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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천주(孔子穿珠)의 지혜

등록일 2013-01-22 00:24 게재일 2013-0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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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사업인 `4대강 물길살리기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한 또 다른 전문가들은 별 문제가 없다며 적극 항변하고 있어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4대강 사업 부실논란의 핵심은 설계·시공 부실에 따른 보의 안전성 여부, 그리고 보가 수질악화에 영향을 미치느냐 여부다. 특히 기후변화로 녹조현상 등 수질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어 4대강 보가 수질악화를 야기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온 국민의 관심속에 진행된 국책사업들이 진행과정이나 사업 시행 후에 논란에 휩싸이는 걸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2011년 대구·경북·경남권과 부산권이 유치전을 벌였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도 마찬가지다.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과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섰다. 객관적이어야할 전문가들 주장마저 엇갈리다 보니 정부도 혼란에 빠졌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인 영남권 신공항 설립을 백지화하는 결정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그 후 대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신공항 설립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해 신공항 입지논란 역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 2002년 제기된 `도롱뇽소송`이다. 정부가 대구~부산간 경부고속철 공사를 하면서 천성산 구간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자 천성산 12개의 계곡과 22개의 늪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지율스님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가 소송을 내고, 지율스님이 단식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극심한 찬반논란을 빚었던 사건이었다. 우여곡절끝에 경부고속철이 완공된 후 천성산 도롱뇽을 비롯한 생태계에 큰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보도돼 일단락됐지만 국론분열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되곤 한다.

국책사업과 관련한 전문가 집단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이번에 문제가 된 4대강 사업 성패논란도 전문가 집단이 국책사업을 잘 추진하는 쪽에 힘과 지혜를 보태지 않고,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내편 네편을 가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은 아닌가.

공자는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할 무렵 위나라에서 `아홉구비나 구부러진 구멍이 있는 진귀한 구슬`을 품속에 부적처럼 간직하고 다녔다. 제자인 자로가 물었다. “어찌하여 그 구슬을 그토록 소중하게 갖고 다니시는 겁니까”“이 구슬에는 아홉 구비의 구멍이 있다. 나는 이 구멍에 실을 꿰려한다.”“이는 불가한 일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13년동안 구슬을 품속에 넣고 다니면서 골똘히 궁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에를 치기 위해 뽕을 따는 아낙네를 만났다. 공자는 아낙네라면 구슬에 실을 꿰는 방법을 알수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해 물었다. 그러자 아낙네는 이렇게 대답했다. “조용히 생각하십시오. 생각을 조용히 하십시요.(密爾思之 思之密爾)” 대답을 들은 공자에게 그 대답은 벽력과 같은 것이었다. 때마침 공자의 눈앞에는 먹이를 운반하는 개미떼가 있었다. 공자는 조용히 생각하고, 생각을 조용히 하며 개미떼를 지켜보다 마침내 한가지 방법을 깨달았다. 개미 허리에 실을 매어 구슬의 한쪽 구멍에 밀어넣고, 다른 출구쪽 입구에 꿀을 발라 유인했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요란한 요즘, 먼저 입을 열어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조용히 생각하고, 생각을 조용히 해 나라를 화평케할, 공자천주(孔子穿珠: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점이 있다는 뜻)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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