를 봐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영삼 정부 때는 2월23일, 김대중 정부 때는 2월17일, 이명박 정부에선 2월 22일 정부조직법이 처리됐다. 노무현 정부에선 개편안이 발의되지 않았다.박 대통령의 딱한 처지를 보면 로버트 치알디니박사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나오는 길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분석이 떠오른다. 뉴욕시 퀸스구에서 제노베스라는 이름의 20대 후반의 처녀가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 근처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살해됐다. 뉴욕 타임즈의 편집국장인 로젠탈은 사건 발생 일주일후 시의 경찰국장과 점심을 먹으면서 퀸스구의 다른 살인사건에 대해 질문했는데, 경찰국장은 제노베스 사건에 대해 질문하는 것으로 오인해 어마어마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즉, 제노베스는 수많은 목격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무려 35분동안이나 대로에서 쫓기면서 3번씩이나 칼에 찔려 살해됐다는 것이다. 로젠탈은 경찰국장의 이야기를 듣고 목격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1면 톱기사로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미국 전역을 온통 들끓게 만들었다. 당시 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퀸스구에 살고있는 38명의 충실한 시민들은 살인자가 거리를 활보하면서 한 여자를 세차례나 습격해 칼로 찌르는 장면을 물끄러미 구경만 하고있었다. …”로버트 박사는 이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설득심리학에 있어서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도입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거리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은 속으로는 무척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최소한 겉으로는 모두 침착하게 위기상황을 바라만 보고있는 것을 보고, 사회적 증거법칙에 따라 그 상황을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선 문제와 불통 브리핑 논란 등으로 취임 전부터 지지율이 44%로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여당이 야당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했고, 국민들도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지켜보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즉, 국민들은 이 상황을 위기상황이 아니라 불통정부의 정치력 부재와 야당의 `몽니`사나운 행태가 서로 힘겨루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만 것은 아닐까.박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대국민담화를 내놓은 것은 정국타개책으로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과 청와대의 대처방식은 매우 실망스럽다.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행보도 마땅치 않지만 퇴로없이 야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가 마냥 위태위태해 보인다.

2013-03-05

어느 목민관의 하루

▲ 김진호 논설위원“달성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달성군은 1914년 3월1일 조선총독부령 제111호로 대구부 외곽지와 현풍군을 합쳐 달성군으로 개청했기에 오는 3월1일이 개청 100년이 됩니다. 면적은 426.94㎢로 대구의 절반 크기이고, 산업은 대구의 3분의 1, 인구 18만7천여명으로 군단위 지자체 가운데는 울주군 다음으로 인구가 많습니다.…”지난 주말 김문오 달성군수의 초청으로 몇몇 지인들과 함께 달성군을 찾았을 때였다. 김 군수가 일일관광 가이드를 자청하며 달성군을 이렇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대구 MBC보도국장을 역임한 김 군수는 필자와는 10여년전 기자시절 부터 알고 지낸 언론계 선배다. 김 군수가 고향인 달성군수가 된 것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하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그가 새누리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될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는 이날 화원동산,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마비정벽화마을, 달성보, 도동서원, 비슬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버스투어 일정을 온종일 함께 하며 달구벌이 달불로, 그리고 다시 달성으로 바뀌었다는 지자체 이름의 기원부터 시작해 달성군 현황, 유서깊은 명소와 문화재 등에 대해 유창하게 소개했다.첫 방문지인 화원동산은 필자가 어릴 때 봤던 유원지 모습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강변에 들어서 있던 식당들이 모두 철거됐고, 잔디밭과 버드나무, 포플러나무, 그리고 100살도 넘어 보이는 팽나무 고목이 우리를 맞았다. 김 군수는 “화원동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먹거리가 없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주막촌 설립을 구상하고 있는 데, 고수부지를 관리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하천수위가 크게 내려가 고수부지 활용이 가능한 데도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공직사회의 무사안일한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3월1일 첫 삽을 떠는 비슬산 대견사 중창사업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처음 대견사 중창을 제안했더니 군청 공무원들이 하나같이 `문화재청 관련 공사는 어렵다`고 머리를 흔드는 겁니다. 그래서 별도로 정책사업팀을 만들어 중창사업을 추진해 마침내 3년만에 착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슬산 자락에 있는 마비정 벽화마을에 이르자 김 군수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벽화마을은 산간 빈촌마을을 그가 아이디어를 내 변신시킨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폐가가 즐비하고, 토담과 블록벽, 초가와 기와집, 슬레트집이 쓰러져가고 있는 오지마을을 달성군 문화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했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이 마을 출신의 화가가 마을집 담벼락에 손님을 내다보는 오누이, 사계절, 얼룩이와 점박이, 다람쥐와 목련, 여름풍경, 호박넝쿨, 장독대와 메주, 가을추수 장면 등 옛정취 물씬한 풍경들을 벽화로 그려 명물마을이 됐고, 이게 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렇게 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돼 마을사람들이 무척 좋아하겠다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자체장으로서 일하는 게 참 쉽지않다고 회의를 느낄때가 있어요. 이렇게 군에서 돈을 들여 마을을 꾸미고, 관광객을 유치해줘도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마을에 농촌체험전시장을 만들어 수익금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공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 군자답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고`목민관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선배에게서 군자의 아름다운 풍모를 발견한 하루였다.

