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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국회 푸는 열쇠

등록일 2013-08-27 00:13 게재일 2013-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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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연말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또 다시 파행국회를 연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했지만,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 법제사법위, 농림수산식품해양위, 여성가족위는 사회권이 여당 간사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새누리당의 단독소집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한 뒤 곧 바로 산회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가 끝났는데도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장외투쟁의 철회를 촉구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지지 여부는 8월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를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지금은 무엇보다 국회에서 민생에 충실하는 게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국회법이 정한 결산 완료 시기와 산적한 민생현안 때문에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불가피하게 단독으로 결산 심의를 요청했다”면서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결산 심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결산국회 소집을 `국정원 정국`에서 탈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규정하면서 단독국회 철회를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소집은 여론 호도용으로 꺼내든 궁여지책”이라며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파행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국회에 안 들어온다고 하는데, 지난달 본회의장 공사 핑계로 민생국회를 거부하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방해하며 진실을 은폐한 당사자가 누군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단독 상임위를 철회하고 민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의 대치국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야 모두 상대의 말을 믿지 않으니 대화나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믿어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는 항상 한 수앞을 내다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솝우화 중에 재미있는 사자와 농부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이상한 수사자가 살고있었다. 이 수사자는 암사자가 아니라 길을 지나던 인간의 아가씨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진 사자는 아가씨를 따라가서 근처 마을에 사는 농부의 딸인 걸 알고 농부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사자를 보고 깜짝 놀라는 농부에게 사자는 “댁의 따님과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겁에 질린 농부는 딸과 잠시 상의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우리 딸도 사자님의 늠름한 모습에 은근히 마음이 끌리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사자님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 돼 선뜻 결정을 못하겠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자는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면서 자신의 이빨과 발톱을 뽑았다. 그러자 농부는 발톱과 이빨이 빠진 사자를 몽둥이로 패서 쫓아버렸다.

우화가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농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농부는 사자에게 이빨을 뽑으면 결혼을 허락하고, 이빨을 뽑지 않으면 결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농부는 “이빨을 뽑으면 사정없이 때려서 내쫓아야지, 하지만 이빨 뽑기를 거부하고 계속 청혼하면 딸에게 미안하지만 결혼을 시킬 수 밖에는 없을 것 같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게임이론에서 전략적인 선택방법은 미래의 상대방 행동을 예측한 후 현재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시간역순의 사고방법이다.

날만 새면 대립과 반목으로 파행을 일삼는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국회로 탈바꿈시킬 묘책은 없나. 상대입장에서 생각하는 게임이론이 하나의 방책이 되면 좋겠다. 누가 사자이고, 농부입장인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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