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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드롬`의 결말

등록일 2012-11-27 21:40 게재일 2012-1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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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깜짝 놀랐다. 그냥 후보를 사퇴한다니.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던 그가 느닷없이 사퇴란 카드를 선택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소식을 들은 소회다. 그가 그동안 선보였던, 프로정치꾼 못지 않은 애매모호한 화법에 능숙한 치고빠지기, 쟁점공약에 대해 비켜가는 처세 등을 생각하면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지난 1년여동안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어놓았던 `안철수 신드롬`은 그가 모 TV방송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안철수는 방송에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로서 성직자같은 도덕적 청렴함, 나라를 위하는 마음, 노블리제 오블리제에 대한 신념 등을 선보이며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얘기들이 상당부분 사실이 아니었다는 증언들이 나왔지만 진실공방은 그만두자. 그렇게 시작된 안철수 신드롬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타 후보의 지지율을 압도하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하는 `통 큰 면모`를 보이면서 더욱 확산됐다. 이후 20·30대와 중도 무당파를 중심으로 안철수의 인기가 하늘높이 치솟으면서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비등비등한 지지율을 보일 정도가 됐다. 특히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은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여 야권이 단일화에 목맬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일찌감치 그가 야권 후보단일화의 최종승자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후보로 내정된 만큼 어떤 명분으로도 후보직을 `양보`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즉, 한 쪽은 양보할 수 없고, 다른 쪽이 양보가능한 상황이면 답은 뻔할 수 밖에 없다. 둘째로 문재인 후보와 달리 안철수는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그의 이미지 자체도 과대포장됐다는 정황은 부담이다. 셋째로 안철수는 국정운영을 함께 할 정치세력이 없다. 설령 대통령이 된다해도 무소속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넷째는 안철수가 국정운영 경험이나 정치경륜이 없는 기업인 출신인 것도 약점이다. 국가운영 경험도, 정치적 협상을 해본 적도 없는 그가 단일화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가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문재인 후보측과 단일화 룰에 합의한 후 룰 대로 싸워 이기는 방법외엔 없었다. 그 경우에도 야당의 노련한 협상가들이 안철수의 승리 가능성을 그대로 두고 보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의 확신어린 전망은 이런 정황들을 미뤄 판단한 것이었다. 지인들은 “안철수의 결의가 대단해 양보는 없을 것 같다”거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경쟁력이 안철수가 나으니까 안철수로 단일화될 것 같다”고도 했지만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이런 식의 사퇴는 정말 의외였다. 심지어 민주통합당도 안 후보의 사퇴당일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니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 안철수를 `지고도 승리한 정치인`, `아름다운 패배자` 등으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그의 사퇴를 둘러싼 전말을 생각하면 씁쓸한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업고 출현한 `안철수 신드롬`이 그의 사퇴로 끝내 빛이 바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사퇴 후 안철수 지지층의 50%는 문재인 쪽으로, 20~25%는 박근혜 쪽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20~25%는 부동층으로 남았다고 한다. 안철수의 사퇴는 그 자신이 바란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의 꿈을 버리는 결과가 됐다. `새 정치`를 이루려 했다면 그는 끝까지 달려가야 했다. `정권교체`는 `새 정치`를 이루면 저절로 이뤄지는 꿈일 수 있다. 안철수의 사퇴는 그가 야권 단일화를 공언한 그날, 예정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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