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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협동조합으로 풀자

등록일 2012-12-04 21:43 게재일 2012-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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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박근혜·문재인 여야 대선후보 간에 경제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첫 방송 연설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펼쳐서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도록 만들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가짜라고 비판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중소기업 살리기라며 △대형유통업체 입점 허가제로 도입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약속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경제민주화는 녹록치 않은 과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협동조합은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둘 다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켜주는 조언자”라고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민주화에 기대를 표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협동조합기본법이 이달부터 발효됐다. 바야흐로 협동조합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금융·보험업을 뺀 모든 분야에서 5명 이상만 있으면 법인격을 가진 다양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농협과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중기협 등 8개 협동조합만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본법 시행으로 진입장벽이 사라졌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이익을 목적으로 자본과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조합원과 이용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의결권은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1표로 평등하게 이뤄진다. 지배구조가 주식회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협동조합은 잉여금을 조합원에게 배당하지 않고 적립하며, 조합원의 이용실적에 비례해 배당을 한다. 조합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기본이다.

협동조합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사회책임경영을 하게 돼 있다. 조합의 주인이 소비자와 농민이기 때문이다. 주인인 소비자들이 제발로 찾아오니, 광고홍보비를 쓰지 않아도 된다. 굳이 임대료 비싼 곳에 가게를 내지 않는다. 그렇게 비용을 절감한 몫은 소비자와 농민에게 온전히 나눠진다. 예를 들어 최근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지만, 생협 매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의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는 생협이 납품가격을 후려치지 않고 적정가격으로 받아줘 농민들의 수호자가 된다. 풀뿌리 지역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와 복지서비스를 창출하면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협동조합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 협동조합 기업의 경우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도 단 1명의 해고도 없었다고 한다. 가족공동체와 같이 살림이 어렵다고 4명만 먹고 1명을 굶기지 않는다. 즉, 5명의 가족 모두 조금씩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맨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무엇보다 협동조합 시대가 열리면 경제적 약자의 힘이 커질 수 있다. 제빵업계 소상공인 5명이상 모이면 재벌 빵집에 대응할 조합을 구성할 수 있고,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와 상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동네슈퍼나 대리운전, 경비, 집수리, 퀵서비스, 학습지, 택배, 골프장 캐디, 친환경 농업인 등 영세사업자들이 협동조합 결성에 속속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골목상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재벌문제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협동조합 기업으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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