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위 `빅2`는 국정철학이나 비전 등이 같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 만큼 박 당선인이 직접 겪어본 사람 가운데 신뢰할 만한 인물을 선택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국무위원 후보자나 기타 공공기관장 인사를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박 당선인이 직접 만나거나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럴 때는 사람에 대한 평판을 여러 채널로 듣고,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거쳐 말 그대로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를 하는 게 옳다. 예의 `철통보안`만 강조하다가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의 인사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
통상 대통령이 고위 공직에 사람을 쓰기 전 인사검증 절차에는 국가기관의 자료가 총동원된다. 예를 들면 행정안전부에서 주민등록자료를 받아 위장전입여부를,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자료와 부동산거래내역 자료를 받아 부동산 투기나 편법증여 등을, 병무청 및 출입국관리소에서 병역자료와 국적자료를 받아 병역문제를, 경찰·검찰청으로부터 음주운전이나 폭력 등 전과사실을, 감사원으로부터는 공무원 징계사실을,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으로부터는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납부기록을 제출받는다. 이밖에 국정원·경찰청·감사원, 국무총리실 등에서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학력·경력상 특이사항이나 가족관계, 재산형성상 문제, 종교문제, 사생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내에 작동되는 인사검증 시스템만 통해도 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웬만한 결격사유는 모두 걸러지도록 돼 있다.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지명때 보안을 강조하며 인사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것은 새 정부 출범에 어려움을 자초한 것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필자는 인사검증 서류에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인재를 뽑는 데 세간의 평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판은 보통 세 가지 기본요소로 압축된다. 3A, 즉 외모(Appearance), 능력(Ability), 태도(Attitude)다. 토속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꼬라지, 싹수, 싸가지`다.
먼저 `꼬라지`로 표현되는 외모는 호감, 비호감을 떠나 내면을 평가하는 아주 쉬운 도구로 사용된다. `나이 사십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살아온 이력이나 내공이 얼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UCLA대학 메라비언 교수의 연구결과에도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이미지에 미치는 효과는 시각적인 요소가 55%, 청각적인 요소가 38%를 차지하고,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의 내용은 불과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싹수`로 표현되는 능력은 업무능력 뿐만 아니라 더불어 일하는 능력, 또는 리더십이 함께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싸가지`라 표현되는 태도는 사람의 모든 처세를 통칭하는 요소다. 사실은 싸가지 하나만 해도 평판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신이 한 말이면 뭐든 꼭 실천한다”, “예의가 바르다”, “겸손하다”, “경우를 안다”등으로 사람을 평하는 데, 이게 싸가지요, 평판이기 때문이다. 이 평판은 참으로 잠깐 노력해 바꾸기 어렵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얼마나 경우있게 말하고 행동했는 지, 얼마나 겸손한지, 따뜻한지, 유쾌한지 한참을 지켜 본 뒤에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박근혜 당선인이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라기에 평판좋고,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결코 대통령과 측근 실세 몇 명이 좌우하는 인사가 돼서는 안된다. 여러 채널로 인재 추천을 받은 뒤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음만 비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