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군대를 솔연(率然)처럼 만들어야 싸움을 잘한다. 솔연은 상산에 사는 뱀인 데,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빈다. 그 중간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지만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돌풍을 만나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를 구해준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중도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연대에 맞서는 모습이 마치 `상산의 뱀`솔연을 만나 쩔쩔매는 모양새여서 하는 말이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지난 18일 저녁 단독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식 실무협상을 19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6일 대선후보 등록일(25~26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합의했다가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 인사들의 발언과 조직 동원 등을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은 “(우리의 거취가)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핑곗거리가 되면 안 된다”며 사퇴했다.
협상중단 기간동안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라”고 주문했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을 것처럼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러더니 민주당 이해찬 지도부가 사퇴하자 두 후보는 둘 사이에 가로막혔던 장애물이 치워진 양 곧바로 단일화 협상을 재개하고 나섰다. 안 후보가 협상중단후 가진 특별회견에서 거론한 `국민의 뜻`이 `이해찬 지도부 사퇴`를 지칭한 말이었는지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고, 의아할 따름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문·안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을 때 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문·안 두 사람이 3자 구도는 필패구도인 만큼 반(反)새누리당 유권자층의 지지를 단일후보로 몰아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겨뤄볼 수 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야 야권의 두 후보가 단일화한다고 했다가 협상중단 선언, 그리고 다시 재개한다는 식으로 국민의 눈길을 끄는 행태가 마뜩치 않을 것이다. 그래선지 무척 과묵한(?) 박 후보도 최근 단일화 협상 행태에 대해 한마디 참지 못한 듯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단일화 이벤트는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정치”라고 꼬집었다. 안형환 대변인도 KBS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지`에 빗대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또 만난다는데 만나면 또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랴. 정치는 현실인걸.
후보등록을 일주일 남겨둔 현재까지 야권후보 단일화가 안갯속 국면인 현실은 개탄스럽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정치쇼란 비난도 적지않다. 우리 속담에 `망건 쓰자 파장한다`고 했다. 장에 갈까 말까 온종일 망설이다가 뒤늦게 나갈 채비를 마치고 망건을 쓰면 이미 장은 파한 뒤가 될 지도 모른다. 더 이상 두 후보가 다투는 모습 보이지 말고, 조속히 단일화해 야권단일후보를 대선 `결선`에 내세워야 할 시점이다.
그런 연후 국민들이 대선후보들의 주요 공약과 정책들을 검증하는 TV토론을 보고, 어느 후보의 공약이 더 좋고, 실효성이 있는 지 꼼꼼히 따져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후보의 자질과 정치철학, 집권 청사진도 국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18대 대선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축제 한마당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