2013-02-26

심봉사와 금배지

▲ 김진호 논설위원말 그대로 소설같은 인연이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전원 장학금을 주는 국립구미전자공고에 입학해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전자산업단지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학교였다. 70년대 후반 박근혜 당선인이 이 학교를 방문할 때 학생대표로 영접한 것도 그였다. 이후 그는 경북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기술고시를 패스해 직업공무원의 길을 걸어 이사관까지 승진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총선에서 3선의 김성조 의원을 새누리당 공천경쟁에서 이기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말하자면 박 당선인의 아버지가 설립한 학교를 졸업하고, 그 딸인 박 당선인이 인재영입을 위해 `이공계 정치 신인에게 최대 20%의 가산점을 주는`공천 룰에 힘입어 당선된 것이다. 그가 바로 심학봉 의원이다. 이런 특별한 인연때문인지 심 의원은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486세대 답지않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인생의 멘토로 삼았고, `새마을 운동노래`를 휴대폰 칼러링으로 심었다.심 의원은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한국생산성기술연구원 부원장,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 등 정보통신분야에서 일했다. 직업공무원으로서 10년가량 정년이 남았는데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3선 중진 정치인에게 도전할 만큼 승부사 기질도 갖췄다. 박근혜 당선인이 문화콘텐츠와 정보통신분야 미래산업을 이끌 동력으로 꼽았으니 심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위해 중요한 몫을 해낼 사람이란 평을 들을만한 이력의 소유자다.그런 그가 `심봉사`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 뒤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아 국회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사실 특정 정치인의 인터넷 팬클럽이나 팬클럽 회원이 인터넷을 이용해 지지운동을 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냐 하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12월29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확대 해석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UCC 등 인터넷매체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다`고 `한정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선거운동기간에 상관없이 인터넷에서 지지나 낙선에 대한 네티즌들의 주장이 넘쳐났다.그렇더라도 만약 심 의원이 인터넷 카페를 주도적으로 조직을 했거나, 카페나 카페 회원들이 SNS나 카페 등의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지지운동을 했다면 당연히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사조직 결성과 사조직의 선거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심학봉 팬 카페인 이른바 `심봉사`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고, 지지운동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졌다면 `공직선거법 93조 1항의 위헌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란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선지 심 의원은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재경포항출향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재판부가 팬 카페를 본인이 주도적으로 구성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카페 관계자들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등의 간접증거만으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옳지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자택을 팔아 변호사 비용을 마련할 만큼 비장한 결의에 차있었다.직업 공무원의 벽을 넘어 정치에 입문한 심 의원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엄격해진 법원 판결때문에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시들지는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2013-02-19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Ⅱ

▲ 김진호 논설위원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에 대해서는 지난 주에도 강조한 것 처럼 박 당선인이 측근 실세 몇명과 의논하는 방식이 아니라 널리 인재를 추천받아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이니 좋은 인재를 등용하는 법, 즉 인사에 대한 얘기는 고전에서도 자주 등장할 만큼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숙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짓밟혀 초토화된 연나라에 소왕이 즉위한 뒤 제나라에게 원수를 갚고자 모사 곽외에게 물었다. “과거 제나라는 우리나라의 혼란을 틈타 공격해왔소, 우리나라가 지금은 작고 약하기 때문에 널리 인재를 구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해 선대의 치욕을 씻고 싶소. 이것은 나의 소망이요. 추천할 만한 인재가 있거든 말해주시오. 내가 직접 모시러 가겠소.”곽외는 이렇게 말했다. “옛날 말을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는 데, 그는 천금을 주고 말을 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매일 불만에 차있는 임금을 본 한 신하가 자신에게 이 일을 맡겨달라고 말했고, 신하는 천리마를 구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석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좋은 말을 찾았습니다. 막상 이 말을 사려고 했을 때 그 말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500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임금은 천리마의 뼈를 보고 매우 화가 나서 그 신하를 꾸짖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말인데, 너는 어찌해 무슨 소용이 있다고 죽은 말의 뼈를 사왔느냐. 500금을 낭비한 것이 아니냐.`그러자 그 신하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500금을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죽은 말의 뼈를 아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전하를 진심으로 좋은 말을 아끼는 군주로 믿게 돼 반드시 좋은 말을 바치는 이가 있게 될 것입니다.` 과연 일년이 지나자 어떤 사람이 세 마리의 천리마를 임금에게 바쳤습니다.”그러면서 곽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지금 왕께서는 천하의 인재를 모으고 계시는 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금을 주고 천리마의 뼈를 산다`는 천금매골(千買骨)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모사 곽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소왕이 물었다. “천금매골이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곽의는 다시 대답했다. “죽은 말의 뼈를 천금을 주고 샀다는 임금에 대한 소문이 천리마 세필을 불러오게 했다면 전하께서 부족한 저부터 신임해 우대해주셨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저보다 더 훌륭한 인재들이 모두 전하께 의지하러 오게 될 것입니다. 비록 신은 죽은 말의 뼈에 지나지 않으나 전하께서 저를 등용해 천리마처럼 아끼신다면 사방에서 살아있는 천리마들이 올 것이니 굳이 각 지방으로 사람을 보내 인재를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8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오는 25일 새 정부 출범을 위한 큰 고비는 일단 넘겼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총리 후보자의 검증 통과와 청와대 인선, 그리고 각 부 장관 인선 및 검증 등이 남아 있다. 그 다음으로 세인의 관심을 끄는 사안은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17부3처17청에 달해 국회 각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사 규모가 적지 않으니 박 당선인이 인선과 검증에 들이는 공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들이는 공이 적지않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고전에 나오는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을 들려주고 싶은 것은 이 나라에 인재를 아끼고 키우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를 천하에서 널리 구하려면 마땅히 `천금매골`의 지혜와 함께 인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2013-02-12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

▲ 김진호 논설위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위 `빅2`는 국정철학이나 비전 등이 같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 만큼 박 당선인이 직접 겪어본 사람 가운데 신뢰할 만한 인물을 선택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국무위원 후보자나 기타 공공기관장 인사를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박 당선인이 직접 만나거나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럴 때는 사람에 대한 평판을 여러 채널로 듣고,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거쳐 말 그대로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를 하는 게 옳다. 예의 `철통보안`만 강조하다가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의 인사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통상 대통령이 고위 공직에 사람을 쓰기 전 인사검증 절차에는 국가기관의 자료가 총동원된다. 예를 들면 행정안전부에서 주민등록자료를 받아 위장전입여부를,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자료와 부동산거래내역 자료를 받아 부동산 투기나 편법증여 등을, 병무청 및 출입국관리소에서 병역자료와 국적자료를 받아 병역문제를, 경찰·검찰청으로부터 음주운전이나 폭력 등 전과사실을, 감사원으로부터는 공무원 징계사실을,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으로부터는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납부기록을 제출받는다. 이밖에 국정원·경찰청·감사원, 국무총리실 등에서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학력·경력상 특이사항이나 가족관계, 재산형성상 문제, 종교문제, 사생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따라서 정부내에 작동되는 인사검증 시스템만 통해도 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웬만한 결격사유는 모두 걸러지도록 돼 있다.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지명때 보안을 강조하며 인사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것은 새 정부 출범에 어려움을 자초한 것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여기서 필자는 인사검증 서류에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인재를 뽑는 데 세간의 평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판은 보통 세 가지 기본요소로 압축된다. 3A, 즉 외모(Appearance), 능력(Ability), 태도(Attitude)다. 토속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꼬라지, 싹수, 싸가지`다.먼저 `꼬라지`로 표현되는 외모는 호감, 비호감을 떠나 내면을 평가하는 아주 쉬운 도구로 사용된다. `나이 사십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살아온 이력이나 내공이 얼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UCLA대학 메라비언 교수의 연구결과에도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이미지에 미치는 효과는 시각적인 요소가 55%, 청각적인 요소가 38%를 차지하고,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의 내용은 불과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했다.`싹수`로 표현되는 능력은 업무능력 뿐만 아니라 더불어 일하는 능력, 또는 리더십이 함께 평가된다.마지막으로 `싸가지`라 표현되는 태도는 사람의 모든 처세를 통칭하는 요소다. 사실은 싸가지 하나만 해도 평판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신이 한 말이면 뭐든 꼭 실천한다”, “예의가 바르다”, “겸손하다”, “경우를 안다”등으로 사람을 평하는 데, 이게 싸가지요, 평판이기 때문이다. 이 평판은 참으로 잠깐 노력해 바꾸기 어렵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얼마나 경우있게 말하고 행동했는 지, 얼마나 겸손한지, 따뜻한지, 유쾌한지 한참을 지켜 본 뒤에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박근혜 당선인이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라기에 평판좋고,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결코 대통령과 측근 실세 몇 명이 좌우하는 인사가 돼서는 안된다. 여러 채널로 인재 추천을 받은 뒤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음만 비운다면….

