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소설같은 인연이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전원 장학금을 주는 국립구미전자공고에 입학해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전자산업단지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학교였다. 70년대 후반 박근혜 당선인이 이 학교를 방문할 때 학생대표로 영접한 것도 그였다.
이후 그는 경북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기술고시를 패스해 직업공무원의 길을 걸어 이사관까지 승진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총선에서 3선의 김성조 의원을 새누리당 공천경쟁에서 이기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말하자면 박 당선인의 아버지가 설립한 학교를 졸업하고, 그 딸인 박 당선인이 인재영입을 위해 `이공계 정치 신인에게 최대 20%의 가산점을 주는`공천 룰에 힘입어 당선된 것이다. 그가 바로 심학봉 의원이다. 이런 특별한 인연때문인지 심 의원은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486세대 답지않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인생의 멘토로 삼았고, `새마을 운동노래`를 휴대폰 칼러링으로 심었다.
심 의원은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 한국생산성기술연구원 부원장,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 등 정보통신분야에서 일했다. 직업공무원으로서 10년가량 정년이 남았는데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3선 중진 정치인에게 도전할 만큼 승부사 기질도 갖췄다. 박근혜 당선인이 문화콘텐츠와 정보통신분야 미래산업을 이끌 동력으로 꼽았으니 심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위해 중요한 몫을 해낼 사람이란 평을 들을만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심봉사`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 뒤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아 국회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사실 특정 정치인의 인터넷 팬클럽이나 팬클럽 회원이 인터넷을 이용해 지지운동을 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냐 하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12월29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확대 해석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UCC 등 인터넷매체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다`고 `한정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선거운동기간에 상관없이 인터넷에서 지지나 낙선에 대한 네티즌들의 주장이 넘쳐났다.
그렇더라도 만약 심 의원이 인터넷 카페를 주도적으로 조직을 했거나, 카페나 카페 회원들이 SNS나 카페 등의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지지운동을 했다면 당연히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사조직 결성과 사조직의 선거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학봉 팬 카페인 이른바 `심봉사`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고, 지지운동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졌다면 `공직선거법 93조 1항의 위헌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란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선지 심 의원은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재경포항출향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재판부가 팬 카페를 본인이 주도적으로 구성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카페 관계자들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등의 간접증거만으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옳지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자택을 팔아 변호사 비용을 마련할 만큼 비장한 결의에 차있었다.
직업 공무원의 벽을 넘어 정치에 입문한 심 의원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엄격해진 법원 판결때문에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시들지는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