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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와 핵 주권론

등록일 2013-04-09 00:08 게재일 2013-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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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지난 1993년 김진명이 발표한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줄거리를 요약하면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인 이용후가 한국으로 귀국해 대통령의 명에 따라 핵 개발에 착수하고, 한국의 군사력과 국가적 위상을 뒤바꿀 수 있는 지하 핵실험이 계획된다. 한반도의 핵개발을 결코 용인할 수 없었던 미국은 최후의 수단을 동원, 핵 개발 성공을 눈앞에 둔 이용후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독자적인 군사력을 구축하기 위해 핵개발에 나섰던 대통령마저 정보부장 손에 죽음을 당한다. 이 소설은 냉전시대 논리에 따라 한국이 독자적인 핵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한 대통령과 핵 개발을 주도한 핵물리학자의 만남, 그리고 미국이라는 거대 군사력의 방해공작 등이 진실과 허구로 엮이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에서도 핵무기가 등장한다. 지난 4일 방송된 `아이리스2`에서는 백산(김영철 분)으로부터 받은 4개의 핵무기를 놓고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최민(오연수 분)과 보유를 주장하는 하승진(조성하 분) 대통령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하지만 핵은 평화를 지키는 수단이 아닌 공멸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는 최민의 노력에도 불구, 하승진 대통령은 강철환(김일우 분) 국장과 손을 잡고 핵무장을 강행하기로 결단을 내려 대한민국의 운명이 어디로 달려가게 될 지 모를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드라마 시청율도 높았다. 이날 방송된 `아이리스2`는 11.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MBC `남자가 사랑할 때(10.1%)`, SBS `내 연애의 모든 것(7.4%)`을 제치고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국민들의 핵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적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소설과 드라마에서 나타나듯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핵 주권론에 대한 관심은 간단치 않다. 소설에서 작가는 한국이 자주국가로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쪽에 힘을 싣고있다. 드라마에서는 핵 개발이 아니라 핵 무장으로 바뀌었지만 핵무장을 터부시하는 것은 이미 핵을 보유한 강대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며, 우리의 핵무장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과연 핵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혼란스러운 것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 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을 위해 핵 비확산을 지지하는 주장이 엇갈리며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딜레머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핵정책학회가 8일 국립외교원에서 개최한 북핵·비확산 세미나는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요긴한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재처리·농축 권한을 확보하려면 핵 주권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다.

핵 무장을 지지하는 측은 미국이 나토(NATO) 회원국 중 핵 비보유국이자 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한 5개국에 240기의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사실을 들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미국의 핵무기 재배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핵 주권론을 경계하는 측은 한국의 핵무장론은 비현실적이며,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이라는 한국의 순수한 노력을 미국이 오해할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고, 무력도발을 위협하는 안보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한시빨리 핵주권론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안보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제일책무가 아닌가. 그게 핵 무장이든, 핵 개발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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