2013-02-05

내게 정말 소중한 것 지키기

▲ 김진호 논설위원최고의 부모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훌륭한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한 조언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게 보통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고, 자녀 교육에 대한 책도 적지 않게 읽었지만 부모역할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통해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자녀교육에 관한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로 겪는 일상의 딜레마에 부딪히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허둥대고 만다.그러던 중 미국 코넬대학 칼 필레머 교수가 쓴 `내가 알고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이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필레머 교수는 1천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는 데, 세상을 살아보고 나서야 알게되는 내용들이 빼곡이 담겨 있었다.필레머 교수는 먼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계획된 좋은 시간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들을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녀와 평생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도록 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직 시간뿐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나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부모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좀더 비싼 물건을 사고, 휴가를 좀더 즐기기 위해 일에 빠져 지내선 안된다. 나이든 후 가장 후회스런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못한 것이고, 아이들 역시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둘째, 자녀 가운데 편애하는 아이가 있더라도 절대로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부모는 보통 성격이나 여가시간에 즐기는 일, 가치관 등이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아이에게 마음이 더 가기 마련이다. 다만 절대 편애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해서는 안되며, 편애하는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해서도 안된다. 자신이 덜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기억이 부모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가장 폭력적인 경험에 해당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셋째, 훈육은 애정어린 방식이 좋으며, 체벌은 무조건 안된다. 필자 역시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속담이 통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체벌은 최악의 훈육이며,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는 길이자 오랫동안 가슴에 멍을 남기는 행위라는 게 필레머 교수의 결론이다. 훈육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부모가 분노를 조절하고, 아이에게 더 많이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한다.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캐나다에서 있었던 실화다. 그는 어려서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속에 학대를 받았으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했다. 가정을 이뤄 아들이 생겼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그는 자수성가한 다른 남자들처럼 소년시절부터 꿈꿨던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했다. 그러던 어느날, 차고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나간 그는 어린 아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못을 들고 스포츠카에 낙서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성을 잃은 그는 손에 잡히는 공구로 아들의 손을 가차없이 내리쳤고, 아들은 대수술 끝에 결국 손을 절단해야 했다. 수술이 끝나고 깨어난 아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잘린 손으로 울며 빌었다. “아빠 다신 안그럴께요. 용서해주세요.” 한손과 잘려나가 붕대 감긴 팔목으로 용서를 비는 아들의 모습을 비통하게 말없이 지켜본 그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 차고에서 권총으로 자살하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들이 남긴 낙서였다. 거기에는 “I love daddy”라고 씌어 있었다.사람들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리고서야 실감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잘못해도 훈육은 조용하고 절제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 늘 곁에 있다고 소중함을 잊어선 안된다. 내게 무엇이 진짜 소중한 지 주변을 둘러보자. 진짜 소중한 것을 찾았다면 절대로 그것을 놓치지 말자. 이제부터라도.

2013-01-29

공자천주(孔子穿珠)의 지혜

▲ 김진호 논설위원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사업인 `4대강 물길살리기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한 또 다른 전문가들은 별 문제가 없다며 적극 항변하고 있어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4대강 사업 부실논란의 핵심은 설계·시공 부실에 따른 보의 안전성 여부, 그리고 보가 수질악화에 영향을 미치느냐 여부다. 특히 기후변화로 녹조현상 등 수질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어 4대강 보가 수질악화를 야기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온 국민의 관심속에 진행된 국책사업들이 진행과정이나 사업 시행 후에 논란에 휩싸이는 걸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지난 2011년 대구·경북·경남권과 부산권이 유치전을 벌였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도 마찬가지다.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과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섰다. 객관적이어야할 전문가들 주장마저 엇갈리다 보니 정부도 혼란에 빠졌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인 영남권 신공항 설립을 백지화하는 결정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그 후 대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신공항 설립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해 신공항 입지논란 역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국책사업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 2002년 제기된 `도롱뇽소송`이다. 정부가 대구~부산간 경부고속철 공사를 하면서 천성산 구간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자 천성산 12개의 계곡과 22개의 늪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지율스님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가 소송을 내고, 지율스님이 단식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극심한 찬반논란을 빚었던 사건이었다. 우여곡절끝에 경부고속철이 완공된 후 천성산 도롱뇽을 비롯한 생태계에 큰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보도돼 일단락됐지만 국론분열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되곤 한다.국책사업과 관련한 전문가 집단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이번에 문제가 된 4대강 사업 성패논란도 전문가 집단이 국책사업을 잘 추진하는 쪽에 힘과 지혜를 보태지 않고,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내편 네편을 가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은 아닌가.공자는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할 무렵 위나라에서 `아홉구비나 구부러진 구멍이 있는 진귀한 구슬`을 품속에 부적처럼 간직하고 다녔다. 제자인 자로가 물었다. “어찌하여 그 구슬을 그토록 소중하게 갖고 다니시는 겁니까”“이 구슬에는 아홉 구비의 구멍이 있다. 나는 이 구멍에 실을 꿰려한다.”“이는 불가한 일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13년동안 구슬을 품속에 넣고 다니면서 골똘히 궁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에를 치기 위해 뽕을 따는 아낙네를 만났다. 공자는 아낙네라면 구슬에 실을 꿰는 방법을 알수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해 물었다. 그러자 아낙네는 이렇게 대답했다. “조용히 생각하십시오. 생각을 조용히 하십시요.(密爾思之 思之密爾)” 대답을 들은 공자에게 그 대답은 벽력과 같은 것이었다. 때마침 공자의 눈앞에는 먹이를 운반하는 개미떼가 있었다. 공자는 조용히 생각하고, 생각을 조용히 하며 개미떼를 지켜보다 마침내 한가지 방법을 깨달았다. 개미 허리에 실을 매어 구슬의 한쪽 구멍에 밀어넣고, 다른 출구쪽 입구에 꿀을 발라 유인했다.국책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요란한 요즘, 먼저 입을 열어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조용히 생각하고, 생각을 조용히 해 나라를 화평케할, 공자천주(孔子穿珠: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점이 있다는 뜻)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2013-01-22

