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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에 부는 새바람

등록일 2013-06-04 00:03 게재일 2013-06-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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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정치판에 새 바람이 불고있다. 계파정치를 근간으로 보수와 진보의 정치로 한국정치를 가름해온 정치권이 앞다퉈 변화와 혁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새 바람은 여야를 가리지않고 정치판의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먼저 야당의 변화가 눈에 띈다. 김한길 대표체제가 출범 한달을 맞은 민주당은 요즘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한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밖으로는 안철수 바람을 차단해 제1야당의 위상을 세우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당직 인선 등을 통해 내부 화합과 결속에 속도를 내면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의 모토는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야 살 수 있다”는 것. 경제민주화를 위해 `을(乙)을 위한 민주당`을 주창하면서 정책정당으로 변신도 시도하고, 대여관계도 강경일변도에서 벗어나 유연함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사건으로 드러난 청와대의 위기관리시스템 문제에 대해선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안 처리에 협조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북문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며 비판하는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의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한 것도 종전과는 달라진 민주당의 모습이다.

4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한 안철수 의원도 정치판에 새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소속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미니 간담회`를 열어 핵심 현안을 챙기는 한편 장애인, 노인, 보육 분야 간담회에도 적극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안 의원은 조만간 세력화를 통해 오는 10월 있을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기존의 정치엘리트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안 의원이 담아낸다면 야권의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지만 단순히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대안 갈구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면 민주당이 환골탈태하는 정도에 따라, 안철수 정치인 개인의 부침에 따라 야권의 변화는 가변적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야권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야권이 갈 길은 아직 멀다. 그게 현실이다. 민주당은 당직 인선을 놓고`돌려막기 인사`논란이 불거졌다. 새로운 인물 영입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고육지책으로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당내 인사로 채웠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병폐인 계파정치 청산이나 계파간 갈등 해소 역시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달 31일 의원워크숍에서 “더디긴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사람으로 치면 화장을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생활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정치판에 새 바람을 일으킬 실험적인 움직임이 화제다. 바로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협동조합 모델이 정치 분야에 출현했다. 새로운 시도에 나선 인물은 여당의 책사로 꼽혀온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그는 지난달 중순 서울시로부터 정치 소비자 협동조합 `울림`의 설립인가를 받았다. 울림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협동조합과 달리 시민의 정치적 주권을 찾아가기 위한 새로운 실험으로서 정치협동조합이라고 했다. 평범한 40대와 50대 초반 직장인이 주축으로, 전국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1만원을 내면 울림의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울림은 한국정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아카데미 운영과 정치적 담론을 만드는 캠페인도 할 수 있고, 정치인의 약속이 이행되는지 추적도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인들의 말잔치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정치권의 새 바람은 그저 싱그럽기만 하다. 이런 새 바람들이 이 땅의 정치를 쿨하게, 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게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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