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모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훌륭한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한 조언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게 보통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고, 자녀 교육에 대한 책도 적지 않게 읽었지만 부모역할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통해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자녀교육에 관한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제로 겪는 일상의 딜레마에 부딪히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허둥대고 만다.
그러던 중 미국 코넬대학 칼 필레머 교수가 쓴 `내가 알고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이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필레머 교수는 1천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는 데, 세상을 살아보고 나서야 알게되는 내용들이 빼곡이 담겨 있었다.
필레머 교수는 먼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계획된 좋은 시간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들을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녀와 평생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도록 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직 시간뿐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나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부모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좀더 비싼 물건을 사고, 휴가를 좀더 즐기기 위해 일에 빠져 지내선 안된다. 나이든 후 가장 후회스런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못한 것이고, 아이들 역시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녀 가운데 편애하는 아이가 있더라도 절대로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부모는 보통 성격이나 여가시간에 즐기는 일, 가치관 등이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아이에게 마음이 더 가기 마련이다. 다만 절대 편애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해서는 안되며, 편애하는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해서도 안된다. 자신이 덜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기억이 부모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가장 폭력적인 경험에 해당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셋째, 훈육은 애정어린 방식이 좋으며, 체벌은 무조건 안된다. 필자 역시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속담이 통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체벌은 최악의 훈육이며,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는 길이자 오랫동안 가슴에 멍을 남기는 행위라는 게 필레머 교수의 결론이다. 훈육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부모가 분노를 조절하고, 아이에게 더 많이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캐나다에서 있었던 실화다. 그는 어려서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속에 학대를 받았으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했다. 가정을 이뤄 아들이 생겼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그는 자수성가한 다른 남자들처럼 소년시절부터 꿈꿨던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했다. 그러던 어느날, 차고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나간 그는 어린 아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못을 들고 스포츠카에 낙서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성을 잃은 그는 손에 잡히는 공구로 아들의 손을 가차없이 내리쳤고, 아들은 대수술 끝에 결국 손을 절단해야 했다. 수술이 끝나고 깨어난 아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잘린 손으로 울며 빌었다. “아빠 다신 안그럴께요. 용서해주세요.” 한손과 잘려나가 붕대 감긴 팔목으로 용서를 비는 아들의 모습을 비통하게 말없이 지켜본 그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 차고에서 권총으로 자살하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들이 남긴 낙서였다. 거기에는 “I love daddy”라고 씌어 있었다.
사람들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리고서야 실감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잘못해도 훈육은 조용하고 절제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 늘 곁에 있다고 소중함을 잊어선 안된다. 내게 무엇이 진짜 소중한 지 주변을 둘러보자. 진짜 소중한 것을 찾았다면 절대로 그것을 놓치지 말자. 이제부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