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달성군은 1914년 3월1일 조선총독부령 제111호로 대구부 외곽지와 현풍군을 합쳐 달성군으로 개청했기에 오는 3월1일이 개청 100년이 됩니다. 면적은 426.94㎢로 대구의 절반 크기이고, 산업은 대구의 3분의 1, 인구 18만7천여명으로 군단위 지자체 가운데는 울주군 다음으로 인구가 많습니다.…”
지난 주말 김문오 달성군수의 초청으로 몇몇 지인들과 함께 달성군을 찾았을 때였다. 김 군수가 일일관광 가이드를 자청하며 달성군을 이렇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대구 MBC보도국장을 역임한 김 군수는 필자와는 10여년전 기자시절 부터 알고 지낸 언론계 선배다. 김 군수가 고향인 달성군수가 된 것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하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그가 새누리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될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화원동산,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마비정벽화마을, 달성보, 도동서원, 비슬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버스투어 일정을 온종일 함께 하며 달구벌이 달불로, 그리고 다시 달성으로 바뀌었다는 지자체 이름의 기원부터 시작해 달성군 현황, 유서깊은 명소와 문화재 등에 대해 유창하게 소개했다.
첫 방문지인 화원동산은 필자가 어릴 때 봤던 유원지 모습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강변에 들어서 있던 식당들이 모두 철거됐고, 잔디밭과 버드나무, 포플러나무, 그리고 100살도 넘어 보이는 팽나무 고목이 우리를 맞았다. 김 군수는 “화원동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먹거리가 없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주막촌 설립을 구상하고 있는 데, 고수부지를 관리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하천수위가 크게 내려가 고수부지 활용이 가능한 데도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공직사회의 무사안일한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3월1일 첫 삽을 떠는 비슬산 대견사 중창사업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처음 대견사 중창을 제안했더니 군청 공무원들이 하나같이 `문화재청 관련 공사는 어렵다`고 머리를 흔드는 겁니다. 그래서 별도로 정책사업팀을 만들어 중창사업을 추진해 마침내 3년만에 착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비슬산 자락에 있는 마비정 벽화마을에 이르자 김 군수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벽화마을은 산간 빈촌마을을 그가 아이디어를 내 변신시킨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폐가가 즐비하고, 토담과 블록벽, 초가와 기와집, 슬레트집이 쓰러져가고 있는 오지마을을 달성군 문화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했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이 마을 출신의 화가가 마을집 담벼락에 손님을 내다보는 오누이, 사계절, 얼룩이와 점박이, 다람쥐와 목련, 여름풍경, 호박넝쿨, 장독대와 메주, 가을추수 장면 등 옛정취 물씬한 풍경들을 벽화로 그려 명물마을이 됐고, 이게 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렇게 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돼 마을사람들이 무척 좋아하겠다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자체장으로서 일하는 게 참 쉽지않다고 회의를 느낄때가 있어요. 이렇게 군에서 돈을 들여 마을을 꾸미고, 관광객을 유치해줘도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마을에 농촌체험전시장을 만들어 수익금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공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 군자답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고`목민관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선배에게서 군자의 아름다운 풍모를 발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