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식이다. 경산의 한 고교생이 학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지난 11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최모(15)군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갈취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학원폭력이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병리현상으로 뿌리박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2010년 인구 10만명당 3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CECD회원국 평균자살률 12.8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살의 원인은 계층별로 다양하지만, 청소년은 주로 학교폭력과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2012년 청소년통계조사에서 청소년의 8.8%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니 말이다.
특히 청소년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청소년 시절부터 자신과 남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하도록 요구받고, 강요당하는 사회의 분위기때문에 비롯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지나치게 관계지향적인 사회네트워크나 참혹할 정도로 과열된 경쟁 시스템이 이유라는 얘기다.
이처럼 불명예스런 자살률 1위국가란 멍에를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사회나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은 적지않다. 정부 차원에서 자살 시도자와 고위험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자살징후 발견 시 전문가에게 인계해 주는 전문상담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장애 가정이나 노인의 부양 부담이 큰 가정에 대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사회 안전망 확충도 긴요하다. 모방 자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스미디어의 자살 보도에 대한 자율 규제도 강화해야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자존심`이 아닌`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존심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데서 생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존심이다.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에서 나온다. 자신의 가치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평가한다. 자존심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자존감을 갖고 있는 가에 따라 삶을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하늘과 땅처럼 달라진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남들이 눈치챌까봐 늘 긴장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느라 항상 피곤하다. 그러나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늘 평안하다. 여유롭고 관대하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한다. 긍정적 사고는 이처럼 자기자신을 존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에서 출발한다. 물잔에 물이 반쯤 담겨있다고 하자. 이를 보고 한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다”며 아쉬워할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물이 반이나 있다”며 만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으며, 그 상황을 좋은 것으로, 혹은 나쁜 것으로 보는 우리의 관점이 있을 뿐이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최근 포항시가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감사운동도 자살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감사는 긍정적 사고에서 출발하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일을 긍정하는 데서 감사운동은 시작된다. 그럴 때 나오는 감사기도문은 자못 감동적이다.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하시기 때문입니다./일이 계획대로 안되게 틀어주심도 감사합니다. /저의 교만을 반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딸이 걱정거리가 되게 하시고, 배우자가 미워질 때가 있게 하시고, 부모와 동기가 짐으로 느껴지게 하심을 감사합니다./인간된 보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데 힘겹게 하심을 감사합니다./눈물젖은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