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에 대해서는 지난 주에도 강조한 것 처럼 박 당선인이 측근 실세 몇명과 의논하는 방식이 아니라 널리 인재를 추천받아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이니 좋은 인재를 등용하는 법, 즉 인사에 대한 얘기는 고전에서도 자주 등장할 만큼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숙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짓밟혀 초토화된 연나라에 소왕이 즉위한 뒤 제나라에게 원수를 갚고자 모사 곽외에게 물었다. “과거 제나라는 우리나라의 혼란을 틈타 공격해왔소, 우리나라가 지금은 작고 약하기 때문에 널리 인재를 구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해 선대의 치욕을 씻고 싶소. 이것은 나의 소망이요. 추천할 만한 인재가 있거든 말해주시오. 내가 직접 모시러 가겠소.”
곽외는 이렇게 말했다. “옛날 말을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는 데, 그는 천금을 주고 말을 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매일 불만에 차있는 임금을 본 한 신하가 자신에게 이 일을 맡겨달라고 말했고, 신하는 천리마를 구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석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좋은 말을 찾았습니다. 막상 이 말을 사려고 했을 때 그 말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500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임금은 천리마의 뼈를 보고 매우 화가 나서 그 신하를 꾸짖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는 말인데, 너는 어찌해 무슨 소용이 있다고 죽은 말의 뼈를 사왔느냐. 500금을 낭비한 것이 아니냐.`그러자 그 신하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500금을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죽은 말의 뼈를 아주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전하를 진심으로 좋은 말을 아끼는 군주로 믿게 돼 반드시 좋은 말을 바치는 이가 있게 될 것입니다.` 과연 일년이 지나자 어떤 사람이 세 마리의 천리마를 임금에게 바쳤습니다.”
그러면서 곽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지금 왕께서는 천하의 인재를 모으고 계시는 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금을 주고 천리마의 뼈를 산다`는 천금매골(千買骨)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모사 곽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소왕이 물었다. “천금매골이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곽의는 다시 대답했다. “죽은 말의 뼈를 천금을 주고 샀다는 임금에 대한 소문이 천리마 세필을 불러오게 했다면 전하께서 부족한 저부터 신임해 우대해주셨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저보다 더 훌륭한 인재들이 모두 전하께 의지하러 오게 될 것입니다. 비록 신은 죽은 말의 뼈에 지나지 않으나 전하께서 저를 등용해 천리마처럼 아끼신다면 사방에서 살아있는 천리마들이 올 것이니 굳이 각 지방으로 사람을 보내 인재를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8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오는 25일 새 정부 출범을 위한 큰 고비는 일단 넘겼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총리 후보자의 검증 통과와 청와대 인선, 그리고 각 부 장관 인선 및 검증 등이 남아 있다. 그 다음으로 세인의 관심을 끄는 사안은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17부3처17청에 달해 국회 각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사 규모가 적지 않으니 박 당선인이 인선과 검증에 들이는 공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들이는 공이 적지않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고전에 나오는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법`을 들려주고 싶은 것은 이 나라에 인재를 아끼고 키우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를 천하에서 널리 구하려면 마땅히 `천금매골`의 지혜와 함께 인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