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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에는 문제가 없다(?)

등록일 2013-11-26 02:01 게재일 2013-1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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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이 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 강론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또 “(부정선거를 한) 이명박 대통령은 책임져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로 대통령이 아닙니다”라며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난 23일이 연평도 포격 3주년임을 언급하면서 “지금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뉘우치기는 커녕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서 “박 신부의 발언은 사제(司祭)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을 망각한 언동”이라며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 역시 사제단의 행동을 “사회 불순세력이나 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종교계의 움직임은 찬성하지만 이번 발언엔 거리를 두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는 자초한 일”이라면서도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서는 “신부들의 충정은 이해 가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의 장본인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반응은 차분하다. 오히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나`하는 반응이다.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 송년홍(46) 신부는 “우리는 대통령 사퇴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시대부터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해온 종교단체다. 지난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학순 원주교구 주교가 `반국가 사범`으로 구속돼 중형을 선고받자 그 해 9월 결성됐다. 사제단은 1970~80년대 군부 독재하에서 박정희 정권의 탄압과 폭압 정치를 고발하고, 유신헌법 반대운동과 긴급조치 무효화 운동,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독재에 저항하는 활동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19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을 폭로한 일이다. 사제단은 유신독재와 5공화국 시절 민주화운동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정치적 편향성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고있기도 하다.

1967년 이스라엘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과 전쟁중이었을 때 일이다. 한 기자가 해롤드 맥밀란 영국수상에게 중동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중동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기자가 놀라서 물었다. “지금 그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하늘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고, 병사들이 총알세례를 받고 있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런데도 중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니 무슨 뜻입니까?”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것이 문제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동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늘 분쟁을 일으키는 중동이 문제없을 리 없다. 다만 우리가 삶에서 해결책이 없는, 따라서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일들을 걱정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가를 지적하는 것일게다.

이제 사제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어보자. 그러면 누군가는 선문답처럼 “사제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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