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공범인 두 명의 범죄용의자가 잡혀왔다. 이들은 구속되기 전에 서로의 범행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합의했다. 범인들은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상대의 범행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둘다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 경찰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심증만 가지고 있어 자백을 받아야만 한다. 경찰은 두 용의자를 함께 신문할 경우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서로 격리시킨 후 개별적으로 신문한다. 경찰은 두 용의자에게 똑같이 제안한다. “당신이 아무리 묵비권을 행사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1년 정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범행을 자백한다면 수사 협조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은 석방해 주고, 대신 묵비권을 행사한 다른 방에 있는 용의자는 가중처벌로 10년형을 받게 하겠어. 만약 둘다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해 각각 5년형을 받게 될 거야.”
이럴 경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물론 똑같이 묵비권을 행사해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격리돼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결론을 말하면 두 용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해 1년씩의 형량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내 자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대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내가 자백을 하면 석방되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다같이 5년형을 받게되니까 자백하는 게 유리하다. 또 상대가 자백을 할 경우 내가 자백을 하면 5년형을 받게되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10년형을 받게되기 때문에 역시 자백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명 `죄수의 딜레마`는 서로를 불신할 경우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선택해도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썩어빠진 정치판을 쇄신하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고, 국민들에게 기필코 정치쇄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유권자들도 이들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이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여권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앞섰었다. 만약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신뢰를 쌓고 협동하기만 했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그 큰 뜻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직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의 여망만을 바라보고 상호 신뢰 아래 협동해 두 후보의 배경을 이루는 정치세력이 합쳐질 수 있도록 했다면, 장기적 안목으로 정치쇄신을 이루기 위해 서로 정치적 동지가 됐다면 말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야권 후보자리를 두고 욕심을 내며 대통령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죄수의 딜레마`덫에 걸리고 말았다. 1987년 대선때 김영삼, 김대중 후보 역시 후보 단일화만 했다면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으나, 서로 믿지 못하고 함께 출마했다가 둘 다 낙선했는 데, 이 역시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된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근 행보가 `불통`이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인수위원 선정단계에서는 `밀봉 인사`란 비판을 받더니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들어선 후에는 아예 `정보 차단`논란이 거세다. 심지어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의 인수위원직 사퇴에 대해 인수위가`일신상의 이유`란 이유로 얼버무려 그의 사퇴를 두고 인사위원간 대북정책 갈등설, 친인척 재산문제설, 국가안보실 신설 관련 정보누출 인책설 등이 무성하다. 대통령 인수위와 언론이 차기 정부에 등용할 인사와 정책을 검증하는 파트너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서로 불신과 반목을 노출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죄수의 딜레마`가 아닌가.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나서서라도 인수위와 언론이 불신으로 대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