`죄수의 딜레마`

▲ 김진호 논설위원경찰에 공범인 두 명의 범죄용의자가 잡혀왔다. 이들은 구속되기 전에 서로의 범행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합의했다. 범인들은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상대의 범행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둘다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 경찰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가지고 있어 자백을 받아야만 한다. 경찰은 두 용의자를 함께 신문할 경우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서로 격리시킨 후 개별적으로 신문한다. 경찰은 두 용의자에게 똑같이 제안한다. “당신이 아무리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1년 정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범행을 자백한다면 수사 협조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은 석방해 주고, 대신 묵비권을 행사한 다른 방에 있는 용의자는 가중처벌로 10년형을 받게 하겠어. 만약 둘다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해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거야.”이럴 경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물론 똑같이 묵비권을 행사해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격리돼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결론을 말하면 두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해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내 자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대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내가 자백을 하면 석방되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다같이 5년형을 받게되니까 자백하는 게 유리하다. 또 상대가 자백을 할 경우 내가 자백을 하면 5년형을 받게되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10년형을 받게되기 때문에 역시 자백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명 `죄수의 딜레마`는 서로를 불신할 경우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선택해도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지난 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썩어빠진 정치판을 쇄신하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고, 국민들에게 기필코 정치쇄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유권자들도 이들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이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여권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앞섰었다. 만약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신뢰를 쌓고 협동하기만 했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그 큰 뜻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직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의 여망만을 바라보고 상호 신뢰 아래 협동해 두 후보의 배경을 이루는 정치세력이 합쳐질 수 있도록 했다면, 장기적 안목으로 정치쇄신을 이루기 위해 서로 정치적 동지가 됐다면 말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야권 후보자리를 두고 욕심을 내며 대통령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죄수의 딜레마`덫에 걸리고 말았다. 1987년 대선때 김영삼, 김대중 후보 역시 후보 단일화만 했다면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으나, 서로 믿지 못하고 함께 출마했다가 둘 다 낙선했는 데, 이 역시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된다.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근 행보가 `불통`이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인수위원 선정단계에서는 `밀봉 인사`란 비판을 받더니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들어선 후에는 아예 `정보 차단`논란이 거세다. 심지어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의 인수위원직 사퇴에 대해 인수위가`일신상의 이유`란 이유로 얼버무려 그의 사퇴를 두고 인사위원간 대북정책 갈등설, 친인척 재산문제설, 국가안보실 신설 관련 정보누출 인책설 등이 무성하다. 대통령 인수위와 언론이 차기 정부에 등용할 인사와 정책을 검증하는 파트너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서로 불신과 반목을 노출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죄수의 딜레마`가 아닌가.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나서서라도 인수위와 언론이 불신으로 대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2013-01-15

대통령직 인수위에 바란다

▲ 김진호 논설위원세계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오르던 몽골의 칭기즈칸(1162~1227)이 금나라(1115~1234)의 인재로 명성이 자자한 야율초재(1190~1244)에게 물었다. “나의 신하가 돼 줄 수 있겠는가?” “두 가지만 약속해 주신다면 폐하의 충복이 될 것을 하늘과 땅에 맹세합니다” “어떤 조건인가?” “백성이 피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을 흘려줄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하겠다”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을 때 같이 굶어 줄수 있습니까?”“이 또한 짐의 목숨을 걸고 반드시 지키겠다” 두 가지 약속에 대해 확답을 받은 야율초재는 칭기즈칸과 함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을 세워 인류사상 최고의 정치가로 이름을 떨쳤다. 야율초재와 칭기즈칸의 약속은 짧고 단순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백성이 통치의 근본 목적이요, 제왕도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새로 출범한 인수위 행보를 보면 예전 인수위와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잘한다고 박수쳐주고 싶은 마음이 됐다가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대목도 적지않다. 먼저 인수위원에 측근 실세들을 배제하고 학자 위주의 실무형으로 구성한 것이나 말 많고 탈 많았던 자문위원 구성을 하지 않은 데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환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또 출범식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가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는 국민의 삶”이라고 했다니 칭기즈칸과 야율초재의 약속을 생각케 하는 다짐이다. 출발이 좋다.그러나 인수위 인사가 지나치게 철통보안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인사검증은 되고 있는지, 일부 측근의 의견이 편중되게 반영되거나 박 당선인 혼자만의 판단으로 나랏일 맡길 사람이 결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야당이 벌써부터 `불통인사` `밀봉인사`라고 날선 비판을 내놓는 게 흘려들을 얘기도 아니다.특히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천명해 온 만큼 인수위와 국민 사이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데, 극우성향의 발언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았던 윤창중 대변인의 행보는 아슬아슬하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 워크숍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기삿거리는 없다. (기조발제도) 공개할만한 영양가는 없었다”고 말했고, “영양가가 있고 없고는 언론이 판단할 문제 아닌가”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한다”고 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든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것은 너무 오만한 태도다. 야당과 불필요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그렇다. 이명박 인수위때 부위원장을 역임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인수위 출범직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차분히 만들어 대통령 취임 뒤 장관이 임명되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야당과 협조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한 보람이 없어진 셈이다.그나마 인수위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박 당선인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구체화 할 로드맵을 짜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소식은 반갑다.야율초재는 칭기즈칸에 이어 제위에 오른 오고다이칸이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하려 한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의 해로운 일을 제거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개혁이라면 새로운 사업이나 제도를 시행해 백성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 보다는 원래 있던 가운데서 해로운 일, 필요없는 일을 제거하는 더 낫다는 얘기다. 이른바 무위의 개혁이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이미 대선기간 동안 국민에게 수많은 공약을 내놨다. 인수위는 이들 공약을 차기 정부의 정책으로 구체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무위의 개혁만으로도 인수위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2013-01-08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의 차이

