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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등록일 2013-05-07 00:11 게재일 2013-05-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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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우리나라에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1987년 개정된 헌법에 도입된 제119조 2항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뜻하는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것은 지난 대선부터다.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중도나 진보성향의 국민들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였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중산층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진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였다.

현재 국회에서 처리를 앞둔 경제민주화 주요법안은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적발시 명확한 증거없어도 처벌이 가능토록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재벌 소유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강화를 규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금산분리 원칙을 제2금융권에 확대적용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매출의 10% 과징금 부과를 규정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 등이다.

이중 대기업 총수일가 지분이 30%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내부거래가 적발되면 총수가 관여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규제를 가하는 `총수 지분 30% 룰`은 이미 공정거래위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후 경제민주화 정책은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내에서도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재벌 총수 일가들이 비상장 계열사에서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인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일파만파가 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은 2009년 이후 매년 약 100억원씩 4년간 390억원을 챙겼으며, 허창수 회장의 5촌인 허서홍 씨 등 GS그룹 4세들과 친인척들도 삼양인터내셔날 등 비상장사 4곳에서 58억원을 배당받았다. 해운·항공화물 운송업체인 범한판토스 대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구본호 씨가 받은 배당금도 97억원에 달했다. 구 씨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이며, 범한판토스의 매출 상당 부분은 LG그룹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아이콘트롤스, 아이서비스, 아이앤콘스 등 비상장사 3곳에서 14억원을 배당받았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가 고문으로 있는 이노션은 정 씨에게 29억원을 배당했다. 정 회장의 사돈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로부터 당기순이익(24억원)의 153.4%에 해당하는 37억원을 배당받았다. 파격적일 뿐 아니라 도를 넘는 배당이다. 또 정몽구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는 삼우로부터 19억5천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삼우의 배당성향 역시 49.6%로 순이익의 거의 절반을 배당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자동차용 강판 등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인 삼우는 현대차 그룹의 사돈기업이 된 지 10여년만에 매출액이 5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벌 총수 일가들에 대한 비상장계열사의 고액배당은 일감 몰아주기로 상장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비상장사로 옮겨 챙기는 것과 다름없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피땀을 착복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말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논의해야 할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금산 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재벌 총수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한 형량 강화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 문제의 해법을 경제 민주화에서 찾고 있는 것은 이 사회에 만연한 경제 양극화가 경제 권력의 불평등에서 초래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상장계열사 고액배당은 바로 그 증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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