▲ 김진호 논설위원손자병법에 `싸움을 위해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마지막 변수는 유언비어`라고 했다. 전투를 목전에 두고 군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거수일투족이야 말로 마지막 경계대상이다. 전쟁의 승패뿐 아니라 유언비어가 나라의 운명을 바꾼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증거는 많다.고구려말에 `나라가 900년이 못돼 80 장군에게 망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바야흐로 고구려는 900년 역사를 맞이하고 있었고, 당의 원정군을 이끌던 이세적의 나이가 여든이었다. 당은 이 소문을 적극적으로 퍼뜨렸고, 고구려는 이 소문에 흔들렸다. 백제말에는 땅속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백제는 가득 찬 달이요, 신라는 새로 차는 달`이라고 적힌 글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득 찬 달은 이지러지는 일만 남았고, 새로 차는 달은 보름달이 될 테니 곧 백제가 망한다는 뜻이었다. 후고구려말에도 왕창근이란 상인이 거울을 저자에서 샀는데, 해가 비추면 거울에 글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글을 풀이하니 `송악에서 난 왕건이 철원에서 일어난 궁예를 물리치고 신라를 차지한 뒤 압록강까지 지배한다`는 뜻이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같은 유언비어들은 민심을 여지없이 흔들어놓았고, 흔들린 민심을 파고 든 새로운 세력이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유언비어의 파괴력은 실로 무섭다. 현대 선거전에서 유언비어는 바로 흑색선전을 지칭한다.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방을 모략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정치적 술책을 일컫는 흑색선전은 선거전에서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진위여부를 가릴 시간여유가 없을 때 그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흑색선전으로 운명이 바뀐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다. 요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원유세를 다니고 있는 이 전 대표는 “네거티브 공작과 흑색선전은 민주정치를 죽이는 정치적 암으로 철저히 배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지금 민주당의 전신인 여당이 제기한 이른바 `3대 의혹`사건에 휘말려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57만여표, 불과 2.4% 차이로 패했다.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던 장남 정연 씨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비롯한 3대 의혹은 선거가 끝나고 난 뒤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이미 선거는 끝난 뒤였다. 운명이 바뀐 것이다. 15대·16대 대선에 두번이나 야당 후보로 나섰다가 흑색선전에 고배를 마셨던 이 전 대표의 회한은 깊고 깊었다.`초박빙`혼전 양상으로 보도되고 있는 이번 대선은 어떻게 결론날까.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흑색선전은 통상 세불리를 느끼는 측이 유리한 후보를 공격할 때 동원된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여론조작 의혹,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유포되고 있는 박 후보의 아이패드 커닝논란, 종교단체 `신천지`와의 관련 의혹 등을 퍼뜨리는 걸 보면 미루어 짐작되지 않느냐고 말이다.흑색선전과는 다르지만 네거티브 전략이란 것도 있다. 네거티브는 `부정적`이라는 사전적 의미외에 상대방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의도로 비난 또는 공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흑색선전이 부도덕한 여론왜곡행위인 것과는 달리 네거티브전략은 상대의 오류를 일깨워주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하는 일련의 개선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정도가 지나치면 흑색선전과 다를 바 없는 게 문제다.이번 대선을 `쥐락펴락`했던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최근 박-문 두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행태를 이렇게 질타했다. “과정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선다. 부끄러운 승리는 영원한 패자가 되는 길이다. 국민은 그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두 후보 모두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약속하지 않았나. 국민들도 깨끗한 승부를 원한다. 그게 새정치의 출발점이다.

2012-12-18

설득심리를 이용한 투표율 제고법

▲ 김진호 논설위원사퇴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기묘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주 초반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조금씩 벌리며 앞서나갔으나, `안철수 효과`로 또 다시 예측불허 국면이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다가 그의 사퇴 이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이른바 `신(新)부동층`의 향배가 변수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9일 현재 전체 부동층 10~13% 정도 가운데 절반인 5~6%가량을 신부동층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3% 안팎의 부동층은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안철수 재등판`이전에 박 후보가 문 후보를 5~6%포인트 정도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1~3%포인트 정도로 좁혀져 `초박빙`승부가 된다.또 하나 막판 변수는 투표율이다. 통상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낮으면 여권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1997년 15대 대선때 80.7%의 투표율로 야권의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비롯, 2002년 16대 대선때 70.8% 투표율로 당시 여권의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선때 62.9%의 낮은 투표율로 야권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 하다.확실한 것은 여권은 여권 지지자들을, 야권은 야권 지지자들을 많이 투표하게 하는 게 유리할 것이란 사실이다. 특히 이번 18대 대선의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간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누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더 많이 투표장에 오게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엇갈릴 수 있다. 그래서 여야 캠프 모두 자신의 지지자들을 투표하게 할 아이디어 도출에 필사적이다.이 대목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투표율 올리는 법`을 소개한다.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나오게 할 전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저 지지자들에게 선거당일에 투표할 것인지 물어보고, 그렇게 대답한 이유를 말해달라고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사회과학자 앤서니 그린월드의 연구팀이 어떤 선거 하루전날 유권자들에게 이 기법을 실험해 봤다고 한다.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투표율은 86.7%로, 질문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투표율 61.5%보다 25.2%나 더 높았다는 것이다.이 기법에는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두가지 단계가 포함돼 있다. 첫번째는 사람들은 바람직한 행동에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를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대개 참여할 거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투표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응답자들이 `집에서 조용히 TV프로그램이나 시청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둘째, 사람들 대다수는 바람직한 행동을 할 거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후에는 `말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따라서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인도하려면, 전화를 걸어 선거당일에 투표하러 올 것인지 물어보고, “예” 라는 대답이 나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전화를 건 선거운동원이 “그럼 투표하시는 걸로 기록해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유권자의 약속을 굳힐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셈이다. 여기서 약속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하며,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선언돼야 한다.재외국민투표가 오늘 낮 12시로 끝난다. 재외국민유권자 가운데 98세로 미국 최고령인 유정준 할머니는 투표에 참여한 후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고 지혜롭고 용기있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런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오는 19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성공적으로 이끌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길 고대한다.

2012-12-11

경제민주화, 협동조합으로 풀자

▲ 김진호 논설위원박근혜·문재인 여야 대선후보 간에 경제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첫 방송 연설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펼쳐서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도록 만들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가짜라고 비판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중소기업 살리기라며 △대형유통업체 입점 허가제로 도입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약속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경제민주화는 녹록치 않은 과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협동조합이다.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협동조합은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둘 다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켜주는 조언자”라고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민주화에 기대를 표명했다.우리나라에서도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협동조합기본법이 이달부터 발효됐다. 바야흐로 협동조합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금융·보험업을 뺀 모든 분야에서 5명 이상만 있으면 법인격을 가진 다양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농협과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중기협 등 8개 협동조합만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본법 시행으로 진입장벽이 사라졌다.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이익을 목적으로 자본과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조합원과 이용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의결권은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1표로 평등하게 이뤄진다. 지배구조가 주식회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협동조합은 잉여금을 조합원에게 배당하지 않고 적립하며, 조합원의 이용실적에 비례해 배당을 한다. 조합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기본이다.협동조합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사회책임경영을 하게 돼 있다. 조합의 주인이 소비자와 농민이기 때문이다. 주인인 소비자들이 제발로 찾아오니, 광고홍보비를 쓰지 않아도 된다. 굳이 임대료 비싼 곳에 가게를 내지 않는다. 그렇게 비용을 절감한 몫은 소비자와 농민에게 온전히 나눠진다. 예를 들어 최근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지만, 생협 매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의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는 생협이 납품가격을 후려치지 않고 적정가격으로 받아줘 농민들의 수호자가 된다. 풀뿌리 지역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와 복지서비스를 창출하면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협동조합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 협동조합 기업의 경우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도 단 1명의 해고도 없었다고 한다. 가족공동체와 같이 살림이 어렵다고 4명만 먹고 1명을 굶기지 않는다. 즉, 5명의 가족 모두 조금씩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맨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시대가 열리면 경제적 약자의 힘이 커질 수 있다. 제빵업계 소상공인 5명이상 모이면 재벌 빵집에 대응할 조합을 구성할 수 있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와 상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동네슈퍼나 대리운전, 경비, 집수리, 퀵서비스, 학습지, 택배, 골프장 캐디, 친환경 농업인 등 영세사업자들이 협동조합 결성에 속속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골목상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재벌문제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협동조합 기업으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2012-12-04

`안철수 신드롬`의 결말

▲ 김진호 논설위원깜짝 놀랐다. 그냥 후보를 사퇴한다니.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던 그가 느닷없이 사퇴란 카드를 선택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소식을 들은 소회다. 그가 그동안 선보였던, 프로정치꾼 못지 않은 애매모호한 화법에 능숙한 치고빠지기, 쟁점공약에 대해 비켜가는 처세 등을 생각하면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지난 1년여동안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어놓았던 `안철수 신드롬`은 그가 모 TV방송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안철수는 방송에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로서 성직자같은 도덕적 청렴함, 나라를 위하는 마음, 노블리제 오블리제에 대한 신념 등을 선보이며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그 얘기들이 상당부분 사실이 아니었다는 증언들이 나왔지만 진실공방은 그만두자. 그렇게 시작된 안철수 신드롬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타 후보의 지지율을 압도하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하는 `통 큰 면모`를 보이면서 더욱 확산됐다. 이후 20·30대와 중도 무당파를 중심으로 안철수의 인기가 하늘높이 치솟으면서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비등비등한 지지율을 보일 정도가 됐다. 특히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은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여 야권이 단일화에 목맬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그러나 필자는 일찌감치 그가 야권 후보단일화의 최종승자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후보로 내정된 만큼 어떤 명분으로도 후보직을 `양보`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즉, 한 쪽은 양보할 수 없고, 다른 쪽이 양보가능한 상황이면 답은 뻔할 수 밖에 없다. 둘째로 문재인 후보와 달리 안철수는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그의 이미지 자체도 과대포장됐다는 정황은 부담이다. 셋째로 안철수는 국정운영을 함께 할 정치세력이 없다. 설령 대통령이 된다해도 무소속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넷째는 안철수가 국정운영 경험이나 정치경륜이 없는 기업인 출신인 것도 약점이다. 국가운영 경험도, 정치적 협상을 해본 적도 없는 그가 단일화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가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문재인 후보측과 단일화 룰에 합의한 후 룰 대로 싸워 이기는 방법외엔 없었다. 그 경우에도 야당의 노련한 협상가들이 안철수의 승리 가능성을 그대로 두고 보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필자의 확신어린 전망은 이런 정황들을 미뤄 판단한 것이었다. 지인들은 “안철수의 결의가 대단해 양보는 없을 것 같다”거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경쟁력이 안철수가 나으니까 안철수로 단일화될 것 같다”고도 했지만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다만 이런 식의 사퇴는 정말 의외였다. 심지어 민주통합당도 안 후보의 사퇴당일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니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 안철수를 `지고도 승리한 정치인`, `아름다운 패배자` 등으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그의 사퇴를 둘러싼 전말을 생각하면 씁쓸한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업고 출현한 `안철수 신드롬`이 그의 사퇴로 끝내 빛이 바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사퇴 후 안철수 지지층의 50%는 문재인 쪽으로, 20~25%는 박근혜 쪽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20~25%는 부동층으로 남았다고 한다. 안철수의 사퇴는 그 자신이 바란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의 꿈을 버리는 결과가 됐다. `새 정치`를 이루려 했다면 그는 끝까지 달려가야 했다. `정권교체`는 `새 정치`를 이루면 저절로 이뤄지는 꿈일 수 있다. 안철수의 사퇴는 그가 야권 단일화를 공언한 그날, 예정된 수순이었다.

2012-11-27

박근혜 vs `솔연(率然)`

▲ 김진호 논설위원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군대를 솔연(率然)처럼 만들어야 싸움을 잘한다. 솔연은 상산에 사는 뱀인 데,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빈다. 그 중간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지만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돌풍을 만나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를 구해준다.”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중도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연대에 맞서는 모습이 마치 `상산의 뱀`솔연을 만나 쩔쩔매는 모양새여서 하는 말이다.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지난 18일 저녁 단독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식 실무협상을 19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6일 대선후보 등록일(25~26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합의했다가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 인사들의 발언과 조직 동원 등을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은 “(우리의 거취가)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핑곗거리가 되면 안 된다”며 사퇴했다.협상중단 기간동안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라”고 주문했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을 것처럼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러더니 민주당 이해찬 지도부가 사퇴하자 두 후보는 둘 사이에 가로막혔던 장애물이 치워진 양 곧바로 단일화 협상을 재개하고 나섰다. 안 후보가 협상중단후 가진 특별회견에서 거론한 `국민의 뜻`이 `이해찬 지도부 사퇴`를 지칭한 말이었는지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고, 의아할 따름이다.그러나 지난 14일 문·안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을 때 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문·안 두 사람이 3자 구도는 필패구도인 만큼 반(反)새누리당 유권자층의 지지를 단일후보로 몰아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겨뤄볼 수 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박근혜 후보 입장에서야 야권의 두 후보가 단일화한다고 했다가 협상중단 선언, 그리고 다시 재개한다는 식으로 국민의 눈길을 끄는 행태가 마뜩치 않을 것이다. 그래선지 무척 과묵한(?) 박 후보도 최근 단일화 협상 행태에 대해 한마디 참지 못한 듯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단일화 이벤트는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정치”라고 꼬집었다. 안형환 대변인도 KBS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지`에 빗대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또 만난다는데 만나면 또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랴. 정치는 현실인걸.후보등록을 일주일 남겨둔 현재까지 야권후보 단일화가 안갯속 국면인 현실은 개탄스럽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정치쇼란 비난도 적지않다. 우리 속담에 `망건 쓰자 파장한다`고 했다. 장에 갈까 말까 온종일 망설이다가 뒤늦게 나갈 채비를 마치고 망건을 쓰면 이미 장은 파한 뒤가 될 지도 모른다. 더 이상 두 후보가 다투는 모습 보이지 말고, 조속히 단일화해 야권단일후보를 대선 `결선`에 내세워야 할 시점이다.그런 연후 국민들이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과 정책들을 검증하는 TV토론을 보고, 어느 후보의 공약이 더 좋고, 실효성이 있는 지 꼼꼼히 따져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후보의 자질과 정치철학, 집권 청사진도 국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18대 대선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축제 한마당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2-11-20

새누리당의 트라우마

▲ 김진호 논설위원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자 새누리당이 `단일화 트라우마(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에 시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단일화 트라우마는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진보진영에 정권을 뺏겼던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한나라당 시절인 1997년 대선의 김대중-김종필(DJP)연합과 2002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인해 `이회창 대세론`이 연거푸 무너졌던 기억이 새누리당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비록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으로 정권을 되찾기는 했지만 보수진영은 이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를 만큼 타격을 입었다.그랬던 새누리당에게 문·안 후보 단일화 합의는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 해도 티가 날 수 밖에 없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3자 대결을 했을 때는 필승이지만 양자대결 구도가 됐을 때는 어느 쪽도 이기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새누리당으로서는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 당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치적 쇄신이 없이는 단일화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밝힐 때만 해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는 일만은 없기를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그러나 정치판에서도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머피의 법칙`은 자신이 하는 일은 언제나 꼬이고, 항상 재수없는 일만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심리적 상황을 말한다. 이 법칙은 실제 확률은 50%지만 심리적 기대치가 높아서 잘못될 확률이 높게 인식되는 경우라는 게 정설이다.어쨌든 문·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 새누리당은 일대 혼돈상태에 빠져든 것처럼 보인다. 이정현 공보단장이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국무총리 구상을 가리키며 “`문통안총`조건부 단일화”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와 선대위 지도부가 원색적인 용어를 써서 삿대질이다. “권력나눠먹기” “구태정치” “일종의 포장술” 등으로 논평하다 급기야 선대위 공동의장인 김태호 의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이렇게 해도 국민이 속아넘어갈 것이라고 국민을 `홍어X`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막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그러나 새누리당이 문·안 후보의 단일화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전략상 손해일 뿐 아니라 국민들 보기에도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다. 진보진영에 속하는 두 사람이 단일화할 것이란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이 이미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던 일인데, 유독 새누리당이 욕지거리까지 동원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스스로 약세를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통령 선거판세를 전쟁에 비유해 분석해보자.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는 공격의 3대 요결을 선제(先制), 주동(主動), 의표(意表)라는 세 단어로 요약하고 있다. 치사하고 비겁해 보이지만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먼저 주먹을 날리는 게 `선제`다. 첫 타격을 안겨준 뒤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 싸움을 주도하는 게 `주동`, 그리고 상대가 다른 곳을 볼 때 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는 게 `의표`다.지금의 국면에 대입해보면 새누리당이 야권의 문·안 후보로부터 선제공격과 주동을 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전세를 바로 잡으려면 야권의 단일화에 집중할 게 아니라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후보 단일화에 골몰하고 있는 야권이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는 민심을 아우르는 방책, 그것이 타개책이 될 터이다.

2012-11-13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 김진호 논설위원가을이 깊어간다. 내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소망하게 되는 계절이다. 쓸쓸한 계절속에 혼자 되뇌어 보는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다. 이 시에서 `이름`이란 존재 가치나 의의를 뜻한다. 이름이 주어져야 비로소 사물은 의미를 얻게 되고, 의미를 얻게 됨으로써 존재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길섶에 있는 풀들은 구체적인 이름을 얻지 못하고 그냥 잡초라고 불린다. 민들레나 개나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민들레면 민들레지 따로 붙여진 이름이 없다. 돌멩이는 그냥 돌멩이고, 바위도 바위일 뿐이다.그러나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름이 있고, 그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바란다. 하나하나가 유의미한 개체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의 수단이 아니라 바로 목적 그 자체다.미국의 한 초등학교에 헬렌이란 선생님이 있었다. 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그 반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적은 명단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난 뒤 선생님은 “호감이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명단에서 그 학생의 이름에 표시를 한 후 제출하라”고 말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학생들은 모두 자기가 적은 명단을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선생님은 별도의 종이에 각각의 학생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표시한 다른 학생의 이름을 적어서 새로운 명단을 만들었다. 다음날, 선생님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자신이 만든 명단을 나눠줬다. 대부분이 2쪽 정도의 긴 목록이었다. 명단을 받은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학생 중 한명이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헬렌 선생님과 함께 같은 학급이었던 학생들 모두가 장례식에 참석했다. 전사한 학생의 부모는 죽은 아들의 군복 상의에서 발견한 2쪽 분량의 명단을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손때가 묻어 닳을 대로 닳은 학창시절의 명단이었다. 그 때 한 여학생이 가방에서 자신의 명단을 꺼냈다. 그녀도 항상 이 명단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준 것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모든 학생들이 품안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명단을 펴보이기 시작했다. 이내 장례식장에는 따뜻한 미소가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은 이처럼 소중한 일이다.좀 다른 얘기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소유자가 누구일까. 정답은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인이다. 그는 시베리아를 포함한 러시아(1707만㎢)에 비해 두배 더 큰 달(3800만㎢)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택지법을 근거로 1980년 11월20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법원에 가장 먼저 달의 소유권을 청구해 승소했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달 소유권 증서를 발급했고, 그는 달나라 대사관(Lunar Embassy)을 설립, 달 부동산 분양에 나섰다.재미있는 것은 데니스에게 20달러를 주고 달에 있는 200만평의 땅을 샀다는 사람의 얘기다. 그전과는 다른 눈으로 달을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달이 훨씬 더 아름다워보이고, 달이 4분의3으로 둥글게 떠 있으면 괜히 즐거워진다고 했다. 달이 그에게 `꽃`이 되었거나 `눈짓`이 됐다는 얘기다.한달 남짓 남은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떤 이름을 불러줄까. 어떤 후보가 한국의 `꽃`이 될까. 12월 겨울 바람속에 피워낼 그 꽃은 과연 어떤 눈짓을 할까 궁금하다.

2012-11-06

대선후보가 꾸는 꿈

▲ 김진호 논설위원“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세월이 갈수록 이 말에 공감한다. 어려서 품는 꿈은 클수록 좋다. 대통령이나 장관, 별넷의 대장, 대법원장 등이 되겠다는 꿈도 좋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다면 말이다.꿈은 클 수록 좋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목표를 낮추고, 작은 성공에 안주하는 것이 문제다. 큰 꿈은 큰 성공을 낳는다. 야망이 없다면 큰 성공을 이룰 수 없다.일본인들이 많이 키우는 관상어 중에 `고이`라는 잉어는 매우 흥미롭다. 이 잉어를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키우면 15~25cm까지 자란다. 강물에 방류하면 이 잉어는 무려 90~120cm까지 자란다. 자기가 숨쉬고 활동하는 세계의 크기에 따라 난쟁이 물고기가 될 수도 있고, 대형 잉어가 되기도 한다. 한낱 물고기도 자신의 행동반경에 따라 자신을 크게도, 작게도 키우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큰 꿈과 포부를 갖고 자신의 한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꿈을 품고 세상에 나아가 일을 하다보면 실패할 때도, 성공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다. 성공한 사람들은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특징을 갖는다. 발명왕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700여번의 실험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에디슨이 700여번의 실험을 실패로 끝냈을 때 기자가 물었다. “700여번 실패를 한 기분이 어떠세요?” 에디슨은 말했다. “나는 단 한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700여가지 방법이 효과가 없음을 입증했을 뿐입니다” 에디슨은 그 뒤로도 수천번의 `효과없는 방법`을 입증한 끝에 전구를 발명해냈다.에디슨과 달리 하던 일에 실패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팔자타령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람은 팔자대로 살아간다`는 운명론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일명 팔자론이다. 운명은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게 팔자론의 골자다. 그러나 과연 팔자라는 게 있기는 할까. 꿈을 꾸는 사람들은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방도로서의 팔자는 믿지않는다.리이위(李一宇)가 쓴 `세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는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옛날에 아주 영험한 도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점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는 데, 어느 날 과거 시험을 보러가는 선비 3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누가 과거에 합격할 지 알고 싶어 도사에게 뜻을 밝힌 후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도사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좌우로 흔들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후, 도사는 먼지떨이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가세요.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거요. 이것은 천기라서 함부로 누설할 수 없습니다” 3명의 선비는 무척 궁금했지만 그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선비들이 돌아간 후에 시종이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도사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내민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한명이 합격한단 말입니까?” “그러니라” “그들 가운데 둘이 합격된다면요?” “그럼, 하나가 합격되지 못한다는 뜻이니라” “그들 셋이 모두 합격되면 어떻게 하죠?” “그때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된다는 뜻이니라” 시종은 그때서야 깨달은 듯 말했다. “그게 바로 `천기`였군요.”3명의 대선후보가 대선 50일을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민주화와 무상복지정책을 들고 나섰다. 정치쇄신과 국민대통합을 목청껏 외친다. 국민들은 아직 세 사람 가운데 누구의 꿈이 가슴에 와닿는지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세 대선후보가 꾸는 꿈의 결말이 어떤 `천기`로 나타날 지 흥미진진한 요즘이다.

2012-10-30

평범한 날들의 기적

▲ 김진호 논설위원온 산에 단풍이 들고, 길거리엔 가로수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가을편지`란 노래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메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마치 계절의 배경음악처럼 들려오는 이 노래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의 시에 가수 김민기가 멜로디를 붙여 만든 노래다. 80년대 가수 이동원이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노래를 불러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가을노래가 됐다. `가을 편지`를 듣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찡하게 저려온다.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읽고, 따라 써보고, 감상하는 소소한 즐거움에 가을이 깊어간다.사람이 세상을 사는 데 매일처럼 특별한 일들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일들은 많다. 그런 새삼스런 감정들을 불현듯 깨닫고 나면 평범한 일상도 그리 지루한 줄 모르고 지난다.“나른한 오후의 편안한 잠, 햇빛을 받으며 신나게 자전거 타는 일, 과수원에서 맞이하는 아침, 우편함에서 발견한 반가운 편지 한 통, 잘 익은 복숭아 맛보는 일, 일을 마무리하고 난 후에 느끼는 날아갈 듯한 기분, 시험이 끝나자마자 공부한 것을 몽땅 잊어버리는 것, 따뜻한 샤워를 하고 산뜻하게 잠자리에 드는 일, 문득 떠오르는 첫 사랑의 아련한 미소, 치아 교정기를 떼어내고 자신감 있게 활짝 웃어보는 일, 우산을 펴지않고 일부러 맞아보는 빗방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넉넉한 품, 인터넷이 주는 즐거움, 마지막 수업을 빼먹고 친구들과 놀러나가는 일, 캄캄해질때까지 운동장에서 공을 차보는 일, 잔잔한 호수위에 통통거리며 만들어지는 물수제비, 과거의 일을 생각하다 가만히 웃고 지나갈 수 있을 때…”독일신문의 청소년 섹션 `지금`(jetzt)에서 독일 사람들이 저마다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이유로 꼽은 내용들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의미를 두는 것이나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일들이 참으로 사소하고 일상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또 다른 시각으로 우리 삶을 들여다보자. 일상을 새롭게 평가하는 법을 배운다면 평범한 일상속에 숨어있는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눈에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알고보면 보이지 않는 기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라. 당신은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고, 당신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장소에서 밤을 보냈다. 난방장치도 잘 돼있어 포근함을 느끼며, 욕조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궜을 것이다. 물의 온도를 충분히 뜨겁게도 할 수 있고, 적당히 차갑게도 맞출수 있다. 당신은 깨끗이 세탁된 셔츠를 옷장에서 꺼내 마음껏 골라 입을 수 있다. 이른 아침, 길모퉁이 가게에서 갓 나온 신문을 살 수 있고, 개와 함께 산책하는 당신의 이웃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이처럼 평범한 날의 시작도 알고 보면 매우 환상적인 것이다. 평범한 일상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란 사실을 깨닫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이런 평범한 날들 덕분에 세상은 살만한 가치를 지니는 게 아닐까.이런 평범한 일상속에서 열심히 사는 민초들을 겨냥해 열심히 목청높여 외치는 세 사람이 있다. 저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 반값 등록금, 그리고 기초노령연금도 확대한단다. 세금은 크게 올리지 않고 말이다. 그야말로 `오병이어`의 기적같은 약속들이다. 그 약속들을 지킬 수 있다면 세 후보 모두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싶은 요즘이다.

201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